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중국의 혁신 기업들이 글로벌 피지컬 AI 산업의 경쟁 구도를 재편하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유니트리 로보틱스는 ‘속도와 비용, 시장 확장’에 초점을 둔 전략으로 게임의 룰을 바꾸고 선도 기업들을 효과적으로 추격했다. 이들이 펼친 후발 기업형 경쟁 전략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적정 성능과 부품 내재화를 결합해 비용 구조를 혁신했다. 둘째, 완벽을 기다리기보다 조기 출시 후 시장 피드백으로 기술을 진화시키는 애자일 상용화를 활용했다. 셋째, 특정 산업용 장비가 아닌 개방형 범용 플랫폼으로 자사의 제품을 포지셔닝해 자생적 생태계를 구축했다. 중국 지자체의 전폭적인 테스트베드 지원 등 제도적 환경도 강력한 시너지를 더했다.
편집자주 | 피지컬 AI 시대가 열리면서 단기간에 선도 기업들을 빠르게 추격한 중국의 주요 로봇 기업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중국 경제·비즈니스 및 국제통상 전문가인 박설연 교수가 각 기업 사례 중심으로 중국 AI 기업의 혁신 비결과 경쟁 전략을 살펴보고, 우리 기업과 산업에 대한 전략적 시사점을 찾는 ‘중국 AI 기업 케이스 스터디’를 연재합니다.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소프트웨어에 머무르지 않는다. 알고리즘이 물리적 세계와 결합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공장의 자동화 로봇, 물류창고의 자율 이동 시스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휴머노이드까지. AI는 이제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형태로 진화 중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산업 구조와 경쟁 구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변곡점이 되고 있다.
흐름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은 이제 로봇과 AI 기술의 최대 실험장이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강력한 산업 정책, 방대한 내수 시장, 공격적인 민간 기업들의 투자와 실행력이 결합되면서 중국은 피지컬 AI 분야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과 디지털 기술이 긴밀히 결합된 중국 특유의 산업 생태계는 로봇 기술의 상용화 속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림 1]은 중국 로봇산업의 성장 양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특정 영역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단순한 ‘추격자’를 넘어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가 전략에 기반한 대량 생산을 넘어 센서·제어·AI 알고리즘을 통합하는 시스템 역량을 빠르게 축적하면서 글로벌 경쟁 구도를 흔들고 있다. 동시에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 육성과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맞물리면서 기술 진화 속도는 더욱 가속하고 있다. 이러한 ‘피지컬 AI 굴기(崛起)’는 글로벌 산업 경쟁 구도와 공급망까지 재편하기 시작했다.
가격과 속도의 게임 체인저,
유니트리 로보틱스
수억 원대 로봇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장에서 한 중국 기업이 전혀 다른 가격표를 들고 등장했다. 사족보행과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인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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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기존 제품 대비 훨씬 낮은 가격과 빠른 상용화로 글로벌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같은 영역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온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제품이 고가 중심의 로봇 시장을 형성했다면 유니트리는 ‘접근 가능한 가격’과 ‘빠른 제품 출시’를 무기로 ‘경쟁의 룰’을 새롭게 정의했다.
