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vation in Smart Economy

‘리더십’ 버리고 ‘리드십’ 구축하라

119호 (2012년 12월 Issue 2)

 

 

경영혁신 전도사 게리 하멜(Gary Hamel) 교수는관리, 통제는 20세기 방식으로 이로부터 직원을 해방시켜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현대 기업은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지식, 근면과 순종의 범용화된 역량보다는 열정, 창의성, 추진력을 갖춘 조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하멜 교수의 주장에 반론이나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지식, 근면, 순종의 조직열정, 창의성, 추진력을 갖춘 조직으로 변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멜 교수가 설명한조직에 공헌하는 인간의 능력에 대한 피라미드 구조에는열정, 창의성, 추진력지식, 근면, 순종사이에 아주 커다란 공백지대(chasm)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기존 조직을 운영하던 방식에서 일부를 변경해 열정, 창의성과 추진력을 갖춘 조직으로 변모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위해 공백지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조직원의 태도 변화가 우선해야 한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리더가 새롭게 취해야 할 언리더십(un-leadership), 팀원 중 일부가 가져야 할 리드십(leadship), 그리고 리더와 팀원 모두가 가져야 할 오너십(ownership)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언리더십(un-leadership): 산업혁명식 리더십을 버려라

관리와 통제로부터 직원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하멜 교수의 주장과 유사하게 <언리더십>의 저자인 독일의 닐스 플래깅 역시직원을 경영의 대상으로 보지 마라(DBR 110)’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현대의 경영 방식은 산업혁명 이후부터 20세기 초까지의 대량 생산 체제에 근거한 것이다. , 산업혁명 전의 장인에 의한 맞춤형 방식 혹은 가내 수공업 수준에서 벗어나 표준화를 통해 같은 제품을 대량 생산을 하기 위해 탄생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익숙한테일러리즘(Taylorism)’이 바로 그것이다. 표준화에 따른 대량 생산 방식이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만 생각하고(Thinker),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소수의 생각에 따라서 행동하는(Doer), 이러한 시스템은 제품의 가치가 복잡하지 않았던 시절에 적합한 방식이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환경에서는 Thinker Doer의 구분이 바람직하지 않다. 언리더십은 3가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이제는 모두가 Thinker이자 Doer여야 한다. 초경쟁 시대, 초스피드 시대에 경영자에게 일일이 의사결정을 받는 데에는 시간적 문제도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강력한 이유는 의사결정에 대한 권한이양이 있어야만 직원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추진력(initiative)과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상사가 시키거나 조직의 규범에 얽매인 아이디어를 만들지 않고 고객과 세상이 원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 실행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조직원 모두는 Thinker이자 Doer이어야 한다.

 

두 번째 중요한 개념은 비공식 조직(informal structure)의 활성화다. 지금까지의 경영 방식에서는 비공식 조직의 역할은 임직원들에 대한 혜택, 혹은 취미 생활을 도와주는 정도로만 여겨졌고 정식 조직(formal structure)의 활동과는 구분돼 왔다. 하지만 이제는 비공식 조직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공식 조직의 활동으로 포함해야 한다. 공식적인 회의에서는 결정할 수 없었던 안건을 비공식적인 친분에 의해서 해결해 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 비공식적인 친분은 친구 관계일수도, 동문일수도, 동호회원일수도, 혹은 아내 친구의 남편일 수도 있다. 그 범주를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지만 효과는 아주 강력하다. 그렇기 때문에 공식 조직과 함께 비공식 조직도 인정하고 함께 경영의 범주에 둬야 한다.

