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n Case Study

샤프의 기술력+훙하이의 유연성. 디지털 가전업계, 지도가 바뀐다

202호 (2016년 6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4년 넘게 샤프 인수에 공을 들여온 대만의 훙하이정밀공업이 드디어 올 4월 샤프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전자 산업을 대표하는 대기업이 통째로 외국 기업에 인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술력은 높지만 의사결정이 느린 일본 기업과 기술력은 낮지만 유연성과 스피드가 발군인 대만 기업의 통합이 전자 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훙하이가 샤프를 전격 인수한 것은 첫째, 기존 대형 거래선인 애플의 니즈에 더욱 충실하게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둘째넥스트 스마트폰에 대응해 신규 사업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일본, 대만, 중국의 연합부대에 맞서 싸워 이기기 위해 더욱 분발해야 할 시점이다.

 

 

훙하이 샤프 인수의 의미

2012년부터 4년 넘게 샤프 인수에 공을 들여온 대만의 거대 EMS(전자기기수탁제조서비스)기업,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이 드디어 샤프를 인수했다. 2016 42, 훙하이는 샤프에 3888억 엔을 출자해 의결권 66%를 보유하는 제1 주주가 됐다. 샤프는 이미 2016 225, 임시이사회를 열어 훙하이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의했다. 3자 할당증자로 주식취득 4890억 엔, 주거래 은행 보유 우선주 2000억 엔 중 1000억 엔을 매입하기로 하는 등 훙하이가 샤프에 약 7000억 엔을 투입한다는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실사 단계에서 샤프 측의 우발채무가 새롭게 드러나면서 훙하이는 당초보다 약 1000억 엔 낮은 금액으로 샤프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에서도 자동차 산업의 경우 프랑스 르노가 1999년 닛산을 인수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일본 전자산업을 대표해온 대기업 중 하나가 통째로 외국 기업에 인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전자대국으로 불려온 일본의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사건을 단순히 감정만으로 평가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기술력은 높지만 의사 결정이 느린 일본 기업과 기술력은 낮지만 유연성과 스피드가 발군인 대만 EMS 기업의 통합이 전자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훙하이는 무엇 때문에 샤프 매수에 그토록 열을 올린 것인지 분석하고 이번 인수가 미칠 향후 파장을 가늠해본다.

 

 

 

 

100년 기업샤프가 경영에 실패한 이유

샤프펜슬·전자계산기·액정TV 등 독창적인 상품 개발로 발전을 거듭해온 104년 역사의 샤프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2015년도 샤프의 매출은 약 28000억 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상반기에만 이미 840억 엔의 손실을 기록했다. 샤프뿐만 아니라 도시바, 소니 등 일본의 전자 대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중에서도 샤프가 제일 먼저 외국 기업에 인수된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투자 실패가 가장 큰 이유다. 샤프는 2004, 미에현 가메야마시()에 거대한 액정 공장을 건설해 액정사업의 선두 주자로 나섰다. 2006, 2공장을 건설하는 등 소위 말하는가메야마 모델을 확립했다.

 

샤프는 액정패널 사업은 물론 액정TV 분야에서도 일본 국내 시장을 석권하는 등 액정 비즈니스의톱 기업이 됐다. 샤프의 진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액정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가타야마(片山幹雄) 사장이 2007년 신임 사장으로 취임하자 이번에는 오사카 사카이시() 4300억 엔을 들여 60인치 이상 대형 사이즈의 액정 패널을 생산하는 최첨단 10세대 공장을 건설했다.

 

액정패널에서 타사가 따라올 수 없게 완전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에서였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다시피 이 시기는 한국과 일본 기업 사이에 액정패널을 둘러싸고 주도권 경쟁이 한창일 때였다. 당시 일본에서는한국 기업이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 기업을 따라잡더니 드디어 액정마저도 따라잡으려 한다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게다가 불황일 때 과감하게 투자해 호황일 때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삼성·LG 등 한국 재벌기업들의 투자전략이 칭송받을 때이기도 했다.

