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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SK D&D의 코리빙 브랜드 ‘에피소드’

“집에 얼른 가서 커뮤니티 활동하고 싶어”
젊은 1인 가구의 주거 개념을 확 바꾸다

장재웅 | 366호 (2023년 0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SK D&D는 1인 가구의 증가와 도심 주거의 질 문제 개선에 대한 젊은 층의 니즈를 발 빠르게 읽고 2016년 관련 TF를 만들어 공유 주거 실험에 들어갔다. 이후 여기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2020년 커뮤니티 기반 공유 주거 플랫폼 ‘에피소드’를 론칭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에피소드는 초기 성수동에 에피소드 성수101, 성수121을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2021년 서초, 2022년엔 신촌, 수유, 강남 등 4개 사이트를 순차적으로 개설하며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에피소드는 특히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입주율 90%대를 유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에피소드의 경쟁력은 커뮤니티 운영 노하우와 ‘홈 퍼니시드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에피소드는 이케아, 무인양품과 협업해 새로운 콘셉트의 주거 유닛을 개발하거나 입주자가 개인의 취향에 맞는 가구 및 소형 가전을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작성에는 인터비즈 방지혜 인턴 기자(한국체육대학교 노인체육교육과 3학년)가 참여했습니다.


“도준이 니 우리 사장님 돋보기 하나 맞춰 드려야겠다. 눈이 어두버가 하나는 비고 하나는 영 안 비는 갑네. 사람 머리 수는 준다 케도 1인 가구 수는 앞으로 쭉 는다 카대, 그라믄 집집마다 겨우 하나씩 팔아먹던 소파를 방방마다 하나씩 팔아먹는 그런 세상이 온다는 말 아이가. 와, 돈 벌기 싫나?”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주인공 중 하나인 진양철 순양그룹 회장이 전문 경영인인 순양백화점 대표에게 내년도 매출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은 이유를 추궁하며 내뱉은 대사다. 이는 혼인 건수와 출산율 감소 등 사회구조적 변화를 위기로 인식하고 방어적 자세를 취하는 전문 경영인에 비해 1인 가구의 증가를 기회 요인으로 포착한 진 회장의 사업가적 역량이 드러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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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드라마 속 대사처럼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1인 가구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1985년 102만1000여 가구로 전체 가구 중 9%를 차지했던 1인 가구 수는 급속도로 증가해 2015년 27.2%로 가구 형태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게 됐다. 2021년 기준으로는 33.4%(716만5788가구)를 넘어서며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1인 가구인 시대가 됐다.

그리고 이런 사회구조적 변화는 새로운 산업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편의점 매출이 빠르게 늘었고 간편식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소형 가전제품이 대중화됐다. 혼자 사는 직장인을 위해 세탁, 청소 등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들이 빠르게 성장한 것도 1인 가구 증가의 영향이다. 하지만 유독 국내 주택 시장은 이런 변화에 둔감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집을 주거 목적이 아닌 투자의 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했던 탓이다. 한국만의 고유한 주거 제도인 전세 제도 역시 국내 주택 시장의 혁신을 가로막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전세 제도로 인해 국내 주택 임대 산업은 높은 보증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월세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대기업 등 기업형 임대주택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었다. 그래서 국내 임대주택은 대부분 개인 사업자들의 사업 영역이 됐다. 자연스럽게 1인 가구의 선택지는 개인이 소유한 고시원, 원룸, 오피스텔 등으로 제한됐다. 그 결과, 도심 주거의 질 하락과 개인화에 따른 소외감과 같은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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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2010년 중반부터 코리빙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코리빙은 독립된 개인 주거 공간과 업무, 휴식, 취미생활 등의 공용 공간이 구분된 공유 주거 형태다. 침대나 화장실, 책상 등은 개인 공간에 두고 주방이나 테라스, 업무 공간 같은 시설은 건물 안에 마련된 공용 공간에서 입주민들과 함께 쓸 수 있게 하는 식이다. 기업형 임대주택 및 셰어하우스와 유사한 개념이지만 셰어하우스보다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서 기업형 임대주택보다는 커뮤니티 활동을 통한 입주자 간 유대감을 중요시한다는 특징이 있다. 코리빙은 2015년을 전후해 미국, 영국 등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2016년을 지나면서 일반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에 비해 임대료는 조금 더 비싸지만 보증금으로 목돈이 필요하지 않고 주거 외 공용 공간을 통해 다양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주거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사람들이 집에 대한 생각이 바뀐 점, 전세 가격 폭등과 고금리로 인해 월세가 대중화된 점 등도 코리빙 인기에 불을 지폈다. 그 결과 초기 프롭테크 스타트업 위주로 형성되던 코리빙 시장은 대기업과 외국계 자본의 참여로 성장이 본격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코리빙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회사로는 SK D&D를 꼽을 수 있다. SK D&D는 1인 가구 증가 트렌드 속에서 ‘혼자 살고 싶지만 대충 살고 싶지는 않은’ MZ세대의 니즈를 발 빠르게 캐치해 2016년 관련 TF를 발족하고 공유 주거 공간에 대한 실험을 시작했다. 특히 2018년에는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오피스텔 중 일부를 테스트베드 삼아 공유 주거에 대한 가설을 검증하고 고객 니즈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시간을 거쳤다. 이후 여기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에피소드(episode)’라는 커뮤니티 중심의 주거 브랜드를 론칭하고 성수동과 강남, 신촌 등에 총 6개의 사이트1 를 개설하면서 국내 코리빙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SK D&D가 운영 중인 6개 지점은 서비스 시작 초기를 제외하면 입주율 90%대를 꾸준히 유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SK D&D는 서울 용산과 신촌, 온수 등에 신규 공간을 열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성 향상을 시도 중이다. DBR이 주거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SK D&D의 이주한 Meta space 본부 에피소드 담당을 만나 공유 주거 브랜드 에피소드의 탄생과 성장,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물었다.


