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협업, 때론 毒이 된다

39호 (2009년 8월 Issue 2)

‘사내 협업(internal collaboration)’이 조직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널리 퍼져 있다. 경영자들은 조직의 벽을 깨고 경계를 넘어 여러 부서의 직원으로 구성된 팀으로 함께 일하라는 주문을 반복하곤 한다. 부담을 느낀 직원들의 저항에 종종 부딪히기도 하지만, 협업이 주는 잠재적 편익은 막대하다. 예컨대 여러 부서가 관여하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 교차 판매(cross selling)를 통한 매출 증대, 비용을 줄여주는 베스트 프랙티스의 전파 등이 대표적이다.
 
이 통념은 ‘직원들이 협업할수록 회사가 더 나아진다’는 잘못된 가정에 따른 것이다. 협업이 조직의 성과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필자는 15년간 이 분야를 연구하는 동안 협업이 조직에 방해가 되는 사례를 여러 번 목격했다.
 
필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의 마틴 하스 교수와 함께 대규모 정보기술(IT) 컨설팅 회사 소속의 숙련된 영업팀 100여 곳을 연구했다. 5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따내기 위해 IBM, 액센츄어 등 경쟁 회사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사업 제안서를 작성하는 이 회사의 영업팀은, 예비 고객이 구현하고자 하는 기술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사내 다른 팀의 조언을 구하곤 했다. 연구 결과 언뜻 보기에 합리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 영업 관행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협업의 강도(영업팀이 다른 팀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시간으로 측정)가 높을수록, 결과(계약 성사 여부로 측정)가 더 나빴다. 필자와 하스 교수는 노련한 영업팀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동료로부터 배우는 게 많지 않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도움을 구하느라 빼앗긴 제안서 작업 시간의 가치가 협업으로 얻은 지식보다 더 컸다.
 
문제는 협업 그 자체가 아니다. 통계 분석 결과, 같은 회사 내에서도 초보자들로 구성된 영업팀은 동료들과 아이디어를 교환해 실제로 도움을 받는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사내 협업이 유효할 때가 언제이며, 그렇지 않은 때는 언제인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종종 ‘직원들이 더 협업하도록 만들려면 무슨 일을 해야 하나’라고 질문하곤 한다. 이는 잘못된 질문이다. 경영자는 ‘이 프로젝트를 부서 간의 협업 프로젝트로 추진한다면 가치가 창출될 것인가, 아니면 파괴될 것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협업을 잘하려면 언제 협업하지 않아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이 논문에서는 ‘협업 프리미엄(collaboration premium)’ 개념을 이용해 ‘좋은’ 협력과 ‘나쁜’ 협력을 구별하는 간단한 계산법을 소개한다. 필자의 목표는 당신 조직 내부의 그룹들이 독립적으로 일할 때보다 협업으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될 때 협업을 장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망하는 사내 협업
1996년 영국 정부는 “인간이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몇 년간 세계 쇠고기 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를 지켜본 모든 식품업체들은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회사의 취약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의 위험관리 서비스 회사인 DNV(Det Norske Veritas)는 식품 안전을 개선하려는 식품회사를 도와 사업을 확장하기 딱 좋은 위치에 있었다. 1864년 설립된 DNV는 선박의 안전성 검사 사업으로 시작해 사업 영역을 위험관리 서비스로 확장했다. 현재 100개국에 300개 정도의 사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2002년 가을 DNV는 표준 인증사업부와 위험관리 컨설팅사업부 등 2개 사업부의 전문성, 자원, 고객 기반을 통합하는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이전까지 표준 인증사업부는 대형 식품회사의 생산망을 감독하는 실무 절차를 개발해왔다. 컨설팅사업부도 식품업계를 성장 분야로 눈여겨보고 식품회사의 공급망과 생산 과정의 위험을 줄여주는 사업을 모색하고 있었다.
 
