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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트렌드와 세계 경제의 ‘변곡점’

김희집 | 37호 (2009년 7월 Issue 2)
이웃 일본에서는 올해 4월부터 2개의 하이브리드카 차종이 신차 판매(경차 제외) 순위에서 1위를 번갈아 차지하고 있다. 도요타의 ‘프리우스’와 혼다 ‘인사이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차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비와 저렴한 가격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신형 프리우스는 리터당 약 38km를 달리고, 일본 내 가격이 205만 엔으로 이전 모델모다 약 12% 싸다. 인사이트는 리터당 30km를 달리지만, 가격(189만 엔) 면에서 프리우스보다 경쟁력이 있다. 신형 프리우스는 우리나라에도 올해 10월 시판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우리나라의 아반떼 하이브리드도 곧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선다.
 
세계 산업계를 흔들 변곡점
지난 5년간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5배나 늘어났다(2008년 기준 1420억 달러).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유 가격이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지난해에도 대체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거의 줄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대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확실한 증거다. 덴마크는 이미 전체 전력의 20% 이상을 풍력발전으로 생산한다. 이전과 달리 충분한 원가 경쟁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이는 앞으로 다가올 큰 변화의 전초다. 1800년대 후반 전구의 발명은 등유 가격 폭락을 가져왔지만, 내연기관의 등장은 석유산업의 번성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현재의 에너지 산업 트렌드가 세계 산업계를 뒤흔들 변곡점은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이는 ‘100년 만의 금융위기’보다 더 큰 변화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집에서 충전하는 車’ 등장
화석 연료에 대한 수요는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의 수요 증가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에너지 효율화 노력, 환경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 대체 에너지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화석연료 비중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체 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가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집에서 충전하는 자동차 △1갤런(3.785L)에 100마일(160km)을 가는 엔진 △직경 100m가 넘는 풍력발전기 △우주 태양광 발전 등의 연구 투자가 앞으로 5년 정도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환경에 대한 관심은 구체적인 국가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6월 미국과 중국이 온난화 회담을 시작했으며, ‘녹색 소비자’의 압력은 다양한 새로운 정책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민간의 밀접한 협력 필요
이런 시기에 우리나라가 ‘저탄소 녹색 성장’을 정책 방향으로 삼은 것은 매우 타당하다. 녹색 에너지와 친환경 기술은 우리 기업들의 ‘차세대 먹을거리’임과 동시에, 국가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부수적 효과까지 있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IT) 기술을 접목하는 지능형 전력망(smart grid) 기술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는 서로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지경부는 2030년까지 지능형 전력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국가 단위에서는 세계 최초다. 이를 통해 68조 원의 신시장 창출과 원자력발전소 7기 분량의 에너지 소비 효율화, 온실가스 배출량 4100만t 감소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녹색 성장은 정부와 민간이 치열한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상호 협력 모델을 찾아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녹색 성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일방적인 지원은 기업의 의존성을 높이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낭비를 유발할 수도 있다. 정부의 장기적 거시 전략과 개별 기업의 특화된 미시 전략이 결합할 때, 최고의 녹색 성장 신화가 탄생할 수 있다.
 
아울러 기업은 녹색 성장과 관련한 자신의 전략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커다란 변곡점상에서 자신을 어떻게 포지셔닝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텍사스대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2002년에서 2004년까지 동아시아 지역의 액센츄어 에너지 자원 산업그룹을 총괄했으며, 2007년 2월 액센츄어 코리아 총괄대표로 취임했다. 2009년부터 액센츄어 아시아태평양 에너지 산업 부문 대표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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