새로운 주거 문화에 대한 고민
SK D&D는 부동산 디벨로퍼다. 부동산 디벨로퍼는 땅을 매입해 건물을 지어 땅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되팔아 수익을 얻는 일을 주로 한다. SK D&D는 특히 부동산 중에서도 주거용 부동산이 아닌 상업용 오피스, 호텔, 지식산업센터 등에 특화된 회사였다. 이 때문에 SK D&D가 주거용 부동산 운용 사업에 도전한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SK D&D가 공유 주거 사업을 고민한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회사 차원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SK D&D는 부동산 기획, 택지 조성, 파이낸싱, 분양과 사후 처리 등이 전문인 회사다. 다시 말해, 토지를 사고 적절한 건물을 지어 가치를 올려 파는 것까지가 SK D&D의 업무 영역이었다. 하지만 2016년부터 국내 부동산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돈이 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SK D&D 입장에서는 분양 후 운영사에 건물을 넘기는 것보다 직접 운영을 하면서 토지 및 건물 가치가 상승하기를 기다릴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이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효과적이다. 회사에 운영 기능이 추가되면 매입한 자산을 파는 시점을 부동산 시장 사이클에 맞춰 SK D&D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전문성도 없는 주거용 부동산을 골랐을까. 여기에는 오너인 최창원 SK 디스커버리 대표이사(부회장)의 영향이 컸다. 최 부회장은 현재 SK그룹의 중간 지주회사 격인 SK 디스커버리를 통해 화학, 바이오 등의 계열사를 이끌고 있지만 2000년부터 2013년까지 SK건설 주요 임원으로 아파트 중심의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경험한 이력이 있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 부회장은 단순히 집을 잘 지어서 분양해 팔아버리고 마는 형태의 사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집을 지어서 파는 것을 넘어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취향과 개성에 맞게 질 높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주거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면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SK그룹의 특성과도 잘 맞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마침 전 세계적으로 코리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였던 점도 작용했다. 2016년 당시 해외에서는 코리빙(Co-living)이라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도심에서 살고 싶은 MZ세대의 취향과 사회 초년생의 넉넉하지만은 않은 지갑 양쪽을 만족시키기 위해 개인 공간은 줄이는 대신 공용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의 코리빙 업체들이 등장해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의 ‘더 콜렉티브’가 있다. 주거 비용이 악명 높게 비싼 런던에서 1200파운드(약 180만 원) 정도의 월세로 코리빙을 누릴 수 있다. 더 콜렉티브가 2016년 5월 영국 런던 외곽에 오픈한 ‘더 콜렉티브 올드 오크(the collective old oak)’의 경우 개인 공간은 13.2㎡(약 4평) 남짓으로 작게 설계한 대신 인테리어 차별화와 공용 공간 및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개성 있게 선보이며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는 커먼리빙(Common Living inc.)이 브루클린에서 19개 유닛과 공동 주방 및 식당, 업무 공간, 루프톱 등을 갖춘 4층 건물 규모의 대안 주거 브랜드 ‘커먼’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밖에 독일 베를린의 ‘하바이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ZOKU’ 등도 주요 코리빙 시설로 꼽힌다. 이들 코리빙 시설은 공용 공간을 커뮤니티 기반의 라이프스타일 향유 공간으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항상 신사업에 목마른 대기업의 특성,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오너의 의지, 주거 시장에 부는 트렌드의 변화까지 주거 문화 혁신을 위한 공유 주거 비즈니스를 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는 다른 이야기였다. 특히 SK D&D는 주로 상업용 부동산에 특화된 회사였다. 사람들이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했다. 결국 하나하나 돌다리를 두드려보며 건널 수밖에 없었다.


주거 혁명의 시작 ‘공감주택 TF’

SK D&D는 2016년, 내부에 작은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이름하여 ‘공감주택 TF’. ‘당신의 세계와 소통하는 진정성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라는 미션 아래 소수의 직원이 모여 고객과 공간의 가치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과제는 유사 사례 찾기. 특히 해외 사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앞서 언급한 영국의 더 콜렉티브, 미국의 커먼리빙 등의 케이스를 면밀히 살피며 벤치마킹할 수 있는 부분은 받아들이려고 애썼다. 특히 이들이 어떻게 공유 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채웠는지를 면밀히 살폈다. 사는 곳으로서의 주거 공간을 넘어서 삶의 교차점이 생기는 곳으로서의 주거 공간을 구현하는 방식을 연구한 것이다.

국내 시장의 새로운 시도들도 면밀히 살폈다. 2016년을 전후해 국내에서도 다양한 주거 실험들이 시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6년과 2017년 사이 국내에서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 임대주택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표적 사례로 전국에 수백 개가 넘는 전화국 부지를 갖고 있는 KT가 부동산 개발 사업 관점에서 2016년 선보인 대규모 임대주택 ‘리마크빌’이 있다. 임대주택에 적극적으로 브랜드를 도입한 점, 개발-금융-운영의 전체 가치사슬(Value chain)을 연계해 사업 구조를 만든 점, 일본의 ‘다이와 리빙(Daiwa Living)’과 제휴해 전문 운영사를 출범시킨 점 등은 이후 SK D&D가 공유 주거 비즈니스를 하는 데 영향을 줬다. 또한 2016년 코오롱이 선보인 여성 전용 공유 주거 공간 ‘커먼타운(Common Town)’이나 2017년 부동산 개발 업체인 신영이 선보인 ‘지웰홈스’, 2018년 롯데가 선보인 ‘어바니엘’ 등도 1인 가구를 타깃한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SK D&D의 연구 대상이 됐다. 다만 이들 경쟁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SK D&D가 추구하는 커뮤니티를 통한 연결과는 차이가 있었다.

단순히 코리빙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만 살핀 것은 아니다. 공간 사업을 하는 유명 기업들과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 역시 유심히 살폈다. 음성적 비디오 렌털 숍을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거점으로 바꾼 일본의 ‘츠타야’나 1999년 시애틀의 낡은 구세군 보호소 건물을 개조한 호텔을 만들어 그 동네 사람들의 유대감과 애정을 이끌어 낸 ‘에이스호텔’, 사무실을 쓰는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하면서 단순히 공간 제공에 그치지 않고 본질적으로 새롭게 일하는 방식을 제안한 ‘위워크’ 등이 대표적 사례다. 또한 비슷한 시기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던 ‘트레바리’ ‘문토’ 등의 커뮤니티 서비스 역시 참고 대상이었다. 그렇게 1년 동안 200여 개 브랜드와 사업을 검토하며 코리빙 비즈니스의 방향성을 잡아 나갔다.