사업 초기 두 부서의 협력 프로젝트에 대한 전망은 밝았다. 두 부서가 협업을 통해 양 부서의 고객을 대상으로 교차 마케팅을 펼치면, 2004∼2008년간 200%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사업부가 각각 움직인다면 성장률은 5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두 부서 간 협업으로 2004∼2008년 4000만 달러의 순현금 흐름도 예상됐다(DNV의 영업 비밀 보호를 위해 재무 상태와 관련된 수치는 임의로 바꿨다).
 
2003년 드디어 두 사업부의 협업 프로젝트가 첫발을 내디뎠다. 각각의 서비스를 교차 판매하고 식품업체와 새로운 고객 관계를 개발하는 책임이 두 사업부에 주어졌다. 하지만 각 팀은 이 절호의 기회를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데 무척 애를 먹었다. 각 사업부가 강점을 보인 노르웨이의 컨설팅 서비스, 이탈리아의 인증 서비스 등의 기존 사업에서는 2004년 당시 예상보다 높은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 두 사업부의 협업 프로젝트는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광우병 발병 이후 인증사업부가 식품 규제기관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영국 시장에서조차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나머지 목표 시장에서의 상황도 비슷했고, 이는 커다란 실망을 안겨줬다.
 
컨설팅사업부는 새로운 사업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데다 단기간 내에 전반적인 실적을 개선하라는 압박까지 받고 있었다. 결국 사업의 초점을 식품업계에서 이전에 점찍어둔 다른 성장 사업으로 돌렸다. 협업 노력은 더 약해졌다. 인증사업부는 여전히 식품업계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었지만, 2005년 두 부서가 협업을 통해 식품업계에서 얻는 매출은 예상을 밑돌았다. 결국 회사는 성장을 자신하며 추진했던 협업 프로젝트를 불과 2년 만에 포기하고 말았다.
 
HBR TIP 좋은 협업과 나쁜 협업 구별법
 
협업 그 자체를 위해 부서끼리 협업을 추진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회사를 위험한 상태에 빠뜨릴 수도 있다. 협업을 하면 혁신적인 제품, 새로운 판매 기법 등 놀라운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수반 비용(영역 다툼으로 인한 지연 등)이 예상보다 크다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좋은 협업과 나쁜 협업을 구별하려면 다음 3가지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
수익(return)효과적으로 협업한다면 얻을 수 있는 현금 흐름은 얼마인가?
기회비용(opportunity cost)비협업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대신 이 프로젝트에 투자하면 얼마만큼의 현금 흐름을 놓치는가?
협업비용(collaboration costs)부서 간 협업과 관련된 문제로 잃게 되는 현금 흐름은 얼마인가?
수익이 기회비용과 협업비용을 더한 금액보다 많은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협업 프로젝트를 시작하라.
 
 
협업을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하라
DNV가 특이한 경험을 한 건 아니다. 부서 간의 협업이 필요한 거창한 사업 계획이 결국 흐지부지되는 일이 많다. 이런 결과를 피하기 위한 최선책은 협업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협업 프리미엄’을 분석해보는 것이다.
 
협업 프리미엄이란 프로젝트의 예상 수익에서 기회비용과 협업비용을 뺀 것이다. 간략하게 표현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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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의 예상 수익이란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현금 흐름을 뜻한다. 기회비용이란 다른 프로젝트(특히 협업을 필요로 하지 않는 프로젝트) 대신 해당 프로젝트에 시간과 노력, 자원을 투입하면서 포기해야 하는 현금 흐름을 의미한다. 협업비용은 서로 다른 사업 부서, 기능적 그룹, 영업 사무소, 해외 자회사, 생산 시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협력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일컫는다. 사내 협업을 추진하면 그만큼 이동 시간이 늘고, 서로 업무 협조도 해야 한다. 목표 및 정보 공유 수준을 놓고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 결과 협력 당사자 간에 긴장이 조성될 수 있고, 이는 심각한 비용을 발생시키곤 한다. 가령 시장에 도달하는 시간 지연, 예산 초과, 낮은 품질, 제한적인 비용 절감 효과, 판매 감소, 고객과의 관계 악화 등의 비용이 생길 수 있다.
 
