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기업의 AI 전환(AX)을 가로막는 핵심 장벽은 기술 부족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는 데 있다. 특히 AI를 챗봇이나 문서 작성 같은 생성형 AI로만 이해하면 수요 예측, 재고 최적화, 품질 관리 등 핵심 업무의 개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AX는 현업의 업무를 세분화하고 확보 가능한 데이터와 기술의 한계를 고려해 해결할 과제를 선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런 과제 발굴을 돕는 수단이 ‘AI 플래닝 플랫폼’이다. 예컨대 국내 스타트업, 알고리즘랩스의 ‘AI Blueprint’는 실무자의 업무 설명을 바탕으로 절차를 세분화하고 추가 질문으로 부족한 정보를 보완해 자동화 가능한 작업을 제안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덴츠 사례처럼 직원이 직접 업무 흐름과 비효율을 분석하고 자동화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빨래하기 싫다며 투덜대는 아내에게 세탁에서 가장 번거로운 일이 뭐냐고 물었다.
“빨래를 세탁기에 넣는 게 가장 힘들지. 일단 세탁기가 돌아가면 하나도 어렵지 않아. 빨래를 꺼내서 너는 건 시간이 훨씬 많이 들어도 이상하게 쉽더라고.”
우리 집은 건조기를 쓰지 않기에 세탁기를 돌리면 일일이 빨래를 널어야 한다. 너는 건 시간이 꽤 걸린다. 반면에 빨래를 세탁기에 넣는 건 10초도 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넣는 게 너는 것보다 더 힘들다.
많은 사람이 그럴 것이다. 그러니까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나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오래전부터 내려왔을 터다.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마음속에서 결심을 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인지적 부하가 걸리는 일이다. 결심이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시간이 들어도 하나씩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끝나게 돼 있다. 그러니까 우리 조상들이 시작하는 것만으로 50% 이행률을 부여하지 않았을까. 빨래를 세탁통에 넣는 10초가 빨래의 50%를 차지하는 일이다.
AI 전환, 즉 AX(AI Transformation)도 마찬가지다. AI가 일상화되고 AI를 도입해서 큰 성과를 본 기업들에 대한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상황에서 AI를 무시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우리도 늦기 전에 AI를 도입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여러 솔루션을 알아보다가 마는 경우도 많다. 일이 좀처럼 잘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의지는 있지만 도입을 망설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AX의 가장 큰 걸림돌, 과제 도출
AX를 가로막는 장벽으로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목적과 수단이 바뀌기 쉽다. AI는 도구다. 현장의 핵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다. 혁신은 ‘현장의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명확한 목적에서 출발해야 한다. 해결하려고 하는 과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AI라는 수단을 쓸 수는 없다.
필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개발한 뛰어난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는 행사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여러 출연연구소가 모여 민간에서 제품화될 경우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을 엄선해 정기적으로 유망 기술 설명회를 여는 자리다.
개발에 엄청난 자금이 들어간 기술을 싼 가격이나 무상으로 기술이전을 한다. 흥미로운 건 여기서 가장 좋은 기술이라고 꼽혔는데도 이전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장 좋은 기술은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됐고 활용했을 때 기대되는 효과도 큰 기술이다. 하지만 정부출연연구기관과 행사에 참여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실은 달랐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기업이 이를 활용한 제품이나 사업을 구상해본 적이 없다면 심지어 무상으로 제공해도 선뜻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활용할 계획이 없는 기술은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관리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사업화하려는 제품은 분명한데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는 기업은 출연연에서 필요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찾아 이전받거나 공동 개발에 나선다. 결국 제품화라는 목적이 분명해야 기술이라는 수단도 비로소 쓰임을 찾는다는 얘기다.
