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an Management Review
편집자주
이 글은 <MIT< SPAN>슬론매니지먼트리뷰(SMR)> 2013년 여름 호에 실린 요크대 슐리히 경영대학원 전략 경영 교수 엘렌 R. 오스터(Ellen R. Auster)와 브록대 굿맨 경영대학원 전략 경영 조교수 트리시 루바텀(Trish Ruebottom)의 글 ‘Navigating the Politics and Emotions of Change’를 번역한 것입니다.
오늘날의 경제 환경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환경하에서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리더들은 조직의 성공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능력과 밀접하게 관계돼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변화를 위한 전략 계획, 구조, 지표, 기타 변화와 관련된 ‘경성 측면(hard aspects)’을 개발할 때 도움이 되는 다양한 도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좀 더 부드러운 성격을 갖고 있는 ‘변화의 연성 측면(softer side, 변화와 관련된 정치와 감정)’에 대처하기 위한 접근방법은 상대적으로 비체계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성 요소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회의와 두려움, 공포가 모든 변화 과정을 사정없이 파괴할 수도 있다. 이런 감정은 저항, 불참, 불화, 극도의 피로 등을 초래할 수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억압되고,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되고, 단기적인 사리사욕 때문에 변화 목표가 희생될 가능성도 있다. 분노에 사로잡힌 뛰어난 인재들이 좀 더 편안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탓에 성과가 하락할 수도 있다. 필자들은 컨설턴트, 즉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잔해를 정리해달라는 요청을 받는 사람들이다. 그동안 컨설팅 일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새로운 지속가능성 계획이 출시될 준비가 모두 돼 있었고 전속력으로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랬는데 공급업체들이 반발하기 시작했고 직원들은 지속가능성 계획이 기대한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잃었다.”
“통합은 결코 이뤄지지 않았다. 두 회사는 기존의 업무 방식을 고집했고 정치가 모든 과정을 마비시켰다. 최고의 인재들은 모두 회사를 떠났고 회사의 가치는 급락했다.”
“기술 전환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했다. 우리가 그 같은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모든 것이 멈춰서 버렸다.”1
수십 건의 비슷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후 필자들은 이와 같은 실패 사례에 공통적인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필자들은 켈로그/슐리히 경영자 MBA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400건이 넘는 변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수많은 경영자들과 만나봤다. 필자들은 이 과정을 통해 중대한 변화에 수반되게 마련인 정치와 감정에 체계적으로 대처하고 이런 요소를 활용하기 위한 실용적인 접근방법을 개발했다. (‘연구 내용’ 참조.)
정치와 감정을 활용하라
필자들이 이 글에서 소개하는 5단계 과정은 변화 리더들이 변화의 정치와 감정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필자들은 이를 위해 후원자와 선동자의 전문지식과 기술, 자원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한편 중립 노선을 취하는 관망자를 끌어들이고, 긍정적인 회의론자로부터 교훈을 얻고, 부정적인 회의론자의 우려에 대처할 것을 권한다.
1단계: 정치 환경을 지도로 표시하라.
변화를 추진하면 정치가 등장하게 마련이다.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기능, 제품, 지역, 직급 등에 따라 이해관계자 집단이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혹은 근무 기간, 기업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에 대한 개인적인 믿음, 사회적인 인구 통계 요인 등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물론 조직에서 활동하는 모든 사람은 하나가 아닌 다수의 이해관계자 집단에 속한다. 하지만 필자들은 이 글에서 이해관계자가 특정한 변화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집중적으로 살폈다.
변화 리더가 변화를 둘러싼 감정적 측면과 정치적 측면에 대처하려면 먼저 정치 환경을 지도로 표시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변화의 영향을 받게 될 내부와 외부의 핵심 이해관계자, 공식적/비공식적 핵심 이해관계자를 지도로 표시해야 한다. 예컨대 추진하고자 하는 변화 계획이 지속가능성 계획이라면 공급자, 고객, 지역사회, 정부 단체, 사회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다른 조직, 비공식적인 풀뿌리 활동가 등이 핵심적인 사외 이해관계자가 될 수 있다. 공식적인 내부 이해관계자 집단은 조직도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 지속가능성 계획을 추진하는 경우라면 여러 기능/제품 부문, 여러 지역, 다양한 직급 등에 속하는 사람들이 핵심적인 이해관계자가 될 수 있다. 근무 기간, 사회 통계적 요인, 공간적인 근접성,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태도 등에 따라 비공식적 집단이 형성될 수도 있다.
2단계: 각 이해관계자 집단 내에서 핵심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라.
핵심 이해관계자 집단을 지도로 표시했는가? 그렇다면 이제 변화 리더들이 각 집단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핵심 인물(key influencers, 자원을 확보하고, 다른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정당성을 확립하고, 추진력을 만들어내고, 변화를 추진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내야 할 차례다.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 즉 영향력 행사자란 좀 더 많은 사람들의 감성과 지성을 사로잡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나 기술, 사회 연결망을 갖고 있는 핵심 인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부에서 구전 마케팅 캠페인을 벌일 때 핵심적인 영향력 행사자를 공략하는 방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 이런 개념을 적용하거나 진행 중인 변화 계획 내의 핵심 영향력 행사자를 파악하기 위해 이런 생각을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변화에 활력을 불어넣거나 변화를 위한 노력을 망가뜨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따라서 이들은 외부 못지 않게 내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향력 행사자가 긍정적인 입소문을 만들어내 변화에 동참하도록 조직 내 다른 사람들을 격려할 수도 있고 부정적인 말로 조직 내에서 저항심을 키울 수도 있다.
