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조기 투입해 행동 데이터 수집
데이터·HW·인프라 중 병목 구간 파악하라
Article at a Glance
한국은 제조 현장, 부품·배터리·반도체 생태계, 응용 엔지니어링 역량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로 피지컬 AI 시대의 전략적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피지컬 AI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 LLM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데이터·하드웨어·인프라 중심으로 가치사슬을 재정의해야 한다. 특히 피지컬 AI의 핵심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행동 데이터를 실제 현장에서 축적하고 이를 다시 모델 성능 개선으로 연결하는 폐루프(Closed-loop)를 구축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또한 휴머노이드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폼팩터를 유연하게 설계하고 데이터 수집 자체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피지컬 AI 시대의 리더십은 데이터·하드웨어·현장 운영·인프라 사이에서 이동하는 병목을 읽고 조직의 무게 중심을 빠르게 전환하는 동적 조율 역량이 요구된다.
‘깐부 회동’의 본질, 피지컬 AI
한국에 다시 오기 어려운 절호의 기회 2025년 가을,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한국 주요 기업인들의 ‘치맥’ 회동은 전 세계 산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중의 관심은 ‘대체 어떤 치킨을 먹었나’에 쏠렸지만 사실 그 테이블의 진정한 화두는 따로 있었다. 바로 피지컬 AI(Physical AI)다. 젠슨 황 CEO는 한국을 두고 “피지컬 AI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역량과 깊은 기술·과학 역량, 첨단 제조 역량을 동시에 갖춘 지구상에 몇 안 되는 국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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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업계 입장에서는 충분히 고무적인 발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왜 그는 유독 피지컬 AI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과의 협업 가능성에 주목하며 문을 두드리는 걸까.
지난 수년간 이어진 AI 시장에서 한국은 뼈저린 한계를 경험했다. 초거대언어모델(LLM) 경쟁이 결국 더 큰 모델을 만들고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키기 위해 막대한 GPU를 확보하는 자본 경쟁으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이 역사적인 ‘깐부 회동’의 결과로 2030년까지 확보하기로 한 GPU 규모는 약 26만 장 수준이다. 반면 미국의 일부 빅테크 기업은 단 한 해에만 30만~40만 장 규모의 GPU를 사들인다. 현재 AI 경쟁의 무게 중심이 얼마나 거대한 자본력에 기울어져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이 LLM 분야에서 ‘글로벌 3강 국가’라는 목표를 내세운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본 싸움에서 미국·중국을 따라잡기 힘든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과연 피지컬 AI라는 새로운 전장에서는 다른 승부를 펼칠 수 있을까. 피지컬 AI는 크게 3가지 이유에서 대한민국에 다시 오기 어려운 절호의 전략적 기회다.
첫 번째 이유는 한국이 가진 제조 현장에 있다. 피지컬 AI가 가장 먼저 돈을 벌 수 있는 현실적인 무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지컬 AI 기술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로봇을 투입할 분명한 수요와 그 로봇을 반복적으로 검증하고 고도화할 수 있는 인프라다. 제조업은 이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보통 공장이라고 하면 육중한 제조 설비가 자동으로 물건을 찍어내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실제 제조 현장에는 여전히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투입돼 일하고 있다. 국내에 공장을 보유한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률이 19.5%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이 같은 현실을 뒷받침한다. 공장 자동화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비정형 작업, 즉 인간의 숙련과 판단에 기대온 공정들이 여전히 제조 현장 곳곳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