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손끝 센서, 2034년 64억달러 시장
촉각 센서 로봇, 생산성 40% ↑
부품 소형화 필수, 기술 난도 높아
삼성-LG 전문조직 신설 등 손기술 집중
LG전자의 로봇인 LG 클로이드가 LG전자가 구축 중인 양재 데이터 팩토리에서 손으로 물체를 잡고 옮기는 동작을 반복하며 동작 데이터를 생산, 학습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사람 형상을 한 로봇이 손가락을 하나씩 움직여 수건을 갠다. 올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6’에서 LG전자가 홈 로봇 ‘클로이드’를 공개했을 당시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은 장면은, 로봇이 다섯 손가락으로 인간처럼 물건을 집고 접는 장면이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삼성전자의 로봇 기술도 ‘손재주’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조직 개편에서 손 기술 관련 부서만 별도로 떼어 독립시켰다.
이처럼 최근 주요 기업들의 휴머노이드 관련 격전지로 ‘손’이 떠오르고 있다. 로봇이 걷고 뛰는 동작은 이미 여러 기업이 구현했지만, 사람처럼 물건을 쥐는 섬세한 손 기술은 여전히 승부가 가려지지 않은 격전지다. 로봇과 전기차의 ‘눈’ 격인 카메라 모듈 시장에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테슬라 ‘사이버캡’용 카메라를 전량 수주하는 등 입지를 확보한 데 이어 한국 기업들은 이제 다음 승부처인 ‘손’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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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늘어나는 만큼 커지는 손 시장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세계 산업용 로봇 연간 설치량은 2026년 61만9000대에서 2028년 70만8000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용 로봇 가운데서도 사람과 업무를 함께 처리하는 로봇인 ‘협동 로봇(Collaborative Robot·코봇)’이 안전하게 상호작용하고 물건을 정밀하게 다루려면 관절과 손끝 등에 촉각 센서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또 손으로 물건을 쥐는 정밀 작업일수록 손끝 센서의 역할이 커진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인텔로에 따르면 촉각 센서 시장 규모는 2026년 34억8000만 달러에서 2034년 64억 달러로 연평균 8.7%씩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시장은 커져 가지만 로봇 손을 만드는 것은 ‘고난도’ 과제다. 다른 부위보다도 손을 만들기가 유독 어려운 이유는 부품 소형화에 있다. 황보제민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손은) 근육이 많은데 정작 크기는 작다 보니, 좁은 공간에 모터와 관절, 센서를 모두 넣어야 한다”며 “부품이 작아질수록 고장이 잘 나고 만들기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한 대에는 관절마다 여러 개의 액추에이터가 들어가는데, 정교한 손 동작을 구현하는 모델일수록 그 수가 더 늘어난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손 기술에 뛰어드는 이유는 분명하다. 결국 정교한 작업을 위해서는 ‘손’이 필요하기 때문. 황보 교수는 “정교한 손 기술이 있으면 접시를 한 손으로 잡은 채 다른 손으로 펌프를 눌러 세제를 짜거나, 청소기를 쥔 채 버튼으로 강약을 조절하는 것처럼 로봇이 복잡한 작업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공장에서도 조립 라인에서 공구를 다루는 작업이 많기 때문에 정교한 손이 있는 로봇의 쓰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켓인텔로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은 촉각 센서를 단 로봇으로 정밀 조립 생산성을 최대 40%까지 끌어올리고, 불량률을 15∼20%에서 2% 미만으로 낮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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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전쟁’ 속속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 국내 대기업들은 로봇 손을 차세대 휴머노이드 격전지로 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 노태문 대표이사 겸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 직속으로 ‘로보틱스 익스피리언스(RX) 사업추진실’을 신설했다. 분야별로 흩어져 있던 로봇 기술 역량을 한곳에 모았는데, 이 중 눈에 띄는 건 ‘핸드랩’이다. 손 기술만 따로 떼어 전담 조직을 둔 것이다. 삼성전자는 로봇 손·조작 분야 전문가인 김의겸 아주대 교수를 이 조직에 영입하기도 했다.
핸드랩은 사람의 힘줄과 비슷한 방식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텐돈(Tendon)’ 구동 메커니즘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와 별개로 모터와 드라이브를 자체 설계해 약 80종의 액추에이터를 연구하며, 다양한 크기·출력·구동구조의 휴머노이드 폼팩터와 로봇 핸드를 함께 구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RX사업추진실 신설 이후 노 사장이 배석한 기술 시연 행사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공개된 손 기술 완성도가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도 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12월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노르웨이 전기모터 기업 알바인더스트리스에 수백만 유로를 투자했다. 알바는 ‘파이버프린팅’이라는 독자 공법으로, 힘은 세면서 크기는 초소형인 정밀 모터를 만드는 회사다. 알바 측은 이번 투자의 목적이 “로봇 손과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위한 핵심 모터 기술 확보”라고 밝혔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도 “파이버프린팅 기술이 차세대 로봇 액추에이터의 핵심 경쟁 자산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LG이노텍은 일본 TDK와 손잡고 ‘촉각 센싱 모듈’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는 로봇 손과 팔, 몸통에 장착돼 접촉과 압력을 인식하는 부품이다. 개발 완료 목표는 2027년이다. 사람 피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이 모듈은 초정밀·초박형·유연 구조가 필요해 개발 난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부품으로 꼽힌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앞으로도 다양한 기업과 협력해 로봇의 눈과 핸드에 적용되는 핵심 기술력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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