핵심적인 영향력 행사자를 찾으려면 이해관계자 지도를 다시 확인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사람(‘go-to’ people), 즉 다른 사람의 의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고위급 경영자처럼 공식적인 권력을 통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경우도 있다. 없어서는 안 될 IT 전문가와 같이 전문지식을 토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도 있다. 핵심적인 영향력 행사자가 하나의 이해관계자 집단 내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연결자일 수도 있고 서로 다른 여러 이해관계자 집단을 이어주는 경계 연결자(boundary-spanner, 예: 사내 축구 모임을 지도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일 수도 있다. 핵심적인 영향력 행사자는 자원을 제공하고, 다른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핵심적인 영향력 행사자를 찾아내고 이들의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데 미리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중요하다.
3단계: 영향력 행사자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평가하라.
사람이 변화에 대처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변화를 열렬히 환영하고 열정과 희망 가득한 태도로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혼란과 분노를 느끼거나 확신을 갖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외부 시장 세그먼트를 분석할 때, 혁신기술 채택에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고객군을 혁신수용자(innovators), 얼리어답터(early adopters), 조기 다수수용자(the early majority), 후기 다수수용자(the late majority), 지각 수용자(laggards) 등 5개로 나누는 확산 곡선(diffusion curve)2 의 개념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확산 곡선 개념을 처음 도입한 사람은 에버렛 로저스(Everett Rogers)지만 확산 곡선의 개념이 널리 알려진 것은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저서
<티핑포인트(The Tipping Point)>3 에서 소개한 이후다. 필자들의 경험에 미뤄보면 조직 내부에서 제안된 변화 방안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는 확산 곡선과 동일한 패턴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필자들은 변화 수용도를 분류하기 위해서는 확산 곡선을 재구성해 후원자(sponsors), 선동자(promoters), 무관심한 관망자(indifferent fence-sitters), 신중한 관망자(cautious fence-sitters), 긍정적인 회의론자(positive skeptics), 부정적인 회의론자(negative skeptics) 등 6개 유형으로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림 1)
후원자와 선동자는 변화에 가장 수용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들은 변화를 환영하며 변화의 장점을 쉽게 납득한다. 후원자는 고객이나 조직을 상대로 변화의 장점을 강조하거나 자원을 제공하고 지지를 보내는 데 특히 도움이 된다. 반면 선동자는 긍정적인 입소문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변화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후원자와 선동자는 긍정적인 구전을 확대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따라서 변화 초기 단계에 이들 조기 수용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들에게 지지와 아이디어, 조언, 헌신적인 노력을 요청하면 변화를 진행하는 데 매우 커다란 도움이 된다.
영향력 있는 회의론자는 조기 수용자와 정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긍정적인 회의론자가 변화에 반대하는 이유는 일부 세력이 추진하는 변화에 수정을 필요로 하는 결함이 있다는 순수한 믿음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제안된 변화와 실행 방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회의론자는 효과적인 방식으로 다른 측면을 재고하도록 자극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분란을 야기하거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예상 밖의 결함과 복잡한 문제를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부정적인 회의론자는 좀 더 개인적인 이유나 감정적인 이유를 앞세워 변화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변화가 자기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근원적인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변화 과정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부정적인 회의론자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변화에 얼마나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는지 추측하는 것보다 직접 질문을 던지는 편이 효과적일 때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필자들은 이를 위해 여러 가지 도구를 활용한다. 그중 한 가지가 열정 계량기(passion meter)i 다. 열정 계량기는 사람들에게 변화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고 있는지(지지하는지, 판단을 보류 중인지, 찬성하는지) 묻는 것만큼이나 간단한 방법이다.
예컨대 <포천(Fortune)> 선정 500대 기업에 속하는 어느 기업은 곧 있을 전략 변화 계획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측정하고 피드백을 수집하기 위해 ‘커피 좌담회(coffee connects)’를 실시했다.
좌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직원들에게 변화를 지지할 준비가 됐는지, 변화 진행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기업 차원에서 변화를 중단하고 한걸음 뒤로 물러서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했다. 열정 계량기는 직원들의 열정 수준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열정 계량기의 좀 더 중요한 역할은 변화 리더들이 사람들이 특정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를 조사하고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양극단의 중간에 위치해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바로 관망자다. 관망자들 역시 두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 부류는 신중한 관망자다. 신중한 관망자들은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며 지나치게 빠른 행동이 초래할 수 있는 정치적인 결과에 대해 걱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어떤 쪽을 택해야 할지 동료들의 눈치를 살피거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변화에 동참할 때까지 행동을 연기하는 경향이 있다. 중간에 위치한 다수를 구성하는 또 다른 부류는 무관심한 관망자다. 변화에 동참하는 것이 과도한 관여라는 판단, 변화가 자신의 직접적인 책임 범위 밖의 일이라는 생각, 자신의 성과 평가에 변화가 직접 반영되지 않는다는 생각 등이 이들이 변화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가 된다. 회의론자의 우려를 일찌감치 해소시키면 신중한 관망자나 무관심한 관망자가 회의론자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려 변화를 거부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들의 경험에 미뤄보면 관망적인 태도를 취하는 대다수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후원자와 선동자의 에너지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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