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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베인&컴퍼니코리아 신임 대표 인터뷰

잘나가는 기업도 한 단계 도약위해 ‘턴어라운드’ 해야

DBR | 27호 (2009년 2월 Issue 2)
신성미 기자, 문권모 기자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지난 분기 성적표를 받아 쥐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운 계절이다. 그러나 많은 CEO들은 위기를 기회 삼아 실적개선(턴어라운드)을 준비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지난달 9일 턴어라운드 전문가로 꼽히는 베인&컴퍼니코리아 김연희 대표(디렉터)를 만나 성공적인 턴어라운드 방법론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해외 경영대학원을 나오지 않은 ‘토종’ 컨설턴트로는 드물게 베인&컴퍼니 아시아지역 최초의 여성 디렉터가 됐다.
 
성공적인 턴어라운드 비결은 ‘사람 관리’
턴어라운드란 무엇인가.
“턴어라운드는 망해가는 기업을 되살려내는 ‘기업 회생’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사실 그보다 넓은 의미를 갖고 있다. ▲잘 나가는 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과정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회사가 성장률을 더 높이기 위한 실적개선 과정 ▲일반적으로 알려진 대로 재무성과가 안 좋아 퇴출 위기에 놓인 기업을 살려내는 과정으로 나뉜다.
 
각각 CEO가 강조해야 할 포인트가 다르다. 퇴출 위기에 놓인 기업이라면 이미 조직원들 사이에 위기의식이 공유돼 있으므로 굳이 턴어라운드의 당위성을 설득할 필요는 없다. 단지 조직원들에 ‘어떻게(how)’ 해야 살아남을지를 명확히 알려야 한다. 퇴출 직전까지 간 기업이라면 내부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 만큼 CEO가 하향(top-down)으로 빠르게 업무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효과적이다.
 
반면 잘 나가는 기업이라면 조직원들에게 턴어라운드가 ‘왜(why)’ 필요한지 설득하는 게 최선이다. 조직원들은 ‘이미 성과가 좋은데 무슨 턴어라운드냐’며 과거의 업무 방식을 고수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은 이미 내부 역량이 충분히 뛰어나므로 CEO가 모멘텀만 만들어주면 조직원들이 알아서 잘해 상향(bottom-up)으로 변화관리가 일어난다.”
 
턴어라운드의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 달라.
“가장 먼저 CEO와 주주 등으로 변화를 이끌 핵심 멤버를 구성해야 한다. 이들이 턴어라운드 이후 도달하게 될 모습(point of arrival)이 뭔지 구체화해야 한다. 그리고 변화에 적극적인 조직원들을 전체 조직원 가운데 3분의 1 이상 확보해 합의를 구하고 의지를 다져야 한다. 그 다음 턴어라운드를 본격적으로 실행할 팀을 꾸리면 된다.
 
턴어라운드를 실행하고 서너 달이 지나면 조직원들이 단기적 성과를 내게 해야 한다. 보통 1년 반 동안 ‘짧고 굵게’ 턴어라운드를 실행하는 게 이상적인데, 더 길어지면 조직에 피로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턴어라운드 과정에서 조직원이 지치지 않도록 중간 중간에 ‘맛보기’로 단기적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하면 된다’는 동기부여가 이뤄진다. 실행 과정에서 조직원 사이의 수시 커뮤니케이션은 필수다.”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턴어라운드 전략이 어떻게 달라지나.
“경기불황 같은 외부환경보다는 기업이 처한 내부 상황에 따른 ‘맞춤형 처방’이 훨씬 중요하다. ▲자사가 속한 산업이 경기에 민감한 산업(건설, 부동산, 금융 등)인지, 경기에 덜 민감한 산업(필수 소비재, 에너지 등)인지 ▲해당 산업에서 자사가 선두주자인지, 후발주자인지 ▲빚이 많은지, 현금이 많은지에 따라 총 8가지 케이스로 나눌 수 있다. 각각 턴어라운드의 방식과 CEO의 역할 등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경기에 민감한 산업에 속해 있는데 시장의 리더인 데다 현금이 많은 기업이라면 불황기에 후발주자 몇 개 정도는 떨어져 나갈 것이므로 후발주자들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써서 시장점유율을 더욱 늘릴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턴어라운드를 실행하기에 앞서 CEO를 교체하는 사례가 많다.
“조직에 커다란 모멘텀을 주기 위해서다. CEO가 교체되면 조직 내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조직원들은 CEO가 바뀌었다는 사실 자체로 변화를 수용하기 쉬워지고 수월하게 턴어라운드를 실행할 수 있다. 또 턴어라운드는 과거에 대한 부정에서 출발하므로 기존 CEO 아래서는 정당화되기 쉽지 않다. 물론 신임 CEO가 턴어라운드를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리스크는 있다.”
 
성공적인 턴어라운드를 위해서는 CEO에게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턴어라운드 과정의 50~60%는 ‘사람 관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EO에겐 조직원들의 심리상태를 잘 읽고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조직원에게 변화에 대한 당위성을 심어주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역량을 이끌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줄 알아야 한다.
 
