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ential Cases in Books

공감 확대는 인류역사 그 자체다

183호 (2015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공감 마케팅이 화두다. 공감 마케팅은 고객의 니즈나 욕구를 파악해 고객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단순히 고객의 욕구를 자극해 이윤을 늘리는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기업이 공감 마케팅을 잘 실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공감 마케팅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고객의 마음속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느끼고, 공감하고, 기업이 직접적인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팔기 위해 벌이는 활동을 마케팅이라고 한다. 최근까지 마케팅은 시장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라고 여겨졌다. 그래서 시장점유율(제품이 해당 시장을 차지하는 정도)이라는 척도가 중요시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기류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마케팅의 전쟁터가 시장이 아닌고객의 마음속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 대신 마음 점유율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마음 점유율은 어떤 제품을 생각할 때 특정 브랜드를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정도를 말한다. 마음 점유율이 중요한 이유는 마음 점유율이 시장점유율보다 높으면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향후 높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 공감 마케팅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인류의 역사는 공감 의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류의 역사가 신앙의 시대와 이성의 시대를 거쳐 공감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생존경쟁의 전투가 사라진 자리에 공감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감 마케팅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공감 마케팅에도 나쁜 공감 마케팅과 좋은 공감 마케팅이 있다. 영국의 라이프스타일 철학자 로먼 크르즈나릭의 <공감하는 능력(더퀘스트, 2014)>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이윤 추구 목적의 나쁜 공감 마케팅

 

나쁜 공감 마케팅에 대한 비판은 정치과학자인 게리 올슨(Gary Olson)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공감 마케팅(게리 올슨은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이라고 표현했다)이 흔히 고객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정교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그들의 필요와 욕구에 응답하는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저 판매와 이윤을 늘리려는 영리한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간단하게 말해,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고 다른 사람의 처지에 서보는 것은 그들에게 신발을 한 켤레 더 팔기 위한 테크닉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올슨의 해석에 따르면 마케팅 산업에서 고객들의 진정한 행복은 관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공감에 애초에 깃들어 있던 도덕적인 함량은 사라져버린다.

 

공감 마케팅의 성장 과정을 돌이켜보면 그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공감이라는 개념이 새로울지 모르지만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미 거의 한 세기 전부터 사용해 왔다. 이름은 달랐을지라도 말이다.

 

 

 

 

 

관계의 혁명을 이끄는 당신 안의 힘

공감하는 능력

로먼 크르즈나릭 지음, 김병화 옮김, 더퀘스트, 2014.

 

 

공감 마케팅을 처음으로 구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심리학의 대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조카 에드워드 버니스(Edward Bernays)였다. 그는 1920년대에 미국에 홍보회사를 차렸다. 버니스는 삼촌이 정신분석학에서 발견한 성과를 모조리 흡수해 그것을 자본주의적 방향으로 비틀었다. 그는 가장 효율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은 상품이 좋은 이유를 이성적으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내면을 더 깊이 파고들어가서 무의식적인 욕망과 감정을 섬세하게 건드려 소비욕구를 끌어내는 데 있음을 깨달았다.

 

버니스 방식의 효과는 1929년 뉴욕에서 눈부시게 입증됐다. 그해 버니스는 아메리칸타바코(American Tobacco Company)에 입사해 여성 흡연에 대한 금기 심리를 깨뜨리는 임무를 맡았다. 이를 위해 버니스는 사교계에 처음 데뷔하는 젊은 숙녀 몇 명을 모아놓고 그 도시에서 해마다 열리는 부활절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럭키스트라이크담배에 불을 붙일 것을 설득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을 활용해 그 젊은 여성들이 여성들에게도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줄 것을 요구하며 상징적 차원에서 자유의 횃불을 피우는 참정권 운동가들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전략은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전국 곳곳에서 여성들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것. 다큐멘터리 제작자 애덤 커티스(Adam Curtis)는 자신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자아의 세기(The Century of the Self)〉에서 당시를 이렇게 설명했다.

 

“버니스가 만들어낸 것은 담배를 피움으로써 여성이 더 강해지고 독립적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 생각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 일을 통해 그는 사람들의 감정적 욕구와 기분에 상품을 연결하면 그들에게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가능함을 깨달았다. 흡연이 실제로 여성을 더 자유롭게 만든다는 생각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지만 여성들은 담배를 피움으로써 더 독립적인 기분을 맛보았다.”

