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은 ‘비즈니스의 꽃’으로 불립니다. 고객에 대한 철저한 분석, 차별적 가치 제공, 인간적 신뢰 형성 등 비즈니스의 모든 성공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야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동아일보가 국내 1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 158명을 전수(全數) 조사한 결과, 자신의 ‘기업 내 주전공’을 ‘마케팅·영업’이라고 밝힌 CEO가 33명(20.9%)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영업을 모르고 고객을 모르면 성공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우리 시대 최고의 영업 달인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영업 관계자뿐만 아니라 초경쟁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분들이 두고두고 곱씹어볼 만한 주옥같은 지혜를 전해줬습니다. 영업 고수들의 노하우와 과학적 세일즈 방법론을 집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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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의 달인이 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 의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자동차, 보험, 금융, 제약, 물류, 교육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최고의 영업 능력을 인정받은 10인을 집중 탐구했다. 영업의 달인들은 고객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며 진심으로 고객을 대했으며 영업 과정에 발생한 다양한 한계 상황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또 자신의 일에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으면서 효과적으로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10명의 고수가 전하는 10가지 영업의 ‘비전(秘傳)’을 들여다본다.
경청(敬聽)으로 마음을 얻어라
흔히 영업을 잘하는 사람하면 달변가를 떠올린다. 하지만 자동차 판매 업계에서 ‘전설’로 통하는 대우차판매㈜ 혜화지점 박노진(54) 상무는 달변과는 무관하다. 매우 유순하고 조용한 성격이지만 그가 28년간 판매한 자동차 대수는 무려 4225대에 달하고 10년간 판매왕을 놓친 적이 없다.
그는 경청이 무한한 위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저는 대화 중 고객이 80%를 말하게 하고, 제가 나머지 20%를 말합니다. 차에 대한 설명은 20%만으로도 충분해요. 안전도, 스타일, 경제성 등 차를 구매하려는 여러 이유 중 고객이 어떤 가치를 가장 우선시하는지 고객 스스로 말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아 손님한테는 이런 이유로 이 차가 맞을 것 같습니다’ 이러면 역효과만 납니다.”
BMW 판매왕인 구승회 코오롱모터스 과장도 가장 중요한 영업 노하우로 경청을 꼽았다. “고객의 얘기를 듣다 보면 최고의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고객이 어떤 상태인지,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아이들은 어떤지…. 이런 정보를 알고 있으면 고객의 니즈를 잘 채워줄 수 있습니다.”
삼성생명의 스타 보험 판매왕 중 한 명인 김혜영 중앙지점 도명브랜치 수석팀장도 마찬가지다. 김 팀장은 100억 원이 넘는 보험 계약을 올리며 10억 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스타지만 대화를 해보면 맥락 파악이 어려울 정도로 눌변(訥辯)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소 어눌할지라도 진정을 담아 얘기하면 오히려 고객들이 더 좋아한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고객과 만났을 때 절대 자신이 이야기를 주도하지 않는다. 묵묵히 고객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신한 후 그에 맞는 상품을 권한다. “제가 보험에 대해 더 많이 알지만 고객을 가르치려 드는 것은 매우 위험한 태도입니다.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은 매우 간단하고 쉬운 일처럼 비친다. 하지만 경청은 음악을 듣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상대방의 생각을 주의 깊게 듣고 처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청은 상대방에 대한 최고의 배려다. 영업의 달인들은 감각적으로 이런 사실을 알고 실천해왔다. 경청을 통해 고객을 이해하고 아직 충족되지 못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청은 쉽지 않다. 내가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했다고 섣불리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 내 주장을 펴고 싶은 욕구도 꾹 누르고 있어야 한다. 중간에 상대방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자신이 할 말을 궁리해서도 안 된다. 특히 주의를 분산시키지 말고 상대방의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경청의 출발점이다.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눈과 손, 몸짓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는 것도 표현해야 한다. 이런 경청은 인간관계를 풀어가는 마법의 열쇠다.
회사가 안 하면 내가 한다
적극적인 직장인들은 회사에 필요한 사항을 요구하기도 하고 불합리한 관행을 고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관료주의적 장벽 때문에 이런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쯤에서 대부분 직장인들은 “나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공이 뛰어난 고수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회사가 안 해주면 본인이 직접 한다.
국내 ‘빅 4’ 물류회사로 도약한 CJ GLS의 차동호 상무는 업계에서 B2B(기업간 거래) 영업의 전도사로 불린다. B2B 영업은 일반 소비재 영업과 매우 차이가 난다. “물류 컨설팅 영업은 자동차처럼 눈에 보이는 상품을 파는 게 아니어서 매우 어렵습니다. 자동차나 보험은 남에게 사야 하는 물건이라고 생각하죠. 그러나 물류는 다릅니다. 어느 기업이든 대동맥과 같은 물류를 다른 기업에게 맡기려 하지 않습니다. 자사 정보를 노출시킨다는 부담도 있고 사내 물류 부서나 노조의 반대도 강합니다.”
이런 어려운 영업 여건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차 상무는 주먹구구식 영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판단했다. “CJ GLS에 오기 전 저는 물류의 ‘ㅁ’자도 몰랐습니다. 수주 계약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고객은 어떤 식으로 만나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죠. 이런 상태에서 원시적 영업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고객관리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회사 설립 초기라 2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시스템 도입 비용을 쉽사리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까짓것 내가 직접 못할 게 뭐냐’는 심정으로 직접 시스템 개발에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