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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ce From the Field

웨이모의 ‘선택적 수직통합’과 로보택시 가치사슬 재편

김동영,정리=최호진 | 450호 (2026년 10월 Issue 1)
자본 계속 들어갈 제조·운영은 위탁하고
가치 축적되는 ‘고객 접점’은 소유 전략
Article at a Glance

2026년 7월 로보택시 1위 기업 웨이모가 우버와의 독점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조 단위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과 결별한 배경에는 웨이모의 ‘선택적 수직통합’ 전략이 있다. 자율주행 시스템과 고객 접점은 직접 소유하되 차량 제조와 운영은 외부에 맡기는 방식이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기술 자체만큼 고객 관계와 데이터가 축적되는 접점을 누가 장악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웨이모의 사업 구조를 들여다보면 로보택시 산업 역시 면허·소유·운행·정비가 분리된 기존 택시 산업과 유사한 분업 구조로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 기업에도 자율주행 기술의 자체 개발에만 매달리기보다 기존의 제조·운영 역량을 활용해 가치사슬의 유리한 지점을 선점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요금이 낮은 한국 시장에서는 ‘더 싼 택시’보다 심야·교통 소외 지역 등 기존 택시가 충족하지 못한 수요를 공략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정책 역시 기존 택시 면허 체계를 허물기보다 그 안에 무인 운송 서비스를 편입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적자 기업은 왜 최대 유통망을 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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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2일 웨이모가 새 투자 유치 소식을 발표했다. 조달액은 160억 달러, 약 22조 원이다. 드래고니어, DST글로벌, 세쿼이아 등 실리콘밸리의 이름난 투자사들이 주도했고 이 거래에서 웨이모의 몸값은 1260억 달러, 약 174조 원으로 매겨졌다.1 운전기사 없는 택시 회사에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합산 시가총액을 웃도는 기업가치가 매겨진 셈이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2월 4일 웨이모의 모회사 알파벳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연차 보고서를 제출했다. 웨이모가 속한 ‘아더 베츠(Other Bets)’ 부문의 2025년 성적표가 담겨 있었다. 매출 15억3700만 달러, 영업손실 75억1500만 달러로 번 돈의 다섯 배를 쓴 한 해였다.2 알파벳은 웨이모의 손익을 따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문 손실에서 웨이모의 몫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에 따르면 대략 45억~56억 달러, 6조~8조 원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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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첫 주에 시장이 웨이모 사업에 174조 원의 가치를 매겼지만 현실에서는 이 사업이 한 해 6조 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평가한 셈이다. 물론 초기 성장 기업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다섯 달 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전략이 발표된다. 7월 24일 웨이모가 우버에 결별을 통보한 것이다. 미국 오스틴과 애틀랜타에서 우버 앱을 통해서만 제공하던 웨이모 서비스의 독점 계약을 2028년 1월 만료 시점에 연장하지 않고 이후 자체 앱을 통해 독립하겠다는 결정이었다.3 징조는 이미 있었다. 한 달 전, 두 회사의 첫 협력 무대였던 미국 피닉스의 제휴가 종료됐다.4 이번 통보를 통해 3년에 걸친 두 회사의 밀월이 완전히 끝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동 수요를 확보하는 데에는 우버가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플랫폼이자 강력한 관문이라는 사실이다. 조 단위 적자를 내는 회사라면 당장 승객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할 텐데 웨이모는 가장 큰 유통망을 제 손으로 끊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웨이모라는 회사의 구조와 전략을 들여다볼 필요가 생긴다. 구체적으로는 ‘웨이모는 무엇을 소유하고, 무엇을 남에게 맡기기로 했는가’라는 기업의 경계(boundary of the firm) 설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설계도를 끝까지 따라가면 로보택시 산업 전체가 어디로 수렴하고 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1260억 달러짜리 회사는 왜 적자인가