지난한 검토 과정을 거치며 TF원들은 ‘할 수 있다’는 확신과 ‘이게 과연 될까?’라는 의구심 사이를 넘나들었다. “공유 주거라는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공유 주거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할까?” “주거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할 때 얼마 정도의 월 임대료를 받는 것이 적당할까?” 등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특히 외국에서 성공한 커뮤니티 기반 코리빙 비즈니스가 한국에서도 똑같이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이주한 담당은 “당시 한국에는 기업에서 운영하는 공유 주거 공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콘셉트를 잡는 것도 어려웠고 이게 과연 될까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터디 기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주거 시장에 새로운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국내 주택 시장이 자산 증식의 욕망과 그에 편승한 공급 사슬의 탐욕으로 인해 본래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점,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로 인해 임차인들이 임대인들에게 제대로 된 요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한국의 경제 수준에 비해 국내 기업형 임대주택의 성장이 너무 더디다는 점 등 문제점이 너무나도 명확했기 때문이다. 결국 2017년 9월 SK D&D는 회사 내에 ‘RESI 솔루션 개발운용본부(이하 개발운용본부)’라는 조직을 발족시키며 본격적으로 실험을 시작한다.


t’able을 통해 실험을 시작하다

개발운용본부가 만들어진 후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회사는 본격적인 사업 전개를 위한 토지 확보 작업에 들어가는 한편 D&D Investment라는 AMC(Asset management company)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SK D&D가 토지를 매입할 때 이를 리츠(REITs)로 매입할 수 있도록 리츠의 구성 및 운영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회사다. SK D&D는 자회사를 이용해 토지 구매에 들어가는 리스크와 부담을 줄이고 유동성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렇게 2018년부터 신촌과 강남, 서초, 수유 등에 부지 매입이 완료됐다.

또한 앞서 다양한 리서치를 통해 사업의 큰 방향을 정한 개발운용본부는 실제 실험에 착수한다. 첫 주거 실험의 장소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비엘106’이라는 오피스텔 건물. 이 장소는 강남대로 한일시멘트 사옥 뒤편에 위치한 부지로 SK D&D가 2018년 5월에 이곳에 291실의 오피스텔을 개발해 이미 분양을 마감한 곳이었다. 비엘106을 고른 이유는 지리적으로 번화가인 강남역 인근에 있다는 점과 소득 수준이 높은 강남에 새로운 상품에 열려 있는 적극적인 초기 지지층 고객들이 많다는 점 때문이었다. 또한 강남이라는 위치가 주는 상징성 역시 주요 고려 요소였다.

SK D&D는 먼저 비엘106 1층의 상가 4개 호실을 임대해 라운지로 리모델링했다. 이후 오피스텔을 매입한 개인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마스터 리스(Master lease)2 방식으로 방을 임대했다. 총 70세대를 확보했는데 70개 중 30개는 일반 운영 방식으로, 다른 30개는 멤버십 서비스 결합 모델로, 나머지 10세대는 단기 운영 방식으로 테스트를 하면서 각각의 상황에서 사업 가능성과 수익성 등을 검토하고자 한 것이다.

특히 SK D&D는 다른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 임대주택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를 ‘커뮤니티’에서 찾고자 했다. 단순히 지역에 건물을 짓고 주변 상권을 독식하는 기존 대기업의 사업 방식이 아닌 지역과 상생하며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그 안에서 커뮤니티가 생겨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은 것이다. 이 지점에서 테이블은 기존 경쟁사들이 운영하던 셰어하우스나 기업형 임대주택과 그 궤를 달리한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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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적인 측면에서 SK D&D는 크게 4가지 목표를 얻고자 했다. 코리빙 콤플렉스 운영을 위한 구체적 실행 매뉴얼과 운영 노하우 축적, 상품에 대한 시장과 고객 반응 확인, 코리빙 콤플렉스에 대한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노하우 획득, 임대 수익과 관리비 외 별도 수익 모델 개발 등이 그것이다. 룸 클리닝은 얼마나 자주, 얼마의 돈을 받고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세탁 대행 서비스는 비용과 결제 방식을 어떻게 하는 게 최적인지, 컨시어지 서비스는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라운지 운영을 통해 추가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등을 비엘106을 통해 실험하려고 한 것이다. 특히 이 공간을 통해 기업형 임대주택에 ‘커뮤니티 라이프’와 ‘소셜라이징’이란 콘셉트가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했다. 이주한 담당은 “개인 주거 공간과 더불어 멤버십 서비스가 어우러진 공유 주거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어떤 점이 소비자들에게 먹히는지를 실험해보기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비엘106이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간의 이름은 ‘t’able(테이블)’로 정했다. 테이블이라는 이름은 자유롭게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고 이런 시도들이 모여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드는 공간이라는 의미의 ‘Plus able’이라는 콘셉트에서 출발했다. 여기서 plus가 기호(+)로 치환되면서 table이라는 단어가 정해졌고 이후 어퍼스트로피(’)를 넣어 ‘우리들의 테이블’이라는 의미를 더했다. 이 단어에는 크게 세 가지 뜻이 담겼다. 따로 또 같이(Enjoy together & apart)로 표현되는 우리 현실의 모습, 함께 만들어 간다는 공동체와 커뮤니티 개념(Life’s better with your community), 그리고 그 공간 속에 당신의 삶을 담아내겠다는 메시지(My life, Our T’able) 등이다. 추상적이지만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 이 이름은 SK D&D가 주거 실험을 끝내고 에피소드라는 신규 브랜드를 론칭한 2022년 초까지 사용됐다.

t’able을 통해 알게 된 것들 : 
커뮤니티 기반의 주거 공간의 가능성

새로운 사업을 시도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누가 우리의 고객일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이 마케팅 조사 기법을 활용해 타깃 고객을 선정하고 이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구체화하지만 사실 신사업의 경우 이런 작업은 대부분 상상의 영역에 불과하다. SK D&D 역시 테이블 론칭을 준비하면서 포커스그룹 인터뷰나 가상 고객을 유형화해 보는 페르소나 기법을 통해 타깃 고객을 구체화하고 이 타깃 고객에게 맞는 서비스를 구상하고자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었다.

SK D&D가 처음 정한 고객 아이덴티티는 ‘영 어덜트’였다. 당시 SK D&D는 영 어덜트를 ‘매일의 삶에 가치를 두며 조금씩 나은 내일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생이 청춘’인 20~40대 1, 2인 가구’로 정의했다. ‘생계보다 삶 그 자체에 집중하고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자신의 가치를 위한 투자에 최선을 다하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삶을 넘어 남들과 함께하는 의미도 인지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포함시켰다. SK D&D는 이를 더 구체화해 ‘로케이션’ ‘관계’ ‘개인화’라는 3개의 지향 가치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고객을 6개 그룹으로 세분화했다. 로케이션은 직주 근접(職住近接), 관계는 집단 내 이미지, 개인화는 프라이버시나 개성을 중시하는 유형이다. 로케이션 가치 지향 그룹은 합리적 소비와 가성비를 중시하는 ‘스마트 노멀’과 공간-서비스-콘텐츠 등에 대한 지불 의사가 상대적으로 높은 ‘도시 직장인(Urbanian)’ 타입으로 나뉜다. ‘관계’ 가치 지향 그룹은 유사한 취향과 생각을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중요한 ‘프렌즈’ 타입과 그룹 내에서 돋보이기를 원하는 ‘과시적 소비 유형’ 타입으로 구분했다. 끝으로 ‘개인화’ 가치 지향 그룹은 단기 거주를 위해 호텔과 유사한 편의를 제공받기 원하는 ‘탐험가’ 타입과 공간의 개인화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기 원하는 ‘창작자’ 타입으로 상정했다.3