이 분석 방법은 협업비용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프로젝트의 진행 여부(go/no go)를 결정하는 일상적인 의사결정과는 다르다. 협업비용은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 특히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협업비용을 계량화하는 일은 쉽지 않다. 협업 프로젝트 결과를 추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살펴보자. 관리자들이 프로젝트의 예상 수익과 관련 기회비용을 추산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지를 확인하고 나서 협업비용을 계산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비용이 프로젝트의 운명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협업 프리미엄은 없고, 오히려 협업 부작용(collaboration penalty)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면 프로젝트를 승인해서는 안 된다. DNV가 이런 분석을 했더라면, 얼핏 유망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모험적인 협업 프로젝트를 피했을지도 모른다.
 
가치 파괴 협업을 피하라
협업 프리미엄을 계산할 때 흔히 저지르기 쉬운 다음과 같은 실수를 피해야 한다.
 
①금전적인 이익을 과대평가하지 말라 협력에 대한 열정이나 경영자들의 낙천적인 성향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협업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특히 사내 협업팀에 참여하는 여러 부서들이 자유롭게 자원을 공유하고 서로의 차이를 풀어가며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는 모범 사례를 볼 때, 협업 프로젝트가 회사의 가치 창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협업의 목표는 협업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협업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사업상의 결과를 얻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널리 알려진 협업 프로젝트 중에도 협업 프리미엄이 나타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1998년 다임러는 360억 달러에 크라이슬러를 인수하고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를 장담했다. 9년이 흐른 뒤, 다임러는 고작 10억 달러를 받고 크라이슬러 지분 80%를 매각했다. 이는 가장 대표적인 협업 프로젝트 실패 사례로 꼽힌다. 이 밖에 협업의 가치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되는 경우도 많다. 필자와 하스 교수가 연구를 진행했던 IT 컨설팅 업체의 숙련된 영업팀이 프로젝트 제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문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한 영업팀은 시간을 내어 자신들의 협업이 과연 회사에 도움이 될지를 심각하게 생각해보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②기회비용을 무시하지 말라 경영자는 사업 기획안을 평가할 때, 해당 프로젝트에 자원을 투입하면서 포기하는 사업 기회를 고려해야 한다. 협업이 필요한 프로젝트라면, 사내 협업을 하지 않고도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안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 이때의 기회비용은 채택되지 않은 사업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해 얻을 수 있는 현금 흐름이 된다. DNV는 협업 프로젝트의 예상 수익을 과대평가하진 않았다. 하지만 기회비용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DNV의 고위 관리자는 “식품 분야에 관심을 갖고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최고 경영진의 합의가 없었다”며 “식품업계의 사업 기회와 다른 기회를 비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실 식품 분야는 IT, 헬스케어, 정부 부문과 함께 2001년 이 회사의 컨설팅사업부가 위험관리 서비스의 유망 분야로 꼽은 시장이다. 컨설팅사업부가 IT 부문의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했다면 더 큰 사업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컨설팅사업부는 2004년 IT 부문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여 성과를 거뒀지만 인력 부족에 시달렸다. 능력 있는 컨설턴트 중 일부가 식품 프로젝트에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결국 식품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IT 부문의 추가 사업 기회를 포기해야만 했다. DNV의 컨설팅사업부는 IT 부문에서만 2500만 달러 이상의 현금 흐름을 놓친 것으로 추산된다.
 
③협업비용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서로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모여 효과적으로 협업을 하기란 쉽지 않다. 각 부서의 구성원이 자원과 고객 공유 등 업무 영역을 둘러싼 문제를 들어 협업을 거부하는 일도 있다. 업무를 새로 맡기고 추가적인 인정(recognition)이나 금전적인 보상(financial incentives)을 주지 않는다면 직원들이 반발할 수도 있다. 부서끼리 협업해 즉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서로 다른 두 조직의 업무를 섞는 일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예를 들어 다른 부서의 소프트웨어 패키지로 어려운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부서 간 프로젝트(cross-unit project)’를 진행하기 전에 비용을 확인하고 계산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조직의 협업 문화에 따라서도 비용이 달라진다. 회사 차원에서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면 시간이 흐를수록 비용이 줄어들 수는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협업 수준이 높아진다거나, 상부에서 협업을 강제할 수 있다고 믿고 비용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DNV는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식품 프로젝트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협업비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 컨설팅사업부와 인증사업부가 공동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불신이 쌓여갔다(데이터베이스를 성공적으로 구축하지도 못했고, 이 과정에서 부서끼리 많은 다툼이 있었다).
 