 

최근 이러한 비공식 조직을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사내에는 TEDxSamsung이라는 조직도에는 없는 조직이 매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조직도에 없다고 해서 회사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이 아니다. 회사는 오히려 이 조직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TEDxSamsung에서는 신체를 움직일 수 없지만 눈은 움직일 수 있는 환자를 위해 눈동자의 움직임을 컴퓨터 마우스의 움직임과 연동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안구 마우스는 만드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 하지만 웹캠 등의 하드웨어와 TED에서 공개한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해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TEDxSamsung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일군의 삼성 엔지니어들은 같은 활동을 하던 동료의 아버지를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평소 이들의 활동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 인사팀장이 이러한 프로젝트 활동이 공식 업무 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창의개발연구소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 결과 2011 11월부터 창의개발연구소 1호 과제로 5명의 삼성전자 직원들이 ‘eyeCan’이라는 장애인용 안구마우스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공식 업무로 하고 있다. 이렇게 비공식 조직의 활동을 공식 업무 활동에 포함시키는 것은 언리더십이 강조하고 있는 비공식 조직 활성화의 아주 좋은 예다. 참가자 스스로 주인의식과 열정을 가지고 모든 창의성을 동원해 추진해 나가게 된다.

 

언리더십의 세 번째 개념은중앙 조직은 통제 조직이 아닌 지원 조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앙 조직은 모든 관리와 통제 권한을 갖고 있었지만 이것은 이제 비효율적이고 비효과적인 방식이 됐다. 오늘날 기업에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는 고객인데 고객과 접촉하는 조직은 주로 주변조직(periphery)이다. 고객과의 접점에서 기획이나 의사결정이 일어나지 않고 중앙에서 기획하고 의사 결정한다는 것은 초스피드 시대, 그리고 서비스와 경험이 중요한 복잡한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현재의 주변 조직은 기획이나 의사결정을 할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중앙조직에서 주변 조직이 기획이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주변조직이 기획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면 중앙조직은 보다 수준 높은 기획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므로 점점 더 강력한 고객 중심의 기업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그림 2)

 

2.리드십(leadship): 뜻을 같이할 3명을 모아라

‘리드십’은 리더는 아니지만 팀원, 즉 팔로어(follower)의 선두에 서는 소수의 사람들이 무리를 이끄는 기수의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필자가 속한 이노캐털리스트(innoCatalyst) 등이 제안하고 있는 개념이다. 앞에서 소개한 언리더십이다. 리더의 태도에 관한 논의였다면 리드십은 팔로어십(followership)에 관한 논의다. 특히 처음으로 하는 일, 새로운 일에서는 리드십이 중요하다.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2009년 미국의 사스쿼치 뮤직 페스티벌(Sasquatch! Music Festival)에서의 에피소드를 예로 들어 보겠다.(사진) 한 청년이 공연장 외곽 언덕에서 혼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같이 춰보기도 하지만 그 춤이 너무 우스꽝스러워 수초 혹은 길어야 십여 초를 같이하다가 떠나간다. 그래도 이 청년은 계속 자신의 춤을 즐긴다. 3분 후, 거의 유사한 정도로 이상한 춤을 추는 다른 청년이 동참한다. 다시 1분 후에는 또 다른 청년이 동참하게 된다. 이렇게 세 명이 되자 이때부터는 그 수가 빠르게 불어나 6분 후부터는 여기저기서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이 춤추는 그룹에 동참하게 되는데 7분여 즈음에는 거의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춤추며 즐기게 되고 음악이 끝나자 서로 박수치고 환호하게 된다. 이 에피소드는 유튜브 동영상으로 올려져 600만 번 이상의 클릭을 받았다.

 