로봇산업은 대표적인 기술 및 자본 집약적 산업으로 분류된다. 로봇의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계공학, 전자공학, 제어공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 요소의 융합이 요구된다. 연구개발 단계부터 상당한 자본 투입도 필수다. 이런 특성 탓에 전통적으로 로봇산업은 높은 진입장벽을 형성하며 선진국 기업들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하드웨어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시스템 통합, 생태계 구축 역량이 중요해졌다. 적용 분야 역시 제조를 넘어 물류·서비스 등으로 확대되면서 경쟁 기준이 다차원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사족보행 로봇 분야는 고가·특수 장비 중심에서 연구와 실험, 초기 산업 적용까지 폭넓게 활용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글로벌 경쟁 구도도 기술 완성도를 강조하는 선진국 기업과 가격 경쟁력 및 빠른 시장 진입을 앞세운 신흥국 기업 간의 전략적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로봇산업이 단일한 기술 경쟁을 넘어 다양한 전략 경로가 공존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전환은 후발 기업에 새로운 경쟁 기회를 제공해 유니트리와 같은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유니트리는 최근 투자설명서를 통해 2025년 매출이 약 17억800위안(약 2억3000~2억4000달러) 늘어 전년 대비 300% 이상 성장했다고 발표했으며 순이익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6년 3월 상하이 스타마켓(STAR Market) 상장을 목표로 IPO를 공식 신청하며 자본시장 진입을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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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리는 전통적인 로봇 산업의 ‘정밀-완성도 중심’ 접근과는 확연히 다른 가격, 속도, 확장성을 중심으로 한 경쟁 전략을 구사한다. 유니트리가 보여주는 전략은 특정 기업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중국식 피지컬 AI 혁신 모델의 전형적인 모습일 수 있다. 나아가 이 모델은 향후 다양한 로봇 영역-휴머노이드, 물류 자동화, 산업용 로봇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1. 유니트리는?
유니트리의 출발점에는 한 연구자의 문제의식이 있었다. 창업자 왕싱싱(Wang Xingxing)은 중국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모두 마친 국내파 연구자 출신으로 산업 현장보다는 연구실의 실험과 탐구를 통해 로봇을 이해해 온 인물이다. 그는 당시 로봇산업이 지닌 고가·저접근성 구조에 의문을 가졌고 2016년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로봇 기업을 설립했다. 왕싱싱의 생각은 분명했다. 로봇이 일부 연구기관이나 특수 목적에만 머무는 한 시장은 결코 커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기술의 절대적 성능 경쟁보다 더 많은 사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과 활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 문제의식은 실제 전략으로도 이어졌다. 로봇을 특정 산업에 종속된 장비가 아니라 교육·연구·산업 실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로 확장했다. 이는 로봇산업의 활용 범위를 종전보다 넓히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출발점이 됐다.
유니트리의 제품 전략은 비교적 명확하다. 사족보행 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 두 축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사족보행 로봇은 다양한 지형에서의 이동성과 안정성을 강점으로 삼는다. 연구·실험 환경은 물론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인간과 유사한 형태와 동작 구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단순한 기술 시연용이 아니라 상용화를 전제로 한 제품 개발을 핵심 목표로 삼는다. 6000달러 이하로 출시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R1’이 이 전략을 상징한다. 더 많은 사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를 제시하며 기술의 대중화를 시도한 것이다.
유니트리의 초기 시장은 연구기관과 산업 현장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연구용 시장에서는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로봇 제어, 인공지능, 이동 알고리즘 실험을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된다. 비교적 낮은 가격과 개방적인 개발 환경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시설 점검, 테스트, 자동화 실험 등 초기 단계의 응용을 중심으로 활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완전히 성숙한 산업용 장비라기보다 실험과 검증이 가능한 ‘현장형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꾸준히 축적되는 활용 사례는 유니트리가 상용화 범위를 넓혀갈 수 있는 핵심 원동력이다. 유니트리의 제품과 시장 전략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로봇의 활용 범위를 확장하고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는 이후 살펴볼 경쟁 전략을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2. 유니트리의 경쟁전략 분석
유니트리가 어떤 방식으로 경쟁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선 사족보행 로봇 분야의 대표적 선도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1992년 MIT의 마크 레이버트 교수가 설립한 기업이다. 약 30년간 로봇 동역학과 제어 알고리즘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로봇 기술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기준점 역할을 해온 기업이기도 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전략은 명확하다. 기술적 완성도와 성능을 최우선으로 하는 하이엔드 혁신 전략이다. 정밀성과 안정성을 기반으로 로봇의 가능성을 확장해 왔으며 산업 전반에서 기술적 표준을 제시해 왔다. 특히 2021년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된 이후에는 연구 중심 조직을 넘어 상업적 양산 체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니트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접근했다. 두 기업의 주요 지표를 비교하면 차이가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비상장 기업 특성상 일부 수치는 추정치를 포함하고 있지만 두 기업의 전략적 차이를 이해하는 데는 충분한 단서를 제공한다.