또 턴어라운드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싱글 리더십’이다. 리더가 분산되는 조직은 망하기 쉽다. 모든 조직원이 한 명의 리더를 바라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그룹의 회장, 계열사의 CEO, 각 CEO 아래에 있는 ‘라인’ 등으로 리더십이 분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룹의 회장이 각 계열사 경영에는 완전히 손을 떼고 전권을 CEO 한 사람에게 위임하는 게 효과적이다.”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많다. 부실기업의 대표적 징후는 무엇인가.
“기업의 정기 임원회의에 들어가 보면 의외로 내부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한다. 각 부서가 무엇을 했는지 보고하고 자화자찬하다 회의가 끝나는 일이 많다. 이런 조직은 부실기업으로 이어지기 쉽다. 고객이나 경쟁사 같은 외부 이야기에 신경 써야 한다. 임원들이 말로는 고객이 가장 소중하다고 하면서 고객지원부서에서 올리는 보고서만 달랑 보고 만다면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이후도 중요할 것 같은데…
“첫째로 ‘레슨북(lesson book)’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일례로 과거 10년 동안 국내에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등 2번의 불황이 있었는데 그 때 자기 조직이 어떻게 일했고 어떤 결과를 냈는지 교훈을 줄만한 기록을 남긴 기업이 별로 없다. 따라서 최근 불황이 닥치자 기업들은 뭘 해야 할지 몰라 다시 당황하고 있다. 턴어라운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실록을 적듯이 기록을 해놓고, 목표 달성 이후에는 총괄 편을 써놔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턴어라운드를 ‘체질화’할 수 있다.
 
둘째로 기업은 턴어라운드를 통해 ‘스타’를 만들어줘야 한다. 사실 턴어라운드 과정에서 뭔가를 해보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람들은 ‘공공의 적’이 되는 사례가 많은데 이러면 손들고 나서는 적극적인 사람들이 없어진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변화를 이끄는 조직원 중에 스타를 만들어주면 다음에 적극적으로 리더를 자처하는 조직원이 많아진다.”
 
슈퍼우먼이 되려 하지 말라
해외 경영대학원을 나오지 않은 ‘토종’ 컨설턴트로는 드물게 이번에 베인&컴퍼니 아시아지역 최초의 여성 디렉터가 됐다. 개인적으로 컨설턴트로서 인생의 턴어라운드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 특히 경쟁이 심한 컨설팅업계에서 최고의 자리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사내에서 나는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다는 평가를 받아 고민을 많이 했다. 3가지 항목의 점수가 A고 다른 3가지 항목의 점수가 D라면 2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첫째, 3가지는 B정도로 적당히 하고 나머지를 C+로 고치는 방법이다. 둘째, 3가지를 A+로 더 잘하고 나머지는 C 정도만 하는 방법이다.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못하는 것은 낙제점만 면하되 강점으로 승부하자는 것이었다. 그것이 나중에 자신의 차별화된 능력인 셀링포인트(selling point)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프로페셔널로 성공하려는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조언이 있다. 회사 타이틀을 떼고 자신의 이름만 걸어 상품가치를 순수하게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직장이라는 우산 아래서가 아니라 자기 이름을 걸고 커리어를 관리해야 하는 시대다. 적당히 회사 다니다 마음에 안 들어서 여기저기 회사를 옮기며 사는 것은 30대 후반까지는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40대, 50대까지 일하고 싶다면 한 우물을 파서 ‘프로페셔널 아무개’라는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여성으로서 아내와 엄마, 딸, 며느리 역할을 하면서 한 회사의 대표까지 오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직장여성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여성으로서 주어진 모든 역할을 다 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 하려고 하지 마라’는 게 내 답이다. 자신이 꼭 포기할 수 없는 게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보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중요하다. 각자의 성향에 따라 일에서의 성공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 있고 엄마로서의 역할을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만약 컨설턴트를 하면서 엄마로서도 충실하고 싶다면 남들이 승진하는 데 3년이 걸린다고 할 때 자신은 5년을 기대하는 게 현실적이다.
 
나는 남편이 내 커리어를 존중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결혼했다. 남편과 아이, 시댁 때문에 일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다행히 시어머니께서 나의 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셨다. 아들은 시어머니께서 키워주셨다. 나는 양육에 간섭하지 않고 전권을 시어머니께 위임해드렸다. 올해 아들이 중학교 3학년이 되는데 작년에 미국으로 유학 보냈다.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는 엄마의 정보력이 가장 중요하다는데 나는 그렇게 못 키우겠다고 생각했다. 일에서의 성공과 자식에 대한 부모로서의 욕심은 일종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상충관계)라고 생각한다.”
 
김연희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 및 석사 출신으로 앤더슨컨설팅을 거쳐 1992년 베인&컴퍼니에 컨설턴트로 입사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매각은행 회생 프로젝트를 담당한 턴어라운드 전문가다. 2002년 글로벌 컨설팅업계 최초로 한국에서 여성 파트너로 선임된 데 이어 지난달 5일 베인&컴퍼니 아시아지역 최초의 여성 디렉터(대표)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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