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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컬렉터(Experience Collector)

특별한 경험 주인공 되고픈 소비자들
‘의미-재미-상징’ 열망을 충족시켜라

송수진,정리=배미정 | 424호 (2025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오늘날 소비자는 제품의 기능적 가치를 넘어 다양하고 독특한 경험을 수집하길 원하며 불필요한 감정, 시간, 관심의 낭비를 최소화하려 한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정신적, 정서적, 물리적 거리가 단축되면서 전문가나 스타, 해외와의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경험에 필요한 준비 과정이 생략되면서 소비자들은 더욱 많은 경험을 시도하게 됐고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기억에 남는 특별한 경험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기업은 소비자들의 열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의미(Meaning), 재미(Fun), 상징(Symbol)을 제공하고 소비자가 경험의 주인공이 돼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06 Business Trend Insight

경험 컬렉터
(Experience Collector)

감정, 시간, 관심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남은 시간에 더 특별한 경험을 ‘수집’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열망을 의미. AI 기술의 발전으로 경험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단축되면서 소비자들은 불편하더라도 기억에 남는 특별한 경험을 수집.



오늘날 소비자들이 제품의 기능적 효용을 넘어 경험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소비자들의 행태를 보면 단순한 체험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하고 색다른, 나만을 위한 경험을 추구하는 모습이 마치 ‘수집가(Collector)’ 같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앞으로 더 나은 경험을 찾으려는 수집가적 열망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 활약이 기대되는 ‘경험 수집가(Experience Collector)’가 누구인지, 기업은 어떻게 이들의 열망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살펴보도록 한다.


감정·시간·관심 낭비의 최소화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만나기 전에 얼마나 꾸밀지를 미리 정하는 ‘꾸밈 단계 맞추기’가 유행이라고 한다. 꾸밈 단계는 1단계(생얼 상태로 가볍게 만나는 수준)부터 4단계(인스타그램 업로드가 가능한 수준의 완벽한 세팅)까지 세분화된다.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입고 나가면 될 텐데 왜 굳이 꾸밈 단계까지 맞추려는 걸까?’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목적이 숨어 있다.

첫째, 상대방과 톤 앤드 매너(Tone & Manner)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서로 간 꾸밈 정도가 다를 때 발생할 수 있는 어색함이나 불편한 감정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전략이다. 한 사람이 완벽히 꾸며 나왔을 때 다른 사람이 편한 복장으로 등장한다면 양측 모두 민망하거나 어색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이에 사전에 서로의 꾸밈 수준을 조율함으로써 불필요한 감정적 소모를 최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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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시간과 에너지 관리 측면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미리 꾸밈 단계를 정하면 사전에 외출 준비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준비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

최근 러닝메이트 크루를 모집하는 글에서 ‘채팅방 대화 금지’라는 문구가 종종 발견된다. 러닝 후 긴 대화 없이 바로 헤어지는 것이 원칙이라는 모임도 많다. 많은 러닝 크루가 ‘끝난 후 편의점에서 이온음료를 섭취 후 즉시 해산’이라는 규칙을 명시적으로 밝힌다. 러닝을 하러 모일 때마다 카페에 들러 음료를 주문한다면 시간도 걸리고 그때마다 원하지 않는 돈도 쓰고 대화가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달리 편의점의 이온음료는 즉각적이고 간단한 소비가 가능해 시간과 감정적 에너지의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이 간단한 규칙을 통해 “이 모임은 필요한 활동만 수행하며 그 이상의 불필요한 감정적·시간적 소모가 없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인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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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감정, 시간, 관심 일명 ‘감시관’ 낭비를 최소화하려는 요즘 소비자들의 성향은 일상적인 소비에서도 쉽게 포착된다. 유튜브 프리미엄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가입자가 꾸준하고, 쿠팡이 와우 멤버십 가격을 인상해도 이탈률이 낮은 이유는 소비자들이 광고 시청이나 배송 대기 시간을 줄여주는 ‘시간 절약 가치’를 크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긴 영상을 끝까지 시청하기보다는 짧은 형식의 쇼츠를 선호하고 드라마 전체를 몰입해 보기보다 요약본으로 빠르게 핵심을 파악하는 콘텐츠 소비 방식도 내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핵심 경험’을 얻고자 하는 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알고리즘 기반의 개인화 추천 시스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비자가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직접 걸러내야 할 ‘관심 낭비’를 최소화한다. 혼밥, 혼영(혼자 영화), 혼술(혼자 음주), 혼뮤(혼자 뮤지컬), 혼여(혼자 여행) 등 ‘혼자 하는 소비’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정적 피로를 줄이는 방식으로 인기를 얻어 확산됐다. 또한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자연스럽게 MBTI를 묻는 문화 역시 단순한 성격 궁합을 넘어서 ‘상대와의 적합성을 미리 점검해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는 사전 필터링 장치’로 작동한다.