1) 비용 구조와 시장 접근 전략
유니트리는 비용 구조 혁신을 핵심축으로 한 시장 접근 전략을 취했다. 최고 수준의 기술 성능을 기준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수준의 성능을 기준으로 제품을 설계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2025년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R1’이 대표적이다. 약 6000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제시된 R1은 휴머노이드 시장에 강력한 가격 신호를 던졌다. 기존 시장의 고성능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격이 수만에서 수십만 달러대에 형성돼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경쟁의 기준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유니트리의 낮은 가격이 출혈 경쟁을 불사하는 단순한 저가 전략의 일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제품 설계를 과감하게 단순화하고, 수익성을 담보하는 핵심 부품을 내재화하며, 생산 공정을 극단적으로 효율화해 생산 비용을 낮췄다. 이를 통해 가격 대비 성능의 기준을 근본적으로 다시 썼다. 스팟(Spot)과 아틀라스(Atlas) 시리즈로 당대 로봇 기술의 정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높은 가격과 제한된 생산 규모 때문에 시장 확산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유니트리에 원가 절감이란 마진을 남기기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 더 넓은 생태계를 장악하기 위한 전략적 무기다.
2) 제품 개발 속도와 상용화 전략
유니트리는 속도로 경쟁한다. 완벽하게 다듬은 최종 제품을 내놓기 위해 시간을 지체하지 않는다. 대신 일정 수준 이상의 기능을 갖추면 시장에 먼저 출시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들 제품은 하나의 완결된 결과물이 아니라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진화하는 플랫폼에 가깝다. 끊임없이 실사용 데이터를 확보하고, 취약점을 개선하며, 새롭게 등장하는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한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빠른 출시’ 전략을 넘어 명확한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즉 제품 출시→사용자 및 환경 데이터 수집→성능 분석 및 알고리즘·하드웨어 개선→차세대 모델 재출시로 이어지는 반복(迭代) 구조를 형성한다. 실제 유니트리의 제품 진화 과정은 이러한 루프를 잘 보여준다. 사족보행 로봇의 경우 Go1에서 Go2로 이어지며 가격은 낮추는 동시에 배터리 성능과 관절 토크 등 핵심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서도 H1 이후 사용자 피드백에서 제기된 작업 인식 정확도와 상호작용 문제를 반영해 H2 모델에서는 센서 융합과 제어 정확도를 개선하고 자연어 인터페이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로봇은 단순히 ‘출시된 제품’이 아니라 실제 환경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센서 플랫폼이 되며 수집된 데이터는 다시 알고리즘 개선과 제어 최적화로 연결된다.3
이러한 반복 구조는 단일한 피드백 과정이 아니라 기술과 시장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중 피드백 구조를 형성한다. 한편으로는 로봇이 실사용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과 제어 성능이 개선되는 ‘기술 피드백 루프’가 작동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용자 경험과 요구가 제품 설계와 기능 개선으로 이어지는 ‘시장 피드백 루프’가 병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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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유니트리는 시장을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거대한 외부 테스트베드로 활용한다. 연구개발과 상용화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림으로써 현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기술 발전의 핵심 자원으로 전환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로 인해 연구개발–제품화–개선 사이클이 단축되고 제품은 반복적으로 빠르게 진화한다.
반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오랜 기간 연구개발과 반복적인 테스트를 통해 기술적 완성도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유지해 왔다. 이 접근은 높은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강점이 있지만 제품의 상용화 속도를 늦추는 양날의 검이 된다.