인증사업부 관리자는 “모든 팀 구성원이 자신의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고 인정했다. 구성원들이 고객 정보 공유를 꺼린 탓에 이 부서 간 협업팀은 교차 판매로 얻게 될 매출 예상치를 상당 부분 낮출 수밖에 없었다.
 
협업팀 구성원들은 상충되는 목표와 인센티브에 끌려다녔다. 전업 팀원은 한 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시에 각자 속한 부서에서 개별 목표도 달성해야 했다. 협업 프로젝트가 개별 부서의 매출 극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사에게 호된 꾸지람을 듣는 사람들도 있었다. 협업 프로젝트의 장점에 주목했던 사람들조차도 2가지 역할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 각기 다른 목표를 갖고 있었다. 식품 프로젝트를 가장 우선시하고, 직원들로 하여금 일상적인 업무를 중단하고 협력 업무에 시간을 할애할 것을 요구하기는 힘들었다.” 인증사업부 고위 관리자의 얘기다.
 
협업비용을 정확하게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두 부서 간의 긴장으로 교차 판매 기회의 절반이 날아갔다. 이를 현금 흐름으로 환산하면 거의 2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DNV가 식품 안전 프로젝트의 기회비용과 협업비용을 제대로 계산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이 프로젝트는 덜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관리자들도 이 프로젝트의 협업 프리미엄은 없고, 오히려 500만 달러의 협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음을 알아챘을지도 모른다. 예상 이익이 4000만 달러였기 때문에, 기회비용(2500만 달러)과 협업비용(2000만 달러)을 빼면 오히려 500만 달러의 협업 부작용이 생긴 셈이다.
 
HBR TIP 협업의 부작용
 
기업들이 협력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허가했으나, 다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관련 그룹 간의 분쟁(conflict between groups)
여러 부서가 모여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업무 분담, 자원 배분(인력, 기술, 고객 접근성), 목표, 예산, 스케줄 등을 둘러싼 분쟁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사례 ▶노르웨이의 위험관리 서비스 업체인 DNV는 인증 부서와 컨설팅 부서가 서비스 교차 판매를 통해 식품업계 매출을 늘리는 협업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하지만 두 부서가 고객 관계 공유를 원치 않아 프로젝트는 흐지부지됐다.
 
개별 목표의 상충(competing individual objectives)
협업팀 구성원들이 프로젝트의 목표(한 그룹의 고객에게 공동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 등)와 기존의 금전적인 인센티브(기존의 고객 매출에 따른 보너스 등)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사례 ▶ DNV는 협업팀 구성원들에게 양측의 서비스를 교차 판매할 책임을 맡기면서, 동시에 각 부서의 판매 및 수익 목표도 달성할 것을 요구했다.
 
조직적인 과제(organizational challenges)
구성원 간의 분쟁이 극히 미미하고 인센티브가 적절히 제공되더라도, 협업팀 구성원들은 물류를 조율하고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각 부서의 업무 관행을 통합하느라 어려움을 겪는다.
 
이 같은 문제로 나타나는 협업비용은 다음과 같다.
● 프로젝트를 완수하거나 제품, 서비스를 전달하는 과정 지연(delays)
사례 ▶ DNV의 인증사업부와 컨설팅사업부의 반목으로 공동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지연됐으며, 결국 데이터베이스 구축 프로젝트가 물거품이 됐다.
● 지연 사태로 인한 예산 초과(budget overruns)
● 실수, 2류 수준의 서비스 제공, 예상만큼 혁신적이지 않은 해결 방안 등으로 인한 품질 저하(lower quality)
● 여러 그룹을 하나로 모았을 때 협력을 꺼리는 태도가 나타나기 때문에 생기는 제한적 비용 절감(limited cost savings)
● 고객 정보 공유를 꺼림으로써 판매 감소(lost sales)
사례 ▶ DNV의 인증사업부 및 컨설팅사업부는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자유로운 정보 공유를 거부했다. 그 결과 부서 간 교차 판매를 통한 매출 증진 효과가 기대치를 훨씬 밑돌고 말았다.
● 각기 다른 부서에서 전해오는 상충되는 메시지 때문에 고객과의 관계 악화(damaged customer relationship)
 
