Talk Concert
편집자주
이 기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수정(한국외대 법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논의가 무척 흥미롭다. 과거 방한했을 때 비즈니스와 사회의 관계, 소외 계층의 고려 등과 관련한 ‘전략과 사회’라는 논문을 토대로 강연했는데 당시는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개념이 싹트는 초기 단계였다. 최근에는 그 담론이 더 구체화한 것 같다. 한국 기업들이 선두에 서서 CSV 개념을 채용하고 활용할 거라고 생각한다.”
CSV 개념의 주창자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2011년 12월6일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에 참석해 CSV 개념을 한국에 소개했다. 포터 교수는 이날 기조연설, 패널토론에 이어 오후에는 청중과 1대1 문답을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에 등장해 CSV 개념과 적용 방안을 설명했다.
이날 ‘토크 콘서트’는 청중의 질문 외에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들어온 질문을 포터 교수가 하나씩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시간에 한국적 상황에서의 CSV 도입방안, 단기 투자자와 단기 성과주의, 세계화, 본사와 자회사의 관계, 산업별 차이 등 CSV 도입 과정에서 풀어야 할 실무적인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 ‘토크 콘서트’에서 나온 주요한 질문과 포터 교수의 답변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구성했다.
한국 정부는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지수를 제시했다. CSV 관점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동반성장위원회의 동반성장과 ‘동반성장 지수’ 개념은 그들이 실제로 하려는 일과 다른 것처럼 느껴진다. 위원회는 이익 공유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이는 ‘동반성장(win-win)’이 아니다. 대기업의 이익을 가져다가 서로 나누는 것일 뿐이다. 이는 한쪽의 기회를 가져다가 다른 쪽에 몰아주는 것이다.
오히려 반발과 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 기술력의 부재, 생산 프로세스의 취약성, 부적절한 교육 훈련, 과도한 규제, 부족한 재원 등이 중소기업의 근본적인 문제다. 활력이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면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손쉽고 단기적인 해법에 집중하고 있다. 대기업에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 소규모 공급업체와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더 생산적이게 만들고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 미국에서는 정부기관의 공공조달 중 일정 비율을 중소기업에 할애한다. 예를 들자면, 정부기관의 지출 비용 중 20% 정도를 중소기업이 가져가게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사업에 참여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한다. 이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나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좋은 일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진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보다는 정치적인 움직임에 가깝다는 지적도 들린다. 정치가 명쾌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조달참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인가?
“미국에서는 이렇게 생각하다. 정부와 거래를 할 때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부분이 있다. 정부의 입찰 과정이 복잡해 인력이 많고 경험도 있는 대기업이 입찰을 따내는 데 유리하다. 그래서 중소기업이 정부 조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공평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 규제를 없애고 사이클 타임을 단축시키고 양식도 단순화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성장을 원한다면 그들이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줘야 한다. 값을 많이 쳐주는 게 아니라 거래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대출지원 등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려는 여러 시도가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분산돼 있고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키우려면 통일된 방식으로 기술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 또 은행이 그들에게 대출을 해주도록 인센티브도 있어야 한다. 미국엔 중소기업 대출을 전담하는 기관이 있다. 중소기업청이 보증을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완화되고 은행들이 저금리로 대출해줄 수 있다. 대출을 받는 중소기업들은 탄탄한 기업이어서 은행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익공유는 대기업의 이익을 가져다가 중소기업에 준다는 뜻으로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것과는 다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업을 하고 각자가 더 많은 것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중소기업은 인재, 기술,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매출도 올리고 고객도 확보해야 한다. 체계적인 전략을 세워 하나씩 해결한다면 중소기업들이 이를 잘 따라와줄 것이다. 중소기업은 매출이 적어 다양한 규제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 스마트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의 고민을 덜어줘야 한다.”
기업의 전략 목표에 사회적 가치도 포함돼야 한다는 게 CSV의 핵심 주장이다. 이는 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재무적 목표를 넘어서야 한다는 뜻인가?
“CSV는 재무적 목표를 줄이자는 게 아니라 이를 개선하자는 개념이다. 이익 창출의 원천을 더 다양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물론 혼란의 여지는 있다. 누군가는 이를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염두에 둔 자본주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CSV는 근로자, 소비자, 기업가 모두 골고루 이윤을 나눠 갖자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주창하는 것은 아주 순수한 자본주의 가치 그 자체다. CSV는 이익 극대화에 기반을 둔 도구(tool)다. 어떤 기회를 활용할지를 얘기하는 것이다. CSV는 사회적 가치를 늘리기 위해 주주 가치를 줄이자는 게 아니다. 주주 가치를 늘리는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증진시키자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윈윈(win-win)’이다. 한 달 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 행사에 참여한 거액 투자자들도 이 아이디어를 점차 이해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편협한 시각에서 투자 분석을 했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예를 들어 화학회사의 에너지, 원자재의 사용 등을 추적하지 않으면 잘못된 분석을 할 수 있다. 이들이 낼 수 있는 실적과 성과에 앞서 설명한 CSV 개념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투자자들도 근시안적인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1∼2년 후엔 이런 움직임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양한 조사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니 조금 더 기다려 달라.”
많은 투자자들이 단기거래를 하고 있다. 어떻게 단기 투자자들의 관심을 CSV로 돌릴 수 있을까?
“단기 투자자에 제대로 대응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이 행위를 잡음이라고 여겨야 한다. 나는 많은 최고경영자(CEO)를 만난다. 1년에 두 번 하버드대에서 다른 교수님들과 함께 신입 최고경영자(CEO)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그들과 많은 얘기를 나눈다. 경영의 가장 큰 함정은 주가다. 매일 형성되는 주가가 성공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주가라는 것은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으며 움직인다. 그리스 문제가 터지면 주가가 하락하는 식이다. 이는 당신의 기업 실적과 무관하다. 그러니 주가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장기적으로 기업 실적이 주가를 결정한다. 자신감을 가져라. 좋은 리더는 들고 나는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투자자를 챙긴다. 그들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주가를 결정하는 사람들이다. 초단타 매매를 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장기 투자자에게 관심을 쏟아라. 그들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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