하지만 이런 방식은 한계가 뚜렷했다. MBTI와 같은 성격 유형 분류가 복잡한 인간의 특성을 단순화한다는 한계가 있는 것처럼 앞서 설명한 고객 세분화 역시 상황에 따라 고객의 마음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졌다. 또한 비즈니스 관점에서 6가지 페르소나가 사업성을 만족시킬 만큼의 충분한 수요가 되는지도 추정하기 어려웠다. 또 이런 특성의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SK D&D는 결국 고객 개개인의 특성보다는 ‘고객 경험의 경로’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고객 여정 지도’를 만들고 여정별로 고객이 공통적으로 겪을 수 있는 통점(pain point) 파악에 힘썼다. 이 과정을 통해 회사는 향후 공유 주거 비즈니스 운영 방안에 대한 몇 가지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1) 사람들이 공유 주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일반 오피스텔이나 원룸 대신 테이블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테이블은 그 해답이 1인 가구가 겪을 수밖에 없는 불편을 해결해주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부재 시 택배를 대신 받아주거나 청소나 세탁을 대신해주는 등 아주 사소하지만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들을 해결해 줄 수 있다면 테이블이 1인 가구 주거 문화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초기부터 이른바 ‘테이블 멤버십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 멤버십 서비스에는 멤버십 라운지, 라이프 컨시어지 서비스,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 세 개의 카테고리가 포함됐다. 여기서 멤버십 라운지는 테이블 내 라운지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업무와 미팅은 물론 독서와 휴식이 가능한 멀티 펑션 라운지 공간 제공을 의미한다. 라이프 컨시어지는 방 청소, 세탁 대행 서비스, 창고 공간 구독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커뮤니티 프로그램은 요가와 명상, 심리 상담, 파티 등의 프로그램을 뜻한다. 멤버십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사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고객이 이 공간에 머무는 동안 성장을 위해 갖춰야 하는 것들을 탐색하고 선별하는 고민의 시간을 절약해 주겠다는 것으로 설정했다.

2) 사람들이 얼마나 커뮤니티 서비스를 활용할까?


그럼에도 여전히 커뮤니티 서비스에 대한 의구심이 남았다. 외국에 비해 국내에서 커뮤니티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실제 테이블 초기에는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투자한 시간만큼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인지 이용률이 높지 않았다. 테이블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파트너십을 활용했다. 고심 끝에 고른 외부 파트너가 바로 요가 및 명상 프로그램 제공 업체 ‘퀘렌시아(Querencia)’와 브랜드 살롱 ‘비마이비(Be my B)’였다. 퀘렌시아는 현대인들의 지쳐 있는 몸과 정신을 위해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커뮤니티다. 비마이비는 다양한 브랜드에 대해 탐구하는 커뮤니티로 테이블의 주 고객층인 20~30대 직장인이 주로 모이는 곳이고 새로운 멤버들이 계속해서 유입됨에도 원활한 운영을 유지하는 커뮤니티였다. 두 파트너 모두 커뮤니티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있고 테이블 입주자의 지적 심리적 욕구를 채워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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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멤버십 서비스의 적정 가격은 얼마일까?

문제는 역시 가격이었다.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얼마를 받아야 할까. 논리적으로 보면 테이블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외부에서 소비할 경우 지불하는 비용의 합산 금액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 그리고 해당 서비스의 품질과 테이블 멤버만 누릴 수 있는 특전의 가치도 추가적 요소가 될 것이다. 여기에 본인이 직접 모든 것을 알아보고 찾을 경우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가격 결정의 주요 고려 대상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서비스 제공자 관점일 뿐 실제 얼마를 받아야 할지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 테이블 기획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공간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공간 사용료 안에 여러 가지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녹여 상품을 구성했다. 그 때문에 과연 입주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일지 알기 어려웠다. 다양한 시뮬레이션 끝에 SK D&D는 테이블 멤버십 서비스의 가격을 월 40만 원으로 정했다. 내부에서도 비싸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를 나열한 후 원가를 계산해 보면 크게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또한 비싼 만큼 그 값어치를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애초에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을 타깃으로 정한 것도 가격 책정에 영향을 미쳤다. 흥미로운 점은 우려와 달리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점이다. 특히 테이블 입주자들은 테이블이 제공하는 멤버십 프로그램의 각종 서비스의 원가를 직접 계산해 보고 이 서비스들을 외부에서 직접 검색하고 찾아내는 것보다 얼마나 가성비가 있는지 따져본 후 멤버십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SK D&D는 높은 퀄러티의 가심비 서비스와 콘텐츠에 대한 고객의 수요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4) 생각보다 많았던 단기 거주 수요

SK D&D가 테이블을 통해 찾아낸 또 다른 가능성은 예상외로 국내에 단기 거주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점이었다. SK D&D는 테이블을 운영하면서 10여 개의 방을 단기 임대로 운영했다. 여기서 단기는 5개월 이하의 기간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SK D&D는 기존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커버하지 못하는 시장을 발견했고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바로 장기 숙박 수요와 단기 거주 수요가 만나는 지점이었다. 보통 1주일 정도로 외국에 출장을 간다면 호텔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기간이 한 달 정도가 된다면 선택지가 많지 않다. 테이블은 최소 1개월부터 장기 거주까지 다양한 옵션을 제공했고 이 옵션이 1개월에서 5개월 사이 단기 거주 상품을 찾는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특히 테이블은 모든 방에 풀 퍼니시드 시스템을 적용해 특별한 생활용품 없이 옷가지 등만 가지고 이사를 와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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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끝 본게임 시작, ‘에피소드’ 론칭

테이블은 SK D&D로 하여금 커뮤니티 중심의 공유 주거 서비스가 시장성이 있음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테이블을 통한 확장은 한계가 있었다. 우선 공간적으로 테이블은 마스터 리스라는 점이 큰 제약이었다. SK D&D가 계획한 의도를 다 담아내기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적극적으로 공간 계획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없었기 때문. 이를테면 테이블은 일부 라운지 시설과 방만 리모델링을 했기 때문에 복도 등 나머지 공간은 일반 오피스텔과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이는 고객 경험의 통일성 측면에서 방해 요소였다. 서비스와 커뮤니티 운영 역시 라운지 한 곳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더 큰 문제는 공유 주거 비즈니스의 경우 사이트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수익성이 담보된다는 점이었다. 결국 신규 사이트 개발이 필요했다.

