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vation in Smart Economy
경영혁신 전도사 게리 하멜(Gary Hamel) 교수는 “관리, 통제는 20세기 방식으로 이로부터 직원을 해방시켜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현대 기업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지식, 근면과 순종의 범용화된 역량보다는 열정, 창의성, 추진력을 갖춘 조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하멜 교수의 주장에 반론이나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식, 근면, 순종의 조직’이 ‘열정, 창의성, 추진력을 갖춘 조직’으로 변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멜 교수가 설명한 ‘조직에 공헌하는 인간의 능력’에 대한 피라미드 구조에는 ‘열정, 창의성, 추진력’과 ‘지식, 근면, 순종’ 사이에 아주 커다란 공백지대(chasm)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기존 조직을 운영하던 방식에서 일부를 변경해 열정, 창의성과 추진력을 갖춘 조직으로 변모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위해 공백지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조직원의 태도 변화가 우선해야 한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리더가 새롭게 취해야 할 언리더십(un-leadership), 팀원 중 일부가 가져야 할 리드십(leadship), 그리고 리더와 팀원 모두가 가져야 할 오너십(ownership) 등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언리더십(un-leadership): 산업혁명식 리더십을 버려라
관리와 통제로부터 직원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하멜 교수의 주장과 유사하게 <언리더십>의 저자인 독일의 닐스 플래깅 역시 ‘직원을 경영의 대상으로 보지 마라(DBR 110호)’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현대의 경영 방식은 산업혁명 이후부터 20세기 초까지의 대량 생산 체제에 근거한 것이다. 즉, 산업혁명 전의 장인에 의한 맞춤형 방식 혹은 가내 수공업 수준에서 벗어나 표준화를 통해 같은 제품을 대량 생산을 하기 위해 탄생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테일러리즘(Taylorism)’이 바로 그것이다. 표준화에 따른 대량 생산 방식이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만 생각하고(Thinker),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소수의 생각에 따라서 행동하는(Doer), 이러한 시스템은 제품의 가치가 복잡하지 않았던 시절에 적합한 방식이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환경에서는 Thinker와 Doer의 구분이 바람직하지 않다. 언리더십은 3가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이제는 모두가 Thinker이자 Doer여야 한다. 초경쟁 시대, 초스피드 시대에 경영자에게 일일이 의사결정을 받는 데에는 시간적 문제도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강력한 이유는 의사결정에 대한 권한이양이 있어야만 직원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추진력(initiative)과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상사가 시키거나 조직의 규범에 얽매인 아이디어를 만들지 않고 고객과 세상이 원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 실행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조직원 모두는 Thinker이자 Doer이어야 한다.
두 번째 중요한 개념은 비공식 조직(informal structure)의 활성화다. 지금까지의 경영 방식에서는 비공식 조직의 역할은 임직원들에 대한 혜택, 혹은 취미 생활을 도와주는 정도로만 여겨졌고 정식 조직(formal structure)의 활동과는 구분돼 왔다. 하지만 이제는 비공식 조직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공식 조직의 활동으로 포함해야 한다. 공식적인 회의에서는 결정할 수 없었던 안건을 비공식적인 친분에 의해서 해결해 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 비공식적인 친분은 친구 관계일수도, 동문일수도, 동호회원일수도, 혹은 아내 친구의 남편일 수도 있다. 그 범주를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지만 효과는 아주 강력하다. 그렇기 때문에 공식 조직과 함께 비공식 조직도 인정하고 함께 경영의 범주에 둬야 한다.
최근 이러한 비공식 조직을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사내에는 TEDxSamsung이라는 조직도에는 없는 조직이 매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조직도에 없다고 해서 회사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이 아니다. 회사는 오히려 이 조직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TEDxSamsung에서는 신체를 움직일 수 없지만 눈은 움직일 수 있는 환자를 위해 눈동자의 움직임을 컴퓨터 마우스의 움직임과 연동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안구 마우스는 만드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 하지만 웹캠 등의 하드웨어와 TED에서 공개한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해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TEDxSamsung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일군의 삼성 엔지니어들은 같은 활동을 하던 동료의 아버지를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평소 이들의 활동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 인사팀장이 이러한 프로젝트 활동이 공식 업무 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창의개발연구소’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 결과 2011년 11월부터 창의개발연구소 1호 과제로 5명의 삼성전자 직원들이 ‘eyeCan’이라는 장애인용 안구마우스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공식 업무로 하고 있다. 이렇게 비공식 조직의 활동을 공식 업무 활동에 포함시키는 것은 언리더십이 강조하고 있는 비공식 조직 활성화의 아주 좋은 예다. 참가자 스스로 주인의식과 열정을 가지고 모든 창의성을 동원해 추진해 나가게 된다.
언리더십의 세 번째 개념은 ‘중앙 조직은 통제 조직이 아닌 지원 조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앙 조직은 모든 관리와 통제 권한을 갖고 있었지만 이것은 이제 비효율적이고 비효과적인 방식이 됐다. 오늘날 기업에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는 고객인데 고객과 접촉하는 조직은 주로 주변조직(periphery)이다. 고객과의 접점에서 기획이나 의사결정이 일어나지 않고 중앙에서 기획하고 의사 결정한다는 것은 초스피드 시대, 그리고 서비스와 경험이 중요한 복잡한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현재의 주변 조직은 기획이나 의사결정을 할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중앙조직에서 주변 조직이 기획이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주변조직이 기획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면 중앙조직은 보다 수준 높은 기획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므로 점점 더 강력한 고객 중심의 기업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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