“CEO께서 앞으로 AI 활용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테니 어디든 AI를 적용해 혁신 과제를 만들어 오라고 지시하셨어요. 그런데 막상 뭘 해야 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주로 대기업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다. 그룹 차원에서 AI 전환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다 보니 CEO는 사업부에, 사업부장은 개별 팀에, 팀장은 직원들에게 AI를 활용한 혁신 과제를 발굴하라고 주문한다. 이때 많은 사람이 빠지는 함정이 ‘AI 기술’ 자체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정작 먼저 찾아야 할 것은 ‘나의 업무에서 가장 큰 문제나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 무엇인가’인데 보통 ‘AI를 어디에 적용할 수 있을까’부터 고민한다. AI 전문가가 아닌 일반 직원이 접하는 기술은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에 한정되기 쉽다 보니 결국 문서 작성이나 요약 등 업무 효율화 수준의 아이디어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둘째, 현업과 AI를 접목하기가 어렵다. AI 활용에 적합한 과제를 발굴하려면 현장의 실제 문제와 AI가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정확히 맞물려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던 기업에는 이 둘을 연결해줄 가교가 부족하다. 현업 실무자는 업무의 맥락과 비효율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지만 AI로 무엇을 어디까지 해결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AI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AI를 마치 만능열쇠처럼 여기며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0년 치 ERP 데이터와 회의록을 드릴 테니 내년에 대박 날 신상품을 기획해 주세요.”
“30년 차 베테랑 엔지니어의 노하우를 AI에 모두 학습시켜 신입 사원도 곧바로 베테랑처럼 일할 수 있게 만들어 주세요.”
산업 현장에서 AI를 적용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분류, 예측, 탐지, 최적화, 추천, 생성 등 AI가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세부 업무와 연결해본 경험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해결해야 할 문제를 구체적인 작업 단위로 쪼개 AI와 연결하기보다 추상적인 수준의 아이디어를 내놓기 쉽다.
셋째, AI를 대형언어모델(LLM)과 동일시한다.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AI는 챗GPT, 제미나이, 앤스로픽의 클로드처럼 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다. 질문이나 요청을 입력하면 텍스트나 이미지 등의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방식에 익숙하다 보니 AI로 할 수 있는 일 역시 ‘무언가를 생성하는 것’에 한정해 생각하기 쉽다. 그 결과 현업에서 나오는 AI 활용 아이디어도 비슷한 범위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가 대부분이다.
고객상담 챗봇, 마케팅 카피 작성기, 이메일 요약, 보도자료 생성기, 고객작성 서류 요약 자동화 개발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AI는 정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머신러닝인 경우가 많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제품 설계, 수요 예측, 구매 및 재고 최적화, 공급망 관리, 설비 예지보전, 품질 불량 감지 등 가치사슬(Value Chain)의 핵심 프로세스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프로세스의 가치를 높이려면 기업이 축적해온 정형 데이터를 활용해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운영을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산업용 AI에서는 무언가를 ‘생성’하는 것뿐 아니라 핵심 프로세스를 얼마나 정교하게 예측하고 최적화하느냐가 더 큰 투자대비수익(ROI)을 만들어낼 수 있다.
AI 프로젝트의 성패도 과제 선정에 달려 과제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은 AI 도입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다. 따라서 과제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프로젝트는 실패하기 쉽다. ‘경쟁사도 AI를 쓴다는데 우리도 AI로 뭐라도 해봐’라는 식의 접근은 성공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서 수많은 글로벌 연구기관에서 AI 프로젝트의 성과에 대해 조사했는데 공통적으로 과제 정의의 중요성이 성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됐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조사 결과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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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랜드연구소는 AI 열풍 이후 수행된 AI 프로젝트의 성과에 대해 심층 연구를 수행했다. 학술논문과 업계의 리포트를 분석하고 학계와 산업계에서 AI를 연구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한 전문가 6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그리고 AI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5가지 이유를 밝혀냈다.
첫째, 기업에서 AI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잘못 이해하거나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잘못된 성과지표에 맞춰 최적화된 AI 모델이 개발되거나 전체적인 비즈니스 업무 프로세스와 현장의 맥락에 적합하지 않은 AI 모델이 배포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둘째, 데이터 부족이다. 수많은 AI 프로젝트가 효과적인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필요한 데이터가 조직 내에 충분히 확보돼 있지 않기 때문에 실패한다.
