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MZ세대 줄 세우는 신흥 F&B ‘GFFG’의 리테일-마케팅 전략

“미국 맛 음식… 팬데믹 시대에 여행 간 기분”
매장 앞 긴 웨이팅도 즐거운 경험으로

337호 (2022년 0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F&B 기업 GFFG는 수제 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 디저트 카페 브랜드 ‘카페 노티드’ 등 MZ세대가 1∼2시간씩 줄 서서 먹는 매장들을 운영한다. 2017년부터 도산공원 인근 신사동, 청담동 일대에 본사와 주요 매장을 세워 도산공원 상권의 부흥을 함께했다. 특히 카페 노티드는 청담동 일대에서 트렌드를 주도하며 인플루언서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패션 마케터, 매거진 에디터, 포토그래퍼 등을 중심으로 초기 홍보를 펼친 결과 인지도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일러스트 작가 이슬로, 무신사, 롯데제과 등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며 브랜드에 신선함을 부여했던 것도 주효했다. GFFG 특유의 ‘미국의 맛’은 미국 여행에 대한 간접 경험을 제공한다. 매장별 한정 메뉴를 판매하거나 웨이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쾌한 경험을 최소화하는 등 고객들이 팬데믹에도 매장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도록 이끌었다.



2021년 크리스마스이브 전날인 23일 오전, 서울 도산공원 옆 한 카페. 이른 시간부터 수십 명의 손님이 매장 밖까지 줄을 섰다. 이들이 손에 들고나온 것은 바로 도넛. 가운데 부분에 동그란 구멍 대신 크림이 꽉 찬 이 도넛이 이 가게의 시그너처 메뉴다. 가게 내부는 스마일 캐릭터, 곰 인형 캐릭터 등의 일러스트와 소품, 굿즈들로 가득했다. 디자인이 예쁜 독특한 도넛부터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곳곳이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공간에서 고객들은 인증샷을 남기느라 바빴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맞은편 수제 버거 가게에도 긴 줄이 이어졌다. 이 가게들의 손님들은 대학생부터 어린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까지 대부분이 MZ세대다. 맛집 탐방을 좋아하거나 소셜미디어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이 가게들의 이름을 이미 눈치챘을 터. 카페의 이름은 ‘카페 노티드(Cafe Knotted, 이하 노티드)’, 수제 버거 가게의 이름은 ‘다운타우너(DOWNTOWNER)’다.

노티드와 다운타우너는 모두 ‘GFFG’의 작품이다. GFFG의 이준범 대표는 중•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16년을 미국에서 생활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에 돌아와 한 패션 구매 대행 회사에 취직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진로를 고민하던 중 대학 선배의 제안으로 이태원의 한 버거 가게에서 일을 시작하며 요식업에 뛰어들었고 이내 매력에 빠지게 됐다.

2014년 용산 경리단길에서 다운타우너의 전신인 수제 버거 가게 ‘오베이(5bey)’로 창업을 시작했고, 2015년 경리단길에 브런치 카페 ‘리틀넥(LITTLENECK)’을 열었다. 이어 2016년 한남동에 다운타우너를 2017년 신사동에 노티드를 오픈했다. 2018년에는 여러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기 위해 ‘Good Food For Good’이라는 메시지를 천명하며 이니셜을 딴 ‘GFFG’를 설립했다. 이후 서양식 한식당 ‘호족반’, 미국식 피자 매장 ‘클랩피자(CLAP PIZZA)’, 미국식 중식 매장 ‘웍셔너리(Woktionary)’ 등 새로운 퓨전 음식 브랜드들을 잇따라 선보였다. (DBR minibox Ⅰ ‘GFFG 브랜드 소개’ 참고.)


DBR mini box I
GFFG 브랜드 소개

GFFG는 가장 잘 알려진 다운타우너와 노티드 외에도 리틀넥, 클랩피자, 호족반, 웍셔너리 등 6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이 대표의 유학 당시 경험이 녹아 있는 게 특징이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로부터 새로운 브랜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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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넥 저렴하고 맛있는 미국 가정식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다운타우너의 전신인 오베이의 한 직원이 버거가 아닌 다른 요리도 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 이 대표와 함께 열게 된 브랜드다. 리틀넥은 뉴욕의 작은 동네 이름으로 이 대표가 미국 유학 당시 길을 잃어 우연히 방문하게 되면서 알게 된 곳이다. 당시 포근했던 동네의 느낌이 오랫동안 잔상에 남아 있어 미국 가정식 브랜드 이름으로 결정하게 됐다.

클랩피자 이 대표가 미국에서 햄버거 다음으로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이 바로 피자다. 마침 이 대표가 2018년 합류한 허준 CMO에게 꿈을 묻자 “나중에 나이 든 뒤에 작은 피자 가게 하나 운영하고 싶다”는 말에서 출발해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만들게 된 브랜드다. 피자 도우를 만들 때 손에 묻은 가루를 털기 위한 동작인 ‘클랩’과 맛있어서 받는 박수 소리인 ‘클랩’의 중의적인 뜻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

호족반 익선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시미시미’를 운영하던 임주엽 전 GFFG 이사(현 꾸까 CD)와 함께 만든 퓨전 한식집. 임주엽 CD의 동양적인 브랜딩 감성이 특징으로 NY뉴욕갈비, 들기름메밀국수, 트러플감자전으로 유명하다. 호족반은 ‘호랑이 다리의 반상’이란 뜻이다. 우리나라 전통 반상을 모티브로 ‘호방한 민족이 먹는 반상’이란 메시지를 담았다.