 

샤프는 이에 질세라 액정패널 사업에 거침없는 투자를 감행했다. 여기에 곁들여 세계 최대의 태양전지 공장도 2010년 완성했다. 그러나 경영환경은 샤프의 편이 아니었다. 액정산업이 서서히 사양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고 2008년에 도래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형 사이즈의 액정TV는 생각만큼 팔리지 않았다. 경영환경 변화를 읽지 못하고 과잉 투자를 하는 악수를 둔 탓이었다. 재고는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했고 적자는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결국 재무구조에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둘째, 기술에 대한 과신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샤프는 지금까지 독창적인 제품으로 성공한 기업이다. 때문에 기술력 또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샤프 임원은액정 기술력은 우리가 세계 최고다. 40년 동안 액정기술 개발에만 매달려온 기술자들이 수두룩하다라고 자랑하고 있다.

‘기술의 블랙박스화란 말도 샤프에서 나온 말이다. 한국이나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이 문제가 되자 샤프는제품을 분해해도 기술을 알 수 없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사용했다.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 가메야마 공장에서는 설비나 자재를 공급하는 기업 사원들이 공장 내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일일이 감시했다.

 

게다가 공장 뒷산에서 공장의 시설 배치를 촬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입산을 금지했을 정도다. 주말에 한국이나 중국으로 가는 직원들이 없는지 공항에서 직접 감시하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감시망은 철저히 펼쳤지만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 개발에는 둔했다.

 

수요가 적은 60인치 이상의 액정 기술 개발에는 능했지만 정작 수요가 많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에 사용되는 중소형 패널에서 삼성이나 LG는 물론 일본 기업인 재팬디스플레이(JDI)에게도 뒤졌다. 샤프는 자사의 기술을 과신한 나머지 실제 현재 흐름을 반영해 잘 팔리는 기술의 개발에는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셋째는 도시바처럼 일본에서 흔히 발생하는 경영자의 문제다. 역대 사장들이 회장·상담역 등으로 회사에 남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회사 전체를 통합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게다가 경영진 간의 주도권 싸움도 벌어졌다. 의사결정 속도도 느렸다. 중국의 어느 기업이 샤프에 기술 검토를 부탁했으나 “4개월쯤 걸릴 것이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2주 정도면 검토할 수 있는데 4개월이나 걸린다는 말에 결국 거래가 중단됐다. 그러다 보니 회사가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에도 과감하고 빠른 개혁을 감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액정사업이 사양화돼가는 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에코포인트제를 실시하자 개혁은 곧 중단됐다. 이 제도에 따라 실적이 조금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게 이유였다. 현 다카하시 사장은 2015,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해 안정된 수익 기반을 창출할 것이다라면서신중기경영계획을 발표했지만 내용은 미지근했다. 3500명의 희망퇴직, 본사 매각, 설비의 감손 처리 등 고정비를 중심으로 한 비용절감 방안만 있을 뿐 사업구조 개혁 등 대대적인 개혁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역대 샤프 경영자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권력투쟁을 일삼은 결과 일본이 자랑하던 기업이 외국 자본의 손에 넘어가게 된 것이다.

 

 

치밀했던 훙하이의 샤프 인수 작전

사실 샤프의 인수 전쟁은 2016년 초부터 일본의 관민펀드인산업혁신기구와 훙하이의 2파전으로 전개됐다. 일본 정부나 업계에서는 샤프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했고, 이러한 국민적 정서를 반영해 샤프가 산업혁신기구의 출자 제안을 받아들일 공산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미디어들도 대부분 산업혁신기구의 안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2월이 되자마자 분위기가 훙하이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산업혁신기구가 3000억 엔 출자를 제시한 데 비해 훙하이는 파격적으로 그 두 배가 넘는 7000억 엔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샤프는 산업혁신기구의 안이 기존 사업을 분할해 다른 기업의 사업과 통합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데 비해 훙하이의 제안은 투자 규모가 더 컸을 뿐 아니라 사업과 브랜드, 그리고 고용까지 승계하겠다는 것이어서 더 솔깃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훙하이는 일본 정부와 업계를 상대로 한 인수전에서 파격적인 안을 제시해 승리를 거머쥐었다.