웨이모는 2009년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로 출발해 2016년 분사했고, 2020년 10월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세계 최초로 안전 요원 없는 완전 무인 로보택시를 일반 대중에 개방했다.5 웨이모 발표에 따르면 2026년 3월 말 주간 유료 탑승은 50만 건을 돌파했고 웨이모 공동 CEO는 올해 연말까지 주 100만 건을 목표로 제시했다.6 미국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오스틴, 애틀랜타, 마이애미 등 10개 안팎의 도시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운행 중이며 조달한 160억 달러로 영국 런던과 일본 도쿄 등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원가 곡선도 가파르게 내려오는 중이다. 웨이모 초기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재규어 I-PACE 개조 차량의 대당 비용은 15만~20만 달러로 추정됐다. 반면 2026년 8월부터 주력 도시에 전면 투입된 6세대 차량 ‘오하이(Ojai)’는 자율주행 장비를 얹기 전 기본 차량인 지커(Zeekr)의 가격이 약 3만2000달러에 불과하다. 애널리스트 분석에 따르면 센서 수가 42% 줄었고 센서와 컴퓨팅을 얹은 완성차 기준 대당 가격은 7만5000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모건스탠리는 웨이모의 운영 원가를 마일당 1.43달러로 추정하면서 2028년에는 1달러 선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7 시장이 웨이모를 174조 원짜리 회사로 평가하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주간 탑승 50만 건이면 연간 2600만 건이다. 탑승당 매출을 20달러 안팎으로 잡으면 연 매출은 5억 달러 수준이다. 앞서 살펴본 연 6조 원대의 손실 추정을 덧대면 웨이모는 매출의 열 배 가까운 돈을 쓰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모형 추정에 따르면 현재 로보택시의 운행 원가는 ㎞당 8달러 이상이고 사업이 손익분기에 이르려면 10~15개 도시에서 1만5000대~2만 대를 굴려야 한다. 도시 하나에 진입하는 데만 1500만~3000만 달러가 든다.8 도시마다 차고지를 확보하고, 충전 설비를 깔고, 현장 인력을 채용하고, 규제 당국과 협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는 피닉스에서 마이애미로 즉시 복사되지만 마이애미의 차고지는 마이애미에서 구해야 한다. 웨이모가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웨이모처럼 현재 운영 중인 회사는 적자 규모를 추정만 할 수 있는 반면 이미 사업을 접은 회사는 최종 숫자를 확인할 수 있다. 철수 및 청산 순간에 재무제표를 통해 손실 규모가 기록되기 때문이다.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는 한때 웨이모와 선두를 다퉜지만 2024년 12월 로보택시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그때까지 투입된 돈은 언론 보도 추정상 약 100억 달러였다.

주목할 것은 시장의 반응이다. GM 투자자들은 철수 결정으로 연간 10억 달러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로보택시 사업에서 물러나는 것이 오히려 실적 개선 요인이 된 셈이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이 산업의 손익구조를 어떤 재무제표보다 선명하게 보여준다. 포드와 폴크스바겐이 공동 투자한 아르고AI도 마찬가지다. 아르고AI는 2022년 청산됐고 포드는 그해 아르고AI에 투자한 27억 달러를 회수 불가능한 손실로 확정해 당해 실적에 반영했다.

이 대목에서 로보택시 산업의 첫 번째 역설이 모습을 드러낸다. 시장은 웨이모를 소프트웨어 기업의 핵심 특징, 즉 복제해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자산으로 평가해 174조 원의 가치를 매겼다. 그러나 손익계산서가 보여주는 로보택시 사업의 실체는 도시마다 고정비가 전액 다시 발생하는 자본집약적 운송업에 가깝다. 자율주행 기술 자체는 한계비용 제로의 경제학을 따르지만 로보택시라는 사업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로보택시 산업의 진짜 ‘참가비’는 좋은 기술이 아니라 수년간 조 단위의 적자를 견딜 수 있는 자본이다. 지금 이 판에 남아 있는 업체들 뒤 자본이 그 방증이다. 알파벳의 우산 아래 있는 웨이모, 아마존의 우산 아래 있는 죽스(Zoox), 국가 재정 당국이 직접 계약자로 나서는 걸프 지역 모두 순수하게 택시 영업 자체 수익을 보고 막대한 자본을 투입했을 리 없다. 자본의 진짜 목표는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10년 뒤 도시 이동 시장 전체를 장악하려는 것일지 모른다. 웨이모의 경영진이 이 역설을 모를 리 없다. 오히려 웨이모의 지난 2년은 이 역설에 대한 대응으로 읽어야 한다. 즉 소프트웨어의 몸값을 지키면서 운송업의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로보택시 경쟁의 질문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뛰어난 자율주행 기술을 갖고 있는가’만이 아니다. 누가 차량을 만들고 소유하며, 누가 운영하고 고객을 확보해 최종적으로 산업의 이익을 가져갈 것인가가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웨이모의 최근 행보를 이해하려면 바로 이 산업의 분업 구조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웨이모는 무엇을 소유하고, 무엇을 빌리는가

2026년 7월 말 로보택시 산업에는 주목할 만한 투자 유치가 발표됐다. 모빌리티 핀테크 기업 무브(Moove)가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의 주도로 2억5000만 달러를 조달하며 21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투자자 명단에는 우버도 있었다.9 이 회사는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알고리즘도, 센서도, 특허도 없다. 2020년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기사들에게 차량을 할부로 마련해주는 차량 금융업으로 출발해 14개국에서 4만 대 넘는 차를 운영해온 회사다. 그런 회사가 지금 웨이모의 피닉스, 마이애미, 라스베이거스 차량 운영(fleet operation)을 맡고 있다. 무브 창업자인 라디 델라노는 자신의 사업을 네 개의 질문으로 설명한다. ‘차량은 누가 소유하는가?’ ‘누가 운영하는가?’ ‘누가 조율하는가?’ ‘누가 정비하고 세차하고 분실물을 처리하는가?’ 자율주행 산업을 아무리 둘러봐도 이 질문에 손을 드는 회사가 없었다는 것이 그가 발견한 기회였다.

