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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의 혁신촉진자가 대기업을 바꾼다

스콧 앤서니(Scott Anthony) | 130호 (2013년 6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9월 호에 실린 스콧 앤서니(Scott D. Anthony) 이노사이트 아태지역 매니징 디렉터의 글 ‘The New Corporate Garag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잠깐, 최근 수십 년간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을 이룬 대기업을 꼽아보자. 애플이 있다, 그리고 애플뿐이다. 대부분 기업은 판세를 바꿀 만한 혁신을 이루기엔 너무 크고 신중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대신 우리는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같은 열정적인 사업가들에게 기대를 건다. 신속하고 민첩하며 열정 있는 기업가들 덕분에 대기업이 주도하는 혁신은 한물가거나 더디게 발전하는 세계로 넘어가버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애플의 독창성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이는 혁신의 세계에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십 년 전 벤처투자자들이 부추긴 혁명은 이제 대기업이 규모를 이용해 독려할 수 있는 여건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이면에는 세 가지 트렌드가 존재한다. 우선 혁신이 쉬워지고 비용이 줄면서 벤처기업들은 대기업의 혁신을 제한하던 압박을 똑같이 받고 있다. 신생기업들은 성공의 조짐을 확인하자마자 수십 개의 모방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 둘째, 대기업들이 벤처기업의 전략을 배워 오픈 이노베이션과 덜 위계적인 경영을 받아들이고 있다. 기존 능력에 창업가적 행동을 접목하기도 한다. 셋째, 대기업 고유의 강점인 새로운 사업 모델 개발이 갈수록 혁신의 영역에 포함되고 있다.

 

아직 초기지만 우리가 새로운 혁신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들이 있다. 대기업 내 창업가적인 개인들 즉, 촉진자(catalyst)들이 회사의 자원, 규모, 민첩함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은 하기 힘든 방식으로 글로벌 과제에 대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제부터 이어질 이야기들에서 볼 수 있듯 이런 기업들은 개발도상국에 헬스케어 기술, 깨끗한 물, 새로운 농업 기술을 전달하는 것에서부터 전 세계 대도시의 에너지, 교통, 대중교통, 범죄 관리 등 이전에는 창업가, 비영리단체, 정부의 영역이던 분야까지 진출했다. 촉진자들이 회사 내에서 어떻게 혁신을 일으키는지 보기 전에 현재의 혁신 제4기 이전에 존재한 혁신의 3기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혁신의 간략한 역사

외로운 발명가의 시대인 혁신 제1기는 인류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혁신가들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직접 회사를 만들거나 기존 회사에 합류하기도 했지만 1915년 이전에 나타난 중요한 혁신은 대부분 개인과 밀접하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휘트니의 조면기, 에디슨의 전구,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포드의 조립 라인 등이 대표적인 예다.

 

1세기 전 조립 라인이 완성되면서 혁신이 점점 복잡해지고 비용이 늘었다. 혁신이 개인 능력의 한계를 벗어나게 됐고 기업이 혁신을 주도하는 일이 많아졌다. 지금보다 더 장기적으로 전망하고 관료주의가 덜했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기꺼이 실험적인 노력들을 감내했다. 혁신 제2기의 영웅들은 기업 실험실에서 일했고 기업은 혁신 이용자에서 혁신 창조자로 진화했다. 이후 60년간 일어난 주목할 만한 상업적 혁신의 상당수가 기업 실험실에서 나왔다. 나일론을 포함한 듀퐁의 기적 같은 분자들, 프록터앤갬블(P&G)의 치약, 기저귀, 세제, 록히드마틴의 U-2 정찰기나 SR-71의 블랙버드 전투기 등이 그 예다.

 

혁신 제3기의 씨앗은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에 뿌려졌다. 혁신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실험을 다루기에 기업들이 너무 크고 관료적으로 변한 것이다. 베이비부머들의 개인주의가 점점 위계가 강해진 조직과 부딪혔다. 혁신가들은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고 비슷한 마음을 가진반란군들은 새로운 회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혁신을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 반란군들은 새로운 형태의 펀딩을 필요로 했다.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벤처캐피털이 나타난 것은 이 때문이다. 최초의 민간 벤처캐피털은 조지 도리엇 장군의 아메리칸 리서치 앤 디벨롭먼트 코퍼레이션(American Research & Development Corporation)이었다. 이는 1957년 디지털 이큅먼트 코퍼레이션(Digital Equipment Corporation) 7만 달러를 투자했다가 1968년 상장과 함께 35500만 달러의 평가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혁신 제3기는 1970년대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앤 바이어스(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와 세콰이어 캐피털(Sequoia Capital)의 설립으로 진가를 발휘했다. 이들을 비롯한 여러 벤처캐피털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시스템스,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의 설립을 지원했다. 단기성과에 대한 자본시장의 기대가 커지면서 대기업 내 혁신가들의 상황은 더 힘들어졌다.

