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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못해 허탈? 능력보일 기회는 있다

전재영 | 28호 (2009년 3월 Issue 1)
Q 최근 승진 대상에서 후배에게 밀려난 뒤로 저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노골적인 분노 표현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당연히 승진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승진 대상에서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왜 떨어졌는지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대로 받아들이자니 참으로 괴롭습니다.
 
평소에 감정을 잘 내색하지 않는 편인데 요즘 들어 주변 동료들로부터 화를 자주 내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특별히 화를 낼 사안도 아닌데, 종종 감정을 억제하기 힘들고 엉뚱한 상황에서도 공연히 화가 치밀어 오르곤 합니다. 심지어 저로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일을 하다가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 나도 모르게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친다거나, 동료들과 식당에 갔는데 한참 기다려도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자 혼자서 벌떡 일어나 다른 식당으로 가서 주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적도 있습니다. 이런 저의 모습에 많이 놀랐는지 회사 동료나 후배들은 저를 보면 긴장하게 된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들 어려운 상황인 건 알지만 승진에 누락되니 많이 실망스럽고 화도 납니다. 그렇다고 회사를 관둘 수도 없으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ID: 낙오자)
 
A 승진 누락으로 생긴 마음의 상처를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화풀이’하는 격으로 풀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그렇게라도 해야 상처 받은 당신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무의식의 발로였겠지요. 이번에 당연히 승진할 것이라 여긴 당신으로서는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더욱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것도 후배한테 승진 순위에서 밀렸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바닥을 향해 질주했을 것이며, 조직 안에서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생존의 위협까지 느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떠한 조언도 진부하게 들릴지 모릅니다. 분노의 감정에 끌려가다 보면 당신의 몸과 마음은 더욱 힘들어지고 합리적인 판단이 방해를 받게 됩니다. 그 결과 당신이 원하는 희망이 아니라 마주하고 싶지 않은 절망의 끝에 서 있게 될 수도 있습니다. 분노 자체를 억제하기보다는 현재 당신의 마음속에 분노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표현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유연하게 넘어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현재 당신은 승진 누락을 자칫 인생의 성패와 관련지어 생각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인사이동의 상황에는 자기감정 조절과 합리적인 상황 파악의 양면을 동시에 잘 보살펴야 합니다.
 
우선 현재 당신이 느끼는 분노를 자기 자신에게 표현할 기회를 가져보길 권합니다. 충격을 받고도 고스란히 내면으로 쌓아둔 상태에서는 모든 것이 차단돼 있어 이성적 판단이 제대로 작동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때는 의도적으로라도 이성적인 생각들은 제쳐두고 자신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분노를 여러 방식으로 표현하십시오. 가족이나 친구, 전문가와 대화를 나누거나 자신과의 대화(self talk), 명상 등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도 인간관계를 통한 표현과 내면의 표현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만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글쓰기’입니다. 자신의 감정과 삶을 생생하게 글로 표현해 보길 권합니다. 이는 ‘자기 내면의 대화’라고 일컫는 작업인데, 당신이 억울하게 느끼는 상황과 그때 받았던 느낌 등을 생생하게 적어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당신과 고통스러운 경험을 함께 나눌 가족이나 상담 전문가를 만나 억울함과 부당함에 대해 표현하면 더욱 좋습니다. 지금의 상황을 다소 객관화하면서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조직 내 승진 같은 인사이동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관계 속에서 평상심을 잃지 않는 능력입니다. 사실 승진 탈락자의 인격적 능력은 대개 인사이동 상황 이후에 가장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긴박한 위기 상황에서 인격의 강점과 약점이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승진했다고 동료들 앞에 자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뽐내는 태도도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승진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지나친 자기비하와 공격적인 태도로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당신의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질 못합니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곤경에 닥쳤을 때 의연하면서도 담대하게 주변 사람들을 마주하면 당신의 진가가 더욱 빛날 것입니다.
 
평가나 승진이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유일한 방법도 아님을 깨달아야 합니다. 승진에는 업무 능력, 관계 능력뿐 아니라 그 시점에서의 회사 상황에 따른 유동적인 요인도 있게 마련이지요. 가깝게 보면 그것이 자신을 비켜간 불운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 생활도 인생 전체를 대하는 긴 안목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승진 탈락과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과 마주할 때는 ‘자신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잘 들어보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승진누락의 상황을 곧 자신이 조직에서 ‘패배자’이고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면 이것은 여전히 사태를 감정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승진 기회를 통해 자신의 능력과 주변의 인정을 재확인받고 싶었던 마음이 진정으로 컸다면 그 시도 자체를 탓하기보다 일단 그것을 얻기 위해 애써온 자신의 노력에 대해 지지와 위로를 보내길 바랍니다. 최선을 다한 뒤에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충일감이 마음속에 남게 마련입니다. 당신의 마음이 충분히 위로가 되면 주변 상황을 자기만의 틀이 아닌 상대적인 틀로 받아들일 여유가 생길 것입니다.

현실적인 상황 파악을 위해 평가자와 대화를 갖고 더 나은 자기계발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즉 상사와의 대화를 통해 당신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과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정중하게 상사의 의견을 묻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게 좋습니다. 이때 승진 결과의 원인을 상사 개인의 미숙한 인사관리 탓으로 지적하려는 태도는 특히 삼가야 합니다. 객관적인 평가를 통한 승진 결과라고 하지만 상황에 따른 한계가 있게 마련이므로 이에 대해 논리와 합리성만으로 반박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자존심을 우선하거나 자기 능력을 옹호하고 설득하기 위한 대화보다는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앞으로 당신이 조직 내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굳이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자기계발의 밑거름으로 살피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승진 평가 항목 가운데 당신이 앞으로 특히 보완해야 할 부분과 그 능력을 발현할 방법에 초점을 맞춰 보시기 바랍니다. 이를 통해 조직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고 더불어 당신의 경력관리를 위해 앞으로 구축해야 할 현실적 목표를 세울 기회가 될 것입니다.
 
조직에서의 성공 여부를 한번의 승진 누락으로 단정하기에는 당신이 그 동안 걸어온 발자취가 너무 소중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지요. 비 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진다고 하듯이 지금의 시련이 오히려 당신을 내적으로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자양분이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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