21억 달러에 달하는 무브의 몸값은 로보택시 산업의 가치사슬이 통념과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통념은 자율주행 기술을 가진 회사가 차량을 만들고 소유하고 운영하고 승객까지 모으는 한 몸의 수직통합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현실의 로보택시 산업은 다섯 개의 사슬로 구분된다.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과 차량 제조, 차량의 소유와 금융, 차량 운영(주차, 충전, 정비), 승객의 호출을 모으는 수요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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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웨이모는 두 개를 갖고 있다. 첫째는 웨이모의 핵심 역량인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웨이모 드라이버’로 불리는 소프트웨어와 센서 스택은 이 회사의 존재 이유이자 20년에 가까운 누적 투자가 응집된 핵심 자산이다. 둘째는 수요, 즉 고객 접점이다. 웨이모는 피닉스와 오스틴에서는 우버의 유통망을 빌려 썼지만 이제 자체 앱을 통해 고객 접점 확보를 준비 중이다.

이 밖에 나머지 사슬은 빌려서 쓰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웨이모는 차를 만들지 않는다. 재규어에서 지커로, 그리고 현대차로 이어지는 완성차 파트너들이 차량을 공급하고, 현대차는 아이오닉5를 웨이모 사양으로 생산해 공급 계약을 맺었다. 부품사 마그나는 애리조나 메사의 전용 공장에서 웨이모의 센서와 컴퓨팅을 차량에 통합하는데 공장 문을 나선 차가 30분 안에 영업에 투입될 수 있도록 설계된다.

플릿(fleet) 운영 부문은 특히 흥미롭다. 플릿이란 한 사업자가 운행하는 자율주행 차량군을 뜻하며 플릿 운영은 이 차량들의 주차와 충전, 세차, 정비부터 도로 위 긴급 출동과 사고 처리까지 차량의 하루 전반을 관리하는 일이다. 웨이모의 플릿 운영을 담당하는 회사들의 명단을 살펴보면 대부분 낯선 이름이지만 이들의 활동 영역은 의외로 익숙하다. 프랑스 대중교통 운영사 트랑스데브(Transdev)의 미국 자회사는 2019년부터 웨이모의 플릿을 운영해왔으며 업계 자료에 따르면 관련 오퍼레이터만 1000명이 넘는다. 업무 범위도 차고지 운영과 정비에 그치지 않는다. 콜센터 운영과 도로 출동은 물론 경찰·공항·지자체를 상대하는 대관 업무까지 포함된다.

무브가 세 개 도시를, 세계 최대 기업 차량 관리사인 엘리먼트가 2026년 6월 웨이모와 다년 계약을 맺었으며 렌터카 회사 에이비스는 댈러스의 차고지를 운영한다. 이 기업들 중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한 곳도 없다. 이들이 가진 것은 부동산과 거점, 정비망, 수백~수천 명의 교대 인력을 굴려 본 노하우다. 버스 회사, 렌터카 회사, 차량 금융 회사 등 20세기에는 가장 오래되고 평범한 사업으로 꼽혔던 곳들이 21세기의 가장 화려한 산업의 하부 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로보택시 운영이 하나의 산업으로 분화되고 있다는 증거는 기존 렌터카 업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율주행 기업이 운영을 외주화하는 동안 전통 렌터카 업계는 이 사업을 차지하기 위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2026년 4월 100년 된 렌터카 회사 허츠는 우버가 준비하는 루시드 기반 로보택시 플릿의 청소·충전·정비를 맡는 계약을 맺었고, 7월에는 로보택시 차고지 사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10

자율주행 시대라고 해서 모두가 테크 기업일 필요는 없다. 대규모 플릿을 소유하고 관리해 온 100년의 노하우도 여전히 경쟁우위의 핵심 자산이다. 미국의 경제 매체 악시오스는 이를 두고 “플릿 운영사들이 이 업계의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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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해볼 수도 있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면 웨이모가 직접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웨이모는 이를 철저하게 위탁한다. 첫 번째 이유는 자본의 초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장이 웨이모에 매긴 174조 원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형성된 가치다. 수만 대의 차량과 도시에 분산된 차고지를 대차대조표에 올리는 순간 그 가치의 근거는 약해진다. 소프트웨어의 몸값을 갉아먹는 것이다. 따라서 차량과 관련된 항목은 소프트웨어가 경쟁우위의 핵심이 아닌 다른 회사의 장부로 옮기는 편이 양쪽 모두에 도움이 된다.