셋째, 해결할 문제보다 AI 기술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많은 AI 프로젝트가 실제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최신 기술, 최첨단 기법을 적용하는 데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것이다. 기술 자체의 최신성이 실제 문제 해결과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넷째, 인프라 부족이다. 조직이 데이터를 관리하고 개발이 완료된 AI 모델을 실제 운영 환경에 배포하기 위한 적절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경우에도 AI 프로젝트의 실패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애초에 AI가 해결하기에는 불가능한 문제에 AI 기술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AI는 어떤 어려운 문제든 해결해 줄 수 있는 만능 도구가 아니다. 아무리 발전된 AI 모델이라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자동화하기 어려운 작업은 여전히 존재한다.
5가지 실패 이유 중에서 첫째, 셋째, 다섯째가 과제 정의와 관련된 것이다. 이 외에도 MIT, 가트너, 맥킨지, BCG 등 글로벌 연구기관이나 컨설팅회사가 AI 프로젝트에 대해 분석한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지 않고 유명한 회사가 도입한 AI를 따라 한다거나 언론에 나오는 AI 기술을 무작정 채택하는 등의 실수를 범한다. 이처럼 자신만의 진짜 과제를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면 AI는 도입하기도 어렵지만 일단 추진해도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
알고리즘랩스의 AI 플래닝 플랫폼, AI Blueprint 이처럼 AX의 핵심은 과제 도출이다. 이에 따라 최근 과제를 도출하는 작업 자체에 AI 기술을 사용하는 혁신적인 사례가 나오고 있다. 먼저 국내에서 AI 플래닝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한 기업이 있다. 산업용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제공해온 AI 전문기업 알고리즘랩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올해 AI 플래닝 플랫폼인 AI Blueprint(
https://blueprint.ai-canvas.io)를 출시했다. 알고리즘랩스가 이 플랫폼을 출시한 까닭도 고객들이 AI 도입 과정에서 자신들의 과제를 찾아내는 것을 가장 어려워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업의 실무자가 자신의 업무를 스스로 분석한 뒤 AI 과제를 도출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알고리즘랩스는 카이스트, 스탠퍼드대와 수년간의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AI 플래닝 기술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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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획 과정과 정보요구 항목을 체계화하고 사용자의 업무 맥락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정보 그래프 기술까지 도입했다. 이를 통해 산업 내에서 이뤄지는 업무 맥락 정보를 학습시킨 엔진이 최신 언어모델보다 업무 분석에서 더 높은 성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연구는 알고리즘랩스가 국내 다양한 산업의 여러 업무를 AI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AI Blueprint라는 플랫폼으로 구현하는 기반이 됐다.
1. AI Blueprint 사용, 어떻게? AI Blueprint의 여정은 실무자가 자신의 업무를 간단하게 서술하는 데서 시작한다. AI와 대화 등 상호작용은 업무를 세분화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업의 업무를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단위까지 완벽히 세분화해 구체적인 데이터 흐름을 설계한다. 3단계 과정을 거쳐서 사용자의 업무를 세분화하고 AI 과제를 도출할 수 있게 된다.
① 초안 생성: SSP(표준절차서) 이름과 업무 설명을 입력하고 필요시 영상을 첨부해 초안 생성을 요청한다. 그러면 입력한 업무 설명을 AI가 분석해 절차 초안을 자동 생성한다. 이를 통해 업무가 세부 프로세스로 시각화된다.
② 갭 분석: 2단계인 갭 분석 단계가 시작되면 AI가 전체 프로세스를 점검하며 세부 확인이 필요한 항목을 자동으로 찾아낸다. 확인이 필요한 노드(세부 프로세스 단위)에서 갭 질문마다 AI 가설이 함께 표시된다. 가설 수용, 직접 답변, 건너뛰기 중 선택하는 것만으로 빠르게 답변을 완성할 수 있다. 모든 갭 답변이 완료되면 노드가 확정되고 3단계를 시작할 수 있다.
