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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연산 회가 양식 회보다 좋지?

김지헌 | 7호 (2008년 4월 Issue 2)
얼마 전 ‘오천만의 일급 비밀’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즐겨 먹는 생선회를 주제로 다룬 적이 있다. 생선 회의 ‘달인(達人)’ 아주머니 한 분이 출연해 살아 움직이는 광어의 색깔만으로 자연산인지, 양식 물고기인지를 척척 맞혔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회를 먹기 좋게 썰어서 쟁반에 올려놓고 맛을 보고 맞혀보라고 하자 자연산인지 양식인지 전혀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연산과 양식 회의 차이는 무엇일까? 식품 분야의 전문가들은 자연산이 양식에 비해 활동량이 많아 10% 정도 육질이 더 쫄깃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차이는 소비자가 지각할 수 없는 수준, 즉 ‘차등적 문턱(differential threshold)’ 이하에 있다. 달인이 구분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인간 지각의 한계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자연산 회가 더 비싼 이유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자연산 회를 더 선호할까? 자연산 회가 양식 생선회보다 더 비싼 값에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항생제 문제 등을 제외한 순수 영양학적 측면에서는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사료를 먹여 키운 양식 물고기가 자연산보다 더 우수하다(방송에서는 물고기에게 출하 시점 몇 개월 전부터 항생제를 먹이지 않으면 항생제 잔류량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답은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스쿨의 그레고리 카펜터 교수 등이 1994년 JMR(Journal of Marketing Research)에 발표한 ‘의미없는 차별화가 낳은 의미 있는 브랜드(Meaningful Brands from Meaningless Differen-tiation: The dependence on irrele-vant attributes)’라는 논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통적인 차별화 전략은 자사 제품에 경쟁제품에 없는 차별화 속성(attribute)을 추가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더 큰 혜택(benefit)을 제공하는 것이다. 휴대전화에 DMB나 MP3 기능을 추가해 전화 통화만 가능한 기존 제품보다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카펜터 교수의 논문은 소비자 혜택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는 속성(meaningless attribute)’을 추가할 경우에도 효과적인 제품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전혀 없는 ‘실크(silk) 성분을 소량 첨가한 샴푸’가 일반 샴푸보다 소비자의 호응을 얻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실질적 혜택과 무관한 속성(irrelevant attribute)을 이용한 차별화를 ‘유사 차별화(pseudo differen-tiation)’라고 한다.
 
새로운 속성은 참신하고 두드러져 보여
소비자는 왜 기존 제품과 실제로는 별 차이가 없는 제품을 더 선호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속성이 가져다주는 참신성에 있다. 소비자는 동일한 속성보다는 차별적 속성에 더 큰 가중치를 두고 제품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품질, 기능 면에서 경쟁 제품과 큰 차이가 없으면 추가 속성의 효과가 더 커진다. 이것이 바로 실질적인 혜택이 없더라도 제품과 브랜드를 더 독특하고, 참신하며, 두드러져 보이게 하는 비결이다. 샴푸에 첨가한 소량의 실크도 제품과 브랜드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데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둘째, 소비자는 제품에 만족할 경우 그 원인을 다른 제품과의 차별적 속성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타제품에는 없는 무의미한 속성(meaningless attri-bute)이 자신을 만족시키는 데 중요한 기능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소비자가 실크 샴푸의 향기 등과 같은 다른 요소에서 만족을 느끼더라도 타제품에 없는 ‘실크 함유’에서 만족의 이유를 찾는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는 유사 차별화 제품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해 ‘가치 있는 상품’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제품이 실질적 혜택을 주지는 않지만, 소비자 스스로 그럴듯한 의미를 찾아 만족을 느낀다는 말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유사 차별화 제품이 제공하는 ‘의미없는 속성(meaning-less attribute)’은 소비자가 얻는 혜택에 대해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한다.
 
이때 소비자는 추론을 통해 제품의 추가적 속성에 의미를 부여한다. 실크를 함유한 샴푸의 경우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없으면 왜 광고를 하겠느냐’고 추론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소비자가 언론 등을 통해 실크 샴푸가 실제로는 일반 샴푸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여전히 유사 차별화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이다(카펜터 교수의 논문에서는 샴푸 대신 오리털과 거위털 파카를 실험 자극으로 사용했다). 비록 연관성이 없음을 알려줬다 해도 여전히 경쟁 제품에 비해 독특하게 보이는 효과(salient)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험을 진행한 학자들도 이러한 현상에 매우 놀랐다(그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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