둘째, 차량 운영은 한계비용 제로 사업이 아니다. 무료로 복제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알고리즘은 도시를 넘어 쉽게 이식되지만 도시마다 다른 규제, 기후, 주차 관행, 노동 시장은 지역마다 다른 노하우가 필요하다. 세계 표준을 만드는 회사와 동네 사정을 아는 회사의 셈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셋째, 노동 문제다. 관제 요원과 차고지 인력을 수천 명 단위로 채용하고 교대를 짜고 노무를 관리하는 일은 실리콘밸리 기업 웨이모의 핵심 역량이 아니다. 버스 회사와 렌터카 회사는 관련 업무를 지난 100년간 수행해왔다.

마지막으로 시간 문제도 있다. 차고지 하나를 확보해 인허가를 받고 가동하기까지 3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소프트웨어의 속도로 움직이는 기업에 3년은 긴 시간이다. 따라서 차고지와 운영 거점을 새로 구축하기보다 이미 관련 인프라를 갖춘 기존 사업자의 자산과 운영 역량을 활용해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정리하면 웨이모의 외주는 궁여지책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이다. 기술이 보편화될수록 운영 역량은 오히려 희소해진다. 지난 10년간 라이다 단가는 수백 분의 1로 떨어졌고 뛰어난 알고리즘을 보유한 기업도 많아졌다. 반면 수천 대의 차량을 굴리고 인력을 배치하며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역량을 갖춘 기업은 여전히 많지 않다. 웨이모는 가치가 축적되는 사슬, 즉 ‘두뇌’와 고객 접점은 직접 소유하고, 자본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제조와 운영은 외부에 맡기는 선택적 수직통합을 설계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남는다. 제조와 운영은 과감히 외부에 맡긴 웨이모가 왜 수요만큼은 우버에 맡기길 거부했을까.


왜 수요만은 남에게 맡기지 않는가

우버와의 제휴는 웨이모에도 나쁘지 않은 선택처럼 보였다. 우버 앱에는 이미 막대한 승객 수요가 모여 있어 웨이모는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차량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오스틴과 애틀랜타에서 웨이모 차량은 우버 앱을 통해서만 호출할 수 있었고 이 방식은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이 편리한 구조에는 보이지 않는 대가가 따른다. 승객이 우버 앱을 통해 웨이모를 호출하는 한 가격을 결정하고,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며, 다음 탑승을 유도하는 주체는 우버다. 운임의 일부를 수수료로 내는 것은 오히려 작은 문제다. 더 큰 문제는 가격 결정력과 고객 데이터, 로열티, 브랜드처럼 로보택시 사업의 수익성을 좌우할 핵심 자산이 웨이모가 아닌 타사의 플랫폼에 축적된다는 점이다. 자율주행 기술로 도로 위 경쟁에서 승리하더라도 고객과의 접점을 우버에 의존한다면 사업의 주도권까지 쥐기는 어렵다.

이는 실제 데이터로도 입증된다. 뉴욕의 요금 비교 스타트업 오비(Obi)는 2025년 봄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같은 출발지와 도착지를 놓고 약 9만 건의 택시 요금 데이터를 수집했다. 결과는 우버 평균 15.58달러, 리프트 14.44달러, 웨이모 20.43달러였다. 가장 비싼 차는 기사가 없는 차였다. 운전기사가 없으니 저렴해질 것이라는 통념이 뒤집힌 것이다. 높은 가격 자체보다 주목할 점은 이 가격에 붙은 ‘프리미엄’의 정체다. 즉 새로움, 낯선 운전자가 없는 완전한 사적 공간, 균일한 운전 실력, 안전하다는 인식이었다. 웨이모가 요금이 30%나 더 비싸면서도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던 이유는 이동 자체가 아니라 이동의 조건이었고, 로보택시는 택시의 저렴한 버전이 아니라 처음부터 프리미엄 상품으로 팔린 것이다. 그리고 로보택시의 값을 매기고 단골을 만드는 능력은 자기 앱을 보유한 자만이 가질 수 있다.

