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Business Frontier: 한상엽 sopoong 대표
Article at a Glance
벤처기업은 수익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소셜벤처’가 뜨고 있다. 사회적 문제는 크게 3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문제가 사회 구조적 원인에 의해 발생해야 하며, 둘째, 이 과정에서 피해를 받고 소외받는 주체가 명확해야 하고, 셋째, 이런 문제 중 기업이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여야 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수익을 내는 스타트업이 소셜벤처다. 소셜벤처가 뜨면서 소셜벤처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임팩트 투자는 기존 경제적인 관점 외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자본의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를 말한다.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정우성(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고 빠른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벤처기업이 대학생 주거 문제를 걱정하고 환경을 염려해 차량 공유 서비스를 만든다?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이다. 얼핏 돈이 안 될 것 같은 사업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스타트업 선진국인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사회적 기업 성격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개인 또는 소수의 기업가가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설립한 사회적 기업을 ‘소셜벤처’라고 부른다.
소셜벤처는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개념이다. 벤처기업과 사회적 가치가 양립할 수 없다는 편견 때문이다. 실제 대다수의 경영자들은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이 이율배반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윤만 추구해도 살아남기 힘든 경영 환경에서 어떻게 기업이 ‘사회적 가치’까지 추구할 수 있느냐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먼저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수단이 생긴 후에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가능할 뿐 두 가지를 동시에 실현하겠다고 만들어진 기업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최근 스타트업 기업 중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들은 대부분 소셜벤처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제시카 알바가 설립한 친환경 유아용품 제작 회사 ‘어니스트 컴퍼니’, 고객이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하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한 켤레의 신발을 기부하는 ‘탐스슈즈’ 등은 대표적으로 성공한 소셜벤처다. 세계적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미국의 킥스타터는 창업 모금액이 1조 원을 넘어서면서 본격적으로 회사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소셜벤처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단계는 초기 인큐베이팅 과정이다. 대부분의 소셜벤처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나 각 지원기관 역시 소셜벤처 지원을 위해 인큐베이팅 단계부터 다양한 투자 및 지원사업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민간 분야에서도 소셜벤처 인큐베이팅 및 투자에 뛰어드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DBR은 소셜벤처라는 새로운 분야를 선도적으로 개척하고 있는 한상엽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 이하 소풍) 대표를 만났다. 그가 생각하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스타트업의 역할, 올바른 소셜벤처의 모습과 소풍의 투자 철학 등을 들었다.
한상엽 대표는 사회적기업가다. 디자이너와 카툰 작가들의 자립과 작품활동을 지원하는 벤처 ‘뭉크(Munc)’의 창업자로 사회적 기업에 발을 내디딘 이래 프로젝트 그룹 ‘넥스터스’를 만들어 국내 사회적 기업에 대한 담론 형성에 기여했다. 국내 최초 경험공유 플랫폼 위즈돔의 창업자이기도 한 한 대표는 현재 소셜벤처에 씨드투자와 인큐베이팅을 제공하는 sopoong의 대표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름다운 거짓말>이 있다.
‘소셜하다’라는 게 어떤 건가.
사실 대부분 기업들도 사회에 공헌하고 있지 않나.
굉장히 오래된 논쟁이고 엄밀한 답이 나와 있진 않지만,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이나 인증제가 있긴 하다. 일반적인 재무 투자 수익률을 측정하는 평가지표인 투자수익률(ROI·Return on Investment)처럼 사회·환경·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측면의 수익까지 평가하는 SROI(Social Return on Investment)나 기어스(GIIRS·Global Impact Investing Ratings System) 같은 측정방법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B코퍼레이션(Benefit Corporation)처럼 미국 비영리조직인 B랩사가 만든 사회적 기업 인증 제도 같은 것도 있다.
사실 모든 기업에는 사회적 가치가 있다. 단지 임팩트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과 렌터카 업체를 비교해보자. 기본적으로 두 비즈니스 모델은 차를 빌려 탄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서울시에선 쏘카나 그린카와 같은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에는 무료 광고, 공공 주차장 혜택 등 다양한 지원을 하면서 렌터카 업체에는 그런 혜택을 주지 않는다. 그 이유는 렌터카보다 카셰어링이 사회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카셰어링의 사회적 가치는 이미 연구를 통해 검증됐다. 평균적으로 카셰어링 차 한 대가 움직이면 도심에서 차 15대가 줄어든다. 렌터카는 그렇지 않다. 렌터카는 필요할 때 바로 차를 빌리기도 어렵고 10분 단위 예약 같은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카셰어링은 간편하게 스마트폰 터치 한 번으로 차를 구할 수 있으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이 사회적 가치란 무엇인가. ‘사회적’이라는 말 자체가 모호해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소셜벤처에서 말하는 사회적이라함은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이다. 보통 벤처는 사람들이 겪는 불편함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그러나 불편과 문제는 다르다. 불편을 해결하는 게 벤처라면 문제, 특히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게 소셜벤처다.
소풍은 사회적 문제의 기준을 크게 3가지로 정의한다. 첫째, 문제가 사회 구조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어야 하고, 둘째, 이 과정에서 피해를 받고 소외되는 주체가 명확해야 하며, 셋째, 이런 문제 중 기업이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여야 한다. 소풍은 이 기준에 따라 투자를 결정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소풍이 투자하는 회사 중 도시양봉을 사업으로 하는 회사가 있다. 미국에서 전 세계 꿀벌의 90%가 죽었고, 국내도 토종벌의 95%가 줄었다. 이건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므로 사회 문제다. 얼핏 이 비즈니스의 수혜자가 모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너무 명확하다. 수혜자는 우리 모두다. 때문에 이런 기업을 임팩트가 큰 소셜벤처로 보고 투자를 한다.
간혹 사회적 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 탓에 소셜벤처 역시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경우가 있다. 사실 소셜벤처라는 말이 많이 쓰이게 되는 이유는 민간에서 ‘사회적 기업’이라는 용어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정부 인증 없이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용어를 쓰지 못한다. 사회적 기업은 태생 자체가 정부 주도다. 처음에 ‘예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으면 정부가 평균 3년 동안 5∼10명의 인건비를 다 지급했다. 첫해에 100%, 2년 차에 80%, 3년 차에 50% 하는 식으로. 이런 제도 때문에 사람들에게 사회적 기업은 ‘정부 덕분에 반(半)좀비로 존재하는 회사’ 혹은 ‘세금 써서 기생하는 회사’라는 안 좋은 이미지가 생겼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 중에서도 정부 지원으로 시작했지만 고용 창출도 많이 하고 굳건한 수익 구조를 만든 기업도 많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소셜벤처 역시 마찬가지다. 혹자는 소셜벤처가 열악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일반 벤처 자체가 생존과 수익률이 어마어마하게 낮다. 그게 원래 벤처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요즘엔 일반투자 섹터에서도 소셜벤처에 주목한다. ROI도 오히려 높다. 앞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정부가 해결 못하는 사회 문제들이 더 많아진다. 결국 소셜벤처의 확산은 세계적 트렌드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영국의 경우는 국내총생산(GDP)의 10% 정도를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낸다. 영국의 경우 크게 사회적 기업을 소셜펌(social firms)과 소셜엔터프라이즈(social enterprise)로 나눈다. 고용 중심 사업은 소셜펌, 제품과 서비스 중심 사업은 소셜엔터프라이즈로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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