웍셔너리 이 대표가 미국 유학 시절 즐겨 먹던 ‘아메리칸차이니즈’를 한국에서는 제대로 구현한 곳을 찾기 힘들어 개발한 브랜드. GFFG가 정식적인 R&D팀을 갖춰 F&B 회사로서 안정된 뒤 탄생한 첫 브랜드다. 중국 음식을 만들 때 쓰는 팬인 ‘웍(wok)’과 사전을 뜻하는 ‘딕셔너리(dictionary)’의 합성어로 웍으로 만드는 모든 음식을 담겠다는 의미다.

GFFG는 2018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매년 매출이 2배씩 성장하며 ‘미국의 맛’으로 MZ세대의 입맛을 사로잡는 F&B(Food & Beverage) 업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노티드의 도넛은 한국에 때아닌 도넛 열풍을 일으키며 매일 생산 가능한 최대치까지 만들어도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됐다.

GFFG는 팬데믹 이전부터 배달 서비스를 진행했고 가정간편식(HMR)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롯데제과, 오리온 등 식품 제조 업체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며 마트, 편의점 등에서도 GFFG의 맛을 접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GFFG의 음식을 접할 수 있게 됐지만 GFFG의 매장들 앞에는 언제나 긴 줄이 서 있다. GFFG가 운영하는 매장의 정체성 중 하나가 ‘웨이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SNS가 맛집 정보를 얻는 원천이 되며 맛집 트렌드도 더더욱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반짝 뜨는 맛집들은 있지만 GFFG의 브랜드들처럼 수년째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업종을 불문하고 마케팅과 브랜드가 지향하는 화두 역시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팬덤을 만드는 일이다. GFFG는 어떻게 MZ세대 사이에서 기다리면서까지 꼭 방문해야 하는 맛집으로 등극하게 됐을까. DBR가 GFFG의 허준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만나 노티드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 GFFG의 리테일 및 마케팅 전략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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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세터들이 모이는 도산공원
젠트리피케이션으로부터 얻은 교훈

어떤 가게를 내든 자영업자들이 장사를 시작할 때 가장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자리’다. GFFG의 본사와 주요 매장들은 현재 도산공원 옆, 압구정 카페 골목 등 신사동 일대에 위치해 있다. 본래 오베이, 리틀넥, 다운타우너 등 GFFG의 초기 브랜드는 미국 본연의 맛을 앞세워 이태원, 한남동 일대에 1호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노티드를 시작으로 그 이후 생긴 외식 브랜드들은 모두 도산공원 옆에서 출발했다.

사실 2017년 노티드를 처음 열 때만 해도 신사동, 청담동 일대는 죽은 상권이나 다름없었다. 1990년대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외국 문화가 가장 빨리 들어오는 신문물의 항구 역할을 했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명품 거리가 조성되고 명품 매장, 고급 레스토랑 등이 입점하며 명품의 메카, 오렌지족의 성지라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임차인 구함’이라는 포스터가 빈 매장 곳곳에 붙었다. 임대료가 높아져 기존 임차인들이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1 이 시작된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지역을 찾는 새로운 임차인들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계속된 경기 침체로 창업자들의 수도 줄었는데 이들에게 크고 비싼 이곳 매장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었다. 더불어 인근에 자리 잡은 가로수길이 젊은이들이 모이는 상권으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외국인들은 이태원, 한남동으로 모이면서 청담 상권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도산공원 앞에 노티드 1호 점을 내기로 결심했다. 당시 리틀넥, 다운타우너가 위치했던 이태원과 한남동에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되며 새로운 본거지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청담동에 살고 있는 로컬 주민으로서 이 대표 자신이 편하게 출퇴근하며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매장을 내고 싶었다. 동시에 마음 한편으로는 언젠가 청담 상권이 부활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공실로 골머리를 앓던 매장이 많은 건 사실이었지만 여전히 청담동은 패션 회사, 스튜디오, 잡지사 등 트렌드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 트렌드가 시작되는 동네였다. 이들은 새로운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며 그만 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당시만 해도 일반적으로 햄버거를 1만 원 넘게 주고 먹는다는 게 익숙지 않았다. 질 좋은 재료를 이용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자 했던 이 대표에게 청담 상권은 가격에 대한 진입 장벽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게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다행히 이 대표의 막연한 바람이 실현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7년 이후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낮추기 시작하며 젊은 유명 셰프들이 가게를 내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명품 패션 브랜드가 중심이던 명품 거리에는 룰루레몬 등 요가, 골프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디오르의 카페 ‘카페 디올’, 에르메스의 전시관 ‘아뜰리에 에르메스’ 등 이종 결합형 플래그십 스토어도 청담동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특히 도산공원 일대에는 각종 맛집과 더불어 준지, 우영미 등 트렌디한 디자이너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며 가로수길에 지겨움을 느끼던 2030 소비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태원 상권이 타격을 입자 외국인들이 청담 상권으로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GFFG의 매장은 청담 상권뿐 아니라 송파의 송리단길, 성수동 등 서울에서 가장 핫하다고 일컬어지는 상권을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람이 모이는 상권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무엇보다도 본사에서 관리가 용이한 지역을 중심으로 물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들 상권에 들어가게 됐다. 이외에도 광교, 제주 등 서울 외 지역에도 일부 매장을 냈다.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은 핫한 상권의 숙명이나 다름없는 일로 꼽히고 있다. 청담 상권을 비롯해 GFFG가 매장을 낸 새로운 지역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티드 역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한 차례 매장 이전을 겪었다. 현재는 도산공원에서 도보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노티드 청담점이 위치했지만 사실 노티드의 1호 매장은 도산공원 바로 앞에 있었다. 많은 이가 노티드가 잘돼서 매장을 확장 이전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건물주가 바뀌면서 임대료 인상을 요구했고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게 근본적 이유다. 지하 매장까지 고민하며 임대 조건에 맞는 매장을 알아보다 정착한 게 지금의 위치다. 매장 이전의 아픔이 준 교훈도 있다. 허 CMO는 “고객들이 언제 와도 같은 자리에 있어 매장에서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매장을 만들고 싶다”며 “이런 취지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힙한 동네’에는 들어가도 그 안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메인 거리에는 들어가지 않으려 하는데 이런 곳이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기 좋은 도넛이 먹기에도 좋아
인플루언서의 인플루언서들에게 입소문