두 기업의 차이는 기술력의 우열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 어떤 완성도로 시장에 진입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선택에서 갈린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기술적 완성도를 기준으로 시장 진입 시점을 유예한다면 유니트리는 시장 자체를 개발 과정의 일부이자 데이터 생성 장치로 활용한다. 속도에 주안점을 둬 연구개발과 제품 출시 간의 간격을 줄이고 실사용 데이터 기반의 피드백 루프를 통해 기술을 빠르게 진화시키는 방식이다. 기술이 가파른 속도로 발전하고 응용 분야가 빠르게 확장하는 로봇 산업에선 유니트리와 같이 제품 출시를 거듭하며 완성에 가까워지는 전략이 더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3) 활용 가능 시장과 제품 포지셔닝
유니트리가 집중한 또 하나의 핵심 전략은 타깃 시장의 확장이다. 이들은 사족보행 로봇을 특정 산업 공정에 한정된 특수장비로 보지 않는다. 연구와 교육, 기초적인 실험은 물론 초기 산업 현장에 이르기까지 폭폭한 영역과 맥락을 넘나들 수 있는 범용 기술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로봇을 용도에 딱 맞게 완성하는 제품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근해 응용하고 확장할 수 있는 ‘열린 기술’로 재해석한 것이다. 이러한 유연한 포지셔닝은 로봇 시장의 사용자 지형도를 구조적으로 뒤바꿨다. 유니트리의 주요 고객은 막대한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나 특수 산업군에 국한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고자 하는 대학이나 연구기관, 민첩한 변화를 꾀하는 스타트업 등 개발 지향적 집단 전체다. 파괴적인 수준의 가격 경쟁력, 개방형 소프트웨어 구조는 이 같은 사용자 집단이 직접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로봇의 기능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줬다. 그래서 유니트리 제품은 단순한 장비가 아니다. 사용자 참여를 통해 진화하는 플랫폼이 된다. 당장의 단기적인 매출보다 자사의 로봇을 활용하는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고 자생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한 결과다. 더 많은 사용자가 실험하고 활용할수록 기술은 빠르게 확산되고 시장은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와 스팟은 산업 현장, 보안, 시설 점검, 물류 등 고난도 응용 분야를 겨냥한 전문 장비로 포지셔닝돼 있다. 높은 성능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특정 산업에서 강력한 가치를 제공하지만 높은 가격과 제한된 접근성이 시장 확장을 더디게 한다. 이렇게 시장에 대한 정의와 제안할 가치에 대한 시각차는 두 기업에 서로 다른 결과를 선사했다. 성능 중심으로 시장의 ‘깊이’를 파고든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고의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사용자 풀이 좁다.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무기로 시장의 ‘폭’을 공략한 유니트리는 후발 주자임에도 선도 기업을 효과적으로 추격했다. 이렇듯 후발 기업의 성공은 선도 기업의 기준을 따라가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고객이 중요하게 여기는 새로운 가치를 중심으로 시장을 다시 정의할 때 가능해진다.
4) 제도적·지역적 환경과 전략 간의 적합성
유니트리의 성장을 기업 내부의 독자적 전략만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이들의 혁신 전략이 뿌리내린 토양, 즉 외부 환경 요인을 함께 조망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와 같은 국가 비전을 통해 로봇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단순 보조금을 넘어 인프라, 인재 공급 및 제도에 걸친 전 주기 지원 구조를 구축해 왔다.
