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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um Review

CSV는 자본주의 그 자체, 한단계 높은 이윤을 준다

김태영 | 96호 (2012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2011 126일 서울에서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을 주제로 한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마크 크레이머 FSG 대표가 내한해 CSV를 중심으로 강연과 토론을 벌였다. 필자는 이 행사의 패널리스트로 참여해 포터 교수와 CSV 개념과 적용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상생, 공생, 공유가치 등 새로운 매니지먼트 바람이 불고 있다. 사람들이 유행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유행이라고 해서 본인의 신체적 조건에 맞지 않는 옷을 사서 입는다면 어떻게 될까? 돈은 돈대로 쓰고 주위 사람에게 좋지 못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TV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처럼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과장된 스타일로 자신의 이미지만 망칠 수도 있다. 그러다가 막대한 돈을 쓰고 구입한 옷을 입지 않고 장롱 속에 처박아 두게 된다.

경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행하는 경영 패러다임을 추종하다가 막대한 비용만 쓰고 조직에 피해를 주는 일도 적지 않다. 때로는 시장의 질서를 바꾸는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를 눈앞에 두고도 개념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거나 막연한 두려움으로 위축될 수도 있다. 변화를 거부하거나 부인하기도 한다.

2011 126일 열린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에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개념은 경제적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한꺼번에, 그것도 더 많이 창출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자는 전략이다. 포터 교수의 주장에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우리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진 독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기업의 체질에 맞는 CSV모델을 고르려면 CSV에 대해 보다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CSV에 관한 몇 가지 오해를 설명하고 CSV 개념과 실제 적용과정에서의 주의사항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오해 1
CSV CSR과 별반 다르지 않다

‘CSR CSV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CSV CSR의 일부분이며 이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기업시민정신(corporate citizenship) 등 여러 개념들을 통해 널리 알려진 활동 및 개념의 일부에 새로운브랜드를 보탠 것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이도 있다. 물론 이런 비판이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다. 포터 교수도 모든 CSR 활동가와 이를 지지하는 학자들을 다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CSV는 기업의 핵심역량과 무관하게 기업의 평판을 위해 활동하는 CSR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최근 월가 시위에서 나타난 대중의 분노에서 읽을 수 있듯이 기업은 사회나 커뮤니티의 가치의 희생 속에서 성장해왔다. 기업이 환경과 사회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유다. 포터 교수에 따르면 기업이 CSR 활동을 많이 했는데도 기업 활동의 정당성은 떨어졌다. 이런 현실적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시민단체의 압력에 굴복해 시행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말하는 게 아니다. 기업 스스로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면서 사회적 가치 역시 창출하는공유가치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포터 교수의 CSV는 기업의 핵심역량에 기반한 사업이기 때문에 기존의 CSR하에서 진행되는 기업의 이윤에 기반한 사회적 공헌과는 질적으로 다른분석틀을 제공한다. 예를 들면 기업의 핵심역량 구축에 필수적인 가치사슬(value chain) 시각에서 CSV를 바라보면 어느 부분의 가치사슬에서 기업이 CSV를 통해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갖게 된다. 포터 교수는 다양한 외부의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는 기업의 준거점은 기업 내부의 가치사슬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구매, 판매, 제조, 마케팅 등 가치사슬의 다양한 행위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기업의 생산성과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접점을 찾으라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분석틀(diamond framework)’의 시각에서 CSV를 바라보면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제반 경제적, 사회적 하부구조에서 발행하는 문제점들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사회가 우수한 인적자원을 공급하지 못하면 기업은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이 인적 자원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교육 및 제반 지원을 하면 그 지원을 통해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CSV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에서 기업의 핵심역량에 근거한 전략적 방향 및 분석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논의와는 질적인 차별성을 갖는다.