 

이것이 바로 게리 올슨(Gary Olson)이 비판한 공감 마케팅의 한 예다. 다른 사람들의 처지에 서서 얻은 통찰을 활용해 그들에게 유해한 상품을 판매하는 데 공감 마케팅이 활용된다는 것이다. 올슨은 에드워드 버니스 이후 공감 마케팅은 담배산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법이 됐다고 지적한다.

 

필립모리스 역시 1994년 회사 내부에서공감 캠페인(empathy campaign)’을 벌였다.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사의 벤슨앤헤지스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이었다. 필립모리스는공감(을 토대로 설정한) 포지셔닝을 공공연히 활용해벤슨앤헤지스는 1990년대에 흡연자들이 받는 사회적 압박과 규제를 이해한다(공감)”는 생각을 전달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광고를 통해 담배를 즐기기 위해 미치광이처럼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제작됐던 광고 중 한 무리의 흡연자가 높이 날고 있는 비행기 날개 위에서 담배를 피는 광고가 있다. 그들 옆에는흡연자용 비행편이 모두 취소된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라는 자막이 떠 있었다. 광고 카피는쾌락을 위해 가야 하는 머나먼 길이었다.

 

공감의 힘을 알아차린 것은 담배회사만이 아니다. 저자 로먼 크르즈나릭은 자신이 아이를 키우면서 광고업계가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상품을 사라고 꾀어내기 위해 공감을 얼마나 많이 활용하는지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단적인 사례가 패스트푸드 광고다. 패스트푸드 광고에는 캐릭터 인형, 만화 주인공이 킬킬 웃고 있는 모습들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햄버거와 프라이드 치킨을 먹는 것이 비만과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일이 아니라 재미있고 건강한 일이라고 아이들을 설득한다. 광고업자들은 어떤 상황에서 아이들이 흥분하고 그것을 먹고 싶어 입에 침이 고이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1950년대 이후 맥도널드는 광고 캠페인에서 내내 아이들을 주 타깃으로 삼아왔다. 오늘날 로널드 맥도널드의 친근한 얼굴을 모르는 아이가 몇이나 될까? 맥도널드 설립자 레이 크록(Ray Kroc)우리의 TV 광고를 좋아하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을 잡고 맥도널드에 오는 아이는 고객 두 명을 더 데려와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 마케팅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앞에 앉은 상대의 마음속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느끼고, 공감하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선한 동기의 좋은 공감 마케팅

 

위의 사례들만 본다면 공감 마케팅은 항상 부정적인 용도로만 사용돼 온 것 같다. 이는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공감적 소통 마케팅도 결국은 회계장부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공감을 하나의 도구로 활용하는 전통적 방법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이는 공감 마케팅을 단편적으로 바라본 것이다. 공감 마케팅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감 마케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바로공감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욕망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질문이다.

 

그 연원에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동기가 있다. 동기 목록에서 공감도가 낮은 쪽 끝에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고객들의 행복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기들의 재정적 이득을 위해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기업들이다. 다른 말로 하면 그들은 인지적 공감에는 숙달돼 있지만 정서적 공감능력은 없다고 판단되는 사이코패스와 비슷한 부류일 수 있다. 이 범주에는 담배, 설탕과자, 정크푸드 같은 상품을 파는 회사들이 들어간다. 또 도박업계나 카지노도 여기 포함된다.

 

하지만 목록에서 공감능력이 높은 쪽 끝에는 사람들의 욕구를 조작하기보다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이해하고 채워주려고 노력하는, 그래서 삶의 질을 개선시키려고 공감적 방법을 쓰는 비즈니스가 있다. 이런 비즈니스는 이익의 극대화만이 아닌 그 이상의 뭔가를 동기로 삼아 움직이는 회사들이다.

 

이런 동기의 시작점, 공감 마케팅의 시작점은 선한 동기로 가득 차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창시해 공감 행동주의자들의 선구자라 불리는 패트리샤 무어(Patricia Moore)가 그런 사례다. 그녀는 26살에 전문 분장사의 도움을 받아 여든다섯 살 노파로 변장했다. 그 이유는 한 질문에서 비롯됐다.