유니트리는 정부로부터 국가급 ‘전정특신 소거인(专精特新小巨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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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으로 지정되면서 실질적인 재정 지원의 혜택을 크게 누렸다. 예컨대 2022년에는 약 2700만 위안 규모의 연구개발비 세액 공제 혜택을 통해 R&D 비용 부담을 상당 부분 완화했으며 800만 위안 이상의 수출 환급과 약 460만 위안의 부가가치세 환급 정책 역시 재무적 여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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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각종 추가적인 환급 및 보조금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은 단기적인 수익성 압박에서 벗어나 기술 개발과 시장 확장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세제·재정 지원은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유니트리가 고위험·고비용의 로봇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 정부의 산업 정책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단순한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방향성은 지방정부의 산업 클러스터, 산학연 협력, 테스트베드 구축과 긴밀하게 결합되며 실제 실행 가능한 혁신 생태계로 이어진다. 유니트리가 위치한 항저우시는 이러한 구조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산업 펀드를 통해 자금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아시안게임과 같은 대형 이벤트를 활용해 실제 적용 시나리오를 제공함으로써 기술 검증과 시장 확산을 동시에 지원했다. 여기에 저장대를 중심으로 한 연구 네트워크와 테스트 환경, 혁신기금이 결합되면서 대학과 기업 간 협력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이러한 환경은 유니트리가 지향하는 기술과 시장의 이중 피드백 루프를 실질적으로 가속하는 역할을 했다. 항저우시는 ‘친칭온라인(亲清在线)’과 같은 디지털 행정 플랫폼을 통해 정책 신청과 특허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며 기업의 행정 부담을 낮췄고 닝보시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과 산업화 거점도 확장했다. 동시에 지역 제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핵심 부품의 내재화를 빠르게 추진하며 공급망을 단순화했고 이는 비용 구조 최적화로 이어졌다.
즉 이러한 지원은 단순한 개별 기업 육성을 넘어 재정 자금 유도, 세제 감면, 지식재산 보호, 테스트베드 제공, ‘로봇+’ 전략과 AI 산업단지 조성으로 이어지는 전주기적 생태계 구축으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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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유니트리와 같은 기업은 자본·인재·데이터·시장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빠른 혁신과 상용화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짧은 주기의 제품 개선과 시장 대응이 가능한 구조, 비용 혁신과 속도 중심 전략이 제도적 환경과 높은 적합성(fit)을 이뤘음을 보여준다.
이 지점이 연구 중심 혁신 환경과 방위·산업 기술 생태계 속에서 성장한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다른 점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고난도 기술 개발과 정밀한 성능 구현에 집중해 왔다. 고난도 기술을 완성하고 정밀한 성능을 구현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비용을 절감하고 빠르게 시장을 공략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토양이다. 결국 두 기업의 차이는 기술력의 우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제도와 산업적 환경 속에서 상이한 전략 경로를 선택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정밀성과 기술 선도’를 중심으로 경쟁해 왔다면 유니트리는 ‘속도와 비용, 시장 확장’을 중심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누가 더 빠르게 시장을 확장하고 활용성을 높이는가”라는 새로운 질문으로 경쟁의 룰을 재정의한 것이다. [그림 2]는 이러한 후발 기업형 경쟁 전략의 구조를 보여준다.
3. 시사점
1) 기업 경영자에게 주는 시사점
유니트리 사례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를 넘어 기술 집약적 산업에서 경쟁의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자원이 제한된 기업이나 후발 주자가 어떤 전략을 통해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첫째, 전략의 출발점은 반드시 ‘최고 성능’일 필요는 없다. 기존 선도 기업들은 기술적 완성도와 안정성을 중심으로 경쟁해 왔다. 그러나 유니트리는 시장이 실제로 요구하는 수준의 성능을 기준으로 제품을 설계하고 이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기술 개발에서 ‘얼마나 더 좋은가’보다 ‘어디까지가 충분한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중요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자원이 제한된 기업일수록 기술의 절대적 수준보다 시장 적합성 기반의 전략적 선택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둘째, 속도는 이제 기술만큼 중요한 경쟁 요소다. 유니트리는 완벽한 기술을 만든 뒤 시장에 진입하기보다 초기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고 시장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러한 접근은 기술 개발과 시장 검증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며 불확실성이 높은 산업에서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 이는 한국 기업들도 제품 개발 전략을 설계할 때 ‘완성 이후 출시’가 아니라 ‘출시를 통한 완성’이라는 관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시장 정의 자체를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 유니트리는 로봇을 특정 산업에 한정된 장비가 아니라 연구·교육·실험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한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했다. 