결국 SK D&D는 테이블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2020년 초 ‘에피소드’라는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본격적인 커뮤니티형 공유 주거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그 일환으로 2020년 1월,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 성수101을 선보였다. 에피소드 성수101은 지상 10층, 지하 1층짜리 건물을 SK D&D가 마스터리스로 임대해 리모델링했다. 에피소드 성수101의 공간은 크게 커뮤니티 존과 프라이빗 존으로 나뉜다. 사람들과 다양한 소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커뮤니티 존은 지하 1층과 1층, 2층, 그리고 9층 루프톱이 있다. 지하 1층에는 카페와 바의 역할을 담당하는 라운지와 공연 및 강연이 펼쳐질 ‘뮤직 스테이션’, 공유 주방인 ‘쿠킹 스튜디오’가 있다. 1층에는 작은 편의점 격인 ‘무인 마켓’과 택배 보관실이 있고, 2층은 피트니스센터와 공유 주방, 짐 보관이 가능한 스토리지 룸, 세탁실,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룸이 있다. 프라이빗 존에 해당하는 2층 일부와 3층부터 10층까지의 주거 공간은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다양한 테마로 꾸며졌다. 특히 SK D&D는 테이블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에피소드 성수101 각 방에 개성과 취향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유명한 ‘최중호 스튜디오’와 협업했다. 최중호 스튜디오는 지하에 있는 커뮤니티 라운지, 1층 로비, 8층과 10층 주거 공간을 디자인했다. 또한 에피소드는 이케아와 협업해 9층에 총 6개의 이케아룸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케아의 월 패널 시스템을 활용해 좁은 공간에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한 점이나 해외 호텔처럼 오픈형 세면대를 설치한 것 역시 성수101만의 독특한 시도였다.

이후 SK D&D는 2020년 7월 성수에 두 번째 에피소드 사이트인 ‘에피소드 성수121’을 오픈한다. 성수121의 경우 기존 에피소드 성수101을 운영하면서 아쉬웠던 점인 유연한 공간 활용을 해결하기 위해 건설 중이던 건물을 매입해 활용했다. 그 결과, 성수101에 비해 조금 더 다양한 공간 활용이 가능했다. 1층에 상업 시설을 넣고 2층에 큰 라이브러리 등 공용 시설을 만든 것이 성수121의 특징이다. 또한 반려동물을 기르는 입주자를 위해 옥상에 반려동물을 위한 펫 파크도 조성했다.

왜 가까운 거리에 두 개의 사이트를 개설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운영 효율화를 위해서다. 모든 에피소드 사이트에는 커뮤니티 매니저가 상주하는데 만약 하나의 사이트에 최소 2명의 커뮤니티 매니저가 필요하다면 가까운 거리에 두 개의 사이트를 운영할 경우 4명이 아닌 3명만으로도 사이트 운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입주자 입장에서는 두 개의 다른 특성을 가진 지점을 도보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성수101의 지하에 위치한 라운지를 활용해 모임이나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 조용한 곳이 필요하면 성수121의 라이브러리를 이용하는 식이다.

4개 사이트 개설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

2022년은 에피소드가 질적 성장을 넘어 양적 성장을 시작한 해다. SK D&D는 2021년 10월 에피소드 서초393을 시작으로 2022년 강남262, 신촌369, 수유838 등을 연달아 선보이며 폭발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싱가포르투자청과 국민연금공단이 주요 투자사로 참여했다. 국부펀드와 연기금의 대규모 투자 집행은 막 비상하려는 에피소드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줬다.

에피소드는 신규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서울의 다양한 지역의 환경과 주민 및 유동 인구 등을 반영해 각기 다른 콘셉트로 공간과 서비스를 기획했다. 오피스 밀집 지구인 강남에 위치한 강남262와 서초393의 경우 각각 일과 삶의 완벽한 조화, 리프레시(refresh)와 웰니스 루틴(Wellness Routine)이라는 직장인 중심의 주거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피소드 거주자인 엣피는 리브 앤드 워크가 테마인 강남262 3층에 위치한 공유 오피스에서 일과 시간에 업무를 보다가 퇴근 후 서초393에 있는 피트니스 시설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에피소드 신촌369는 다양한 문화권의 젊은 세대가 모이는 지역 특성을 반영해 ‘컬처 밍글링(Culture Mingling)’을 콘셉트로 영감과 자극을 나눌 수 있는 대형 라운지를 비롯해 일과 운동, 쿠킹 등 다양한 액티비티 공간을 특화했다. 특히 건물을 중정형 구조로 설계해 가운데 정원과 쉼터를 중심으로 369가구가 둘러싼 형태를 띠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 밀집 지역이자 유동 인구가 많은 역세권에 위치한 수유838은 ‘도심 속 수직 마을’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그래서 지역 커뮤니티와 교류할 수 있는 상업 시설과 다양한 형태의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특화했다. 1층 메인 로비 주변을 작은 커뮤니티 광장으로 만들어 입주자와 지역 주민이 콘텐츠를 교류할 수 있도록 한 점이나 3층 카페를 외부 지역 주민에게 개방한 점 등이 수유838의 특징이다. 또한 이케아와 협업해 만든 20~23층 공유 거실은 사용자들이 자연스레 휴식을 취하며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커뮤니티를 생성하고, 지속가능한 생활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들 신규 지점의 특징은 단순히 공간 제공이 아니라 1인 가구의 생활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다양하게 공급한다는 데 있다. 현실적으로 1인 주거 공간은 13.2㎡(약 4평)에서 33㎡(약 10평) 내외의 작은 공간일 수밖에 없다. 기존 오피스텔이나 원룸이 이 작은 공간에 모든 생활 기능을 구겨 넣는 것과 달리 공용 공간을 활용해 내 공간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한다. 운동 공간, 대형 주방, 세탁 룸, 모임을 위한 라운지 공간, 개인 창고 등 작은 집에서 누리기 힘들거나 비용을 들여 외부에서 이용해야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애완동물 전용 놀이터나 내부 산책로를 제공하기도 한다.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위한 개인 공간의 디자인 특화도 눈길을 끈다. 에피소드의 경우 기본 룸과 가구와 가전이 모두 구비된 ‘풀 퍼니시드 룸’으로 구성된다. 가전과 가구가 구비된 공간의 경우 거의 몸만 들어가 생활할 수 있도록 갖춰져 있다. 개인이 방을 꾸밀 때도 취향에 따라 이케아 등 가성비 가구부터 루이스폴센 조명 등 하이엔드 소품까지 구독(대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모바일 앱을 이용해 공용 공간 예약, ‘공용 세탁실 이용 현황 확인’ ‘룸클리닝 신청’, 임대료·관리비 납부, IoT 원격 제어, 커뮤니티 네트워킹 등 다양한 입주자 전용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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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의 경쟁력 4가지