제대로 협업하기
DNV
의 협업 프로젝트가 이대로 끝나버린 것은 아니다. 회사는 식품 안전 프로젝트를 포기했고, 최고경영자(CEO)도 헨리크 메드센으로 바뀌었다. 메드센은 협업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인증사업부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협업 프로젝트의 저조한 성과, 경영 노력 낭비, 협업으로 인한 사기 저하를 직접 목격했다. 그럼에도 그는 협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가 전통적으로 분산된 조직 구조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메드센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회사를 4개의 시장 지향적인 사업부로 재편하고 협업 기회를 모색했다. 메드센 휘하의 경영집행위원회는 모든 부서 간의 짝짓기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교차 판매를 할 수 있는 유망한 사업 기회를 찾아냈다. 부서 단위 분석을 통해 협업을 하더라도 실질적인 사업 기회가 없는 부서도 찾아냈다. 덕분에 나중에 협업을 하느라 헛수고를 할 필요가 없었다. 이는 중요한 통찰이자 발견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경영진은 협업을 통한 사업 기회의 잠재적인 재무 수익을 평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 수익이 회사 매출의 1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토대로 경영진은 각 협업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순위를 매기고, 각 방안을 선택했을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평가했다. 그리고 예상되는 협업비용의 측정과 평가를 토대로 몇 가지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그중 한 가지는 해운사업부와 IT사업부의 협업 프로젝트다. 해운사업부는 해운회사를 위해 구체적인 선박 분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IT사업부는 여러 업종의 기업들이 사용하는 IT 시스템에 대한 위험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의 선박은 정교한 컴퓨터 시스템으로 항해하기 때문에 해운회사들은 바다 한가운데서의 컴퓨터 시스템의 오작동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DNV의 해운사업부와 IT사업부가 효과적으로 협력한다면 해운사업부의 고객에게 IT사업부가 제공하는 위험관리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다. 실제로 IT사업부는 해운사업부의 단골 고객이 건조한 대형 크루즈 선박의 정보 시스템 개발 계약을 따냈다.
 
IT사업부는 정유회사와 유전개발회사에도 비슷한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사내의 에너지사업부와 협업하고 있다. 경영집행위원회의 분석 결과에서도 두 부서 간의 협업 기회가 포착됐다. IT사업부는 에너지사업부의 전문 지식을 활용해 경쟁사가 따라오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두 부서는 이 같은 협업으로 얻은 수익을 나눠 가졌고, 이는 협업의 강력한 동기가 됐다.
 
DNV는 대표적인 협업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IT그룹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애니 콩벨르는 해운사업부와 에너지사업부의 고객 중에서 IT사업부의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분명히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두 부서가 IT 부서의 서비스를 이해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며 “가장 큰 걱정거리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었다”고 말했다.
 
IT그룹은 12년 경력의 직원을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로 임명했다. 이 매니저는 해운사업부에서도 일한 적이 있고, 회사 곳곳에 두루 인맥을 갖고 있었다.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는 해운사업부 등 협업 부서와 IT사업부를 이어주는 역할을 원만하게 해냈고, 그 결과 다른 부서와의 마찰도 줄었다.
IT사업부는 차근차근 사내 협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부는 해운사업부가 크루즈 선박 운영업체와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구축한 덕분에 크루즈 선박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운사업부는 IT사업부의 실수로 장기간 공을 들인 귀중한 고객 관계를 훼손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IT사업부는 먼저 호텔 서비스 분야 등 크루즈 선박의 비핵심 부문과 관련된 위험 평가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크루즈 선박의 호텔 서비스에는 와이파이(Wi-Fi) 네트워크, 도박용 컴퓨터, 크루즈 고객이 사용할 5000대의 개인용 컴퓨터 등이 포함된다. IT 부서는 관련 시스템을 점검하고 30개의 위험 요인을 찾아냈다.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해내자 전력 관리, 위치 확인 시스템 등 크루즈 선박의 주요 부문과 관련된 프로젝트도 맡을 수 있었다.
 