훙하이가 샤프를 인수하게 된 배경에는 테리 고(郭台銘, 영어명 Terry Gou) 회장의 치밀한 인수 작전이 있었다.

 

사실 훙하이는 2012 3월에도 샤프와 자본 제휴에 합의한 적이 있다. 훙하이가 1300억 엔을 투입해 이 가운데 약 절반은 샤프 본사에, 나머지 반은 오사카 사카이시의 대형 액정패널 공장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합의 내용은 1주당 550엔에 9.9%의 주식을 인수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샤프의 주가가 급락하자 고 회장은 인수가격을 인하하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샤프 경영진이 이를 거절하면서 매수에 실패했다. 결국은 개인 자금을 투자해 사카이 공장 주식의 37.6%를 인수하고 샤프로부터 분리시켜사카이디스플레이프로덕트를 샤프와 공동 경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들어 흑자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고 회장은 이번 인수전에서는 치밀한 작전을 전개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말부터 일본어가 능통한 측근을 대동하고 일본을 수차례 방문했다. 샤프 매수의 캐스팅 보드를 누가 쥐고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먼저 일본 정부의 의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고 회장은 산업혁신기구 안에 일본 정부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는지를 알기 위해 수차례 경제산업성 간부와 면담한 끝에산업혁신기구는 일본 정부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샤프에 채권을 가지고 있는 주거래은행과의 관계에 주목했다. 그리고 샤프의 주거래은행인 미즈호은행과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이 샤프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것도 파악할 수 있었다. 게다가 산업혁신기구 안이 융자 은행에 대해 채권포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간파했다. 통상적으로는 의결권의 3분의 2를 손에 쥐면 인수가 마무리되지만 고 회장은 산업혁신기구와 정반대로 은행에 최대한의 메리트를 부여하는 안을 제시했다. 주거래은행 보유 우선주 2000억 엔 중 1000억 엔을 매입한다는 안을 제시한 것이다.

 

사실 미즈호은행은 일찍부터 훙하이에 눈독을 들여왔다. 미즈호은행은 훙하이의 연간 매출이 1000억 엔 정도였던 2000년경부터 거래를 해왔다. 미즈호은행은 현재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제치고 훙하이의 주거래은행이 됐다. 따라서 미즈호는 훙하이와의 거래를 늘리고자 이번 인수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취한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고 회장은 샤프의 경영진에게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OLED 등 신규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훙하이는 적자덩어리였던 사카이 공장의 경영에 참여하여 액정패널 사업을 흑자로 전환시킨 실적을 내세웠다. 이런 치밀한 인수 작전 끝에 고 회장은 마침내 샤프를 손에 거머쥘 수 있었다.

 

 

日本通 테리 고

이처럼 이번 샤프 인수전에서 주연 역할을 한 사람은 역시 고 회장이다. 그는 1974, 자본금 1000만 엔으로 플라스틱 부품을 제조하는 소기업을 세웠다. 현재는 EMS의 세계 최강자로 애플 아이폰의 조립 생산은 물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HP PC, 소프트뱅크의 로봇, 닌텐도의 게임기 등 글로벌 기업의 핵심 상품들을 조립하고 있다. 2015년 말 매출은 148000억 엔으로 샤프 매출의 약 5배 규모다. 시가총액은 2016 2월 중순 기준, 41000억 엔에 달한다. 최근 들어 매출 성장은 다소 둔화됐지만 생산 거점을 임금이 싼 인도, 베트남 등지로 이전하면서 수익률이 향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훙하이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을 수 있는 점은 막강한 자금력이다. 2015 9월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만 25700억 엔에 달한다. 월 매출 2개월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통상, 현금 보유액이 1개월 매출 규모 정도만 돼도 재무적으로 안정된 기업이라 평가하는데 훙하이는 이를 훨씬 웃도는 수준인 것이다. 일본의 최대 전자기업인 히타치제작소보다도 채무 변제능력 면에서는 더 우량기업이다. 따라서 이 회사가 샤프 매수액으로 6000억 엔을 지불한 것을투기로 보기는 힘든 일일 것 같다.

