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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서두칠 전 동원시스템즈 회장

“자만심이 부른 위기, 열정으로 넘어라”

최한나 | 120호 (2013년 1월 Issue 1)

경영의 기본은 사람이다. 경영을 간단히 표현하면여러 사람이 모여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함께 일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업이 위기에 빠졌을 때 생존을 가르는 기준 역시 구성원들이기업 회생이라는 목표를 두고 얼마나 몰입해 열정을 내느냐 여부다. 구성원 각자가 조직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고 자발적으로 팔을 걷어붙인다면 기업 회생은 한층 빠르고 쉬워질 수밖에 없다. 구성원들이 회사 살리기에 열정을 낼 수 있으려면 회사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 회사가 얼마나 어려운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본인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회사 살리기에 적극적일 수 있다. 서두칠 전 동원시스템즈 회장이 말하는열린 경영의 요체다. 서 회장을 만나 기업 턴어라운드(Turnaround)를 이끌어내는 방법과 방향을 들었다.

 

 

- 대우전자부품, 한국전기초자, 동원시스템즈 등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의 수장을 두루 맡았다. 이런 회사를 맡았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한 것은 경영 정보를 공유한 것이다. 간부들부터 모아놓고 구체적인 숫자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경영정보 설명회를 가졌다. 매주 달라지는 회사 상황과 경영 사정을 공개했다. 생산이 얼마나 되고, 품질이 얼마나 바뀌었고, 불량품은 얼마나 되고, 인건비는 얼마가 나가고 등등. 그리고 이를 회사 모든 조직원과 공유했다. 3개월쯤 하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게 되더라. 경영 정보를 공개하면 조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위기의식을 갖게 된다. 우리 회사가 상황이 이만큼이나 좋지 않구나, 변화가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을 갖는다. 위기의식의 공감대가 생기지 않으면 혁신을 이끌어낼 수 없다. 조직원들이 스스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야 혁신이 나온다.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이 회사가 내 회사라는 생각으로 경영의 한복판에서 일을 할 수 있어야 추진력이 나온다. 나는 이를열린 경영이라고 한다. 열린 경영이란 종업원들에게 경영자가 갖고 있는 것과 똑같은 정보를 제공하고 권한을 부여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경영혁신의 8단계를 제시한 존 코터 교수도 구성원 모두가 경영에 관심을 갖고 모두가 위기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1단계라고 했다. 정 안 되면 일부러 적자를 내서라도 위기의식을 갖게 하라고 했다. 성공적인 경영 혁신의 첫걸음은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비전 제시다. 회사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기업,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기업의 소속원은 불안하다. 목표를 제시할 때는 도저히 실천하기 어렵다고 보이는 선으로 설정해야 한다. ‘도저히 실천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은 타성에 젖은 기존 구성원의 섣부른 판단일 뿐이다. 도저히 어려워 보이는 목표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합리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 이를 달성하도록 하려면 성과가 어떻게 나고 있는지 설명하고 공유해야 한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면 좌절하게 된다. 노력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또 새로운 동력이 생긴다. 하니까 성과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일이 재미있어진다.

 

 

서두칠 전 동원시스템즈 회장

 

 

위기 때는 특히 노사 간 협력이 잘 이뤄져야 한다. 대우도 그렇고 한국전기초자도 강성 노조로 유명했는데 노사가 화합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노동조합을 구성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뭔가 손해보고 있고 빼앗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덜 뺏기고 제 몫을 찾아오기 위해 만든 조직이 노조다. 창업주나 경영진이 회사의 수익을 공평하게 분배하지 않고 조직원들이 덜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맞설 수 있는 협상력을 갖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면 노사 관계는 의외로 쉽게 풀린다. 앞서 말한열린 경영과 이어지는 얘기다.

 

모든 것은 회사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데서 비롯된다. 열린 경영은 신뢰를 부른다. 이제까지는 경영진이 하는 얘기를 못 믿겠고 뭔가 손해 보는 기분이었는데 경영 정보를 듣고 보니 숨기는 것도 없고 솔직하게 얘기한다고 인식하면 노조가 회사에 강하게 맞설 이유가 없다. 오히려 모든 것을 오픈하는 경영진에게 신뢰를 갖게 된다. 신뢰가 확보되면 노사가 대립할 일이 없다.

 

한국전기초자에 막 취임했을 때 회사는 두 달 넘게 계속된 파업에, 노조가 일하겠다는 조합원을 30시간 넘게 가둬놓은 일도 있어서 노사 관계가 아주 냉랭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회사라는 조직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 모두가 회사 경영의 주체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전 사원과의 직접 대화를 택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원들에게 회사의 상황을 솔직하게 밝히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게 했다. 이런 방식은 노조를 통해 나오는 무리한 요구를 막고 직원들과 경영진이 서로 이해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기업이 문제를 해결해갈 때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것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다.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일본식 경영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한번 조직에 들어가면 평생 일한다는 개념이 강했다. 그런데 외환위기로 망하는 회사들이 속출하고 구조조정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어떤 회사가 구조조정을 시작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게 사람을 자르는 것이다. 비용을 줄이겠다는 목적 아래 같이 일하던 사람들을 내보내고 조직을 축소한다. 내 집처럼 여기고 일하던 직장에서 버림받는 셈이다. 사람이 신나게 일을 하려면 안정감과 소속감이 있어야 한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는 적극적으로 일을 할 수가 없다. 구조조정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을 자르면 남은 사람들도 의기소침해지고 불안해져서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진다.

 

어떤 상황에 처한 회사를 맡더라도 나는 절대 사람을 자르지 않았다. 한국인은 성향상 정()이 강하다. 부지런하고 영특하다. 일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 이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사람을 내보내서 불안을 조성하기보다는 안정감을 주고 일에 대한 열정을 살려주면 된다. 이를테면한국식 턴어라운드. 한국식 경영, 한국의 민족성이라는 것은 다른 나라와 다르다. 한국인은 두 명만 만나도 금세형님 아우가 된다. 또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는 특성을 지닌다.

 

구조조정을 시작할 때 일단 사람부터 내보내는 것은 경영을 잘못 이해하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다. 많은 사람들이 경영에 대해경제적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말한다. 수익을 올리기 위해 비용을 줄여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자른다는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사람이 모여서 함께 일을 하는 것, 그것이 경영이다. 경영의 가장 작은 단위는 가정이다. 가족 구성원이 모여서 행복을 추구하는 경영을 하는 것이다. 학교 경영, 병원 경영, 지방자치단체 경영, 군대 경영, 국가 경영 등 사람이 모여서 하는 어떤 것이든 경영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피터 드러커는매니지먼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Human Being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 경영은 구성원 자체다.

 

한국전기초자 사장으로 있을 때 가족들을 불러 경영설명회를 가진 것도 한국식 경영으로 볼 수 있다. 처음 취임했을 때 회사 사정이 어렵고 경기가 안 좋으니 반 이상 사람을 잘라낼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회사 분위기가 흉흉했다. 취임 일성으로 가장 강조해서 말했던 것이 희망하지 않는 한 한 명도 내보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대신 일을 두 배로 시켜 생산성을 올릴 테니 각오가 돼 있는 사람만 나와 함께 가자고 했다. 직원들의 부인들을 불러 회사에 모이게 한 후 남편이 직장을 잃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안심을 시켰다. 정기적으로 설명회를 갖고 회사가 얼마나 나아지고 있는지, 이번 연말에는 보너스를 얼마나 줄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가정에서 힘을 받는 남편은 안정감을 갖고 회사 와서도 더 즐겁게 일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힘은 절대적으로 구성원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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