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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중시했지만 사실은 비과학적... 기존 전략 프로세스, 확 바꿔라

A G 래플리(A.G. Lafley),로저L.마틴(Roger L. Martin),니콜라이 시겔코(Nicolaj Siggelkow) | 128호 (2013년 5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9월 호에 실린 P&G 전 회장 A.G. 래플리(A.G. Lafley), 로트만 경영대학원 학장 로저 L. 마틴(Roger L. Martin),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잰 W. 리브킨(Jan W. Rivkin), 와튼 경영대학원 교수 니콜라이 시겔코(Nicolaj Siggelkow)의 글 ‘Bringing Science to the Art of Strateg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전략을 수립하는 사람들은 엄격한 전략 수립 과정을 자랑스레 여긴다. 전략은 숫자와 방대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수립돼야 하며 편견이나 판단, 의견 등이 전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스프레드시트가 늘어날수록 조직은 자사의 전략 수립 과정에 좀 더 커다란 확신을 갖는다. 전략의 토대가 되는 모든 숫자와 분석을 과학적인 것으로 느낀다. 또 현대 사회에서는과학적이라는 것이 곧좋다는 것의 동의어로 생각한다.

 

하지만 만일 이런 믿음이 사실이라면 대다수의 대기업 및 중견 기업에서 일하는 운영 관리자들이 매년 진행되는 연례 전략 기획 프로세스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연례 전략 기획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림에도 기업 활동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영 관리자들과 직접 대화를 해보면 이들에게서 한층 심각한 좌절감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이 좌절감을 느끼는 이유는 전략 기획이 참신한 전략을 만드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 전략 기획은 현 상태를 영구적으로 지속시키는 역할만을 하고있다.

 

좌절감을 느낀 관리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반응 중 하나는 명확하게 반()과학적인 성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체계적인 수치 처리를 제외하고프레임에서 벗어난참신한 사고를 장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외아이디어 발굴 행사(ideation event)’나 온라인토론회(jam session)’를 적극 활용하려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매우 참신한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아이디어를 생산적인 활동에 도움되는 전략적 선택으로 연결하기 힘들다. 어느 관리자의 이야기처럼그런 아이디어가 계속해서 고정관념의 프레임 밖에 머무르도록 내버려두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수많은 관리자들은 불필요하게 높은 수준의 엄밀함을 요구하는 통상적인 전략 기획 절차가 나은지, 아니면 실패할 확률이 있더라도 창의성을 중시하는 대안이 나은지 비교해서 둘 중 하나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필자들은 이 두 가지를 결합하면 창의적이지만 현실적인 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통적인 전략 기획 방식이 실제로는 과학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다. 과학적인 방법의 특징은 엄격한 분석이며 전통적인 전략 기획 과정에는 수많은 엄격한 분석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과학적인 방법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엄격한 분석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가 있다. 참신한 가정을 만들어내고 도출된 가정을 각 상황에 맞게 검증할 방법을 신중하게 개발해야 한다. 전통적인 전략 기획에는 이와 같은 두 가지 요소가 결여돼 있는 경우가 많다. 현대의 전략 기획이 과학적인 길을 걷기로 결정을 해놓고서 정작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제외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필자들이 설명할 접근방법은 과학적인 방법론을 비즈니스 전략의 요구에 맞게 수정한 것이다. 이런 접근법은 전략적 도전과 기회 때문에 생겨났으며 우리가가능성이라고 부르는가설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 다음, 이 접근 방법은 각 가능성을 지지하려면 어떤 조건이 뒷받침돼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그런 후에야 분석가들에게 어떤 가능성이 성공할 공산이 가장 큰지 평가할 것을 요구한다. 필자들이 제시하는 접근방법은 이런 방식으로 전략 수립 과정을 단순히 엄격한(혹은 비현실적으로 창의적인) 과정에서 진정으로 과학적인 과정으로 변모시킨다. (‘전략 수립을 위한 7단계참조.)

 

 

 

1단계: 현안에서 선택으로 옮겨가라

전통적인 전략 기획은 미리 정해진 일정에 의해 움직인다. 이윤 감소, 시장점유율 하락 등과 같은 현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조직이 가능성 있는 해결 방안을 탐구하고 검증하기보다 현안과 관련한 데이터만을 연구하는 덫에 빠지게 된다.