도넛이 노티드의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 잡기까지도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 노티드는 초기에 디저트 전문 카페로 기획되며 26년 경력의 최문성 파티시에를 영입했고 케이크, 푸딩, 쿠키 등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를 선보였다. 최 파티시에는 이 대표가 출•퇴근길에 자주 들르던 동네 빵집 사장님이었다. 이 대표는 그가 매일 레서피를 연구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아 직접 스카우트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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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공원 주변에 디저트를 주력으로 한 카페가 없었던 터라 매장에는 늘 사람이 가득했다. 그러나 손님들이 매장에 가득하다는 사실이 높은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 번 음료와 디저트를 시킨 손님들은 몇 시간씩 매장에 머무르며 시간을 보냈다. 애써 찾아온 손님들이 한숨 쉬며 발길을 돌려야 할 때 이 대표는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식당과 달리 회전율이 낮은 카페의 특성은 식당 사업만 해봤던 이 대표에겐 예상치 못한 복병이었다. 인기는 날로 높아지는데 매출은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자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해결책이 필요했으나 자리에 앉은 손님들을 빨리 일어나게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일부 가게의 경우 시끄러운 음악과 같이 부정적인 너지(nudge) 2 를 활용하거나 이용 시간에 제한을 두는 등의 방법으로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고객들의 경험을 해치고 재방문 의사를 꺾을 수도 있는 일이다.

노티드는 되돌아가는 손님들의 ‘빈손’에 주목했다. 이들이 맛있는 디저트를 쥐고 돌아갈 수 있다면 미안한 마음이 가시는 것은 물론 매출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크림이 위에 얹어져 있거나 부드러워서 모양이 쉽게 망가지는 메뉴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집에 도착해서 포장을 열었을 때도 모양이 잘 보존돼 보기 좋고 사진을 찍고 싶은 메뉴가 필요했다. 추로스, 양갱 등 여러 메뉴가 물망에 올랐다. 그중 하나가 도넛이었다. 미국에선 도넛이 일상적인 간식이다. 특히 지역마다 특유의 맛과 모양을 가진 로컬 맛집이 존재한다. 반면 한국에서 도넛은 보통 소수의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판매되며 한 번에 두 개 이상 먹기 힘든 단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너무 달지 않아 여러 개 먹을 수 있는 수제 도넛을 예쁜 박스에 담아 팔면 노티드만의 시그니처 메뉴가 탄생할 것으로 보였다. 최 파티시에는 너무 달지 않아 맛있다는 평가를 받던 디저트 크림으로 가득 채운 도넛을 개발했다.

이미 여러 차례 메뉴 개발에서 고배를 마신 터라 내부에서는 ‘과연 이 도넛이 잘될까’ 하는 우려가 컸다. 도넛과 포장 박스까지 개발을 마치고 최종 출시 결정만을 앞두고 있던 때, 이 대표는 미국 하와이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미국에서는 하와이가 특히 필링 도넛으로 유명하다. 이 대표는 현지에서 필링 도넛을 맛보며 노티드 도넛의 성공을 예감했다. 미국에서 맛본 미국 음식을 현지화해 한국에서 성공시킨 경험이 이미 수차례였던 그의 입에 노티드의 도넛이 한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을 것 같았다. 이 대표는 이 기쁜 소식을 한시 빨리 알리고 싶었다. 한국에서 새벽 시간대, 부스스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허 CMO에게 이 대표는 이렇게 외쳤다. “됐다! 바로 도넛을 출시하자.”

