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코로나 시대, 사회적 거리 두기를 바탕으로 원격 근무와 메타버스의 열풍은 전 세계를 휩쓸었다. 메타버스는 실제와 가상의 경계가 없는 새로운 세상으로 인류를 이끌겠다는 비전 아래, 기존의 AR(Augmented Reality, 증강 현실), VR(Virtual Reality, 가상 현실), MR(Mixed Reality, 혼합 현실), XR(eXtended Reality, 확장 현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등 다양한 개념을 모두 흡수했다. 전 세계의 최고 기술 기업들이 모든 인류가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넘어 자유롭게 소통하고 생활할 수 있는 세상을 구축하고 있다.
2020∼2021년을 디지털 산업계를 지배한 키워드, 메타버스는 생성형 AI(Generative AI) 열풍에 밀려 잠시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듯했다. 하지만 애플이 올해 6월 WWDC(세계개발자컨퍼런스)에서 XR 디바이스인 비전 프로(Vision Pro)를 공개하며 불씨는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IT 업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애플이 드디어 XR 디바이스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전과 다른 변화는 메타버스라는 모호한 개념이 아니라 XR이라는 손에 잡히는 개념이 열풍의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업계 움직임이 이렇다. 올해 2월 미국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XR 기기 협력 체제를 발표한 삼성, 퀄컴, 구글은 이후로도 다양한 발표와 기사들을 통해 후속 움직임을 알리고 있다. 기기의 개발과 XR·AR 전용 칩셋의 개발 및 판매, 구글 맵 AR 및 지역기반(Geospatial) 플랫폼 제품의 공개를 통해 적극적인 XR 생태계 확장을 추진 중이다. 메타 또한 10월 퀘스트3를 출시하면서 비전 프로에 맞불을 놨다.
비전 프로의 높은 가격과 헤드셋 형태의 한계 등을 놓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그러나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라는 SF 거장 윌리엄 깁슨의 말처럼 기술의 진보와 변화의 흐름은 XR 대중화의 시대를 분명하게 가리키고 있다. 더 가볍고 편안한 착용감, 실감 나는 화면, 오래 가는 배터리, 몰입감 있는 콘텐츠와 경험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XR 안경의 시대를 열어젖힐 것이다. 당장의 높은 비용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이뤄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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