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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ies

탄소감량 연료절감부터 아예 환경산업까지… 지구를 지키는 초우량기업들

최한나 | 96호 (2012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 연구소 인턴연구원 오창성(한국외대 영문과 4학년)씨가 참여했습니다.


기업과 사회가 함께 이익을 얻는공유가치 창출(CSV)’은 더 이상 낯설거나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이미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뛰어들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고 있다. CSV는 당위적이거나 도덕적인 목표가 아니라 달라진 환경에 좀 더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기업의 생존 및 번영 전략이다. 126동아비즈니스포럼2011’에서 발표된 생생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글로벌 기업 사례

이날 행사에서 글로벌 기업 가운데 CSV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알려져 있는 GE와 네슬레의 사례가 발표됐다. 공성도 GE에너지코리아 사장, 그랜트 필립스 한국네슬레 상무의 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GE 2005년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이환경은 돈이다(Green is green)’는 슬로건을 내걸고 친환경 사업 부문을 크게 확장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때 당시 GE 전체 임원 200명 가운데 195명이 반대했다. 그들은 이 아이디어를 진정한 비즈니스 전략으로 보기 어렵고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환경보호를 내세워 상품을 만들어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기 어렵고 엄청난 비용만 날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많은 우려와 반대를 딛고 GE 2005 5월 전격적으로 에코매지네이션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은 생태를 뜻하는 에콜로지(Ecology) Eco GE의 슬로건인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Imagination at Work)’의 상상(Imagination)을 합해 만든 단어다.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 등 지구촌이 당면한 환경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한편 이를 적극적인 사업 기회로 삼겠다는 취지가 담긴 말이다.

GE는 에코매지네이션을 통해 2005∼2009 5년간 750억 달러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에코매지네이션은 이제 수익원의 하나에서 벗어나 GE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환경은 돈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산산히 부서지게 만든 GE의 성공에는 네 가지 중요한 요인이 뒷받침됐다

 



첫째, GE는 에코매지네이션을 단순한 구호가 아닌 비즈니스 전략의 하나로 봤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인 전략을 짰으며 철저한 계획에 따라 움직였다. GE는 에코매지네이션을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공표하면서 하위 항목으로 청정기술 투자 확대, 환경사업 매출 증대, 온실가스 배출 감축, 에너지 효율 향상, 진척상황의 투명한 공개 등을 내걸었다. 그리고 이에 맞춰 에코매지네이션에 속하는 제품군을 점차 넓혔다. 2005년 출범 당시 17개였던 에코매지네이션 제품은 올 들어 100개를 넘어섰다. 또한 계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환경적 가치를 수치로 환산해 분명한 목표를 세웠다. GE 2015년까지 에너지 집중도를 2004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절대온실가스 배출량을 2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두 번째로 에코매지네이션은 철저히 기술 기반 솔루션을 목표로 했다. 소비자가 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와 불만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뒀다. 생태 보호를 앞세워 착한 기업 이미지로만 고객에게 어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유용한 제품이 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단순히 환경 친화적인 기술이 아니라 자사의 이전작은 물론 타사보다 더 나은 제품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술력이 충분히 우위에 있지 않고 소비자가 제품에 신뢰를 갖지 못하면 환경보호라는 구호가 무색해질 뿐만 아니라 아무리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활동이라도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제품에 대한 환경 인증 프로세스를 신설하기도 했다. 공성도 GE에너지코리아 사장은 “GE는 전 세계 5곳에 R&D센터를 두고 있다환경적 이슈에 대응하면서도 실제 돈을 벌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취지가 R&D센터 모두에 공유됐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GE는 구성원들의 합의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다. 물론 최고 경영자의 추진력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데 강력한 동인이 됐다.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환경이라는 메가트렌드(Megatrend)를 미리 읽고 친환경 사업 확장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초기에는 임원뿐만 아니라 GE 사내 직원들의 반대가 심했다. 환경보호라는 구호는 수익을 이끌어내기에 지나치게 식상하고 추상적이라는 반응이 우세했다. 이멜트 회장은 비용이나 원가 개념이 아닌 활동의 가치를 우선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 제품군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수립되면서 시장성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싹트기 시작했고 직원들 사이에서 가치가 공유되면서 인식 변화가 촉발됐다. 실제로 제품이 생산되고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하면서 전사적인 공감대가 한층 강해졌다. 직원들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바뀌면서 에코매지네이션에 힘이 붙었다. 공 사장은도전과제가 심각해서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방식과 인식 패턴을 바꿀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지속가능한 활동이 되려면 가치적인 측면을 공유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네 번째로 GE는 모든 과정을 대중에게 공개해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했다. 에코매지네이션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GE는 제품 생산 및 판매와 관련된 모든 과정을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공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관련 웹사이트(www.ecomagination.com)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GE의 활동을 확인하고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을 만들었다. 이는 에코매지네이션의 취지를 알리고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며 GE 활동을 지지하도록 만드는 데 기여했다. 소비자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해 매출 증대를 이끌어내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됐다.