출시가 결정되고 본격적으로 도넛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 작전이 펼쳐졌다. 작전의 핵심은 GFFG의 입지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플루언서들의 인플루언서’를 집중 공략하는 것이었다. 인플루언서들의 인플루언서란 말 그대로 연예인이나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하며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이들로 패션 마케터, 매거진 에디터, 포토그래퍼 등이었다. 불특정 다수 혹은 인플루언서 개개인보다 이들을 공략하는 편이 훨씬 빠르고 넓게 노티드의 파급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보였다. 10년 경력의 패션 마케터 출신으로 이들과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던 허 CMO는 연예인 또는 모델들의 화보 촬영이나 인터뷰 현장, 패션 브랜드의 마케터와 매거진 에디터의 미팅 자리 등 인플루언서들이 모이는 곳에 도넛을 보냈다. 도넛을 알리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실제 가능성이 있는지 테스트하려는 의도도 컸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이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면 대중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으리라.

다행히 노티드는 이들의 까다로운 기준을 넘는 데 성공했다. 먼저 도넛을 보내지 않아도 매장을 방문해 도넛을 사가는 인플루언서들이 생겼고, 심지어 일주일에 매장을 3∼4번씩 방문해 도넛과 다른 디저트를 바리바리 싸가는 톱스타들이 생겨났다. 유명 연예인들의 방문 소식은 SNS와 입소문을 타고 유튜버 등 다른 인플루언서들을 불러 모았고 온라인 공간에는 이들의 방문 인증이 이어졌다. 노티드가 의도한 것들이 적중한 셈이었다. 이때부터 노티드 매장 앞에는 카페를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넛을 포장해 가기 위한 웨이팅 행렬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2018년 첫 출시 때만 해도 청담 매장 한 곳에서 200개 정도 팔리던 도넛이 수년 만에 현재 14개 매장에서 하루 2만∼3만 개가 판매될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브랜드의 영원한 숙제, 신선함

요식 업계는 트렌드가 전파되는 속도가 빠르다. 손님들 사이의 입소문도 빠르지만 동시에 원조 맛집을 빙자한 카피캣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다른 산업 분야보다 카피가 쉽다는 것 역시 요식업의 특징 중 하나다. 노티드 역시 필링을 가득 채운 도넛과 스마일 캐릭터가 그려진 파스텔 색상의 포장 박스가 유명해지자 이를 카피하는 매장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노티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운타우너 역시 대표 메뉴인 아보카도버거와 검은색-하얀색 스트라이프 패턴의 포장을 그대로 따라 한 매장이 여러 곳 생겨났다.

다행인 사실은 많은 고객이 GFFG가 원조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GFFG는 카피의 정도가 지나친 업체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객들이 자경단 역할을 한다. 고객들이 브랜드나 관계자 SNS를 통해 카피 업체들을 제보하는 것이다. 고객들 역시 GFFG의 오리지널리티가 손상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미였다. 이는 F&B 브랜드가 유명해지고 나서도 계속해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신선함을 환기해야 하는 증거가 될 만하다. 카피가 많은 시장인 만큼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브랜드의 요소들을 리뉴얼함으로써 매력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고객들의 팬덤을 유지할 다양한 방법을 고안함으로써 충성도를 잃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GFFG 역시 브랜드를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더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브랜드를 모르는 이들에게도 인지도를 쌓기 위해 캐릭터를 개발하거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 기성 작가와 만드는 캐릭터

노티드는 자체 개발한 스마일 캐릭터와 더불어 곰 인형 모양의 ‘슈가베어’ 캐릭터를 적극 활용해 매장을 꾸미고 굿즈를 만든다. 스마일 캐릭터에는 노티드를 통해 사람들을 웃게 만들겠다는 메시지와 더불어 초기에 매출이 오르지 않아 고전하던 때를 상기시키며 우리도 활짝 웃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 스마일 캐릭터는 도넛 박스 포장에도 담기며 SNS에 도넛과 함께 인증해야 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노티드의 또 다른 아이콘인 슈가베어는 일러스트 작가 이슬로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SNS에 아이들이 노티드의 도넛을 맛있게 먹는 영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아이들이 와도 좋아하고 신나게 구경할 수 있는 매장을 만들고자 했다. 밝고 귀여운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작가와의 협업이었다. 이슬로 작가는 동화 같은 그림체와 파스텔 컬러를 주로 사용해 노티드가 바라던 이미지를 잘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노티드는 이 작가와 함께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해 의논하고 도넛, 스콘 등 노티드의 대표 디저트 메뉴를 모티브로 삼아 슈가베어 캐릭터를 만들었다. 슈가베어 캐릭터로 매장을 꾸미는 것은 물론 컬러링북과 스티커를 제작해 아이들도 매장에서 지루해하지 않고 놀 수 있게 만들었다.

노티드뿐 아니라 GFFG의 브랜드들은 각 브랜드의 색채에 맞는 작가와 협업하고 있다. 허 CMO는 “기성 작가와의 협업은 작가의 개성을 통해 브랜드가 원하는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입히고 질 높은 아트워크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캐릭터는 타 브랜드와의 협업에서도 GFFG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수단이다. 예컨대, 노티드가 누구와 협업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든 스마일 캐릭터와 슈가베어가 그려져 있다면 고객들은 이를 보고 노티드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단번에 인식할 수 있다.

