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을 외주화하는 조직은 경쟁력 붕괴
AI안 검증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라
Article at a Glance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개인의 업무 속도는 비약적으로 높아졌지만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 리드타임과 생산성은 여전히 ‘조정비용’의 병목에 갇혀 있는 ‘AI 생산성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사고의 과정을 AI에 외주화하는 ‘학습의 실종’은 구성원의 비판적 검토 능력을 약화시켜 시스템의 오류를 맹신하는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과 조직의 인지적 퇴행이라는 치명적 리스크를 초래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HR은 단순히 AI 툴 활용법을 가르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 속에서 맥락을 읽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판단력’과 ‘수동 비행’의 본능을 회복시키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텍스트 기반의 심층 학습과 비판적 토론을 통해 ‘사고의 근육’을 재건함으로써 HR은 단순 지원 부서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임팩트와 실행 루프를 설계하는 ‘전략적 아키텍트’로 거듭나야 한다.
“요즘은 강의실에 서 있는 게 고역입니다.”
최근 만난 한 국내 대학 교수의 푸념은 많은 기업 교육 담당자의 고민과 같았다. 그는 수업 시간 내내 학생들의 시선이 자신이 아니라 노트북 화면에 머문다고 토로했다. 강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녹음해 AI로 요약해 달라고 하고, 과제를 내주면 다음 날 AI로 만든 그럴듯한 답안이 줄줄이 도착한다. 얼핏 보면 맥락까지 이해한 듯한 문장인데 정작 수업을 제대로 듣고 자기 것으로 만든 학생은 보이지 않는다. 지식은 유통되는데 학습자가 증발한 느낌, 바로 ‘학습의 실종’이다.
이 현상은 상아탑에만 머물지 않는다. AI라는 거대한 대행자가 가르침과 배움 사이에 끼어들면서 기업 현장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산출물이 나오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동시에 책임과 리스크가 커진다. 국내 대기업 HRD 담당자인 김 대리 사례를 보자. 김 대리는 지난해 말 생성형 AI를 활용해 2026년도 교육 기획 프로세스를 전면 개편했다. 그는 사내의 과거 프로젝트 데이터와 전문 용어, 심지어 경영진의 문장 습관까지 학습시켜 AI가 ‘가장 우리 회사다운’ 기획서를 뽑아내도록 정교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수행했다. 결과물은 완벽해 보였다. 세련된 문장과 화려한 시각 자료가 곁들여진 기획안은 누가 봐도 ‘A사 맞춤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