1년 뒤 데이터는 중요한 단서 하나를 더 추가한다. 2026년 초 오비가 택시 요금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웨이모 19.69달러, 우버 17.47달러로 격차가 좁혀져 있었다. “로보택시가 저렴해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가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변화를 들여다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1년 사이 웨이모는 가격을 3.6% 내렸고 우버는 12%, 리프트는 7% 올렸다. 격차가 줄어든 이유는 로보택시의 요금이 떨어져서가 아닌 기존 택시 요금이 오른 것 때문이었다. 미국의 차량 호출 요금은 2025년 한 해 평균 9.6% 올랐는데 그 배경에는 기사 보수와 처우에 관한 입법이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2026년 1월 발효된 법이 약 80만 명의 차량 호출 기사에게 단체교섭권을 부여했고 보험 비용 상승도 차량 호출 요금 인상에 영향을 줬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을 운전석에 앉히는 일의 ‘사회적 가격’이 오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웨이모의 우버 결별 결정이 주는 함의는 분명하다. 로보택시의 프리미엄 요금을 받을 수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 노동의 법정 가격이 경쟁자의 요금을 밀어 올려준다면 남는 과제는 하나다. 그 프리미엄과 마진을 웨이모 내부에 쌓을 수 있도록 고객 접점을 소유하는 작업이다. 웨이모가 월 29.99달러짜리 구독 상품을 내놓으며 요금제를 통신·OTT처럼 바꾸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독 모델을 운영하려면 고객을 직접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눈으로 살펴보면 또 다른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로보택시 산업이 가진 다섯 개의 가치사슬 가운데 수요층에만 ‘축적의 경제’가 작동한다. 차량은 감가상각되고 차고지는 도시마다 다시 지어야 하지만 고객과의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두터워진다. 탑승 이력은 다음 탑승의 추천으로 이어지고, 결제 정보는 구독의 토대가 되며, 습관은 전환 비용이 된다. 게다가 이 자산은 승자에게 빠르게 집중된다. 승객이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두 개의 플랫폼을 번갈아 사용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제조와 운영 단계에서는 여러 기업이 공존할 수 있지만 고객 접점은 결국 소수의 플랫폼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웨이모가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고객 접점 영역을 외부에 맡기지 않기로 한 결정은 기술과 서비스가 성숙했을 때 가장 큰 마진이 쌓일 곳이 바로 이 영역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버의 대응 역시 같은 논리에서 출발한다. 자체 자율주행 사업부를 매각한 우버는 이후 30여 곳의 자율주행 관련 기업과 제휴를 맺고 누적 100억 달러 이상을 약정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분 투자 약 25억 달러에 더해 배치 실적에 연동된 차량 구매 약정만 약 75억 달러에 달한다. 자율주행 시장에서 어느 진영이 승자가 되든 그 차량이 결국 우버 앱 위에서 달리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우버가 노리는 것은 자율주행 기술 자체가 아니다. 자율주행 서비스가 창출할 새로운 수요가 반드시 거쳐 가는 ‘관문’을 차지하는 것이다. 반대로 웨이모는 이 관문을 우버에 내주지 않고 고객이 자사 플랫폼을 직접 이용하도록 만들려 한다. 2028년 1월 이후 오스틴과 애틀랜타에서 펼쳐질 경쟁은 그래서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다. 누가 고객을 직접 확보하고 그 관계와 데이터를 축적할 것인지를 둘러싼 본격적인 ‘수요 접점 전쟁’이 될 것이다.


경쟁자들은 어디에

물론 웨이모의 설계가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 ‘어디까지 소유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전 세계 경쟁자들은 저마다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테슬라다. 테슬라는 차량 제조부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서비스 플랫폼까지 직접 장악하는 완전한 수직통합 전략을 택했다. 동시에 고가 센서를 배제하고 카메라 중심의 저비용 기술 구조를 구축해 서비스 가격까지 낮추려 한다. 2026년 1월에는 오스틴에서 안전 요원이 탑승하지 않는 운행을 시작했다. 오비(Obi)의 조사에 따르면 테슬라 로보택시의 평균 이용 요금은 회당 8.17달러로 웨이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죽스는 더 극단적인 통합을 보여준다. 아마존이 2020년 인수한 죽스는 운전대도 페달도 없는 양방향 전용 차량을 밑바닥부터 설계하는, 웨이모보다 더 깊은 통합의 길을 택했다. 2026년 8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첫 유료 운행을 시작했고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 연방 안전 기준 면제를 받은 첫 상업 운행 사례가 됐다. 배후에 아마존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현금이 많은 모회사가 있기에 가능한 전략적 선택이다.

정반대의 극단에는 웨이브(Wayve)가 있다. 영국의 웨이브는 아예 차량도, 운영도, 수요도 갖지 않는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우버가 투자해 2026년 2월 86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웨이브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만 개발해 완성차(닛산)와 플랫폼(우버)에 공급한다. 도시별 고정비 없이 확장되는, 말하자면 ‘자율주행의 ARM12 ’을 노리는 자산 경량 모델이다. 2026년 8월 런던교통공사(TfL)가 웨이브-우버 진영에 영업 면허를 내주면서 연내 영국 런던 진출을 준비하는 웨이모는 웨이브와 같은 도시에서 만나게 됐다. 하나의 도시, 하나의 규제 아래 통합 모델과 분업 모델이 정면으로 맞붙는 실험이 시작되는 것이다. 운행하는 도시가 다르면 규제와 지리, 수요가 달라 모델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지만 런던에서는 그 변수들이 통제된다. 이 실험은 두 회사의 승패를 넘어 로보택시 산업에서 통합형 모델과 분업형 모델 중 어느 조직 구조가 더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인지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중국의 추격자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 로보택시 기업들은 웨이모나 테슬라와 달리 각 기능을 파트너들과 나누는 분업 모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포니에이아이(Pony.ai)는 2025년 11월 광저우, 2026년 2월 선전에서 차량 단위 손익분기점 달성을 발표한 데 이어 2026년 8월에는 우버와 손잡고 유럽 5개 도시에 로보택시 2000대를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은 포니에이아이, 고객 접점은 우버, 현지 차량 운영은 베르네가 맡는 3자 분업 모델을 구축했다.

