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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빙

빙수에 팥 대신 떡고물! 핫 플레이스 점령한 디저트 카페

이방실 | 167호 (2014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코리안 디저트 카페설빙의 성공 요인 및 시사점

1) 범주적 차별화(categorical differentiation)

: 빙수에 팥을 사용하지 않고 인절미 콩고물을 사용하는 등 혁신적 메뉴 개발 통해 기존 카테고리(빙수)와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새로운 범주 창조

2) 끝없는 실험 거쳐 스위트 스폿(sweet spot) 발견

: 고객을 대상으로 끝없는 신제품 제안과 테스트, 정교화(fine-tuning) 과정을 통해

히트 메뉴 개발

3) ‘비주얼(visual)’ 효과 통해 디지털 입소문 마케팅 극대화

: 콩고물, 생딸기 등 재료를 아끼지 않고 사용하는 설빙 대표 메뉴의 이미지가 소비자직찍사진을 통해 SNS에서 퍼지면서 디지털 입소문 마케팅 극대화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정권(한양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올해 프랜차이즈 업계를 통틀어 가장 화제가 됐던 브랜드는설빙(雪氷)’이다. 부산에서부터 시작된 설빙은 올여름 전국에빙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작년 4월 부산 남포동에 첫 매장을 연 후 전국 곳곳에 퍼진 매장 수만 460여 개에 달한다. ‘스타벅스같은 글로벌 브랜드도 아니고엔제리너스처럼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아닌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브랜드가 지방에서 시작해 서울까지 접수한 것이다.

 

특히 설빙은 일단 매장을 열면 대부분 점포를 최소 50평에서 크게는 100평에 달하는 대형 공간으로 꾸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더구나 서울에선 이태원역 인근에 있던스타벅스’ 100호점 매장 자리, 가로수길에 자리 잡고 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블루밍가든자리 등 소위 지역 랜드마크가 될 만한핫플레이스입지를 꿰차고 들어선 경우도 있었다. 글로벌 커피 브랜드와 고급 레스토랑도 임대료가 부담돼 매장을 빼는 상태에서 한 그릇에 만 원도 안 되는 빙수 메뉴가 핵심인 설빙이 대신 들어서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코리안 디저트 카페를 표방하며 올여름 급성장한 설빙에 대해 DBR이 집중 분석했다.

 

떡카페시루에서의 시행착오 통해 히트 메뉴 개발

설빙은 창업자인 정선희 대표(32)가 지난 2011 10월 부산 남천동에 문을 연 떡카페시루가 시발점이 됐다. 인제대 식품영양학과를 나와 일본에서 외식 비즈니스에 대해 공부하고 온 정 대표는다양한 전통 디저트가 대중화돼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이렇다 할 만한 메뉴가 없는 게 안타까워 시루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약과, 다식, 정과 등 한국에도 고유의 디저트가 많지만 대개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나 먹지 일상적으로 즐기지는 않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는 것. 특히떡은 케이크나 쿠키보다 훨씬 몸에 좋은 건강식인데도 대개 나이든 사람들만 좋아하고 10∼20대 젊은이들에겐 외면당하고 있는 게 아쉬워 떡카페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매장 규모는 20평 정도에 좌석도 스무 개 남짓 들어가는 자그마한 매장이었다.

 

시루를 운영하며 정 대표는 떡을 주제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초콜릿, 치즈, 과일 등 다양한 식재료를 떡과 결합해 여러 메뉴를 만들었다. 음료도 오미자차, 대추차, 매실차 등 일반적인 한국 음료부터 감잎, 뽕잎, 연잎, 겨우살이 등 갖가지 전통차를 선보였다. 정 대표는시루를 운영하면서 개발했던 신메뉴를 정리해 놓은 스프링노트 개수만 따져도 10여 권이 넘는다매주 메뉴판에 적어놓는 메뉴가 달라졌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고정된 메뉴로 장사를 한 게 아니라 계속해서 메뉴를 바꿔가며 가게를 운영한 이유는 다양한 신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대중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아이템이 무엇인지 찾아가기 위해서였다고. 정 대표는단순히 부산에서 가게 하나 운영하려고 시루를 연 건 아니었다처음부터 한식 디저트의 대중화와 세계화가 목표였고 시루는 그 비전을 이뤄나가기 위한 첫 단계였다고 강조했다. 향후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두고 시루를 일종의테스트 베드로 삼아 차근차근 사업 준비를 해 나갔다는 설명이다.