사랑받는 캐릭터는 그 자체로도 인기가 좋아 브랜드가 하나의 IP(지적재산권)로 인식되고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해 나가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GFFG에서는 각 브랜드의 캐릭터를 활용해 의류, 인형, 문구류 등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일부 제품의 경우 조기 품절이 일어나 SNS에 간곡히 재입고를 요청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한다. 노티드의 경우 2021년 전체 매출의 약 5%가 굿즈를 통해 발생했으며 2022년에는 더 다양한 굿즈를 통해 이 비중을 10%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2. 브랜드 간 컬래버레이션

GFFG는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도 적극 추진하며 ‘컬래버레이션 맛집’으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제과, 오리온 같은 식품 제조 업체, GS25와 같은 유통 업체는 물론 삼성전자, 무신사 등 음식과 관련 없어 보이는 회사와도 폭넓게 협업하며 다양한 제품과 프로모션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는 갤럭시Z 플립3 노티드 에디션, 노티드 액세서리 패키지 등을 출시했다. 케이스, 스트랩, 키링, 스티커 등 스마일과 슈가베어 캐릭터가 그려진 각종 액세서리를 선보였는데 노티드의 아기자기한 디자인 요소들은 갤럭시Z 플립3을 사용하는 묘미인 ‘폰꾸(폰꾸미기)’에 찰떡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 간 컬래버레이션은 무작정 혹은 지나치게 자주 진행될 경우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가 소모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즉, 여기저기서 발견되기에 오히려 힙하지 않은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최고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허 CMO는 GFFG가 컬래버레이션 파트너를 결정하는 기준 중 하나로 ‘명확한 이해관계’를 꼽았다. 서로 다른 두 브랜드가 섞이는 것은 콘셉트, 비용 처리 등 수많은 협의가 필요한 과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컬래버레이션이 유통, 식품 업계에 하나의 유행으로 번지면서 무수한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어지간해서는 컬레버레이션이 이슈로 떠오르기 더더욱 어려워졌다. 수고스러운 과정과 실패의 위험보다 각자가 상대의 브랜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큰지 신중히 따져보고 뚜렷한 확신이 섰을 때 협업을 진행해야 한다.

GFFG가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확실해 효과를 거둔 사례로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의 컬레버레이션이 꼽힌다. 사실 브랜드 간 컬래버레이션은 허 CMO의 숙원 사업이었다. 2018년 그가 GFFG에 합류했을 때 다운타우너는 3년 차, 노티드는 2년 차 브랜드였다. 당시 인스타그램을 통한 맛집 정보가 활발히 교류되고 있었고 그만큼 요식 업계 트렌드가 이전보다 빠르게 바뀌어 나갔다. 신박한 메뉴와 눈에 띄는 플레이팅으로 반짝 뜨는 맛집은 많았지만 롱런하는 맛집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2∼3년 차에 들어서며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브랜드가 계속해서 고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안겨주는 것이 트렌드를 타고 뜬 GFFG가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그는 해결책을 컬래버레이션이라 생각했고 GFFG와 결이 잘 맞을 것으로 보이는 브랜드들에 협력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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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퇴짜도 맞고 협력 제안 메일에 답장을 받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문을 두드린 결과 2020년 무신사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다운타우너와 노티드 매장에 무신사 테마를 입혀 일종의 무신사 쇼룸으로 꾸미자는 것이었다.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던 무신사에서는 오프라인에서도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려나가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무신사 본사가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위치해 있어 그 일대에서 MZ세대가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를 탐색하다 GFFG에 손을 내밀었다. GFFG 역시 무신사와의 협업을 통해 고객들에게 보다 새로운 공간과 제품을 선보이며 신선한 경험을 주고 싶다는 컬래버레이션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또한 무신사가 보유한 광고 채널에 이벤트 소식과 함께 다운타우너, 노티드를 알릴 수 있다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새로운 고객을 유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무신사도 F&B 브랜드와의 협업을 진행한 사례가 전무했기에 고객들에게 보다 신선한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렇게 2020년 8월14일부터 9월13일까지 한 달 동안 ‘Go! MUSINSA!’ 이벤트가 진행됐다. 다운타우너 한남점, 안국점, 청담점, 잠실점 4곳과 노티드 청담점, 한남점, 안국점, 서래점 4곳을 매장 무신사의 브랜드 컬러인 검정색을 활용해 꾸몄다. 기존에도 매장에 검정색을 많이 활용하던 다운타우너와는 달리 파스텔 색상을 주로 활용하는 노티드에서는 두 브랜드가 시각적으로 조화를 이루기 위해 ‘꿀벌’ 콘셉트를 활용했다. 또한 노티드 청담점, 한남점에서는 ‘무신사 도넛’을 특별 판매했다. 먹물을 섞어 검은색 빵을 만들었고 그 안에는 크림치즈와 바닐라를 배합해 노란색 크림을 넣었다. 각 브랜드의 컬러를 음식에도 반영한 것이었다.

