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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페이스, 도시의 문화 공간으로

장윤규 | 25호 (2009년 1월 Issue 2)
기업의 브랜드 전략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전략 모델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단순히 마케팅 도구로 여겨지던 브랜드 영역은 이제 공간 개념을 포함한 새로운 영역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공간(space)을 통해 ‘제3의 공간 개념’ ‘공간디자인 마케팅’ 등의 새로운 브랜드 전략 모델을 내놓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공간디자인 마케팅’은 기업이 제공하는 공간을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간으로 직접 만들거나 공간을 매개로 한 소비자 체험을 제공해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마케팅 활동을 뜻한다. 공간이 기업과 소비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매개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공간디자인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이런 트렌드 속에서 기업 및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상징화한 ‘브랜드 스페이스’가 주목받고 있다. 

브랜드 스페이스는 공간 또는 장소라는 매개체를 통해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만을 전달한다는 개념이 아니다. 문화적 파급 효과를 내고, 공공적 사회성을 재생산해내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문화 공간을 구축하는 ‘문화 마케팅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브랜드 스페이스로 필자가 속한 ‘운생동건축가그룹’(이하 운생동)이 설계한 금호복합문화공간 ‘크링(kring·원을 뜻하는 네덜란드어)’을 소개하고자 한다. 운생동은 기업과 고객 간의 상호보완과 소통을 위한 건축물을 구축하고, 그 건축물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려고 했다. 이를 위해 복합문화공간에 ‘브랜드적 도시 조각물’이라는 개념을 적용했다. 마치 환경 조형물처럼 건축물을 구축하고, 그 안에 복합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금호건설의 혁신적인 요구와 운생동이 제안하는 설계의 발상 전환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브랜드 스페이스 구축이 가능했다. 

운생동은 금호건설의 ‘어울림’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건축적 형상화 작업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변형시키고자 했다. 어울림의 브랜드는 조화로움을 추구한다. 우리는 이 조화로움을 건축적 해석을 통해 도시를 연결하고 확산하는 ‘울림’으로 심화시키기로 했다. 자연·도시의 다양한 요소가 한데 모여 조화롭게 어울리고, 이것이 다시 커다란 공명과 울림을 만들어 퍼져 나가는 브랜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우리는 도시를 향해 이미지를 발산하고, 도시의 에너지를 빨아들이기도 하는 커다란 ‘울림통’을 형상화해 건축물을 설계했다.
 
또한 운생동은 이 울림통을 ‘꿈’이라는 콘셉트와 연결했다. 우리는 크링이 낮에는 물론 밤에도 도시의 조명 조각물이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반면에 내부로 들어왔을 때는 크링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담을 수 있는 백색 공간이 되도록 만들었다. 공간적 초현실성을 나타내는 백색 공간은 연극에서 무대와 같은 장소다. 공연의 종류와 내용에 따라 무대 세트가 변하듯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설계한 것이다. 전문 예술 코디네이터가 운영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크링의 내부 공간은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통로와 같은 복합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상품 생산에 기반을 둔 사회가 정보 생산에 기반을 둔 사회로 전환되는 역사적 변환이 일어났다. 이런 변환 속에서 새로운 브랜드 가치로서 건축 및 공간을 상품화·브랜드화 하고자 하는 요구는 더욱더 커지고 있다. 건축 영역이나 공간 개념이 파괴된 지 오래며, 건축을 상품으로 보는 방식도 그 좌표 범위를 넓히고 있다. 브랜드 스페이스 구축으로 새로운 문화 브랜드를 창출하는 기회를 만들어 볼 때다.

필자는 서울대 건축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운생동건축가그룹’ 대표, 국민대 건축대학 교수, ‘갤러리정미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는 금호복합문화공간 크링, 예화랑, 서울대 건축대학, 홍익대 대학로캠퍼스, 파주출판단지의 생능출판사, 광주 디자인센터, 이집트 대사관 등이 있다. 세계적인 건축상인 AR Award와 뱅가드상을 비롯해 2008년 한국공간디자인대상 대상, 대한민국 우수디자인(GD) 국무총리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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