걸프 지역에서는 또 다른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두바이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시내 이동의 25%를 스마트·무인 교통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추진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 사업자들을 정부 계약을 통해 끌어들이고 있다. 이곳에서 로보택시는 개별 기업이 승객을 확보해 수익을 내는 사업이라기보다 정부가 미래 교통망을 구축하기 위해 도입하는 국가 차원의 교통 인프라에 가깝다.

이 모델들을 한 줄로 세우면 스펙트럼이 보인다. 왼쪽 끝에는 가치사슬의 모든 층을 직접 소유하는 죽스와 테슬라가 있고, 오른쪽 끝에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한 층만 소유하는 웨이브가 있다. 그 사이에는 자율주행 기술과 고객 접점이라는 두 층을 소유하는 웨이모가 자리하고, 로보택시 산업의 여러 부문을 연결하는 동맹의 설계자로 변신한 우버가 있다. 어느 모델이 정답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분명한 건 기술·자본·운영·수요라는 서로 다른 역량을 한 회사가 모두 직접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운전자가 사라져도 ‘택시 회사’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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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 창업자 델라노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차량은 누가 소유하는가?’ ‘누가 운영하는가?’ ‘누가 조율하는가?’ ‘누가 정비하고 세차하며 분실물을 처리하는가?’ 얼핏 자율주행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사실 낯설지 않다. 택시 산업이 지난 100년 동안 풀어온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택시 산업은 사업권과 차량을 보유하는 주체, 운전하는 사람, 차고지에서 차량을 정비하고 배차와 운영을 책임지는 조직이 맞물려 돌아간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법인택시 회사는 면허와 차량, 차고지를 갖추고 정비부터 기사 교대와 배차, 사고 처리, 지방자치단체와의 대관 업무까지 맡는다. 자율주행으로 운전자가 사라진다고 해서 이런 운영 기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로보택시가 대규모 사업으로 확장될수록 ‘누가 차량을 소유하고 관리하며 현장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택시 산업의 질문이 다시 중요해진다.

로보택시 산업이 성숙할수록 기존 택시 산업이 오랜 시간 다듬어 온 분업 구조와 닮아가는 ‘구조적 수렴(structural convergence)’이 나타난다. 기술 개발과 차량 소유가 분리되고(웨이모와 현대차·지커), 차량 소유와 운영이 나뉘며(무브·트랑스데브·허츠), 운영과 고객 수요 역시 분리된다(우버의 동맹 구조). 우버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수요 플랫폼·차량 투자 기구·운영사의 3중 분리 구조 역시 면허·소유·운행이 나뉜 기존 택시 산업의 형태와 닮아 있다. 기술은 택시 산업을 파괴할 것처럼 등장했지만 정작 산업의 구조는 운전석의 사람만 사라진 채 택시가 오랫동안 구축해 온 분업 체계에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학의 오래된 기업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영국 경제학자 로널드 코즈 이래 기업이론은 어떤 기능을 기업 내부에 둘 것인지, 시장의 다른 사업자에게 맡길 것인지는 각각에 드는 비용을 비교해 결정된다고 설명해 왔다. 택시 산업은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무엇을 한 조직 안에 묶고, 무엇을 분리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를 100년에 걸쳐 시행착오를 통해 찾아왔다. 그 결과가 면허·차량 소유·운행·정비 등이 서로 나뉘는 분업 구조다.

로보택시는 운전 노동을 없앴지만 차량이라는 자산의 무게, 지역에 밀착해야 하는 운영의 특성, 이용자가 모일수록 가치가 커지는 수요 네트워크의 속성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결국 비용 구조가 비슷하면 산업의 조직 방식도 닮아간다. 로보택시의 구조적 수렴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경제 논리의 결과인 이유다.