 

무어는 1979년에 뉴욕 최고의 디자인 회사인 레이먼드 로위(Raymond Loewy)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다. 그 회사는 코카콜라 병과 셸(Shell) 정유회사를 상징하는 로고를 만들어낸 곳이다. 맨해튼 한가운데에 있는 회사의 직원 350명 가운데 여성 디자이너는 대학을 갓 졸업한 스물여섯 살 무어 한 사람뿐이었다. 새 냉장고 모델을 디자인하기 위해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하던 중에 그녀는 단순한 질문을 하나 던졌다.

 

“관절염을 앓는 사람들이 문을 좀 더 쉽게 열 수 있도록 디자인할 수는 없을까요?”

 

그랬더니 한 선배가 그녀를 보면서 비웃는 말투로패티,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하지는 않아라고 대답했다. 선배의 반응에 울화가 치민 무어는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무어가 여든다섯 살 노파로 변장하고 벌인 공감 실험은 결과적으로 20세기의 가장 급진적인 공감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어는 전문 분장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변신했다. 얼굴에 라텍스를 여러 겹 입혀 늙고 주름진 얼굴을 만들었고, 뿌연 안경을 써서 시야를 흐리게 만들고, 귀에는 솜을 집어넣어 잘 들리지 않게 했다. 다리에는 철제 보조기를 달고, 허리에는 붕대를 감아 꼬부랑 할머니처럼 몸을 구부렸고, 팔다리에 부목을 대어 관절을 움직이기 힘들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바닥이 울퉁불퉁한 신발을 신어 지팡이를 짚고도 절뚝절뚝 걸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으로 변신을 마무리했다.

 

 

1979년에서 1982년 사이에 무어는 그런 분장을 한 채 북미의 도시 100곳을 돌아다니면서 그녀를 둘러싼 세상에 대처하고, 노인들이 일상에서 겪어야 하는 장애물을 겪어보고, 그들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를 알아내려고 시도했다. 그녀는 지하철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고, 만원버스에 올라타고, 무거운 백화점 현관문을 밀어보고, 혼잡한 도로의 횡단보도를 제시간 안에 건너가려고 애썼고, 깡통따개를 쓰려고 노력했다. 물론 냉장고 문도 열어봤다.

 

이 같은 몰입 체험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무어는 제품 디자인의 세계를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갔다. 그녀는 자신의 체험과 통찰력을 토대로 삼아 노인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한 일련의 혁신적 제품들을 디자인했다. 손에 관절염을 앓는 사람들도 쓸 수 있는 제품 말이다. 그녀가 발명한 제품 중에는 감자 칼, 두꺼운 고무 손잡이가 달린 조리용품 같은 것들이 있는데, 요즘은 어느 집에서나 그런 제품을 쓴다. 말하자면 다섯 살짜리 어린이부터 여든다섯 살 노인까지, 신체 기능의 여하에 상관없이 누구나 쓸 수 있는 제품을 디자인하는보편적(universal) 디자인의 추세는 그녀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녀를 통해 소비자의 눈으로 제품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패트리샤 무어는유니버설 디자인의 원동력은 공감이라며그리고 한 가지 사이즈로는 모두에게 맞출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어의 세대를 넘어선 시간여행 실험은 미래의 공감 마케팅이 돌아봐야 할 이정표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실 개인적으로는 힘든 과제이지만 때로는 매우 신나는 일일 수 있다.

 

공감 마케팅 실행 방법

 

그렇다면 기업에서는 공감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애플은직원 훈련 매뉴얼을 통해 공감을 강조한다. 그 매뉴얼 중에공감의 위력이라는 내용이 있다. 고객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고 좋은 방향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되 화나고 불만스러운 그 감정을 똑같이 느끼지 말라는 것이 요점이다. 가령 애플컴퓨터가 너무 비싸다고 불평하는 고객에게는 이렇게 대응하라고 한다.

 

“고객님께서 왜 그렇게 느끼셨는지 이해합니다(Feel). 저도 약간 비싸다고 느낀 적이 있거든요(Felt). 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니까 내장된 모든 소프트웨어와 기능을 감안하면 꽤 합리적인 가격이더라고요(Found).”

 

바로 공감 그 자체의 의미를 아는 것이다. 공감의 영어 단어인 empathy의 어원은 독일어 단어인 einfühlung이라고 한다. 문자 그대로 ‘ ∼속으로 들어가서 느끼다는 뜻이다. 또 이는 고대 그리스어 empatheia에서 나온 단어로, in suffering을 합한 것이다.

 

그러므로 공감 마케팅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앞에 앉은 상대의 마음속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느끼고, 공감하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