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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후폭풍 10년 간다

김남국 | 28호 (2009년 3월 Issue 1)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던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규모 M&A로 몸집을 불린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하나같이 위기에 빠졌으며, 한국에서도 M&A에 적극적이었던 한화·금호아시아나 등이 큰 곤욕을 치렀다.
 
실제로 M&A는 여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인수 경쟁이 불붙으면서 본질 가치 이상으로 비싼 가격을 지불해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에 빠지는 게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이질적인 문화 극복, 시너지 효과 창출 등도 쉽지 않은 과제다. 여기에 피인수 기업의 인재 유출도 심각한 문제다.
 
인재 유출 이슈와 관련해 미국 버지니아주립대(VCU) 제프리 크러그 교수와 월트 실 액센츄어 이사는 최근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Journal of Business Strategy’(Vol.29 No.4)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7년 동안 1000개 기업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크러그 교수는 논문에서 “1000개 기업의 임원 2만3000명의 경력을 추적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2년, 정리하는 데 10년이 걸렸다”면서 “데이터가 방대하고 정리하는 데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앞으로 수년 안에 이런 자료를 다시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자부했다.
 
이처럼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는 M&A를 선호하는 기업인에게 충격을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우선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이 M&A 이후 피인수 기업의 경영진 교체 비율은 급격히 증가했다. M&A가 일어나기 전까지 경영진 교체 비율은 연 평균 12.1% 정도였지만 M&A가 있던 당해 연도에는 30% 이상으로 치솟았다.
 
놀라운 점은 그 이듬해부터다. 피인수 기업 경영진의 이직 비율이 M&A 이후 10년 동안이나 지속적으로 비교 대상 기업(M&A를 당하지 않은 기업)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실제로 M&A 이후 10년 동안 피인수 기업의 경영진 교체 비율은 무려 24.3%에 달했다. 이는 M&A를 경험하지 않은 기업 경영진의 연평균 이직률 9.8%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조사 기간에 두 번 이상 M&A를 경험한 기업의 경영진 교체 비율은 M&A 직후 50% 가까이 치솟았으며, 이후 10년 동안 평균 32%대의 기록적인 수준을 보였다. 이는 한 번만 피인수를 경험한 기업의 21%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경영진의 잦은 교체는 기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고 경영진이 자주 바뀌는 회사에서는 종업원의 불안감이 커지고 경영 공백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직원의 충성도와 헌신, 몰입 수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M&A 후유증이 무려 10년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게 이 연구 결과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다.
 
생산 설비를 확충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려는 목적의 M&A라면 이런 걱정을 덜 해도 좋다. 그러나 지식 기반 경제 시대가 펼쳐지면서 피인수 기업의 지식·스킬·노하우를 얻기 위한 목적에서 M&A가 이뤄지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지식과 스킬을 얻기 위해 M&A에 나선 기업이라면 직원들의 유지 관리를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을 한두 해에만 실천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10년 동안은 인재 유출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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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march@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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