노티드와의 협업을 통해 무신사는 처음 예상한 것보다 약 3배 많은 신규 가입 고객을 확보했다. 오프라인에서도 효과적으로 새로운 고객들과의 접점을 마련하고 유입으로까지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검증한 것이다. 이벤트 기간인 한 달 동안 강남역, 홍대 거리 등 무신사의 광고판에 다운타우너와 노티드의 영상이 틀어졌다.

GFFG 역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먼저 손 내밀어도 대꾸하지 않던 브랜드들로부터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자는 러브콜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GFFG의 고민 중 하나는 더 많은 고객이 GFFG의 음식을 편하게 찾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아직은 규모가 크지 않고 체계를 만들어가는 신생 F&B 기업으로 GFFG는 매장 하나를 내는 데 신중에 신중을 가한다. GFFG가 전국 단위로 매장을 빠르게 확장하지 못하는 이유다. 식품 제조 업체나 유통 업체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다면 지방에 살거나 긴 웨이팅 때문에 GFFG 매장을 찾지 못하는 고객들이 간접적으로 GFFG를 체험하는 창구가 될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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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민 끝에 탄생한 컬래버레이션이 롯데제과와 진행한 ‘쁘띠 몽쉘 몽블랑 케이크’, 오리온-GS25와 진행한 ‘유어스 다운타우너×스윙칩’이다. 쁘띠 몽쉘 몽블랑 케이크는 노티드 초기부터 많은 고객으로부터 사랑받은 몽블랑 케이크를, 유어스 다운타우너×스윙칩은 다운타우너의 인기 메뉴인 스파이시 치폴레 프라이즈를 오마주했다. 사실 전통적인 식품 제조 업체에서 컬레버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맛을 출시하는 건 이례적인 시도였다. 대부분 포장 디자인 차원에서 협업이 이뤄지는데 이는 전국에 있는 고객들이 GFFG를 맛볼 수 있게 하자는 의도와는 거리가 있었다. 다행히 롯데제과와 오리온-GS25와는 맛과 포장 디자인 등 전방위적으로 협업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져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할 수 있었다. GFFG의 맛을 담고 있지만 전에 없던 제품이라 기존 고객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올 것으로 보였다. 두 제품은 편의점, 마트 과자 판매 순위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국에 있는 GFFG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에 가지 않아도 미국에 있는 기분을 선사
긴 웨이팅도 긍정적인 경험으로 살려

GFFG의 음식은 배달도 되고,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기획 상품들을 접할 수 있다. 마켓컬리에서는 HMR도 판매한다. 그런데도 왜 GFFG의 고객들은 바깥 활동이 꺼려지는 팬데믹 시대에 오랜 시간 줄을 서 가면서까지 매장을 이용하는 것일까.

허 CMO는 “GFFG의 미국적인 브랜드 색깔이 MZ세대에게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온 것”이라며 “특히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GFFG의 음식이나 매장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미국 여행을 경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GFFG의 모든 브랜드는 미국적인 맛을 표방한다. 버거도 미국식, 피자도 미국식, 중국요리도 미국식이다. 16년간 미국에서 유학한 이 대표의 영향이다. 그는 미국에서 생활하며 일상적으로 먹었던 음식들이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거나 또는 미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는 모습을 보고 브랜드나 메뉴 개발에 영감을 얻는다.

예컨대 다운타우너는 자체 개발한 ‘아보카도버거’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보카도를 버거에 넣은 최초의 시도였다. 미국에서 즐겨 먹던 아보카도가 한국에서는 생소한 재료라는 데 착안했다. 다운타우너 버거의 또 다른 특징은 버거가 서 있다는 점이다. 보통 한국에서 수제 버거를 시키면 접시 위에 꼬치가 꽂힌 채 서빙된다. 고객들은 버거를 칼로 썰어 먹는다. 미국에서 온갖 버거 맛집을 다녀 본 이 대표는 버거를 썰어 먹는 모습이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다. 버거는 한입에 베어 물어야 모든 재료가 한데 어우러지는 조화를 느낄 수 있는데 칼로 썰어 버리는 순간 재료들이 전부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다운타우너는 명함 곽 모양의 종이 포장 박스를 자체 제작했다. 그 안에 버거를 꽂아 고객들이 재료를 흘리지 않고 베어 물기 편하도록 버거를 세웠다. 그리고 미국에서 먹었던 버거의 맛을 한국에서도 성공시키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버거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게시 글 1만여 개를 전부 일일이 살펴보며 공부했다. 아보카도라는 초록색의 낯선 재료가 꽂혀 있는데 동시에 버거가 서 있는진기한 광경은 SNS에서 금세 화제가 되며 다운타우너는 1∼2시간씩 기다려서 먹는 수제 버거집이라는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외국인 고객 중에서는 한국에서 먹어 본 버거 중 가장 미국 버거에 가깝다고 평가한 이들도 여럿이다. 이처럼 GFFG의 브랜드들은 팬데믹을 맞아 미국에서 생활했거나 미국을 여행했던 이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또한 당장 미국행 비행기표를 끊기 어려운 이들에게 미국을 간접 경험하게 만든다.