이처럼 요즘 소비자는 불필요한 감정, 시간, 관심의 사용을 통제해 소비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소비자 성향을 정교하게 이해하고 이를 돕는 기술을 구현해 낸 기업이 실제로 그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단순히 과거 시청 이력에 기반해 콘텐츠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더 정교한 맞춤형 경험을 설계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하나의 콘텐츠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보여줄지를 사용자마다 다르게 설정한다. 즉 동일한 영화라도 이용자마다 전혀 다른 섬네일이 노출되는 개인화 전략을 구현한다. 예컨대 영화 수리남의 경우 액션과 스릴러 장르를 선호하는 사용자에게는 액션 장면이 강조된 섬네일을, 해외 이용자에게는 오징어 게임으로 알려진 배우 박해수가 중심인 섬네일을, 그 외에도 이용자가 자주 시청한 배우의 얼굴이 담긴 섬네일을 노출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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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네일은 단순한 시각 장치가 아니라 사용자의 클릭을 이끄는 개인화된 경험의 관문이다. 이용자는 섬네일을 보고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이건 내 취향이야”라는 직관적 판단을 즉각 내릴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선택 피로를 줄이는 차원을 넘어 자신에게 맞는 인생 영화를 만날 확률을 높인다. 유튜브나 스포티파이도 마찬가지다. 광고 없이 바로 재생되는 경험, 취향에 맞는 음악이 자동으로 이어지는 경험은 모두 소비자의 감정, 시간, 관심 자원의 절약 욕구를 정조준해 설계한 결과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와 스포티파이에서의 경험은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들은 산업, 혹은 기업의 기술적 성숙도나 준비 정도를 고려하지 않는다. 한 산업에서 감정과 시간과 관심을 줄여주는 기술을 경험한 소비자는 경쟁사에도 동일한 수준의 경험을 요구한다. 또 인근 산업에서도 동일한 경험을 기대하고 유관 산업, 나중에는 전혀 다른 이종 산업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감정, 시간, 관심의 낭비를 줄여주는 고객 경험을 예상하고 소망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배스킨라빈스31에서는 가능한 ‘고르기’가 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안 되요? 헤어숍에서는 내 취향에 맞는 스타일링이 되는데 왜 전자제품에는 안 되요? 중고등학교 사교육 시장에서 이뤄지는 맞춤형 수업이 왜 대학교에서는 안 되나요? 이런 소비자 욕구의 변화로 인해 기존에 하던 일을 잘하던 기업이 어느새 경쟁자에게 뒤처지는 일이 발생한다. 더군다나 기술 발전 자체가 감정, 시간, 관심을 줄이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을 더욱 강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기업이 소비자들의 성향 변화에 더욱 발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AI 기술 발전과
정신적·정서적·물리적 거리의 축소

기술, 플랫폼, 교통의 발달은 우리가 인식하는 정신적·정서적·물리적 거리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정신적·정서적·물리적 거리의 축소는 소비자가 경험에 접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과거처럼 전문가와의 거리, 스타와의 거리, 해외와의 거리를 멀게 느끼지 않는다.

1) 정신적 거리의 축소: 전문성의 재정의

과거에는 나에게 맞는 화장품을 찾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비용이 필요했다. 매장에서 테스트를 반복하거나 구매에 실패하는 경험을 하면서 뷰티 지식을 체득해야 했다. 그러나 오늘날 소비자는 SNS와 AI 기술을 통해 과거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정보에 실시간으로 접근하고 있다. 예컨대 인플루언서들은 피부 톤별 메이크업 팁, 제품 사용법을 공유하며 전문가와 소비자 사이의 장벽을 낮췄다. GS리테일은 편의점에 AI 기반 뷰티 디바이스를 도입해 3초 만에 피부 명도·채도·색온도를 분석하고 개인 맞춤형 화장품을 추천한다. 이처럼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과정이 자동화되면서 소비자는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전문가 수준의 조언을 즉각 얻는다.