네슬레
네슬레는 인스턴트 커피의 원조다. 때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커피의 주요 생산지인 브라질에서 커피콩이 지나치게 많이 생산되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신음하는 농가를 두고 볼 수 없었던 브라질 정부는 식음료업체 네슬레를 방문해 남아도는 커피콩을 이용해 가공식품으로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네슬레는 지금과 거의 유사한 분무건조 기법을 발명했다. 이를 통해 분말 형식으로 보관할 수 있는 인스턴트 커피를 만들었다. 이는 브라질의 수많은 농가를 살렸을 뿐 아니라 네슬레가 인스턴트 커피라는 새로운 제품군의 시장을 여는 계기가 됐다. 네슬레는 현재 전 세계 커피 시장의 10% 이상을 점유하며 세계 제1의 식품회사로 성장했다. CSV의 전형적인 사례다.

네슬레가 전사적으로 공유하는 정신적인 가치로도 CSV는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네슬레가 추구하는 정신적 가치는 총 세 가지다. 우선 준법이다. 윤리 강령과 정해진 규칙, 도덕규범 등을 준수하는 일이다. 두 번째는 지속가능성이다. 현 세대의 필요에 의해 행하는 모든 활동은 후손들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가치다. 세 번째가 바로 CSV. 기업은 스스로에게 이로운 일을 하면서 동시에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 이 세 가지가 네슬레 핵심 역량의 토대를 이룬다. 그랜트 필립스 네슬레코리아 상무는세계 각국 지사들이 본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이러한 가치들이 제대로 공유될 수 있겠냐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하지만 오래 전부터 축적된 CSV 경험이 전 임직원의 DNA에 박혀 있기 때문에 거리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CSV를 추진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네슬레는 크게 세 가지를 중심축으로 갖고 있다. 첫 번째는 영양 사업이다. 판매하는 제품에 영양이 부족하면 당연히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좋은 영양소를 가급적 많이 공급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 개발에 힘쓰고 이를 새 제품을 만들거나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할 때 활용한다. 네슬레는 그동안 전 세계에 공급하는 6500여 개 제품의 성분을 개선했다. 또 시장별로 필요에 맞게 제품 라인을 다르게 구축했다. 아프리카 지역으로 보내는 제품에는 그곳에서 섭취하기 어려운 특정 영양소를 강화했다. 스리랑카나 한국 등 전 세계 50여 개 나라에 보내는 제품에는 지역별로 다른 영양소를 추가했다.


두 번째는 물 사업이다. 물 없는 식품 회사는 생각할 수 없다. 작물 재배도, 제품 생산도 모두 물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네슬레의 가치사슬을 관리하는 데 물은 필수 요소다. 네슬레는 어떻게 하면 한정된 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지를 고민했다. 끊임없는 연구 끝에 제품 생산에 필요한 물 소비량을 평균 3.49㎥에서 3.29㎥로 줄였다.