각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들 역시 고객들이 매장을 찾는 이유다. 다운타우너 잠실점, 안국점, 연남점, 광교점에서는 하루 20∼40개 한정으로 쉬림프 버거를 판매하고 있다. 에그스크럼블 버거는 청담점과 한남점에만 판매한다. 이들 메뉴를 각 매장 한정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메뉴 개발 차원에서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함이었다. 또한 매장에서 보관하거나 손질이 까다로운 재료들이 포함된 경우도 있다. 효율적인 매장 운영을 위한 현실적인 판단이 각 매장을 대표하는 메뉴이자 고객들이 매장을 찾아가는 이유가 된 셈이다. 노티드 제주점의 제주녹차 도넛, 제주청귤 도넛 등 매장이 위치한 로컬의 특색을 살린 메뉴도 있다.

아무리 해외의 정취를 느끼고 매장 고유의 메뉴를 즐긴다 해도 매장 앞에서 줄을 서며 입장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은 썩 유쾌하지는 않다. 자칫 웨이팅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거나 그 과정에서 불편함이 생기면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나와도 ‘이게 이렇게까지 기다릴 맛인가’ 하는 회의감도 든다. 자연스럽게 재방문하겠다는 생각은 사라진다.

GFFG 역시 매장별로 가능한 빠르게 대기 줄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대기 순번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매장도 있다. 손님이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대기 번호를 받고 입장 알림을 받으면 5분 내 매장으로 찾아가면 되는 식이다.

웨이팅이 사업자에게 꼭 나쁜 점만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핫플레이스에 방문했다는 사실을 SNS에 인증하는 MZ세대 사이에 웨이팅은 오히려 가기 힘든 매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해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사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GFFG는 웨이팅의 긍정적인 면을 살릴 수 있도록 ‘기다림의 경험’을 고도화하고 있다.

웨이팅이 힘든 더운 날에는 매장 밖 대기 줄에 양산, 얼음물, 부채 등을 비치하고, 반대로 추운 날에는 핫팩을 둔다. 더 나아가 웨이팅 과정이 오히려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더하기도 한다. 노티드의 경우 일부 매장의 웨이팅 동선에 포토 부스가 설치돼 있다. 고객들은 포토 부스에서 4컷짜리 즉석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사진의 프레임은 노티드 테마로 꾸며져 있다. 매장 밖에서부터 시작된 웨이팅은 매장 안에서도 계속된다. 매장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웨이팅이 시작되면 각 브랜드 굿즈가 매장 입구에서부터 맞이하고 있다.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질 높고 다채로운 굿즈들은 꼭 구입할 생각이 없더라도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매장 입구부터 각 브랜드 콘셉트에 맞게 인스타그래머블하게 꾸며져 있어 웨이팅 줄 자체가 포토존이다. 고객들은 웨이팅을 하면서도 인증샷을 남긴다. 웨이팅을 위한 절대적인 시간을 줄이기는 어려워도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심리적인 시간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DBR mini box 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오리지널 본토 맛” 브랜드 철학 초심 지키며 차별화

GFFG의 성공에는 시대를 읽고 미래에 대처하는 센싱(sensing) 능력과 민첩함이 기저에 자리 잡고 있다. 경영진의 이력과 철학이 브랜드의 정체성에 잘 녹아 들어가 있고 주변 환경을 읽어내고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한 것이 오늘의 GFFG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GFFG가 속한 요식업은 패스트무빙 산업으로서 워낙 빠르게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기에 오늘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으로 이어지기 힘들다. 그만큼 장기적인 브랜드 관리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잠깐의 성공에 도취돼 단기적으로 이름을 알리며 운용되다 사라진다. 갑작스러운 성공은 근시안을 만들어내기에 조심해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브랜드를 자식처럼 돌보고 장기적으로 키워가며 운용하려는 혜안이 필요하다. GFFG는 성공을 내재화하면서 브랜드의 장기 지향성을 축적해가고 있다. 여기에는 브랜드 관리의 핵심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GFFG는 어떤 브랜드 관리 원칙을 지키고 있고 이 원칙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실현하고 있을까.

