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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에 대한 기대치와 경쟁이 날로 과열되고 있다. 하지만 빠른 시일 내 산업 현장에 투입돼 상용화될 로봇의 폼팩터는 휴머노이드 형태가 아닐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인간의 추상적인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에도 즉각적으로 행동을 수정할 수 있는 범용 로봇 AI가 여전히 아쉬운데다 높은 가격과 넘어졌을 때 발생하는 수리 비용, 안전성 위험 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복잡도가 낮은 형태의 폼팩터가 상용화에 훨씬 유리하고 경제적일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단기간에 휴머노이드를 상용화하겠다는 조급함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간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라운딩(Grounding, 현실 인식)하는 범용 로봇 AI 개발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장기간의 연구개발(R&D)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이라면 실리콘밸리 피지컬 AI 스타트업과 글로벌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부품·도구·데이터를 공급하는 ‘곡괭이와 삽 비즈니스(Pick-and-Shovel Business)’ 전략을 취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김상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 교수는 연세대 기계공학과 학사, 미국 스탠퍼드대 기계공학 석·박사와 하버드대 박사후과정을 거쳐 2009년 MIT에 부임했다. 연세대 4학년 재학 중 신생 스타트업 솔루셔닉스에 합류해 3D 스캐너를 첫 제품으로 제작했고 이후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박사 과정에서 개발한 벽 등반 로봇 스티키봇(Stickybot)은 2006년 미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발명품’에 이름을 올렸다. 함께 개발한 ‘방향성 접착제(directional adhesive)’로 졸업 무렵 창업을 시도했으나 펀딩 실패 후 시장보다는 연구에 적성이 있음을 깨닫고 학자의 길을 택했다. MIT에서 Biomimetic Robotics 연구소를 이끌며 사족보행 로봇 치타(Cheetah) 시리즈, MIT 휴머노이드 등을 선보였다. 2019년 네이버랩스 기술 고문으로 영입돼 네이버랩스-MIT 산학 협력을 주도했고, 2023년 현대자동차그룹 AI 자문위원을 지냈다. 2025년 3월, 메타 CTO와의 만남의 계기로 메타 로보틱스 스튜디오에 합류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25년 제21회 경암상을 수상했다.지난 4월 1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이좡 난하이쯔공원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화웨이에서 분사한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Honor)가 내놓은 휴머노이드 로봇 ‘산뎬(閃電·번개)’이 약 21㎞의 하프 마라톤 코스를 50분26초에 주파하며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다. 100m를 14초대로 끊는 속도. 우간다의 제이컵 키플리모 선수가 지난 3월 세웠던 하프 마라톤 세계기록(57분20초)을 7분 가까이 앞지른 성적이었다. 원격 조종이나 외부 유도 신호 없이 오로지 자체 두뇌와 센서만으로 길을 판단하고 장애물을 피하며 달린 결과였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지난 5월 13일 또 다른 휴머노이드 ‘차력쇼’가 벌어졌다. 미국의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피규어AI(Figure AI)가 유튜브, 엑스(X)에 라이브 방송을 켜고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3’의 연속 택배 분류 작업을 시연했다.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는 다양한 크기의 택배 상자를 양손으로 집어 송장 바코드가 바닥을 향하도록 방향을 조정해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았다. 당초 회사가 약속한 라이브 시간은 8시간. 인간 작업자 한 명이 꼬박 한 교대를 마치는 동안 로봇이 단 한 번의 원격 조종과 사람의 개입 없이 같은 노동을 해낼 수 있는지를 증명하겠다는 것이었다.
결과는 예상을 넘어섰다. 8시간이 지나도 로봇들은 멈추지 않았다. 배터리가 떨어진 로봇은 스스로 충전 스테이션으로 걸어가 다음 로봇에 작업을 자동으로 인계했다. 밥(BOB), 프랭크(FRANK), 개리(GARY) 등 이름표가 붙은 휴머노이드가 교대로 돌아가는 연속 작업 라이브는 24시간을 넘겼고, 5월 20일 오전 기준 150시간을 돌파했다. 자체 개발한 AI 모델 ‘헬릭스-02(Helix-02)’가 모든 판단을 통제하고 예상 못한 상황이 생기면 AI가 스스로 재설정해 작업을 재개했다는 게 피규어AI 측 설명이다. 5월 20일 오전 기준 누적 택배 처리량은 18만 개를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