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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알베르토 메다

"세상과 우주 생각하며 시야 넓혀라. 종합예술 디자인에 실용의 옷 입히자"

최한나 | 165호 (2014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혁신

 

디자인이 아름다운 외형만 추구하던 시대는 지났다. 오늘날 디자인은 세일즈 포인트부터 시장의 변화, 기업의 전략, 전 지구적 문제 해결 방법까지 고민하는 컨설턴트로 기능한다. 같은 맥락에서 좋은 디자인은 우리가 처한 여러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세상을 열린 시야로 바라보는 데서 비롯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정권(한양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5시 기상, 7시 조찬모임, 9시 임원회의, 12시 거래처와 식사, 14시 마케팅 회의, 16시 매장 점검, … 경영자들의 하루는 짧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다양한 정보들이 갈마들며 결정을 재촉한다. 경영자는 시장을, 소비자를, 내부 조직을,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거래업체들을 번갈아 떠올리며 잠시도 쉴 틈 없이 생각하고 고민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늘 보던 대상이 아닌 다른 것들은 떠올릴 수 없는 편협한 세계에 사로잡히고 만다. 아이디어는 고갈되고 시야는 한정된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지금은 전 세계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며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알베르토 메다는속해 있는 산업이나 국가, 지역에만 집착하지 말고 지구나 우주에도 한번 관심을 기울여 보라고 조언한다. 전 지구적인 문제들에 의도적으로 관심을 갖다보면 새로운 시야가 열리면서 눈앞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유용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디자인부서와 기술부서가 효율적으로 협업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평소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도록 힘써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알베르토 메다는 1945년 이탈리아 Tremezzina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기계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후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Kartell에서 technical director로 출발했다. Alessi, Cinelli, Colombo Design, Mandarina Duck, Philips, Olivetti, Vitra 등과 손잡고 여러 제품을 선보였다. 일본, 미국, 스웨덴,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강의했다. 디자인한 제품 중 몇 가지는 일본 도야마현의 MoMA영구 전시 품목(Permanent Collection)’으로 지정됐다. 뉴욕 MoMA의 디자인 컬렉션에도 Light light Chair, Longframe, On-Off 램프 등이 전시돼 있다.

 

좋은 디자인은 어떤 것인가. 그리고 이것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좋은 디자인은 단지 외적 모양이 아름답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디자인을 아름다운 모양 정도에 국한시키는 것은 굉장히 제한적인 사고다. 디자인은 무엇보다 실용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 오늘날 디자인은 우리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뒤처졌거나 혁신이 필요한 분야에 솔루션을 줄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다. 경영자들이 디자인을 디자인팀에만 맡겨두는 것은 큰 실수다. 전사적으로 디자인을 논의하며 디자인이라는 방법을 통해 회사가 풀어가야 할 문제들을 조망해보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전에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적이 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에티오피아에는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많은 사람들이 신문 등 매체를 통해 이런 문제를 접하지만 심각하게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 접하고 안타까워하다가 그냥 흘려버리기 일쑤다. 직접 보면 그 실상을 좀 더 파악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된다.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는 셈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사람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 나선다. 특히 디자인을 문제 해결의 도구로 인식하는 사람이라면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자인을 통해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빠져나와 뭔가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이 여행을 다녀와서 햇빛을 이용해 물을 정화할 수는 없을지 계속 고민했다. 그러다 우연히 그렇게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는 점을 인터넷에서 발견했다. 스위스의 Eawag라는 물 연구기관에서 햇빛을 활용해 물을 정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더라. 특수 제작된 페트병에 물을 넣고 대여섯 시간 동안 햇빛에 노출시키면 적외선이 물속의 해로운 요소들을 파괴해 먹을 수 있는 물로 바꿔준다는 내용이었다.

 

그 후 나는 Solar Bottle을 만들었다. (사진 1)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도 존재한다면 해야 할 일은 기술이 좀 더 넓게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일 것이다. Solar Bottle은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옆면을 넓게 만들어 소독 효과를 극대화했다. 손잡이에는 각을 넣어 펼쳤을 때 지지대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얇고 가볍게 만들어 어린아이나 여자들도 쉽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간단한 사례지만 이런 과정이야말로 좋은 디자인을 확보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이디어는 세상에 대해 열린 시야를 확보하는 데서 비롯된다. 시야를 열어둔다는 것은 자주 발생하는 보편적 문제들을 흘려버리지 않고 이것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아이디어는 결국 사람들이 어떤 점에 불편함을 느끼는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기존 관행이나 사고방식에 저항하는 일을 필요로 한다. 또는 세상에 없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야 하므로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의 거부감을 극복해야 할 수도 있다. 디자이너가 스스로 깨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내보일 수 있으려면 디자이너 스스로 새로운 프레임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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