③ 절차서 완성: 답변이 완성되면 확정된 프로세스가 완성된다. AI가 각 노드(세부 업무 단위)에서 자동화 가능한 업무를 스스로 찾아 제안한다. 완성된 표준 업무 절차서를 문서(PDF)로 출력해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AI Blueprint로 세분화된 업무를 AX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는 화면, 가령 세부 업무별 AI 적용 가능성과 기대효과 등을 시각화한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2. 감춰진 문제를 드러내다 AI Blueprint를 활용하면 기업 스스로도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국내 한 제조업체는 전사적인 AX 추진을 통해 그동안 골머리를 앓아온 핵심 문제를 AI로 개선·최적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수개월에 걸쳐 상당한 비용을 투입한 만큼 개선 효과도 컸고 회사는 곧바로 후속 프로젝트를 추진하고자 했다. 문제는 ‘다음에는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가’였다. 새로운 과제를 찾지 못하면서 후속 프로젝트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때 AI Blueprint를 활용해 주요 부서 담당자들이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자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현업 담당자들조차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개선 지점이 곳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를 토대로 새로운 AI 적용 과제를 구체화했고 회사는 곧바로 후속 프로젝트에 착수할 수 있었다. 이처럼 AI Blueprint는 AI를 도입할 의지는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기업에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다. AI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마다 외부 AI 전문가에게 현업의 업무와 프로세스를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뜻밖의 효과도 있다. AI Blueprint를 활용해 업무를 세분화하고 분석하다 보면 AI 적용 가능성뿐 아니라 기존 업무 방식의 비효율이나 개선이 필요한 지점까지 구체적으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랩스 손진호 대표도 비슷한 사례를 소개했다.
“다른 AI 업체와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던 한 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솔루션 개발을 위해 전사 각 부문을 돌며 담당자들을 일일이 인터뷰하고 AI 과제를 발굴해야 하는데 그 과정 자체가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블루프린트를 활용해보자고 했습니다. 블루프린트가 있으면 AX를 추진하려는 경영진이 더 이상 ‘AI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고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매일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라고 물으면 됩니다.”
3. 강의장 교육을 넘어 실전 훈련으로 한 대기업에서 AI 교육을 담당하는 실무자는 AI Blueprint를 사용해본 뒤 “지금 시점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대기업의 AI 교육은 이미 상당 부분 이뤄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AI를 배우는 것을 넘어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AI Blueprint가 구성원 스스로 자신의 업무에서 AI 활용 기회를 찾고 실행하도록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AI 교육은 프롬프트 작성법을 익히는 일회성 실습이나 머신러닝, 바이브 코딩 교육처럼 강의장에서 강사가 지식을 전달하는 집체교육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AI Blueprint를 활용하면 이러한 강의장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실제 업무를 기반으로 AI 활용 역량을 익힐 수 있다. 교육생이 자신의 업무를 플랫폼에 직접 입력하고 이를 세분화해 AI를 적용할 지점을 찾아 실무 개선 기획안까지 도출하는 식이다. AI 교육과 실제 업무 개선을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기업의 인재 육성도 직무 중심에서 스킬 기반 인재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 고정된 직무에 필요한 지식을 일괄적으로 가르치기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스킬을 현업의 필요에 맞춰 적시에 습득하고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방향이다. 이런 관점에서 AI Blueprint는 AI를 ‘배우는 교육’에서 실제 업무에서 ‘활용하는 학습’으로 전환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AI 플래닝 기술 활용이 늘어날 전망 해외에서도 과제 도출 단계에서 AI 기술의 도움을 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고객·파트너 솔루션(MCAPS, Microsoft Customer and Partner Solutions) 부문은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수요를 창출하고 마케팅을 실행한다.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33개 업무가 서로 얽혀 있고 세부 작업 프로세스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아서 어디에 AI를 적용해야 할지 짚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업무를 세분화하고 AI 관점으로 분석하는 프로세스 맵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코파일럿(Copilot)과 결합해서 실무자가 스스로 업무 로그와 작업 플로를 연결하도록 만들었다. 