이를 통해 초기 시장을 빠르게 형성하고 사용자 기반을 확장할 수 있었다. 이는 기업이 기존 시장에서 점유율을 경쟁하기보다 활용 가능성을 확장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제도와 환경은 ‘제약’이 아니라 ‘자원’으로 봐야 한다. 유니트리는 정부 정책, 지역 클러스터, 산학연 네트워크 등을 단순한 외부 조건이 아니라 전략 실행을 가속하는 자원으로 활용했다. 이는 기업이 입지 선정, 파트너십, 사업 확장 전략을 수립할 때 단순히 내부 역량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 환경과의 적합성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섯째, 경쟁은 동일한 방식으로 할 필요가 없다.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유니트리의 비교는 경쟁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전자가 기술적 정점과 완성도를 추구했다면 후자는 가격, 속도, 시장 확장이라는 다른 축에서 경쟁 우위를 구축했다. 이는 후발 주자나 신흥 기업이 반드시 선도 기업과 동일한 경로를 따를 필요는 없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경쟁 기준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들 시사점을 실제 경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체적 실행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제품 개발 단계에서 ‘충분히 좋은’ 기준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충족하는 수준에서 조기 출시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 내에 소규모 실험팀을 운영하고 단기 출시–피드백–개선으로 이어지는 반복 프로세스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시장 피드백을 빠르게 수집·반영할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와 조직 구조를 갖춰야 한다. 고객 사용 데이터, AS 정보, 현장 피드백을 통합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제품 개선에 즉시 반영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초기 시장을 전략적으로 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대규모 상용 시장 진입 이전에 연구기관, 교육시장, 공공 프로젝트 등 ‘테스트베드형 시장’을 활용해 제품을 검증하고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 넷째, 외부 환경을 전략 자원으로 활용하는 관점 전환이 요구된다. 정부 지원, 지역 클러스터, 대학 협력 등을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기술 개발과 사업 확장을 가속하는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쟁 기준 자체를 재설계하는 전략적 사고가 중요하다. 기존 선도 기업과 동일한 성능 경쟁에 집중하기보다 가격, 속도, 접근성, 사용 편의성 등 새로운 경쟁 축을 설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특히 자원이 제한된 중견·중소기업에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으며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서 경쟁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전략적 방향을 제시한다.
2) 정책 담당자에게 주는 시사점
유니트리 사례는 로봇산업과 같은 첨단 분야에서 정부 정책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정책은 기술을 대신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전략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데 가까워지고 있다.
첫째, 정책의 초점은 연구개발에서 ‘상용화’로 확장돼야 한다. 로봇 기술은 실험실에서의 완성도만으로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는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적용, 반복적 개선, 시장에서의 검증 과정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정책은 R&D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실증·시범사업·초기 시장 형성까지 연결되는 구조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둘째, 하나의 ‘정답 모델’을 제시하기보다 다양한 전략을 허용해야 한다. 로봇산업에서는 기술 선도형 기업과 비용혁신형 기업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쟁한다. 정책이 특정 기술 수준이나 산업 방향만을 강조할 경우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기업의 실험이 제한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특정 모델을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략이 공존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다.
셋째, 기업이 아니라 ‘생태계’를 지원해야 한다. 로봇산업의 경쟁력은 개별 기업의 기술력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대학, 연구기관, 부품 기업, 수요 산업이 결합된 지역 기반 생태계가 있어야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동시에 이뤄진다. 따라서 정책은 단일 기업 지원을 넘어 클러스터, 테스트베드, 인재, 협력 네트워크를 포함한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넷째, 정책은 방향을 제시하되 전략은 기업이 선택하게 해야 한다. 동일한 정책 환경에서도 기업의 전략과 실행에 따라 성과는 달라진다. 정책이 기업의 전략을 직접 규정하려 할수록 오히려 혁신의 다양성은 줄어든다. 따라서 정책의 역할은 기업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략적 시도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여지를 확보하는 것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