와인, 자동차처럼 구매 의사결정이 복잡한 상품의 경우에도 소비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문가 리뷰를 접하고 Chat GPT 등 생성현 AI를 활용해 맞춤형 정보를 손쉽게 획득한다. 필자가 가르치는 대학생들조차 AI 도구를 활용해 예전에 디자인 에이전시에 맡겼을 때 얻어냈던 신입 작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맥킨지는 약 1만2000개의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며 업무 구조를 혁신했고 2023년 이후 인력을 5000명 줄였다. AI가 전문가의 보조를 넘어 때로는 전문가의 역할을 대체하는 단계로까지 진입했다. 일반 소비자들도 전문가 수준의 정보를 ‘즉각적이고 개인화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대다. 이로 인해 소비자와 전문가 간의 정신적 거리가 크게 단축됐다.

정신적 거리의 축소는 전문가와의 정보 격차, 전문가가 되는 데 필요한 수련과 훈련, 교육에 드는 시간과 과정이 생략됨을 의미한다. 물론 무엇이 맞는지 알아볼 수 있는 판단력과 감각을 지닌 완벽한 수준의 전문가까지 단번에 되기는 어렵지만 준전문가, 최소 그 분야에 입문하는 과정이 생략되고 있다.

2) 정서적 거리의 축소: 관계의 패러다임 전환

최근 SNS와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이 과거 일방향적이었던 팬과 연예인의 관계를 쌍방향 소통을 전제하는 관계로 바꿔 놓았다. 입시 유튜버 ‘미미미누’는 줌 독서실을 운영하며 학생들과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과거의 일방적 ‘정보 제공자–수용자’ 관계가 이제는 직접적으로 일대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함께 공부하는 파트너십으로 바뀐 것이다.

이처럼 스타와의 정서적 거리 축소 현상은 다양한 주체로 확장돼 나타난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제품 개발 상황부터 개인적 농담까지 직접 공유하며 소비자들과 정서적 연결을 만든다. B2B 기업 엔비디아 역시 SNS를 통해 자사의 기술 협업 사례, 예컨대 벤츠와의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 사례를 일반 소비자에게 공개한다. 또한 직원들의 모습과 업무 현장을 공유함으로써 ‘멀게만 느껴졌던 기술 기업’을 소비자 곁으로 친근하게 끌어들인다. (그림 4) 이처럼 정서적 거리의 단축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더 인간적이고 가까운 존재로 인식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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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물리적 거리의 축소: 시간과 공간의 재정의

저가 항공사와 스카이스캐너 같은 온라인 예약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일본·중국 등 해외 도시로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해졌다. SNS에는 ‘해외 당일치기’ 여행 후기가 일상적으로 공유된다. 이제 해외가 더 이상 먼 곳이 아니라 ‘하루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는 생활권’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저고도 경제(Low Altitude Economy)1 라고 불리는 소비 문화 행태 역시 물리적 거리의 단축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만리장성에서는 드론이 관광객에게 훠궈와 커피를 배달하며, 쓰촨성 두장옌 관광지구에서는 소형 드론이 자동차로 50분 걸리는 거리를 7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당일치기로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양국의 소비자들을 생각해보자. 일본과 한국의 물리적 거리는 그대로인데 소비자들의 심상에서의 물리적 거리가 축소됐다. 이런 마음속 물리적 거리의 축소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 현지 쌀값이 오르자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들은 기념품 대신 쌀을 사서 돌아갔다.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외국을 방문해 구매하는 제품이 매일 먹을 쌀이 될 정도로 소비자의 머리와 마음속에 그 나라에 대한 거리감이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그런 소비자를 어떻게 대하며, 어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생략되는 경험의 준비 과정,
더 커지는 수집 욕구