이 동영상은 혁신 조직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잘 설명해 주는 에피소드다. 혁신은 처음 접할 때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무관심하거나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혁신가는 처음에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거나 무시하고 계속 자신의 길을 걸으려고 한다. 여기서 자신을 도와줄 협력자를 얻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위의 에피소드에서처럼 같이 협력하는 사람을 포함해서 세 명이 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봐도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따라 하기에도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그 이후에 아주 많은 동조자를 얻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첫 번째 동조자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혁신가를 어떻게 따라 하면 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 이때 리더가 첫 번째 동조자를 리더 자신과 동등하다고 보여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리더와 팔로어가 아닌 한 팀이 된다. 팔로어가 자신의 동료를 동참시키려 하게 되고 3명의 구성 요소를 갖추면 이제 많은 사람들로 확산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따라서 2번째 팔로어가 전환점이 된 것이며 이렇게 세 명이 모이면 명실상부한 팀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팀이 형성되면 새로운 참여자는 리더를 따라 할 필요 없이 그 앞의 팔로어들을 따라 하면 된다. ‘티핑포인트에 도달한 것이다. 이제부터는 이 그룹에 참여하는 것이 더 이상 위험하거나 모험적이지 않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처음 혁신가의 행동이 따라 하기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우스꽝스럽더라도 따라 하기 쉬워야 첫 번째 동조자를 얻을 수 있다. 혁신의 전파나 조직에 있어서도 단순성(simplicity)은 성공의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3.오너십(ownership): 혁신은 조직원들의 확신에서 시작된다

앞서 다룬 언리더십과 리드십이 혁신 조직에서 리더와 팀원이 각각 가져야 할 태도라면 리더와 팀원 모두가 가져야 할 태도로 오너십(ownership)이 있다. 혁신에는 주체만 있을 뿐 객체는 없다. 혁신을 추진하면서 상대방에게 하라고 강요해서는 혁신이 이뤄질 수 없다.

 

혁신은 창의성과 열정을 가진 사람만이 추진할 수 있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로 유명한 하버드대의 크리스텐슨(C. C. Christense) 교수의 표현에 의하면 혁신은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해 기존과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에 관한 것이다(innovation is about new ways of making money by new ways of doing business after understanding what customers want).” , 새로운 방식 혹은 새로운 길을 걷는다는 것이 혁신의 속성이므로 과거의 경험이나 매뉴얼이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다. “자네의 신사업 제안서는 아주 혁신적일세, 그런데 우린 이전에 이런 걸 한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어서 실행하기 어려울 거야라고 말하는 경영자, 그리고매뉴얼만 주시면 제가 혁신적인 사고방식으로 고민해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담당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환경하에서는 혁신적인 사고(out-of-the-box thinking)를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한번도 해보지 않았으면 매뉴얼은 물론이고 지도를 직접 만들어가면서라도 도전하는 열정과 추진력이 필요한 것이고 한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기에 선배들의 경험에 의지하기보다는 창의성을 발휘해서 길을 개척하려고 해야 하는 것이 혁신인 것이다. 혁신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크리스텐슨 교수의 다음 이야기를 깊이 명심하자.

확실한 데이터를 거론하면서 여러분의 생각을 반박하는 사람들에게 주눅 들지 말라. 명심할 점은 정말로 확실한 데이터는 오직 과거에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혁신을 실행하면서 ‘100% 성공률에 도전하고 있는가? 혁신에서 100% 성공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에 대해 구글의 에릭 슈밋은 다음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100% 성공률을 가진 프로그램이라면 0% 혁신을 이루게 될 것이 분명할 것입니다(Show me a program with a 100 percent success rate, and I’ll show you one with 0 percent innovation).” 그렇다. 혁신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 확실한 결과를 논하거나 과정을 입증하라는 것은 상식 밖의 발상이다.

 

디지털TV의 통념을 깬 삼성 보르도 프로젝트

필자가 참여했던 삼성전자의보르도 TV’의 경우도 프로젝트 팀원들이 할 수 있다는 확신, 즉 오너십을 가지고 도전해 성공을 이뤘다. 당시(2005)만 해도 삼성전자 TV사업부는 전 세계적으로 3위권 밖에 있었다. 게다가 경쟁사인 소니가 가전명가의 명성을 되찾겠다고브라비아(Bravia)’라는 TV의 출시를 코앞에 둔 상황이었을 때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전자 TV사업부는밀리언셀러 TV’를 만들겠다고 도전했다. 사업부 입장에서는 마지막 출사표와 같은 것이었다.