세 번째는 농촌 개발이다. 특히 이 분야에서 네슬레는 전 세계 농가를 대상으로 대규모 CSV를 실천하고 있다. 앞서 예로 든 커피가 대표적이다. 네슬레는 커피 농가가 보다 경제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재배 방법을 교육하고 각종 시설과 기기를 지원한다. 그리고 해당 농장에서 커피를 구매한다. 농가는 원두의 품질과 수확량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어 좋다. 네슬레는 믿을 수 있는 방식으로 생산된 품질 좋은 원두를 제공받을 수 있어 이익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 소비자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 시장을 확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원유도 좋은 예다. 네슬레는 지난 50여 년간 원유를 공급하는 인도 지역에 투자했다. 네슬레가 인도에 처음 진출했을 때만 해도 이 지역에는 관개 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송아지 사망률이 60%에 달했다. 네슬레는 전문가를 파견해 기술을 전수하고 축산 농가에 자금을 지원했다. 소를 기르고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했다. 그 결과 처음에는 200곳도 안 되던 원유 공급 농가가 75000곳으로 증가했다. 젖소 농가의 우유 생산성도 이전보다 50배 높아졌다. 동시에 인도 전역에서 네슬레 제품 소비가 급증했다. 비용을 쥐어짜기보다 생산성을 높인 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이다.

네슬레의 CSV 활동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인 덕분이다.

우선 전사적인 공감대다. 전 임직원의 DNA CSV가 자리 잡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네슬레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CSV의 개념과 목표, 가치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이는 네슬레가 표방하는 가치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다 끊임없는 교육과 가치 전달, 의사결정 및 진행 과정에 자리 잡고 있는 조직 문화 덕분이다. 이는 네슬레가 CSV를 추진하는 데 중요한 동력이 된다.


두 번째는 지역별로 달리 접근하는 전략이다. 전 세계에 지사를 두고 있는 네슬레는 국가와 지역에 맞게 전략을 세우고 실천했다. 이는 해당 국가나 지역의 특성을 파악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한 결과다.

세 번째는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했다. 네슬레는 영양과 물 사업, 농가 지원이라는 세 가지 플랫폼을 주축으로 CSV를 추진했다. 네슬레는 식음료업체로 이 분야에 경쟁력과 핵심 역량을 갖고 있다.


한국 기업 사레

국내에도 CSV를 실천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김성우 KPMG 전무가 이날 포럼에서 소개한 대표적 CSV 사례를 요약한다.


오뚜기
밥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쌀을 씻어야 한다. 쌀 표면은 벌집 모양으로 생겼는데 여기에 먼지와 쌀겨가 들러붙어 있다. 이를 깨끗하게 제거하지 않으면 위생상 좋지 않을 뿐더러 밥맛이 떨어진다. 쌀은 보통 3, 4회 씻는 게 보통인데 쌀을 씻을 때 나오는 뿌연 물, 이른바쌀뜨물은 물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된다. 쌀뜨물이 하천에 들어가면 물에 녹아 있는 산소가 급격히 줄어든다. 물고기 등 다른 생물의 생존을 방해한다. 쌀의 주성분인 전분(녹말)은 플랑크톤의 먹이가 된다. 미생물이 증가하면서 역시 산소량이 줄고 하천물을 혼탁하게 한다. 우리나라 국민이 하루에 만들어내는 쌀뜨물은 5만여 톤에 달한다. 이를 정화하려면 2500만 톤의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120억 원에 이른다.