① 커뮤니티 운영 노하우

공간 운영은 콘텐츠가 핵심이다. 아무리 공간을 멋있게 꾸며 놔도 사람들이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공유 주거 플랫폼에서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공유 주거 플랫폼을 안착시키기 위해선 공간의 개발만큼 그 이후의 운영도 중요하다. SK D&D는 초기 테이블의 운영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느슨한 연결’을 만드는 법을 고민했다. 최근 에피소드가 선보이고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서비스들은 그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에피소드의 커뮤니티 프로그램은 종류가 다양하다. 먹고 마시는 가벼운 모임부터 쿠킹클래스, 독서, 영화 및 음악 감상, 요가 및 명상 등 다양한 활동을 에피소드 안에서 즐길 수 있다.

‘힙딥 잡는 애플힙 홈트레이닝 루틴 운동 클래스’나 ‘봄을 기다리는 햇박스 플라워링 클래스’, 대중음악 평론가 차우진과 모델 겸 뮤지션 민준기가 진행하는 ‘시티팝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토크쇼’ 등 취향 기반 커뮤니티가 1년 내내 돌아간다.

또한 지점마다 지역적 특성 및 타깃층에 맞춘 커뮤니티 프로그램들이 갖춰져 있다. 반려동물에 특화된 에피소드 서초의 경우 반려동물과 관련된 커뮤니티가 있고 대학생 입주자들이 많은 수유의 경우 대학생에 특화된 커뮤니티 활동이 다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커뮤니티 영역이 온라인으로 확장되기도 했다.

에피소드 내 커뮤니티 활동의 특징은 자발성에 있다. 에피소드가 기획해서 운영하는 커뮤니티도 있지만 입주자들이 에피소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발적으로 형성하는 커뮤니티도 많다. 이를테면 에피소드 입주자들 중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끼리 자발적으로 식단을 공유하거나, 시간대가 맞는 사람들끼리 라운지에 모여 와인을 마시는 식이다. 에피소드는 몇 년간의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이런 자발적 커뮤니티가 지속성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발견했다. 느슨한 관계를 통해 일상에서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을 타인과 함께 경험함으로써 내일의 나를 만들어가는 시간을 갖는 동시에 언제든 자신의 공간에서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삶의 양식이 에피소드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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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토털 운영 솔루션 보유

SK D&D는 공유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 중 드물게 부지 개발부터 운영까지 비즈니스 밸류체인 전 단계를 직접 수행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개발이나 운영, 서비스 등 특정 분야에 특화돼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것과 가장 뚜렷한 차이점이다. SK D&D는 본사가 토지를 매입하고 공간 및 상품을 기획하면 D&D Investment가 금융 구조화와 펀딩 및 운영을 담당하고, 또 다른 자회사인 D&D Property Solution(DDPS)이 완성된 에피소드 각 사이트의 운영을 담당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SK D&D가 공유 주거와 관한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밸류체인의 모든 단계를 담당하는 이유는 리스크 헤징과 수익 다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사업의 경우 핵심 수익원은 임대료 등 운영 수입과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매각 차익인데 현재 운영하는 사이트가 6개에 불과해 운영 수익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에피소드를 직접 운영하면서 SK D&D는 부동산 시장의 변동에 상관없이 운영을 하다 부동산 가치가 극대화되는 시점에 매각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수익 모델 다변화도 가능하다. SK D&D가 에피소드의 전체 밸류체인을 통해 얻는 수익 모델은 총 15개. 그중 개발 단계에서 개발 부지를 찾고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수수료, 운영 단계에서 리츠를 운영하면서 받는 수수료와 배당 수익, 브랜드 사용료, 멤버십 프로그램 사용료, 건물 매각 차익 등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SK D&D는 전체 밸류체인을 총괄하면서 공유 주거 비즈니스 전체에 대한 전문성을 축적하고 있다. 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기능별로 컨설팅 의뢰도 들어오고 있다.

③ 나만의 공간 꾸미기

에피소드는 비슷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국내 경쟁사 대비 임대료가 비싼 편이다. 특히 강남이나 서초 지점은 월 임대료가 150만 원 안팎이다. 그럼에도 입주율 90%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앞서 설명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우수성 외에도 나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홈 퍼니시드 서비스’ 역시 한몫을 하고 있다. 홈 퍼니시드 서비스는 일종의 가구 및 가전 구독 모델이다. 원하는 기간만큼, 원하는 개수의 가구나 가전제품을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MZ세대가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보다 내가 경험해보는 데 가치를 둔다는 판단 아래 기획됐다. 코로나19 이후 한창 쾌적하고 예쁜 집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커지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에피소드에 사는 사람, 즉 ‘엣피’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특히 임대주택 거주자의 경우 고가의 가구를 선뜻 구매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언제 이사를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사 간 집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는 가구를 사는 것이 망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거주자들에게 취향에 맞는 가구나 가전을 원하는 만큼 써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구나 가전의 포트폴리오도 다양하다. 이케아와 무인양품을 비롯해 최근 인테리어 업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무니토 소파, 아르테미데(Artemide) 조명 등도 선택지에 포함돼 있다. 또한 가전을 넘어 인테리어 소품으로 자리 잡은 삼성전자의 세리프 TV 역시 구독이 가능하다.

④ 보안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디지털 기반 주거 서비스

SK D&D 에피소드가 갖는 또 다른 경쟁력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보안과 편의성이다. 에피소드 각 지점은 1차적으로 커뮤니티 매니저들이 상주하며 엣피들의 불편함이나 보안 이슈 등을 챙긴다. 하지만 ‘주거는 밤의 사업’이라는 말처럼 커뮤니티 매니저가 없는 밤 시간에 안전이나 보안 혹은 고객 불편 등의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에피소드는 이 부분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고 있다.