 

보르도 TV 프로젝트 팀원들은밀리언셀러의 의미를 평판TV(flat panel TV) 최초로 연간 100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보다 중요한 것은 ‘100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1년간이라는 기간의 설정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100만 대가 목표라고 했지 기간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프로젝트 팀원들은밀러언셀러의 의미를연간 100만 대로 정의하고 스스로 고난의 길을 걷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러한 목표 설정은 근면, 순종과 지식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것이다. , 팀원들에게 있는 열정이 스스로 어려운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하고자 하는 추진력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추진력에 더해 남과 경쟁하지 않고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찾아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발상의 전환을 가져왔다.

 

 

당시 TV 산업은 CRT TV에서 PDP 혹은 LCD TV 시대로 전환하고자 하는 시기, , 아날로그 TV 시대에서 디지털 TV라는 신상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그 시장의 최강자가 되려고 모든 TV 업체가 혈안이 돼 있던 시기였다. 그때까지 LCD 기술의 최고 업체였던 Sharp는 그 입지를 지키려고, SONY는 최고의 CRT 평면 TV로 평가받던 트리니트론 기술의 명성을 디지털 TV에서도 이어가려고 최선을 다하던 디지털TV의 춘추전국 시대였다. 화질뿐만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한 각종 입출력 기술의 각축장이었던 TV 시장에서 보르도 TV 프로젝트 팀원들은 기술이 아닌 고객에게로 그 시선을 옮긴다. 그리고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디지털 화질이나 디지털 입출력 기술이 아니고 CRT LCD로 대체했기 때문에 얇아진 두께가 주는 미적 아름다움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당시 업계의 트렌트와 경쟁우위 논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창의적 혁신이었다.

 

그 결과 보르도 TV는 디지털 TV로서는 유일하게 디지털 화질과 입출력 기술보다는 하나의 예술품과 같은 아름다운 TV로 시장에 진입했고 샤프와 소니의 TV와는 다른 상품으로 인지되면서 2006 9개월간 250만 대의 매출을 달성했다. 연간 100만 대라는 초기 목표의 3배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그해 삼성전자 TV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면서 삼성전자 TV사업부가 글로벌 1위가 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어떻게 보르도 TV 프로젝트팀은 그 누구도 해보지 못한, 입증할 수 없는 목표에 도전할 수 있었을까? 처음부터 창의, 열정, 추진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경영진은 보르도 TV 프로젝트팀을 삼성전자 내 VIP센터라는 가치혁신 전문가 그룹과 함께 일하도록 하고 그 대신 다른 모든 업무에서 제외했다. 보르도 TV 프로젝트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이에 더해 전략마켓팀장 등 경영진은 보르도 혁신팀이 중간 보고한 내용이 허황되게 보이더라도 그 결과를 입증하라고 하기보다는 잠재력을 보려고 노력했다. 이것은 혁신팀에 대한 믿음과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신뢰의 싹이 혁신팀의 열정과 창의성에 스파크를 일으켰고 이렇게 형성된 추진력이 더 큰 신뢰를 불러왔다. 결론적으로 경영진과 프로젝트팀의 상호존중과 신뢰가 창의, 열정, 그리고 추진력을 만들었고, 또 프로젝트팀원들은 프로젝트를 본인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팀원이 아닌 책임자, 즉 주인이라는 개념(ownership)이 형성된 것이다.

 

이렇게 오너십이 형성된 프로젝트 팀원들은 본인들의 목표인연간 100만 대목표에 대한 멋진 보고서 작성에 시간과 노력을 쏟는 대신 소비자를 향한 기본과 본질에 충실했고 그 결과 TV를 창의적으로 재정의할 수 있었다. 소비자와의 공감에서 얻은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논리 정연하게 풀어서 설득력을 높였다. 그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상품기획그룹장, 전략마켓팀장, 개발팀장, 그리고 사업부장 등의 순으로 허락을 얻었고 이 과정에서 모든 팀원이 프로젝트의 오너십을 가졌다.