그렇다면 로보택시 산업의 미래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기존 택시 산업과 유사한 분업 구조로 수렴할수록 경쟁의 승부처는 ‘누가 모든 것을 소유하느냐’가 아니라 로보택시를 구성하는 다섯 개 부문에서 ‘누가 가장 강력한 자산과 역량을 축적하느냐’로 이동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선을 한국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웨이모가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

1. 가치사슬 포지셔닝으로 진입로를 찾아라

웨이모가 한국 기업에 던지는 첫 번째 시사점은 로보택시 시장 진입이 반드시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에서 시작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로보택시의 가치사슬 가운데 한국 기업이 이미 경쟁력을 갖췄거나 새롭게 진입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일이다.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5를 웨이모에 공급하며 이미 차량 제조 부문에 진입했다. 완성차와 부품사 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자율주행 풀스택을 완성하는 것보다 기존 제조 역량을 활용해 로보택시 생태계에 진입하는 것이 더 빠르고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더 주목할 영역은 운영 부문이다. 트랑스데브와 허츠가 로보택시 산업의 ‘킹메이커’로 부상한 배경에는 차고지와 정비망, 현장 인력 관리 등 오랜 기간 축적한 운영 역량과 자산이 있다. 한국의 법인택시 회사 역시 상당 부분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다. 실제로 2026년 들어 법인·개인택시 업계가 자율주행 기업 및 완성차 업체와 잇달아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티머니모빌리티와 서울택시조합이 택시업계의 면허·차고지·정비망과 플랫폼의 데이터·결제 역량을 결합하기로 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앞서 살펴본 로보택시와 기존 택시 산업의 ‘구조적 수렴’이 한국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의 로보택시 전략은 새로운 산업에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갖춰 뛰어드는 방식일 필요가 없다. 이미 보유한 제조·운영 자산 가운데 무엇이 로보택시 시대에도 희소한 자산으로 남을지를 파악하고 이를 가치사슬의 어느 지점에 연결할 것인지부터 찾아야 한다. 로보택시 시장의 진입로는 기술의 출발점이 아니라 기존 역량의 재배치에서 찾을 수 있다.

2. 자율주행 시대의 승부처는 고객 접점이다

플랫폼 기업에 웨이모와 우버의 결별은 남의 일이 아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통상 수요를 장악한 사업자가 강한 협상력을 갖는다. 그러나 웨이모와 우버의 사례는 공급자가 대체하기 어려운 경쟁력을 확보하면 이 공식이 깨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웨이모처럼 서비스 자체가 차별화되고 독자적인 브랜드를 앞세워 고객을 직접 끌어올 수 있다면 기존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도 시장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처럼 이미 수요를 확보한 국내 플랫폼에도 중요한 과제를 던진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호출 수요를 많이 확보했다는 사실만으로 경쟁우위를 장담하기 어렵다.

국내 플랫폼의 대응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우버처럼 복수의 자율주행 기술 기업과 제휴해 어느 기술 진영이 승자가 되더라도 자사 플랫폼을 통해 고객과 만나도록 하는 ‘허브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호출을 넘어 결제·구독·데이터 등으로 고객 관계를 확장해 기술 기업이 직접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쉽게 우회할 수 없는 서비스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플랫폼 경쟁력의 기준은 ‘얼마나 많은 수요를 모았는가’에서 ‘고객과 얼마나 깊고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했는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자율주행 기술 기업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시장 진입 초기에는 플랫폼의 고객 기반과 유통망을 활용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고객과 직접 연결될 수 있는 브랜드와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웨이모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기술적 우위가 곧 사업의 주도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누가 더 잘 운전하는가’만큼이나 ‘누가 고객을 소유하는가’가 기업의 수익성과 가치 배분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3. 비소비 영역을 공략하라

한국 로보택시 시장의 진짜 문턱은 기술보다 요금 구조에 있다. 서울 중형택시의 거리 요금은 기본·시간 요금을 제외하면 ㎞당 763원 수준이다. 모건스탠리가 추정한 웨이모의 운영 원가인 ㎞당 약 1230원과 비교하면 기사 없는 로보택시의 운영 원가가 기사가 운전하는 서울 택시의 거리 요금보다 60% 이상 높다. 미국에서 로보택시의 가격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율주행 기술의 원가 하락뿐 아니라 운전자 임금 상승으로 기존 택시의 비용 부담이 커진 영향도 있다. 미국에서는 로보택시의 원가가 인간이 운전하는 택시보다 낮아지는 시점이 중요하지만 택시 요금과 운전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에서는 같은 방식의 가격 경쟁이 성립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에서 던져야 할 질문은 ‘언제 로보택시가 기존 택시보다 싸질 것인가’가 아니라 ‘기존 택시가 경제성 때문에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이동 수요가 어디에 있는가’다. 한국의 택시 요금은 사실상 공공요금에 가까워 인상 때마다 정치적·사회적 논의를 거친다. 이런 시장에서 로보택시가 기존 택시와 정면으로 가격 경쟁을 벌이기보다 기존 사업자가 수익성 때문에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던 ‘비소비 영역’을 찾아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편이 현실적이다.