 

이 시기에 탄생한 기술과 세계 시장의 글로벌화는 변화의 속도를 극적으로 높였다. 어떤 측면에서 지난 50년간 기업 수명은 50% 가까이 감소했다. 2000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막을 수 없는 독점기업이었고 애플은 컴퓨터 시장의 변두리에 있었다.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필립 엑스터 아카데미의 고등학생이었고 구글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단계에 있었다.

 

이렇게 숨 가쁜 속도와 이런 속도를 가능하게 한 여건 및 도구들이 혁신 제4기를 불러왔다. 기업 촉진자들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앞선 세 시기의 혁신이 대부분 기술적 진보로 설명된다면 4기의 혁신에는 비즈니스 모델이 포함된다. 어떤 분석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7년 사이, 설립한 지 25년이 되기 전에 <포천>에서 선정하는 500대 기업에 오른 기업 - 여기에는 아마존, 스타벅스, 오토네이션 등이 포함된다 - 중 절반 이상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한 곳이었다.

 

오늘날 혁신은 어느 때보다 쉬워졌기 때문에 지금은 창업하기에 이상적인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온라인 도구들이 많고 시장은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대중의 참여를 통해 능력을 키울 수도 있고 아이디어는 신속하게 퍼져 나간다. 창업투자회사인 Y컴비네이터(Combinator)를 비롯해 수많은 창투사에서 볼 수 있듯 25000달러면 완벽한 형태를 갖춘 사업체를 시작하는 데 충분하다. 이렇게 초기에 투자하는 회사들은 드롭박스, 에이비앤비, 조브니, 스크리브드, 힙멍크 등 셀 수 없이 많은 유망 신생업체들이 설립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놀랍게도 현재 창업가들을 돕는 혁신의 용이함과 속도는 오히려 역풍이 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성장 시장에 다수가 진입하더라도(예를 들어 구글이 검색엔진 시장에 진입했을 때 이미 18번째였다) 경쟁이 그다지 심하지 않았다. 다른 기업이 베끼기 힘든 자산을 개발할 시간은 때로 수년에 이를 만큼 충분했다. 성공 가능성을 찾기 힘든 기업들은 즉시 사업을 접어 유능한 인재를 시장에 풀어놨다.

 

오늘날 벤처기업들이 초기 성공을 즐길 시간은 수백만 분의 1초 정도에 불과하다. 그들은 즉시 모방자보다 더 많이 투자해야 하고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소셜커머스 시장을 보자. 그루폰은 역사상 어떤 기업보다 빠르게 10억 달러 매출을 달성했지만 수십 개의 모방업체들이 급속도로 생겨나면서 방어 모드를 취해야 했다. 고정비용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도전자들은 훨씬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루폰은 투자를 늘려서 도전자들이 물러나도록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짧아진 개발주기와 과당경쟁으로 벤처기업이 영속적인 경쟁우위를 누리기는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다시 말해 그들은 대기업을 괴롭혀 온 자본시장의 압력에 동일하게 노출되고 있다. 영속적인 기업 자산을 개발하기도 전에 말이다.

 

 

메드트로닉의 헬시 하트 (Medtronic’s Healty Heart)

이런 끔찍한 상황과 대조적으로 메드트로닉이헬시 하트 포 올(Healthy Heart for All)’이라고 불리는 혁신 노력을 통해 맞이한 긍정적인 상황을 살펴보자. 메드트로닉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벤처기업과 거리가 멀다. 1940년대 후반에 설립된 이 회사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 의료기기 제조업체다. 매출은 160억 달러에 달하고 삽입형 심박 조율기와 제세동기가 유명하다. 헬시 하트 프로그램은 심박 조율 기술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수많은 인도인들을 위한 것이었다.

 

나는 2010년 후반에 인도 북동부 방글라데시 근처에 위치한, 인도 기준으로는 평범한 도시인 인구 100만 명의 두르가푸르에 위치한 더미션병원(TMH·The Mission Hospital)을 방문했다. 방문하는 동안 메드트로닉의 혁신 사업 모델이 시험 가동 중인 것을 봤다. 이 회사는 저렴하게 백내장을 관리할 수 있는 아라빈드 아이케어 시스템처럼 선구적인 헬스 케어 모델을 토대로 병원이 저소득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 중이었다. 인도에는 심장병 환자가 많지만 진단을 받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메드트로닉은 잠재적 환자를 가려내기 위해 진료 캠프를 열었다. 나는 시골에서 열린 어느 캠프에서 기술자들이 저렴한 심전도 기기를 사용해 오후에만 수십 명의 사람들을 검사해 그 결과를 수백 마일 떨어진 의사가 판독하도록 보내는 것을 봤다. 인도에는 보험 혜택이 거의 없기 때문에 메드트로닉은 심박 조율 기계를 더 저렴하게 만들어야 했다. 이 회사는 인도의 파트너와 함께 의료기기를 만들기 위한 인도 최초의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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