에피소드는 기획 단계부터 주변 지역 상권과의 상생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사이트마다 외부인들도 사용 가능한 공간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에피소드 강남262의 경우 지하 1층과 3층에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고 이 시설을 외부인들도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 에피소드는 외부인들의 회원 주거 공간 출입을 막기 위해 QR코드를 활용한다. 출입구와 엘리베이터에서 공용 공간 외에 전용 공간으로 가려면 QR 인증을 해야만 문이 열리는 구조다. 에피소드 수유838 역시 마을 같은 형태의 커뮤니티지만 공동 주택 특성상 수직으로 구성돼 있다는 의미의 ‘수직 마을’이라는 콘셉트답게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카페 등 공유 공간을 오픈하지만 바로 연결되는 주거 공간의 경우는 QR코드를 활용해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차단한다. 같은 층에서 공간을 이동할 때도 QR코드를 찍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보안을 유지할 수 있어 엣피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에피소드는 엣피 전용 앱을 활용해 회의실, 1인용 피트니스실, 스크린 골프 등 공용 공간 예약을 할 수 있게 했다. 임대료, 관리비 등도 앱을 통해 확인하고 납부할 수 있다. 특히 에피소드 앱은 게시판 기능과 재능 기부 및 중고 거래 기능 등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엣피들끼리 동네 정보 등을 공유하기도 하고 안 쓰는 물건을 거래하기도 하고 도움이 필요한 경우 도움을 주고받는다. 리페어링과 카셰어링 서비스 역시 앱으로 예약해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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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인 주거 공간 혁신
에피소드가 성공한 비즈니스라고 말하기는 시기상조다.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일단 여전히 사업 초기이기 때문에 에피소드 사업의 매출이 SK D&D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전체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에서 에피소드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도 1%대 남짓에 불과하다. 또한 최근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동 기숙사 관련 법령이 신설되면서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져 경쟁도 치열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업상 리스크 역시 상존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책과 규제 리스크’다. 에피소드는 주택 사업이다. 주택은 공공재 성격을 띠기 때문에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SK D&D가 기존에 주로 취급하던 오피스나 상업용 건물과는 성격이 다르다. 최근에는 부동산 관련 정책들이 대폭 완화되는 분위기지만 부동산 시장 상황과 정치적 요인에 따라 언제 어떤 임대사업 관련 규제가 생길지 알 수 없다. 특히 SK D&D는 에피소드를 자회사를 활용해 리츠(REITs)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투자청과 국민연금 등이 대주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만약 부동산 정책 변경 등의 이유로 SK D&D가 계획했던 수익을 이들 대형 투자자에게 제공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 이탈 등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에피소드는 부동산 임대업임에도 B2C적 성격이 강하다. 건물을 지어 개인에게 분양을 해주고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전체 건물을 회사가 관리하면서 개인에게 임대를 해주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에피소드 내에서 발생하는 불편이나 사고 등에 대해 SK D&D가 책임을 지고 해결해 줘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약 에피소드 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이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공들여 쌓은 브랜드 이미지가 한순간에 추락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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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에피소드는 첫 번째 사이트인 에피소드 성수101을 선보인 후 3년 만에 총 3600여 세대를 확보하며 코리빙 비즈니스 플레이어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에피소드 전 지점이 90%대 입주율을 보일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SK D&D는 현재 운영 중인 6곳의 사이트 외 용산, 신촌, 온수 등에 추가로 지점을 세울 예정이다. 또한 2026년까지 국내에서 총 5만여 세대를 운영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SK D&D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에피소드를 단순 공유 주거 공간을 넘어 공유 주거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20~40대 젊은 학생 및 직장인들이 먹고, 마시고, 놀고, 자는 플랫폼을 만들고 여기서 발생하는 데이터들을 모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것. 에피소드는 기존 기업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주거 공간에 대한 데이터에 대한 액세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기업이 최근 협업 제의를 해오고 있다. 김도현 SK D&D 대표는 “에피소드에서 어떤 특성을 가진 입주자가 몇 시에 라운지에 내려와, 무엇을 먹고 마시고, 어떤 가구를 구독하는지 등 지금까지 미지의 영역이었던 사적인 행동 정보들을 조금씩 알고 이해하게 된다는 점이 큰 강점”이라며 “이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마케팅 및 협업 프로젝트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SK D&D의 주거 공간 혁명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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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임대주택에 브랜드를 입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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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D&D는 사업 초기부터 브랜딩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공유 주거’ 공간을 알리려면 브랜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업 초반부터 브랜드 이름도 짓고 지속적인 바이럴을 위한 카피도 개발하는 등 브랜딩에 힘썼다. 특히 SK D&D는 ‘테이블’로 시작해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공유 주거 비즈니스를 통해 짓고 나면 노후화되는 집이 아닌 ‘살아 숨 쉬며 진화하는 주거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이를 위해 사람들의 에너지가 공간 안에 스며들 수 있도록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힘을 쏟았다. 또한 기업이 지역에 들어와 지역과 상생하며 하나의 마을을 이룬다면 이 공간에 거주하는 사람도 지역에 정을 붙이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집을 얻었더니 마을이 내게 오더라’라는 카피는 그렇게 탄생했다. 임대주택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넘어 내 방 하나를 얻었더니 마을 전체의 편의시설을 얻은 기분, 작은 내 집 하나가 아니라 건물 전체를 얻은 개념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물이었다.

사업 초기, 브랜드의 팬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전개했다. ‘테이블’을 운영하면서 사전 입주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브랜드 홍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테이블 세터’라는 제도를 운용한 것. 이들 테이블 세터는 커뮤니티가 초기에 원활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주도하는 역할을 했다. 브랜드 초기에 공유 주거 공간을 사랑해줄 팬을 만드는 의미 있는 시도였다는 평가다.

브랜딩 과정을 거쳐 에피소드는 ‘나만의 생활 공간은 프라이빗하게 지키면서 서로의 라이프를 공유하는 주거 공간’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아래 ‘생활 경험 프로듀서’로서 ‘라이프 스토리지’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 생활 경험 프로듀서는 주거 공간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기능부터 공유 공간이 제공해야 할 연결, 휴식 등의 가치를 대신 고민하고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라이프 스토리지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이는 공간을 뜻한다. 또한 에피소드 입주자들에게 ‘엣피(eppie)’라는 애칭도 붙여줬다. 사람들이 공간에 더욱 소속감을 느끼고 함께 시간을 값지게 공유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컨시어지 서비스부터 커뮤니티 프로그램까지
모두 이용 가능한 에피소드 모바일 앱

DBR mini box 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snucjh@snu.ac.kr

라이프 스트리밍, 홈퍼니시드 구독… 취향과 경험의 집

한때 유튜브에서 ‘What’s in my bag’ 콘텐츠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남의 가방을 들여다보는 것은 왜 재미있을까? 물건을 통해 그들의 취향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소비의 선택들이 모여 ‘나’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집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성공의 상징이자 욕망의 대상이었던 한국인의 ‘집’이 사는 사람의 취향을 드러내는 표상으로 바뀌고 있다. 일찍이 미국의 현대미술 작가 바바라 크루거가 데카르트의 명제를 빗대어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했듯이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나를 규정하는 시대가 됐다.