 

만일 나의 팀원들이 오너십을 가졌는지 알고 싶다면 다음 3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1. 당신(프로젝트 리더)은 프로젝트의 목적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2. 당신은 프로젝트의 목적을 30개 정도의 단어로간단명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3. 당신의 동료들(프로젝트 팀원들)도 당신처럼 프로젝트의 목적을 간단명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3가지 질문에 모두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다면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은 대단히 높다. 오너십을 가진 사람들은 프로젝트가 자신들의 것이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도달할 목적을 분명히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어려운 난관이 닥쳐와도 그것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끝까지 노력한다. 오너십이 있는 팀은 창의력으로 서로 엮여 있고, 열정으로 들끓고 있으며, 추진력이 넘치기 때문이다.

 

오너십 있는 혁신을 위한 여섯 가지 조건

이러한 오너십을 가진혁신 프로젝트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1. 전담 상주팀을 구성하라.

회사의 시급한 중대사가 있거나 혁신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많은 경우 TF(Task Force)팀을 구성한다. 이렇게 TF팀과 같은 특별 전담팀을 만드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전담 상주팀원들을 기존의 현업 업무에서 완전히 제외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퇴근 시간까지는 TF 업무를, 퇴근 시간 이후에는 현업 업무를 진행한다. 이렇게 해서는 혁신 프로젝트에 몰입할 수 없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CEO가 특별히 지시한 시급한 일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15∼20명 부서 전원이 별도의 장소로 옮겨서 일을 하지만 장소만 옮겼지 현업도 여전히 돌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책임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바쁘게 일하는 척하기는 하지만 실제 프로젝트의 진도는 향상되지 않는다. 필자의 처방은 부서원의 3분의 1 정도를 프로젝트 업무 전담요원으로 차출하고 나머지 3분의 2는 원래 부서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이때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3분의 1의 부서원의 업무는 현업 업무를 하는 3분의 2의 부서원이 떠맡아야 한다. 동시에 3분의 1의 부서원이 돼 프로젝트를 전담 업무로 할지, 아니면 3분의 2의 부서원이 돼 현업 업무 모두를 할지는 부서원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전체 업무 증가에 대한 불만이 최소화될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에 대한 오너십을 가진 팀원들만을 프로젝트에 참여시킬 수 있다. , 프로젝트에 남은 팀원들은 프로젝트를 전담하기로 스스로 결정한 선택에 대한 책임감과 동시에 본인의 업무까지 떠맡기로 한 동료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성취욕으로 무장하게 된다. 결론적으로전담 상주팀은 말 그대로 현업의 일은 하지 않고 프로젝트팀만 전적으로 책임지는 팀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 한 공간에서 일하게 하라.

전담 상주팀에서상주라는 의미도 아주 중요하다. , 한 장소에서 같이 생각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는알렌곡선(Allen Curve)’ 혹은 ‘15m 법칙으로 널리 알려진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협업의 조건이다. 물리적으로 15m 반경 안에 함께 있는 사람들과는 의사소통이 활성화될 수 있지만 이를 벗어날 경우 의사소통의 빈도가 현격하게 줄어들어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혁신 프로젝트의 경우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므로 서로 모르는 것에 대한 토론이 필요한데 이때 시각적 이미지 등을 서로 공유하면서 느끼는 현장감이 아주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도 15m 이내의 근접성(proximity)은 아주 중요한 변수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바로 협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로의 거리가 멀다면 가까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아이디어 협의를 위한 타이밍을 놓쳐버리게 된다. 결론적으로 생각나는 즉시 서로 왕성하게 토론할 수 있는 공간 안에 혁신 프로젝트 팀이 상주해야 한다.

 

3. 전담팀의 다양성을 확보하라.

혁신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팀이 있다면 그 팀의 다양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일 팀원이 모두 논리적이라면 일의 진도는 빠를지 몰라도 결과는 새롭지 않을 수 있다. 팀원 모두가 창의적이라면 새로운 아이디어는 많을지 몰라도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창의성과 논리성의 조화 혹은 분석력과 직관력이 조화된 팀원의 구성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각 직군별, 직급별, 전공별, 남녀별 및 세대별 조화 등도 고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고 방식과 가치관의 조화까지 안배한 팀을 구성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4. 방법론을 일관성 있게 적용하라.