오뚜기가 개발한씻어나온 쌀은 포장 전에 쌀을 미리 씻어 소비자의 시간과 노력은 물론 환경보호에도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뚜기는 쌀을 씻는 전용기계를 이용해 지하 150m의 암반수로 15초 만에 쌀에 붙어 있는 쌀겨나 먼지를 제거하는 공정을 도입했다. 소비자는 별도로 쌀을 씻을 필요 없이 바로 물을 부어 밥을 하면 된다.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으면서도 식감을 살리는 고유의 층이 살아 있는 덕에 밥맛은 더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상품 개발로 오뚜기는 무세미(無洗米) 시장을 선점했다. 2004년 처음 시장에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고성장을 거듭했고 현재 월 평균 15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포스코
자동차는 가벼울수록 연비 효율이 좋다. 차량 경량화 및 연비 향상은 자동차 업계가 안고 있는 영원한 숙제다. 현재 자동차에서 줄일 수 있는 것은 차체의 중량뿐이다. 자동차 자체의 무게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따라 연료를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가 달라진다.

마그네슘이 그 열쇠를 쥐고 있다. 마그네슘은 무게가 철강의 4분의 1, 알루미늄의 3분의 2밖에 안 될 정도로 가벼우면서도 진동 흡수 능력이나 열 전도력이 뛰어나다. 강도와 연성이 일정한 것은 물론 성형성도 우수하다. 그러면서도 100% 재활용이 가능해 폐차하더라도 전부 다시 사용할 수 있다. 2018년이면 관련 시장 규모가 5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될 만큼 중요한 미래 신소재로 꼽힌다.

포스코는 2002 5월 신사업개발부서를 신설했다. 당시 포스코는 세계 3위 안에 들 만큼 철강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취지하에 이 부서를 만들었다. 해당 부서는 마그네슘을 차세대 소재로 정하고 앞으로의 연구개발(R&D)과 공장 증설 등을 마그네슘 위주로 진행할 것을 이사회에 제안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마그네슘은 자동차 판재나 부품 소재로 쓰기에 제련, 주조, 합금 기술이 덜 발달돼 있었고 가격이 철강이나 알루미늄보다 10배 이상 비쌌다. 마그네슘을 주 소재로 활용하자는 것은 막대한 규모의 추가 비용을 의미했다. 당시 포스코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1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포스코 이사회는 마그네슘을 주요 소재로 택하는 일을 승인했다. 김성우 KPMG 전무는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와 사회적 어젠다에 동참하겠다는 목표의식이 합해져 이러한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초경량 마그네슘을 미래 핵심소재로 채택한 포스코는 마그네슘 제련 공장과 판재 주조공장을 잇따라 짓고 자체 생산시설 확보 및 수출 판로 개척에 뛰어들었다. 르노와 도요타 등 굵직한 자동차 회사들과 손을 잡고 공동 개발 등 협력에 나서기도 했다.


웅진코웨이
웅진코웨이는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협력업체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기존 주력 상품인 정수기와 비데 외에도 반신욕기와 족욕기, 주서기, 커피머신 등 새로 생산되는 제품군에 대해서도 모든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체크한다.

업계 최초로 환경부로부터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받은 제품도 웅진코웨이에서 나왔다. 2007년 나온 냉정수기(CP-07BLO)는 생산부터 사용,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모두 제품에 표시한다.

웅진코웨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최고환경정책책임자(CGO, Chief Green Officer)라는 직책을 신설했다. 전문성을 지닌 외부 인사를 영입해 제품의 기획과 생산, 판매 및 회수 전 과정의 친환경성을 관할하도록 했다.

고객이 쓰고 반납한 제품을 세척하고 분해하고 가공해서 재활용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제조사는 폐기 처분으로 인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소비자는 성능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빌려 쓸 수 있다.