소비자는 이제 더 이상 경험하기 위해 장기간 준비하지 않는다. 여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여행자는 동선을 최적화하기 위해 블로그나 여러 영상을 살폈다. 이제는 생성형 AI에 ‘아이 동반, 1박 2일, 예산 50만 원’과 같이 간단히 지시만 하면 숙소·교통·식사·관광 동선까지 포함된 완성형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준비 과정은 사라지고 소비자는 곧장 여행의 실행 단계로 들어간다. 와인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와인을 즐기려면 ‘신대륙과 구대륙의 구분’ ‘산미와 보디감의 조합’을 이해해야 했고 이는 전문가에게만 가능한 언어였다. 그런데 유튜브의 5분짜리 ‘와인 페어링 가이드’ 영상은 이 장벽을 단숨에 낮춘다. 소믈리에의 깊이를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소비자가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는 정도의 경험을 하는 데는 충분하다.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누구나 패션 전문가의 한 수를 곧바로 차용할 수 있다. 가구 리폼이나 인테리어 DIY도 유사하다. 전문가의 훈련 없이도 ‘3분 리폼 튜토리얼’을 따라 한다.

이런 준비의 결핍은 즉각적 성취감으로 대체된다. SNS를 통한 간접경험도 이런 효과를 강화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에는 타인의 경험이 실시간으로 기록·공유된다. 누군가 다녀온 여행 코스, 방문한 카페, 실패한 레시피조차 그대로 전시되고 있다. ‘다른 사람의 경험’이 ‘나의 준비’를 대신한다. 일종의 ‘경험의 사전 체험화(Pre-experiencing)’를 겪는다. 이는 경험의 속도와 빈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준비가 줄어들수록 더 많은 경험이 가능해지고 실패조차 또 하나의 ‘수집 가능한 경험’이 된다.

준비가 생략되면 소비자는 더 많은 경험을 시도할 수 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지만 준비 과정을 줄인 소비자는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동일 시간 내 더 많은 경험을 채운 소비자는 더 다양한 경험, 색다른 경험, 독창적인 경험, 나만을 위한 경험을 원하게 된다. 설사 불편하고 고생하는 경험일지라도 나에게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경험을 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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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대와 컬럼비아대 연구진2 의 연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참가자들은 플로리다 해변가의 5성급 호텔과 퀘벡의 얼음으로 만들어진 호텔 중 하나를 고르도록 요청받았다. 쾌적함을 묻는다면 플로리다 호텔을 택했겠지만 “단 한 번밖에 갈 수 없는 여행이라면?”이라는 질문에는 아이스호텔이 선택됐다. 아이스호텔을 선택한 사람들은 이를 ‘기억에 남을 경험’ ‘이야깃거리가 생길 기회’로 인식했다. 즉 불편하고 낯선 경험일지라도 기억의 밀도가 높은 경험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마라맛 아이스크림, 피클이 든 닥터페퍼 같은 기이한 소비도 결국은 ‘나만의 이야기’가 되고 ‘경험 수집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강화한다. 이런 성향은 생산성 지향성(productivity orientation)이 높은 소비자에게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여가 시간조차도 ‘경험 체크리스트’를 수행하는 시간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즐기는 ‘6박 7일 유럽 7개국 패키지 여행’ ‘하루에 루브르·오르세·몽마르뜨·에펠탑을 모두 보는 일정’은 여가를 생산적으로 채우려는 민족적 성향의 단적인 사례다. AI 시대를 맞아 정신적·정서적·물리적 거리가 단축된 환경에서 소비자의 이런 경험 수집가적 성향은 더욱 강화된다.


경험, 열망 포인트를 충족시켜야

이제 소비자는 감정, 시간, 관심의 낭비를 줄이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진정한 차별화는 그 이상의 차원에서 발생한다. 경험 수집에 열중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기업은 소비자들이 갈구하는 의미(Meaning), 재미(Fun), 상징(Symbol)의 세 가지 열망 포인트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 지점을 충족시키는 경험을 설계할 때 소비자는 단순한 제품의 구매자가 아니라 경험을 수집하는 주체로 브랜드와 깊이 연결될 수 있다.