초기 시장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심야·새벽 시간대다. 이동 수요는 있지만 택시 공급 부족으로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시간대라면 장시간 운행할 수 있는 로보택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 둘째는 교통 소외 지역이다. 지하철역이나 버스 환승 거점과 외곽 주거지를 잇는 이동처럼 수요가 분산돼 기존 택시가 상시 대기하기 어려운 구간을 정해진 권역 내에서 로보택시가 담당할 수 있다. 셋째는 산업단지·공항·대형 병원·대학 캠퍼스처럼 특정 시간과 구간에 이동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이다. 운행 범위와 경로를 제한하기 쉬워 초기 자율주행 서비스의 운영 난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결국 초기 로보택시 시장은 세 가지 조건이 겹치는 곳에서 찾아야 한다. 기존 택시의 공급이 구조적으로 부족하고, 이동의 불편 때문에 잠재 수요가 충분히 충족되지 못하며, 일정한 구역과 시간 안에서 운행해 안전성과 가동률을 관리할 수 있는 시장이다. 이런 곳이라면 기존 택시보다 싸지 않아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한국의 로보택시는 기존 택시의 고객을 빼앗는 ‘더 싼 택시’가 아니라 기존 택시가 경제성 때문에 채우지 못했던 이동 수요를 발굴하고 빈틈을 메우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4. 면허 체계 안에 무인 공급을 설계하라

정책의 질문은 ‘면허를 어떻게 없앨 것인가’가 아니라 ‘기존 면허 체계에 무인 공급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가 돼야 한다. 로보택시 산업이 차량의 소유·운행·정비·관제가 분리되는 구조로 수렴한다면 한국의 택시 면허 총량제는 철거해야 할 낡은 제도가 아니라 새로운 공급 체계를 설계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마침 한국 택시 산업에는 새로운 공급 주체를 받아들일 여지도 생기고 있다. 법인택시 기사는 2019년 10만2000여 명에서 2022년 7만2000여 명으로 약 30% 감소한 뒤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서울 법인택시 가동률도 30%대 초중반에 머물고 있다. 개인택시 기사의 55%가 65세 이상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정책의 질문 역시 달라져야 한다. ‘로보택시가 기존 기사의 일자리를 얼마나 빼앗을 것인가’뿐 아니라 ‘줄어드는 운전자 공급을 앞으로 무엇으로 보완할 것인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면허 총량을 유지하되 휴업이나 감차 등으로 생긴 여유분을 자율주행 차량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통로를 만드는 것이다. 일정 물량의 면허를 무인 차량에 배정하고, 법인택시 회사는 운전자를 고용해 차량을 운행하는 사업자에서 무인 차량의 배차·관제·정비 등을 담당하는 플릿 운영 사업자로 역할을 확장할 수 있다. 미국의 트랑스데브와 허츠처럼 기존 택시 산업이 보유한 차고지와 정비망, 운영 인력을 로보택시 시대의 인프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의 초점이 ‘무인화로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운전석에서 줄어드는 노동의 일부는 원격 관제와 차량 관리, 정비, 충전·세차, 사고 대응 등 새로운 운영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에 맞춰 원격 관제 인력의 자격과 배치 기준,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 무인 차량의 차고지·정비 기준 등 운전자 중심으로 짜인 기존 제도 역시 새로운 사업 구조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 기술 실증과 제도 실증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웨이모의 설계도가 한국 정책에 주는 중요한 시사점은 자율주행 기술의 로드맵보다 산업의 역할 분담 방식에 있다. 면허를 폐지할 것인지 유지할 것인지에 논의를 가두기보다 기존 면허라는 자산을 활용해 무인 차량을 어떻게 새로운 공급자로 편입하고 기존 택시 사업자를 어떻게 로보택시 생태계의 운영 주체로 전환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로보택시 산업의 1막이 ‘이 기계는 안전한가’를 묻는 시간이었다면 웨이모와 우버의 결별이 열어젖힌 2막의 질문은 ‘이 산업의 이익과 비용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다. 그 답은 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가 차량을 소유하고, 누가 운영하며, 누가 고객을 확보하고, 어떤 제도가 이들을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은 이미 면허·차고지·정비망이라는 지난 100년 택시 산업의 자산을 갖고 있다. 로보택시 시대의 과제는 이 골격을 허무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운전자 없는 택시 산업’을 새롭게 설계하는 것이다.
  • 김동영

    김동영

    중앙대 겸임교수·KDI 전문연구원

    필자는 경제학 박사로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경제, 모빌리티 산업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중앙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단법인 모빌리티&플랫폼 협회장, 한국공학한림원 자율주행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BS ‘성기영의 경제쇼’의 디지털경제 코너, KBS ‘경제로, 통일로’의 알기쉬운경제 코너에 출연 중이며 다양한 매체에 디지털 경제 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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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최호진 hojin@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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