웅진코웨이가 미래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물 처리 분야다. 정제되지 않은 물을 공장용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수 부문과 오염된 공장용수를 방류할 수 있게 하는 폐수처리 부문, 폐수를 다시 정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폐수 재처리 부문 등이 여기에 속한다. 아직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자릿수에 불과하지만 웅진코웨이는 정수기 사업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토대로 물 처리 부문을 향후 주력 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2000년 환경경영기업을 선포하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6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50년까지는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탄소발자국 관리시스템을 도입해 본사와 점포, 물류센터 등 전 기지에 적용하고 있다.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란 사람이 활동하거나 상품을 생산 또는 소비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말한다. 사람이 걸을 때 땅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을 본따 만든 말이다. 홈플러스는 이 시스템을 통해 회사 전체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측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임직원 13000여 명이 매달 업무 경비를 처리할 때도 출장 시 이용한 차량의 이용 방법, 거리, 유류 등을 상세히 기재해 차량 이동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을 체크한다. 또 국내 유통업체로는 최초로 19m 길이의 대형 차량을 도입해 여러 번 운반할 물량을 한 번에 해결하도록 했다. 이는 연간 5만여 대 차량이 배출하는 분량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다.

2009 4월에는 국내 대형마트 중 처음으로 탄소라벨링 상품 18종을 선보였다. 탄소라벨링은 탄소발자국을 제품에 라벨 형태로 표시해 이산화탄소를 가급적 적게 배출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방법이다.

2차 포장지를 줄인 제품을 구매하면 상품 가격의 2%를 그린 마일리지로 적립해준다. 매장에 올 때 자전거를 이용해도 마일리지를 받을 수 있다.

업계 내외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국내 최초로 세운 그린스토어(Green Store). 부천 여월에 세워진 이 매장은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LED 전지 등 총 69개 친환경 아이템과 기술을 도입해 기존 점포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 절감했다. 에너지 사용량도 40% 줄였다. 이후 신설하는 매장은 모두 그린스토어 콘셉트를 접목해 이산화탄소 배출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비즈니스 환경 변화와 CSV

롤랜드 빌링어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최근 CSV가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현상에 대해 비즈니스를 둘러싼 환경이 이전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유를 찾았다. 기업이 활동하는 환경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에 이전에 고수했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생존과 번영이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맥킨지는 총 5가지 항목에서 변화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우선 중국의 부상이다. 이제까지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서구권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글로벌 경제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을 또 다른 축으로 인식하게 됐다. 이로 인해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흐름(Global Rebalancing)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는 고령화다. 노령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노동 생산성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데 비해 잘 훈련된 고급 인력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이 좀 더 효율적인 전략을 취하지 않고는 이전과 비슷한 정도의 효용을 얻기가 불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세 번째는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Global Grid). 새로운 단위의 생산 및 소비 집단이 세를 불리고 있다. 페이스북(Facebook)이 국가라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다.


네 번째는 자원의 수급 불균형이다. 원자재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업종 불문 모든 기업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걱정거리다.

마지막은 시장 국가(Market state)의 등장이다. 국가가 주체적으로 일자리를 만들거나 인재를 찾는 시대다. 국가 스스로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은 다른 기업과의 경쟁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가와도 실력을 겨뤄야 한다.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기업이 인력을 채용하거나 자원을 활용하고, 지역 사회나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도 변했다. 이전과 다른 비즈니스 기회가 많이 늘어난 반면 동시에 기업이 종전의 방법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하면 아예 생존이 어려운 국면이기도 하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사회와 소비자에게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새로운 환경을 위기로 느낄 수밖에 없다.

맥킨지는 앞으로의 상황을 전망하면서 총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일단 불확실한 상황을 다스리기 위해 정부가 각종 규제를 마구잡이로 신설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자유롭게 의사를 결정할 수 없고 정부가 정해놓은 틀에 맞춰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일종의 미스매치(mismatch).

두 번째는 상호 협력이다. 정부와 기업이 각자 독립해서는 달라진 환경에 쉽게 대응할 수 없다고 인식하는 경우다. 기업은 정부 또는 비정부기구(NGO)로부터 협력을 얻어 비즈니스를 수행한다.

세 번째는 기업이 정부가 NGO 도움 없이 스스로 위기를 헤쳐가는 경우다. 이 경우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

롤랜드 빌링어 대표는정부의 규제나 새로운 정책 없이 기업이 스스로 살아남거나 혹은 서로 도와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기업은 혁신을 추구하며 사회 환경적 이슈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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