실무자가 자연어로 질문을 던지면 코파일럿이 프로세스 맵을 역추적해서 해당 직원의 업무 중 구체적인 병목 지점을 찾아낼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이 조직의 업무를 분석한 결과 병목이 발생하는 프로세스는 60일까지 걸리는 것도 있음을 밝혔다. 또 20% 업무에서는 재작업을 거치는 곳이 있어서 개선 여지가 있었다. 직책별로 보면 이벤트 마케팅 운영팀장이나 통합마케팅팀장이 프로세스에 가장 많이 관여하며 실행 업무의 80%를 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개별 활동의 예를 들어 보면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자료 수집에 평균 8일이 소요되며 이는 전체 프로세스 소요 시간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업무 분석을 통해 자동화 효과가 큰 프로세스를 도출하고 AI를 적용해서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었다. 핵심은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나 전문가팀에서 이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를 분석한 게 아니라 직원들이 코파일럿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업무를 세분화하고 과제를 도출했다는 사실이다. MCAPS 부문의 각 팀들은 반복적인 프로세스 분석과 코파일럿의 자동화 권고 사항을 수행하면서 평균적으로 일정을 12주에서 8주로 단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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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 아닌 곳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1만1000개 이상의 고객사를 보유한 일본의 광고·마케팅 기업 덴츠(Dentsu) 역시 AI와 자동화를 일상적인 업무에 활용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해왔다. 전 세계 7만 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는 덴츠는 자동화 솔루션 기업 유아이패스(UiPath)와 함께 600개 이상의 업무 자동화를 구현해 연간 60만 시간의 업무 시간을 절감했다.
하지만 기존 방식에는 한계가 있었다. 외부 컨설팅 인력이 각 지사의 실무자를 인터뷰해 업무상 문제를 파악하고 자동화 과제를 발굴하는 방식으로는 전 세계 조직 곳곳에 숨어 있는 개선 기회를 지속적으로 찾아내기 어려웠다. 이에 덴츠는 현업 실무자가 직접 자신의 업무를 분석하고 비효율을 등록·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아이패스에 요청했다. 실무자가 수행하는 작업의 내용과 소요 시간을 입력하면 플랫폼의 평가 알고리즘이 비용 대비 편익, 실행 난이도, 예상 절감 시간 등을 분석해 자동화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덴츠의 자동화 담당자는 이러한 시도의 목적을 ‘자동화의 민주화’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만 자동화 과제를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현업 구성원 누구나 자신의 업무에서 개선 기회를 찾아내고 자동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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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AI 플래닝 기술의 도움을 받아 직원 스스로 자신의 업무를 분석하고 AI 과제를 도출할 수 있게 되면 여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컨설팅 비용을 절감하고 AI 프로젝트의 실패 가능성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큰 변화는 AI의 개발과 활용이 현업의 업무 속으로 직접 들어온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AI를 도입하려면 직원 대상 교육을 실시한 뒤 외부 컨설팅 기업이 현업 담당자를 인터뷰해 과제를 발굴하고 솔루션을 개발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개발 이후 업무 환경이나 프로세스가 바뀌면 다시 외부 전문가에게 수정을 요청해야 했다. AI를 도입하고 활용하는 데 여러 단계의 절차와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보니 현업에서 AI를 일상적으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실무자가 자신의 업무에서 AI 과제를 직접 도출하고 필요한 AI를 스스로 구축할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업무 방식이나 환경이 바뀌어도 직접 AI를 수정해 변화에 맞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AI를 전문가에게 맡겨 개발하고 사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업 실무자가 자신의 업무에 맞게 직접 만들고 활용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는 직원들이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사용하듯 AI도 일상적인 업무 도구로 활용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따라서 AI 플래닝 기술의 가장 큰 가치는 단순히 개발 비용이나 실패 가능성을 낮추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AI의 개발과 활용 역량을 현업에 내재화하고 실무자가 주도적으로 AI를 활용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