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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하늘에 새길 수도 있다

곽준식 | 12호 (2008년 7월 Issue 1)

배트맨에 등장하는 꿈의 광고 매체
영화 ‘배트맨’ 시리즈. 고담시에 악당이 등장해 분탕질을 칠 때면 언제나 을씨년스러운 하늘에는 ‘영웅’을 부르는 서치라이트가 비춘다. 그러면 어디선가 배트맨이 날아와 악당들을 단숨에 제압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광고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하늘에 선명한 이미지를 새길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보다 더 주목을 받을 수 있고 임팩트가 강한 광고매체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아이디어는 과학적으로 실현 불가능하고, 가능해지더라도 밤에만 광고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또 대중화되더라도 밤하늘에 각종 광고로 인해 시각적 공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문제점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필자는 ‘하늘’을 도화지 삼아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나의 헛된 꿈을 현실화시키는 아이디어를 만났다.

하늘에 전하는 메시지 : 스카이라이팅(Skywriting) 또는 스카이타이핑(Skytyping) 

하늘에 글씨를 새겨 메시지를 알리는 방법을 스카이라이팅(skywriting) 또는 스카이타이핑(Skytyping)이라고 한다. 스카이라이팅이 사람이 필기하듯이 하늘에 글씨를 쓰는 거라면(그림 1 ) 스카이타이핑은 말 그대로 컴퓨터로 타이핑하듯이 하늘에 글씨를 새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그림 2 )
 
하늘에 글씨를 새기는 이 아이디어는 영국인 조종사 존 클리퍼드 세비지가 1922년에 개발해 펩시콜라가 1930년 최초로 상업광고에 이용했다. 파란 하늘에 수놓아진 글씨는 호주(www.skywriting.com.au)나 미국(www.skytypers.com)의 하늘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호주에서 스카이라이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에이스 어버브 스카이라이팅(ACE Above Skywriting)’으로 광고 가격은 12자까지 3800호주달러(약 370만 원)이고, 추가되는 글자당 호주달러로 180호주달러(17만 원)다. 하늘에 쓸 수 있는 최대 글자수는 40자라고 한다. 2005년에는 한 남성이 ‘WILL YOU MARRY ME?’라는 스카이라이팅을 이용해 청혼하는 등 기업뿐 아니라 개인 이용도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스카이타이퍼스(Skytypers)’라는 회사가 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카이타이핑은 보통 비행기 5개가 나란히 비행하면서 사전에 컴퓨터에 입력한 위치와 시간에 점 형태의 연기를 내뿜음으로써 글씨를 새긴다. 하늘에 새겨진 글씨는 약 5분 지속된다. 스카이타이퍼스에 따르면 스카이타이핑의 광고 효율성은 TV 광고의 20배, 잡지광고의 9.6배, 라디오광고의 5.1배에 이른다.
 
하늘에 띄우는 이미지 : 플로고(Flogo=Flying Logo)
하늘을 나는 로고’라는 의미의 플로고(Flogo= Flying Logo)는 일명 ‘인공 구름 광고’로 불리기도 한다. 1990년대 후반에 프랜시스코 게라와 브라이언 글로버라는 두 젊은이가 고안해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든 제품이다. 현재 24, 36, 48인치 세 가지 제품이 나온다. 플로고의 형태는 디즈니, 애플 기업 로고와 같은 단순한 형태에서 어린이 모양과 같은 좀 더 복잡한 형태의 그림까지 가능하다(그림 3)
 
플로고는 헬륨, 산소, 비누방울로 만들어져 헬륨가스보다 가볍고 하늘을 오염시킬 염려도 없다. 플로고는 바람의 방향과 속도에 영향을 받는데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까지 지속돼 20
30마일 정도 떠간다. 현재 플로고의 색상은 하얀색으로 한정돼 있지만 2009년에는 컬러 색상을 선보일 계획이다. 플로고를 만들 수 있는 기계의 임대비용은 하루 약 3500달러다. 이 비용은 항공기 꼬리에 대형 광고 배너를 달고 다닐 때 하루에 지불하는 비용 5000달러나 굿이어(Goodyear)가 사용한 광고용 소형 연식 비행선을 이용할 때 드는 월 25만 달러보다 저렴하다.
 
하늘에서 보는 메시지 : 크롭 서클(Crop Circle)을 이용한 광고
크롭 서클(Crop Circle) 또는 미스터리 서클(Mystery Circle)은 곡물이 일정한 방향으로 눕혀져 있어 위에서 보면 전체적으로 어떤 무늬가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크롭 서클은 영국, 네덜란드, 미국, 호주 등 전 세계에서 발견된다. 크롭 서클이 생기는 원인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UFO 착륙 흔적설이지만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최근에는 크롭 메이커들이 인위적으로 크롭 서클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런 크롭 서클을 광고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림 4 는 미국의 ‘맥심’ 잡지사가 2006년 잡지 발간 100주년을 기념해 미국드라마 ‘위기의 주부들’로 유명한 에바 롱고리아의 비키니 사진을 이용해 만든 가로 23m, 세로 35m의 초대형 광고판이다. 이 초대형 비키니 사진 광고판은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사막에 설치되어 있으며, 크롭 서클처럼 도로를 지나는 운전자나 행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비행기나 인공위성을 통해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맥심은 이를 프레스 릴리스해서 상당한 광고효과를 거두었다.
 
스카이라이팅, 스카이타이핑, 플로고가 하늘에 글씨나 이미지를 새겨 하늘을 올려다보게 하는 방법이라면 크롭 서클을 이용한 광고는 반대로 하늘에서 내려다보게 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휴가철이 되면 바닷가에 수십, 수백만의 피서객이 일시에 몰린다. 스카이라이팅, 스카이타이핑, 플로고를 사용할 수만 있다면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에게 브랜드나 로고를 노출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크롭 서클을 이용한 광고는 비행기 착륙 때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의 심리를 활용에 공항 주변에 적절히 설치한다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진기함, 희소성, 비경쟁성을 무기로 한 스카이라이팅, 스카이타이핑, 플로고, 크롭 서클을 이용한 광고의 경우 소비자들은 ‘캡티브 오디언스(Captive Audience: 싫어도 듣거나 볼 수밖에 없도록 사로잡힌 청중)’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효과는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필자는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리앤디디비 마케팅 연구소장을 거쳐 현재 동서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소비자 정보처리 및 의사결정 분야가 전공이다. 저서로는 <마케팅 리더십>(2005년), <선택받는 나>(2008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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