혁신 프로젝트팀은 다양성이 확보된 장점이 있지만 반대 급부로 서로의 공동의 언어를 갖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할 자사에 적합한혁신 프로세스 혹은 방법론을 보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당연히 이 혁신 방법론은 프로젝트 팀원이 잘 구사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에서 발굴한 아이디어 혹은 콘셉트를 담은 프레임워크에 대해서 의사결정권자인 경영진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혁신팀을 운영하는 많은 기업의 경우 컨설팅 업체 등을 통해서 훌륭한 방법론을 도입하기는 하지만 프로젝트 팀원들만 그 방법론을 배우고 의사결정권자들은 의사결정 당일에야 그 방법론을 접하게 된다. 결국 의사결정 회의에서 의사결정은 하지 못하고 방법론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으로 사용되거나 그 방법론이 옳은지 그른지 따지는 아주 비합리적인 시간으로 회의 시간을 소모하곤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방법론 도입을 결정할 때 혁신팀뿐 아니라 경영진 또한 방법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통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 수 있도록 교육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5. 방법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라.

프로젝트 팀원은 방법론에 능통하다 할지라도 본인 고유의 전공 분야보다 방법론에 더 집중할 수는 없다. 따라서 방법론 전문가가 프로세스 오너십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프로젝트 리더는 프로젝트에서 생성하는 아이디어 혹은 솔루션과 같은 콘텐츠에 대한 의사결정권과 오너십을 갖는 반면 프로세스 진행에 있어서는 방법론 전문가가 오너십을 가지고 프로젝트 리더와 협의하에 방법론에 따른 적합한 방법과 도구를 찾아서 적용해야 한다.

 

6. 확실히 권한을 이양하라.

우리 주변에서 권한이양에 대한 얘기는 너무도 많지만 실질적인 권한이양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리더에게 모든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말한 매니지먼트의 의사결정권자가무언가를 하기 전에 나와 먼저 상의해 주기 바란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프로젝트 리더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권한이양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 권한이양은 권한이양받은 사람을 진정으로 믿는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권한이양의 핵심 요소는 이와 같은믿음이외에 하나 더 있다. 그것은책임이다. 권한이양을 한 프로젝트가 성공했다면 그것은 누구의 성과인가? 당연히 프로젝트 리더의 공이 가장 크다는 것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경우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권한이양자’, 즉 경영진이다.

 

이상적인 권한이양은 실패의 책임까지 넘기는 것이 아니다. 경영자가 프로젝트 리더에게성공하면 당신의 공이지만 실패하면 당신의 책임이니 알아서 잘하라고 한다면 프로젝트 리더는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떠안기 싫어 제대로 된 혁신을 추진하지 않게 된다. 성공에 대한 포상은 프로젝트 리더에게 보장해 주되 실패에 대한 리스크는 경영자가 떠안아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경영자는 혁신 프로젝트 팀에 대한 신뢰를 표현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 프로젝트 리더와 팀원들이 마음껏 혁신을 추구할 수 있다.

 

권한은 프로젝트 리더에게 이양하되 실패의 책임은 떠넘기지 않는 경영자가 있을 때 진정한 오너십을 가진 프로젝트 리더도 있을 수 있고 또 진정한 오너십을 가진 팀원들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동준 innoCatalyst 대표,

삼성전자 VIP(Value Innovation Program) 센터 파트장, dongjoon@innoCatalyst.com

김동준 innoCatalyst 대표는 연세대에서 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삼성전자에서 15년간 근무하면서 보르도TV 60여 개의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삼성그룹 기술상, CTO Best Progress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는 innoCatalyst 대표, Strategos Network의 파트너로 다양한 기업의 창의, 혁신 및 협업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6호 The Rise of Resale 2021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