 

고 회장은 미국과 일본의 유명 경영자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소니의 모리다 아키오 전 회장이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같은 과거의 거물 경영자는 물론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회장, 파나소닉의 쓰가 사장, 중국 알리바바 마윈 CEO 등 현재의 유명 경영자들과도 오래전부터 친분을 쌓으며 각종 사업에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그는 일본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의 어느 기업이 어떤 소재·부품·기계설비에 능하며 누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항상 관찰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우량 기술과 소재·부품·설비를 활용해 가능하면 품질 좋은 조립제품을 납품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초기 아이팟의 흰 케이스가 아름답다는 정평이 나 있었는데 이는 거울연마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니가타의 고바야시(硏業)라는 소기업의 기술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자사 브랜드를 갖지 않고 있을뿐더러 OEM 세계 1위라 하더라도 제품을 제로베이스에서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훙하이로서는 긴 역사와 높은 기술력을 가진 샤프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샤프 인수의 이유

샤프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적자 규모가 큰데다 산업혁신기구 이외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못하던 매물이다. 그런데 고 회장은 왜 그토록 샤프 인수에 공을 들였던 것일까. 일본에서의 분석 기사들을 종합해보면 크게 2가지 전략으로 풀이된다. 첫째는 기존 대형 거래선의 니즈에 더욱 충실하게 부응하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신규 사업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먼저 대형 거래선인 애플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2015 11월경부터 애플이 2018년 아이폰 모델부터 OLED 패널을 사용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에 훙하이는 샤프의 기술력을 활용해 애플의 니즈에 부응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애플은 OLED 기술로서 현재 아이폰에 탑재하고 있는 저온폴리실리콘(LPTS)액정과 샤프의 강점 분야인 산화물반도체(IGZO)를 융합한 LTPO(Low Temperature Polycrystalline Oxide) 기술을 개발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LTPO는 가격이 싸고 전력소모도 적은 장점이 있다.

 

아마 훙하이는 애플이 아이폰에 OLED를 탑재할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샤프에 지속적으로 눈독을 들여온 것으로 분석된다. 훙하이는 샤프의 기술력을 활용해 OLED 디스플레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전략이다. 훙하이는 샤프 인수 후에 OLED 사업화를 위해 가메야마 공장에 OLED용 설비 도입 비용으로 2000억 엔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것은 대형 거래선인 애플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훙하이의 이러한 전략은 한국 기업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신성장동력으로서 전기자동차(EV)와 사물인터넷(IoT)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 한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주력사업으로 EV시장을 겨냥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테슬라와 협력해 중국과 대만시장에서 EV 완성차 제조 사업을 할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훙하이는 경쟁이 치열한 완성차 조립보다는 EMS에서 배양해온 기술과 경험을 살려 전자부품, 특히 차량용 디스플레이 공급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훙하이는 이미 중국 자동차 메이커인 하모니와 공동으로 인터넷과 자동차를 조합한 스마트 EV 개발과 EV의 렌터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샤프를 인수해 일거에 EV 시장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IoT사업도 탐을 내고 있다.

 

훙하이는 샤프의 시켄서(공장을 제어하는 컴퓨터) 기술을 사용한 IoT나 각종 센서를 사용한 자동차 운전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회장이나 파나소닉의 쓰가 사장과의 협업을 모색 중이다.

 

또한 백색가전 사업에도 미래가 있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TV·비디오·음향기기·카메라 등의 디지털 기기는 스마트폰에 수렴되고 있지만 세탁기나 냉장고 등은 그럴 수가 없을뿐더러 IoT로 인터넷에 연결돼 더욱 진화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사실 20161, GE의 가전 사업을 하이얼이 인수할 때 경쟁을 한 기업이 바로 훙하이였다.