우선 차별화된 브랜드 포지셔닝에서 성공 요인을 찾을 수 있다. 브랜드 포지셔닝은 브랜드 관리의 첫 출발점인데 그 차별성이 잘 유지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도넛, 버거, 피자 등 미국 스타일을 표방하는 경쟁 브랜드들이 많다. 어설픈 외국 스타일은 처음엔 호기심을 끌 수 있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진정한 차별성, 즉 ‘정말 진짜 같다’는 인식을 불어넣는 확실한 차별화가 필요하다. 정말 오리지널 본토 미국 맛을 느끼게 하겠다는 뚜렷한 브랜드 철학, 정체성이 확립돼 있기에 지금까지 차별성으로 통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콘셉트를 표방하고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는 경쟁 브랜드들은 워낙 많다. 그래서 차별화가 점점 힘들어지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이 무엇이고, 원래의 모습이 무엇인지, 진정한 독창성(originality)이 무엇인지 기저에서부터 시작점을 찾다 보면 의외의 단순함이 화려한 미사여구로 덮인 경쟁사를 능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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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브랜드 마케팅에서도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브랜드 포지셔닝을 하고 나면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경험하게 하는 브랜드 마케팅이 뒤따라야 한다. 브랜드 마케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브랜드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표현 도구(element)’를 잘 개발하고 구사해야 한다. 둘째는 초기 ‘경험 접점(touch point)’을 잘 발굴해서 타기팅해야 한다. 확산력이 높은 접점 타깃을 조기에 확보해 집중하는 것이 SNS 시대에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 셋째는 끊임없이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유발하도록 신제품 또는 변형된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브랜드 지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GFFG는 이 세 가지 브랜드 마케팅을 잘 구사했다. 먼저 브랜드의 첫인상인 브랜드 표현 도구, 그중에서도 캐릭터를 잘 개발하고 활용했다. 브랜드 표현 도구에는 이름, 로고, 슬로건, 캐릭터, 징글(jingle,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짧은 길이의 곡), 향, 촉각(haptic, 햅틱) 등 오감각을 활용한 브랜드 정체성 표출 도구들이 포함된다. 이 중 캐릭터는 시각적 표현 도구로서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하고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고객층이 젊을수록 캐릭터의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난다. 문자화된 이름이나 로고는 구체성을 띠고 있어 표현력에 한계가 있지만 캐릭터의 경우 그림이나 문양 등의 형태로 추상성을 띠고 있어 표현의 폭이 넓고 의미의 확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글자를 보면 읽고, 이해하고, 이미지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캐릭터는 보는 순간 바로 머릿속에 이미지화돼 즉각적 반응을 일으킨다. 더구나 이성적 의미 전달이 아니라 감성적 접촉으로 다가가기에 부담이 없어 고객이 편하고 쉽게 받아들인다. GFFG는 자사 브랜드마다 캐릭터를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빨리, 쉽게, 편안하게 다가가고 감성적 즐거움으로 인해 브랜드 경험의 지속성을 창출하고 있다. 아울러 캐릭터를 굿즈로 만들어 굿즈를 통한 사업 영역의 확장성을 키우고 있다. 표현 도구로 출발한 캐릭터지만 그 확장성으로 인해 여타 사업으로의 브랜드 확장이 일어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 GFFG는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 캐릭터 개발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단순히 눈에 띄는 캐릭터가 아니라 스토리가 입혀져 의미가 전달되는 캐릭터 개발이 필요하다. GFFG가 자사 브랜드의 정체성과 방향성이 캐릭터에 녹아들 수 있도록 작가와 함께 많은 논의를 통해 신중하게 개발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다음은 브랜드의 초기 경험 접점이 중요하다. 이때 확산적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같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이더라도 더 많은 잠재 고객에게 콘텐츠, 경험을 확산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타깃을 잘 발굴하고 다가가야 한다. GFFG가 ‘인플루언서의 인플루언서’를 타기팅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연예인, 스타 뒤에는 이들에게 ‘정보원’ 격이라 할 수 있는 프로듀서, 작가, 에디터, MD 등이 존재한다. 대중들에게 영향을 주는 인플루언서도 그들에게 영향을 주는 존재가 있는 것이다. 수많은 일반 인플루언서를 상대하는 것보다 인플루언서에게 영향을 주는 정보원들에게 초기 커뮤니케이션을 집중하고 접점을 형성한 것은 영민한 전략이다. 캡슐형 에스프레소로 잘 알려진 ‘네스프레소’도 초기에 항공사 프레스티지 클래스 승객을 대상으로 접점 마케팅을 구사했다. 일반인들에게 파급력이 높은 사람들이 많이 타는 비즈니스석, 1등석 등 우등석 승객을 대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광고 없이 빠른 확산을 유도했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마지막으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식상해져 가는 브랜드에 어떤 변화를 주는가의 문제다. 반짝 성공에 그치는 많은 브랜드가 이 점을 소홀히 해 시장에서 사라졌다. 뜻하지 않은 성공에 취하면 계속 그렇게 갈 것이라는 착시에 빠지기 쉽다. 시장은 녹록지 않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브랜드가 늘 신선하고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정작 고객들에게 정체성이라고는 사라져 버린 브랜드 변화를 경험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의 포지셔닝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새로운 고객과 새로운 시장에 다가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변화의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스스로 변화하는 것과 다른 개체를 통해 변화하는 것이다. 전자는 자체적으로 나서서 새로운 고객군을 찾거나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후자는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하면서 그들의 장점을 활용하고 이식하면서 내 브랜드에 대한 고객 경험을 확장해 가는 것이다. 파트너를 지렛대 삼아 그동안 가보지 못한 곳으로 점프한다는 측면에서 ‘레버리징(leveraging) 전략’이라고도 한다. 요즘 같은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 환경에 비용과 위험성을 줄이는 전략이다. GFFG는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자사 브랜드 경험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훌륭한 캐릭터 자원이 있다 보니 협업의 폭도 넓고 그래서 기존 고객 유지와 신규 고객 유치에 유리하다. 다만 파트너 선정에는 신중해야 한다. 무분별한 컬래버레이션은 주목을 끌지 못한 채 브랜드의 정체성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 브랜드가 희석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소비자들의 머릿속에서 이탈하게 된다. 컬래버레이션은 유행병처럼 따라갈 것이 아니라 자기 브랜드에 분명한 혜택이 기대되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브랜드 자산 축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될 때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marnia@dgu.edu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단법인 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1호 Diversity in Talent Management 2022년 0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