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많은 기업에선 ESG를 사회적 책임(CSR)이나 재무 중심의 언어로만 설명해왔다. 그러나 기업이 ESG를 비즈니스 활동의 중심으로 내재화하려면 브랜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상이한 실무 부서들은 ESG 관련 기업의 지배구조 혁신과 CSR를 놓고 혼란스러워할 수 있다. 이때 브랜드 언어는 각 부서의 사일로(silo) 현상을 줄이고 ESG를 고객 가치 창출 활동의 일부로 인식하게 할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인지하는 ESG는 도덕, 윤리적 의무, 혹은 리스크 매니징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ESG 2.0’ 시대에는 기업들이 ESG를 자사 비즈니스의 본류와 연결하고 조직적인 내재화를 이루는 단계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경영의 ESG를 피할 수 없는 당면 과제로 인식한 결과다. 또한 많은 기업이 ESG 경영의 실천 과정에서 부서 간 이해가 충돌하는 등의 사일로(silo) 현상을 맞닥뜨리고 있다. 하지만 조직적인 내재화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ESG는 성공할 수 없다. 또한 기업 고유의 비전과 기업이 추구하는 상위 가치에 맞는 ESG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인 김남호 나인후르츠 대표는 기업에서 ESG 전략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ESG와 브랜드 전략의 연결, 그리고 통합’의 사용을 꼽았다. 김 대표에 따르면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일 때는 기존의 전통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DBR가 김 대표를 만나 ESG와 브랜드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앞으로 비즈니스와 ESG의 모습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기업에 ESG는 더 이상 도덕, 윤리적 의무, 혹은 리스크 매니징의 영역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본류와 가장 연결되는 개념이 될 것이다. 또 고객 가치를 위한 활동 안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는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윤리적이거나 의무적인 것이라는 생각에서 ESG 전략을 짜다 보니 기업마다 차별성도 없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ESG는 기업이 가진 브랜드의 영역 안에서 고객 가치를 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ESG가 비즈니스 활동의 중심으로 들어오려면 조직적인 내재화가 중요하다. ESG는 진정성에 대한 도전을 지속적으로 받는 영역이기 때문에 뚜렷한 철학이 없다면 대응해 나가기 어렵다. ESG는 그간 사문화돼 왔던 기업의 이상적 가치, 목적, 비전을 현실 문제로 끌어오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하다고는 알고 있지만 현실에 치여 잠시 미뤄뒀던 기업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ESG 활동에 불을 댕길 수 있다.
브랜딩은 기업 ESG 관련 활동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브랜드는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 층위 중 가장 상위에 있는 차원이다. 고객은 제품과 서비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또한 고객은 제품과 서비스의 사용자 정체성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이끌어 나가는 개인이자 특정 사회에 소속된 구성원이며 지구촌 시민으로서의 정체성도 갖고 있다. 이 같은 고객 정체성을 기반으로 고객 가치를 확장시켜가면 자연스럽게 인간의 사회적, 환경적 행동 영역 안에서 기업의 고객 문제 해결 활동이 논의돼야 한다.
지금까지 기업의 ESG 활동은 기업 시민으로서 꼭 지켜야 하는 준법 활동과 같은 명분 아래, 주로 경영진의 의지에 의해 밀어붙여온 경향이 있다. 이와 달리 브랜딩 활동은 우리의 브랜드 목적과 핵심 가치가 진정성 있게 고객 가치로 전달되는 활동으로서 ESG 활동을 설명함으로써 기업 내부 안에 ESG를 필수적이고 자연스러운 활동으로 자리 잡게 만들 수 있다. ESG를 브랜딩이라는 기업 활동의 전통적 언어와 문법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 ‘이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구나’라는 크고 자연스러운 힘이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