 

이에 더해 훙하이가 애플 및 중국으로부터의 의존에서 탈피하려는 전략도 엿보인다.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성숙했다. 또 중국에서는 인건비 상승, 젊은 층의 제조업 이탈 등으로 향후 제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인도를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2015 8, 테리 고는 인도 서부의 마하라슈트라 주정부와 향후 5년간 50억 달러를 투자해 새 공장을 건설한다는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따라서 훙하이의 중국·애플 의존 체질에서 벗어나 사업을 더욱 글로벌화·다각화하는 데 샤프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샤프 재생 계획

그렇다면 테리 고 회장은 적자덩어리인 샤프를 과연 회생시킬 수 있을까? 인수 계획을 발표할 때는 브랜드와 종업원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샤프의 경영에 적극 개입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아마도 경영진의 대폭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카이 공장을 흑자로 전환시킨 전례를 내세운다. 샤프 본사도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그는 성공 확률이 80%는 될 것이라 했다.

 

그가 제시하는 샤프의 회생 방안은샤프와는 다른 관점에서 적극적인 조언을 한다경영진에게 이익을 내라는 압박을 강화한다부실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한다비용을 절감한다신시장을 개척한다종업원에게 명확한 목표와 책임을 부여한다 등이다. 훙하이는 이익을 종업원에게 환원해왔으며 젊은 인재를 적극 발탁했다. 따라서 이러한 방식은 샤프에서도 그대로 통용될 것으로 보인다. 샤프는 훙하이와의 인수계약 직후인 2016 4, 나이가 많은 직원과 적자사업 구성원 등을 중심으로 1000명의 종업원을 구조조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샤프의 문제점은 자금이 아니라 경영의 문제라고 판단한다. 근본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이익을 낼 수 있는 분야는 더욱 투자를 하는 반면 이익을 낼 수 없는 분야는 근본적인 개혁을 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양전지 사업은 아직 인도 등 신흥국 등지에서 사업 기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구조가 높은데다 발전 효율도 좋지 않아 향후 태양전지 사업을 완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발표된 샤프에 대한 투자 계획을 보면 다음과 같다.

OLED 사업화를 위해 가메야마 공장에 신규 설비 비용으로 2000억 엔 투자

● 중소형 액정의 신기술 개발 및 증산·합리화를 위해 1000억 엔 투자

● 인공지능과 IoT를 조합한 신제품 개발 등에 450억 엔 투자

 

이러한 계획은 그의 평소의 경영전략을 통해서도 읽을 수 있다. 그의 가장 기본적인 경영전략은 장기적인 이익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샤프에서 당장 이익을 내기보다는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핵심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훙하이의 최대 핵심 역량이 금형과 기계 설비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경영자원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취해왔다. 따라서 샤프의 핵심 역량인 액정패널의 기술력과 제품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업 확장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훙하이의 샤프 인수는 전 세계 디지털 가전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의 OEM 업체 훙하이가 조립생산 중심에서 자사 브랜드를 가진 메이커로 변신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일본 전자 기업들의 침체로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었던 우리 기업들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매출의 50% 정도를 차지하는 애플과의 안정적인 관계와 중국에 거대한 생산라인 및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훙하이의 성장은 우리 기업에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훙하이가 샤프 인수를 계기로 OLED사업이나 IoT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점도 우리 기업들의 신규 사업 전략과 겹친다. 이에 따라 향후 우리 기업과 훙하이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우리 기업들의 우려가 큰 또 하나의 이유는 고 사장이 혐한 인사라는 점이다. 따라서 훙하이는 향후 한국 기업과의 경쟁에 열을 올릴 확률도 있다. 우리 기업으로서는 일본·대만·중국의 연합 부대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항해 승리하는 길은 오로지 기술과 제품의 차별화에 있다. 우리 기업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이우광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 wklee@kjc.or.kr

필자는 중앙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 경제학연구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89년 삼성경제연구소에 입사해 주로 일본 경제와 산업·기업 등을 연구했고 일본연구팀장, 해외연구실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일본재발견> <일본시장 진출의 성공비결, 비즈니스 신뢰> <도요타 : 존경받는 국민기업이 되는 길>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