1) 의미: 가치 중심의 자기 확장

파타고니아와 프라이탁(FREITAG)은 소비자에게 ‘의미’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파타고니아는 ‘Don’t buy this jacket’이라는 파격적인 메시지로 신중한 소비를 독려했고 프라이탁은 버려진 방수포를 재활용해 가방을 제작했다. 다른 가방보다 무겁고 비싸고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만들었기에 때로 이염이 있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기꺼이 이들의 제품을 반복 구매한다. 이런 현상은 소비자행동 분야의 석학인 러셀 벨크 요크대 교수가 설명한3 소유물과 확장된 자아(Extended Self) 개념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소유물로 기능적 필요를 충족하는 것, 이를테면 물건을 담고 나르고 포장하는 것만을 행하지 않는다. 내 소유물을 통해 내가 되고 싶은 나, 현재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자아를 드러낸다. 파타고니아의 재킷, 프라이탁의 가방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나는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가치 지향적 소비자다”라는 정체성을 외부에 드러내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2) 재미: 단순하지만 강력한 동기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에서 ‘재미’는 때로 의미보다 더 직접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이끈다. 일본에서 출시된 초코송이 모양의 이어폰은 26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순식간에 완판됐다. 대학가에서는 김치 사발면이나 삼다수 모양의 버즈 케이스를 사용하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국내 사례로는 해태제과와 미니덕트가 협업한 ‘오예스 보조배터리’가 있다. 이 제품은 2024년 와디즈 펀딩에서 8만5000%가 넘는 달성률을 기록하며 화제가 됐고 현재는 정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구매 이유를 물어보면 “그냥 재미있어서요”라는 답이 가장 많다. 브랜드는 때로 단순히 웃음을 주는 장치만으로도 경험을 수집하려는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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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상징: 몰입과 구별의 힘

소비자들은 때로 상징적 서사와 집단 구별 욕구에서 더 큰 만족을 느낀다. 나이키 조던 시리즈는 단순한 운동화가 아니라 마이클 조던이라는 상징성과 1980년대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 소유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소비자는 신발을 통해 과거를 소환하고, 팬덤에 몰입하며, 집단에 소속된다. 그런데 상징은 ‘보편화되는 순간’ 희석된다. 나이키가 전 세대가 소비하는 브랜드가 되자 차별화를 원하는 일부 소비자는 오히려 나이키를 피하게 됐다. 조나 버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와 칩 히스 스탠퍼드대 교수4 는 소비자가 자신이 속하고 싶지 않은 집단과 동일시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특정 브랜드를 기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상징은 몰입의 매개체이자 거리두기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수집가들이 원하는 경험

“그건 나의 이야기였다.”

결국 브랜드가 소비자의 기억 속에 오래 남으려면 소비자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는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케아의 파자마 파티다. 2024년 이케아는 파자마 차림으로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무료 조식과 수면 체험 이벤트를 제공했다. 하루 1500명 이상이 참여했고 이들은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브랜드 세계관 안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가졌다. 이처럼 소비자가 브랜드 안에 직접 참여하고 몰입할 때 그 경험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개인의 기억과 정체성의 일부로 남는다. 경험 수집가는 브랜드가 마련한 무대를 구경하는 관객이 아니라 그 안에서 정체성을 완성하는 주체가 되길 원한다. 커스터마이징 굿즈, 내가 꾸민 공간, 나의 선택으로 구성된 경험 등은 단순한 사용이 아니라 ‘나 자신을 표현한 사건’으로 기억된다. 이런 현상은 다시 러셀 벨크 교수의 ‘확장된 자아’ 이론으로 돌아간다. 소비자가 자아를 확장하기 위해 가장 몰입하는 지점은 단순 소유가 아니라 ‘경험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순간, 그 경험은 가장 강렬하고 오래도록 기억된다.



본 글의 자료 조사에 고려대 세종 CB랩 송채원, 이건, 우채연 연구원이 참여했습니다.
  • 송수진

    송수진

    고려대 글로벌비즈니스대학 교수

    송수진 교수는 AI 시대의 소비자 심리와 경험 변화를 읽어 기업 전략으로 번역하는 소비행동학자다. 주 연구 분야는 브랜드 관계와 소비문화이론으로 Psy-chology & Marketing, Journal of Advertising,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등 국제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DBR, HBR Korea 등 경영 전문지 기고와 LG, SK, 삼성, KB, 신한금융, 하나은행,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의 자문과 강연을 통해 학계와 현장을 잇고 있다. 저서로 『경험수집가의 시대』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드립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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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배미정

    정리=배미정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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