오해 2
CSR을 하는 기업은 CSV로 즉시 전환하거나 전환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CSR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범위 또한 매우 넓고 활발하다. 기업의 제품이나 활동과는 관련 없는 자선 사업부터 국내를 넘어 해외에까지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려는 기업의 노력은 치열하다


 

경영 패러다임과 기업 성과

최근 수십 년간 품질통제(Quality Control), 전사적품질관리(Total Quality Management),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 식스시그마(Six Sigma), 균형성과표(BSC·Balanced Score Card) 등 다양한 매니지먼트 패러다임이 유행하고 사라지곤 했다. 물론 일부는 아직도 회자되고 기업에서 쓰고 있긴 하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유행하는 새 옷을 사고 헌 옷을 버리듯이 이미 철 지난 패러다임을 버린다. 얼마 전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식스시그마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를 도입하고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기업도 많다. 새로운 매니지먼트 패러다임이 나올 때마다 이를 도입해매지먼트 패러다임의 시험장으로 불리는 기업도 있다.

헌신강화(Escalation of commitment) 개념으로 널리 알려진 배리 스토(Barry Staw) 버클리대 경영학과 교수는 2000년에 리사 엡스타인(Lisa Epstein)과 함께 매니지먼트 분야의 저명한 저널인 유행하는 매지니먼트 패러다임의 가장 큰 수혜자는 그것을 사용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라는 점을 지적하는 논문을 게재했다. , 유행하는 매지니먼트 패러다임, TQM의 도입은 CEO의 급여(보너스포함)를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기업의 재무 성과와는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유행하는 매니지먼트 패러다임을 이용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존경을 받으며, 혁신적이고, 관리의 질도 높을 것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된다는 점이다. 이는 회사의 평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지된 평판이 기업의 재무성과에 어떻게, 얼마나 장기적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매니지먼트 패러다임을 도입하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업의 혜택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CEO의 올라간 연봉도 기업에는 비용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아닌, 실질적인 경영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 도입된 TQM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하물며 본연의 기업 활동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의 사회적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더 어렵다.


또한 기업은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가 진행한 각종 CSR 활동을 광고하고 있다. 만약 CSV의 시각에 동의한다면 이제까지 하고 있는 기업의 CSR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든 CSR 행위를 CSV로 바꿔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해포터는 CSR CSV를 위한 좋은 전제 조건이므로 바로 그만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CSR은 기업의 핵심 역량과는 전혀 관계가 없거나 그다지 연관성이 적다. 기업의 핵심역량 및 사업을 새로 재편할 필요도 없다. 주력사업에 손을 대지 않고도 CSR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이 CSR의 장점이자 한계다. 기업은 CSR을 핵심역량과 함께 고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전략상의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비용으로 인식돼 지속성과 영향력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CSV는 완전히 다르다. 기업의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가치 창출사업이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 및 중간관리자들의 의식구조 전환과 인센티브, 조직구조의 개편이 불가피하다.

 

첫째, 최고경영자가 CSV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하더라도 관련 임원들과 현장에서 근무하는 중간관리자들의 인식을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매우 힘들다. 이에 대해 포터 교수는 좋은 성공 사례를 보여주고 CSV를 종업원의 교육프로그램에 넣어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둘째, CSV사업과 기존 사업 간에 제품 및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프로세스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새로 시작하는 CSV 사업이 기존의 사업프로세스와 충돌한다면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비용을 비롯한 사업성 분석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제조방법상의 프로세스 외에도 기업에서 이미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 중인 전사적 품질관리(TQM)와 식스시그마 등을 기반으로 한 단기적 측정지표들과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셋째, CSV 사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단기적인 재무성과로 인센티브가 결정되는 기존의 부서와는 달리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들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힘든 미래 사업을 꿈꾸는 혁신부서에서 근무하는 이들에 대한 보상 체계처럼 적절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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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영

    김태영mnkim@skku.edu

    -(현)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교수
    -(전) 홍콩과기대(HKUST) 경영학과 경영전략 담당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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