 

시루 매장을 열고 첫 6개월 동안의 매출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어떤 메뉴든 대중화시키려면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빵과 케이크류에 익숙해 있는 젊은이들의 관심을 끄는 게 무엇보다 힘들었다. 대부분 시루 매장을 찾는 고객은 떡을 원래 좋아하는 나이 든 중장년층이었다. 젊은 층 가운데 일부 시루를 찾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마니아층에 불과했다. 정 대표는일단 한번 먹어보게만 하면 떡의 매력에 빠뜨릴 자신이 있었지만일단 한번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반 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정 대표는 메뉴 개발 전략을 바꿨다. 기존엔 떡을주재료로 삼고 초콜릿, 과일 등 다양한 재료를부재료로 더해 메뉴를 개발했지만 이를 거꾸로 뒤집었다. ,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빵이나 빙수처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주재료로 삼고 떡을 부재료로 접목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퓨전 메뉴를 만들겠다는 융합 전략은 계속 펼쳐나가면서도 주객을 전도시키는 역발상 접근법을 취한 것. 기존엔 시루가 떡카페다 보니 자연스럽게 떡을 핵심으로 내세워 신메뉴를 개발했는데 오히려 그점이 젊은이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만약 젊은 층들이 좋아하는 빙수나 빵을 중심으로 메뉴를 개발해 이를 알려나가면 젊은이들도 좀 더 쉽게 다가올 것이라고 봤다. 때마침 시기도 초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었고, 특히나 빙수는 가수 윤종신이 부른팥빙수라는 노래까지 있을 만큼 대중적인 메뉴라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이렇게 해서 개발된 제품이 바로 인절미 빙수와 인절미 토스트다.

 

인절미 빙수는 우유로 만든 얼음을 갈아 빙수를 만들고 그 위에 인절미 콩고물을 수북하게 쌓아 올린 메뉴다. 인절미 빙수를 보고 흔히눈꽃빙수라고 말하는 것도 갈려져 있는 얼음이 뽀얗고 부드러운 눈송이 같아서다. 수북하게 쌓인 콩가루 위에는 아몬드를 얹고 연유를 가미해 달고 시원하면서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특히 빙수에는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고 여겨지는 팥이 없는 게 특징이다. 정 대표는평소 당뇨로 고생하시는 아버지도 드실 수 있는 빙수가 없을까 고민하다 개발한 메뉴라며당도가 높은 팥 대신 콩가루를 집어넣어 건강을 좀 더 생각한 게 이 메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인절미 토스트는 부드러운 빵과 쫄깃한 인절미가 조화를 이룬 퓨전 메뉴다. 식빵 두 조각 사이에 인절미를 넣고 오븐에 구워낸 메뉴인데 빵 사이에 치즈처럼 인절미가 얇게 들어가 있어 식감이 좋은데다 토스트 위에 콩가루와 아몬드를 뿌려 고소함을 한층 더했다.

 

 

새롭게 적용한 퓨전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인절미 빙수와 인절미 토스트를 만들면서 상황은 180도 변했다.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특히 정 대표가 그토록 공략하기 원했던 젊은 층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하교 시간만 되면 인근 초··고교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매장이 북새통을 이뤘다고. 인절미 빙수와 인절미 토스트를 맛본 이들이 자발적으로 블로그에 메뉴를 소개하면서 시루를 부산의 대표 맛집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네이버 검색창에인절미 토스트를 치면남천동이 자동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다. 당시 시루에서 내놓은 남천동 인절미 토스트 관련 블로그를 검색해 보면개인적으로 인절미를 좋아하지 않아서 먹기 전엔 별로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한 입 먹어보고선 그 편견을 싹 깨어버렸어요. 완전 굿!(블로그 ID: 꿀물)” “인절미 토스트. 진짜 별거 아닌 메뉴인데, 왜 이렇게 맛있지?(블로그 ID: 도시괭이)” 등 호평이 많다. 정 대표는네티즌들의 도움으로 시루가 부산 맛집으로 소개되면서 서울에서 메뉴를 맛보러 오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일본의 웬만한 관광 가이드북에도 시루가 소개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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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실

    이방실smile@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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