부서 간 협업을 장려하기 위한 DNV의 노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여러 성과도 거뒀다. IT사업부의 매출 가운데 부서 간 협업을 통한 매출은 이전까지는 전혀 없었지만, 2008년에는 전체의 5%로 늘어났다. 이어 2009년 10%, 2010년 30%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협업의 무한한 잠재력을 본다면, 부서끼리의 협업이 조직에 도움이 된다는 경영자들의 주장은 옳다. 하지만 무작정 협업을 강요하기보다는 이 글에서 설명한 분석을 통해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경영자들은 협업이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파괴할 것인지를 분석해야 한다. 조직이 적절한 인센티브와 기업 문화 변화를 통해 점차 능숙하게 협업한다면, 관련 비용은 낮아지고 협업 프로젝트의 성공률은 그만큼 높아지는 게 이상적이다.
 
최근 비즈니스 환경에서 협업의 필요성이 크다. 하지만 핵심 과제는 협업의 확대가 아니라 올바른 협업의 추진이다. 그래야만 따로따로 일할 때는 얻을 수 없는 엄청난 성과를 올릴 수 있다.
HBR TIP 불황기의 협업
 
사내 협업이 신제품 개발이나 매출 증진에 목표를 두다 보니 수익이 중요시되는 비용 절감 시기에는 사내 협업의 우선순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건 큰 실수다. 협업은 기존 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 즉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해 더 많은 것을 얻는 방법이기 때문에 불황기 전략을 세울 때 협업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02년 불황기에 접어들 무렵 웰스파고 은행은 가구 고객당 평균 3.8개의 상품을 교차 판매하고 있었다. 다른 은행들이 부러워할 만한 실적이었다. 2002년에는 교차 판매 상품이 무려 4.2개로 늘었다. 이는 경기 침체에도 고객 2명당 1개꼴로 금융 상품을 추가 판매했다는 뜻이다. 즉 기존의 고객을 통해 추가 수익을 얻어냈다.
 
경기 침체기에는 다음 3가지 협력 방안이 특히 도움이 된다.
교차 판매(cross-selling)웰스파고처럼 기존 고객에게 상품을 추가로 판매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기존의 고객들은 다른 고객보다 자사에서 제공하는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고객을 적극 활용하면 판매량을 늘리고 판매 비용을 낮출 수 있으며, 고객 1인당 수익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베스트 프랙티스 전파(best-practice transfer)사내 부서 중 일부 분야에서 뛰어난 효율성을 자랑하는 부서를 찾아내 다른 부서들이 선례를 따르도록 장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가령 가장 인건비가 낮은 영업 부서를 다른 부서들이 따라 하도록 하는 식이다). 우수 관행을 전파하면 생산성을 높이고 1인당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부서 간 협업을 통한 제품 혁신(cross-unit product innovation) 기존의 기술, 제품, 브랜드를 통합해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방법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개발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검증된 지적 재산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도 높다.
 
이는 신제품의 수를 늘리고, 신제품을 좀더 빨리 시장에 내놓고, 개발비를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4월 호에 실린 모르텐 핸슨 UC 버클리대 교수의 글 ‘When Internal Collaboration is Bad for Your Compan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모르텐 핸슨(hansen@ischool.berkeley.edu) 교수는 미국 UC 버클리대와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협동: 리더가 덫을 피하고, 단결을 유도하고, 훌륭한 성과를 얻어내는 방법(Collaboration: How Leaders Avoid the Traps, Create Unity, and Reap Big Results)>(하버드 경영대학원 출판부, 2009)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