이 지점에서 SK D&D의 공유 주거 브랜드 ‘에피소드’는 각자 드러내고 싶은 삶의 모양은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삶 혹은 취향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스트리밍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유동하는 정체성의 시대를 사는 소위 MZ세대에게 솔깃한 옵션이 아닐 수 없다. ‘당신은 어떤 곳에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와 같다. 즉, 에피소드라는 주거 상품의 정의는 사람들이 지향하는 라이프 트렌드에서 시작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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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

결국 에피소드는 쾌적한 오피스텔에서 그치지 않고 ‘t’able’ 운영 등의 테스트를 통해 ‘주거’의 의미를 확장하고 발견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사례다. 그렇다면 에피소드는 변화하는 집의 의미를 어떻게 공간에 반영했는가. 우선 천편일률적인 구조와 모양을 지양하고 공간에 라이프스타일을 담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같은 평수라고 하더라도 테라스를 강조한 유닛, 복층 구조를 도입한 유닛, 펫 프렌들리 유닛 등 스타일이 다양하다. 1인 가구를 넘어 남매 혹은 자매가 주방만 공유하고 각자 방을 독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닛, 신혼부부를 타기팅한 유닛 등도 있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수유838에 도입된 거실 공유형 유닛이다. 한 층의 입주민들이 거실만 공유하고 독립된 방을 사용하는데 층마다 거실의 콘셉트가 다르다. 예를 들면, 큰 테이블, 책장, 따뜻한 조명이 꾸며져 있는 층은 책을 좋아하는 입주민들을 위한 층이다. 또 어떤 층에는 각종 보드게임, 대형 TV, 빔프로젝터 등이 설치돼 있는데 스포츠와 소셜네트워킹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다.

사실 ‘사람들이 어울리는 공간’은 많은 공유 주거 서비스가 지향하는 콘셉트다. 따라서 코리빙에서 라운지 공간은 중요하다. 특히 1인 가구에 라운지 공간은 일종의 거실과 같은 역할을 한다. 가족 구성원이 거실에 모여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교류하는 것처럼 공유 주거에서도 라운지 공간이 소통의 창구가 된다는 뜻이다. 이제 집이란 가족이 아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 교류함으로써 폭넓은 인맥을 구축하고 다양한 정보와 기회에 접근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장(場)이 되고 있다. 문제는 다양한 배경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다. 멋진 공간을 만든다고 커뮤니티가 스스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에피소드는 운영진과 프로그램이라는 두 축으로 이 문제를 돌파하려는 듯하다. 먼저, 에피소드는 각 사이트에 사람들의 주거 생활을 도와주는 매니저를 두고 있는데 이들은 상당수가 호텔 출신이다. 호텔과 공유 주거는 비슷한 부분이 많다. 그중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서비스에 있어 느슨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매니저는 거주자들의 불편한 부분을 해결해주되 존재감을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는다. 입주자가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 순간을 재빠르게 캐치해 넌지시 말을 건네지만 먼저 입주자의 사생활을 묻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에피소드만의 노하우다. 다양한 문화의 교류가 일어날 수 있는 쿠킹 클래스, 운동, 음악회, 공연, 워크숍 등의 소셜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나아가 지역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로컬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에피소드는 라이프스트리밍 공간으로서의 집을 구현했다. ‘MZ세대는 소유보다 경험을 좋아한다’는 명제는 이제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MZ세대를 타기팅하는 많은 브랜드 중에서 제대로 경험 서비스를 설계한 브랜드는 많지 않다. 경험은 기본적으로 유동하는 특징을 지니는데 고정된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현재 비즈니스의 특성상 비용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가구와 가전제품을 취향에 맞게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에피소드의 ‘홈퍼니시드 구독 서비스’는 과감한 선택이다. 여기에 더해 에피소드 입주민(엣피)이 다른 사이트의 에피소드를 경험해 볼 수 있다거나 해외 주거 업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엣피들이 해외 코리빙 브랜드를 이용할 수 있는 미래를 그리는 듯하다. 만약 이러한 계획이 구체화된다면 에피소드 입주자에게 집이란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에피소드’로 요약되는 경험으로 소비될 것이다.

집이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하라 켄야(Hara Kenya)는 2012년 저명한 디자이너와 건축가들과 모여 전시 박람회 ‘하우스 비전(House Vision)’을 시작했다. 하우스 비전은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을 반영해 나만의 행복을 실현하는 장으로서 집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라 켄야는 하우스 비전의 간행물 [새로운 상식으로 집을 짓자(新しい常識で家をつくろう)]에서 이를 ‘하우스 리터러시(住宅リテラシー)’로 명명했다. 하라 켄야는 하우스 리터러시란 “나에게 집이란 어떤 곳이고 앞으로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되물어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i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일본에서 ‘하우스 리터러시’가 등장하게 된 이유다. 과거 일본도 한국만큼이나 집이 부의 수단이자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는 척도로 쓰였다. 하지만 거품 경제 붕괴와 이에 따른 장기 불황,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 구조로 인해 주택 수요가 줄면서 집의 가치가 개인의 자산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는 인식이 희박해지고 있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열심히 일구어 놓은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며 ‘집’의 의미를 되돌아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 기반해 과거 획일적인 형태의 집을 ‘공급’받아 생활하던 일본 사회에서 내가 추구하는 생활 방식을 담은 ‘집’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자산의 수단, 획일적인 형태, 저출산과 고령화… 지금의 우리를 설명하는 데 전혀 어색할 것이 없는 단어들이다. 물리적 공간을 넘어 서비스·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에피소드의 주거 실험이 단지 고급 오피스텔의 차별화 전략에 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거주하는 사람의 취향을 담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경험의 가치를 지원하는 집. 결국 주거 이상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에피소드의 지향점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바라는 ‘집’과 맞닿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매년 『트렌드코리아』의 공저자로 참여 중이다. 서울대에서 ‘소비트렌드분석론’ 과목을 강의하고 있으며 삼성·LG·아모레퍼시픽·SK·코웨이·CJ 등 다수의 기업과 소비자 트렌드 발굴 및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9년 서울대소비트렌드분석센터를 통해 SK D&D와 주거 상품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현재 인천시 상징물위원회 자문위원과 DBR 객원 편집위원을 맡고 있으며 한국경제신문에 ‘최지혜의 트렌드 인사이트’를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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