 

전략가들이 이런 덫을 피하도록 만들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현안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상호 배타적인 성질을 갖고 있는 2개의 방안을 정의해야 한다. 눈앞의 상황을 문제가 아니라선택’(어떤 선택이든 좋다)으로 정의하면 당면한 과제를 묘사하거나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에 취해야 할 행동에 분석과 감정을 집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가능성 기반 접근방법(possibilities-based approach)’은 조직이 반드시 선택을 해야 하며 선택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경영팀의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변화는 루비콘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서 1단계는 곧 전략 수립 과정의 첫걸음이 되는 것이다.

 

1990년대 말, 세계 미용 부문의 주요 업체로 거듭날 방법을 고민 중이던 프록터앤갬블(Procter & Gamble, 이하 P&G)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미용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큰 부문은 피부관리 부문임에도 불구하고 신뢰할 만한 피부관리 브랜드가 없었다. 당시 P&G 연령층이 높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며 규모가 크지 않고 대중적인 브랜드오일 오브 올레이(Oil of Olay, 이하 올레이)’를 가지고 있었다. P&G는 루비콘강을 건넌 후 2개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먼저, 올레이를 로레알(L’Oréal), 클라란스(Clarins), 라프레리(La Prairie)와 같은 브랜드에 대적할 만한 훌륭한 경쟁 브랜드로 변화시키는 방법이 있었다. 둘째,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기존의 유명한 피부관리 브랜드를 사들일 수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상황을 재구성하자 관리자들이 얼마나 많은 것이 걸려 있는 상황인지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P&G는 바로 이 시점에 현안을 고민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신중한 선택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2단계: 전략적 가능성을 발굴하라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임을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고려해야 하는 모든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 이미 밝혀진 선택 방안을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예컨대, P&G는 기존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올레이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도 있었고, 올레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고급 브랜드로 전환할 수도 있었다. 또한 니베아(Nivea)를 소유한 독일 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었고, 에스티로더(Estee Lauder)가 소유한 브랜드 크리니크(Clinique)를 사들일 수도 있었다. 초기에 찾아낸 선택 방안의 범위 밖에 가능성이 존재할 수도 있었다. 예를 들면, P&G가 자사의 성공적인 색조 화장품 브랜드 커버걸(Cover Girl)을 피부관리 부문으로 확장해 세계적인 피부관리 브랜드로 육성할 수도 있었다.

 

전략적 가능성(특히 진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비즈니스 부문에서 발생 가능한 가장 창의적인 행위다. 미용업계에서 활동하는 그 누구도 P&G가 올레이를 완전히 쇄신해 대담하게 시장을 선도하는 고급 브랜드와 정면으로 맞서는 길을 걸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창의적인 방안을 생각해 내려면 가능성을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또한 뛰어난 상상력을 갖고 있지만 현실에 기반을 둔 팀과 토론 과정을 관리하기 위한 탄탄한 과정이 필요하다.

 

희망하는 결과가능성은 기본적으로 어떤 기업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지 알려주는 행복한 이야기다. 각각의 이야기는 해당 기업이 시장 내 어떤 영역에서 활동하고 그 영역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는지 설명해준다. 각 이야기는 내부적으로 일관성 있는 논리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논리를 증명해 보여야 할 필요는 없다. 논리가 타당하다고 상상되기만 하면 일단 성공한 것으로 간주된다. 가능성을 증거가 필요 없는 이야기로 특징 지어 버리면 사람들은 실행 가능할 수도 있지만 아직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다. 어떤 가능성이 성공할 공산에 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보다 어떤 가능성이 타당한 이유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훨씬 쉽다.

 

가장 높은 차원에서만 가능성을 설명하고픈 유혹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토(‘세계로 나가자’)나 목표(‘최고가 되자’)는 전략적 가능성이 될 수 없다. 필자들은 전략기획팀에게 달성하거나 추진하고자 하는 우위(advantage), 다양한 우위를 적용할 범위(scope), 가치사슬 전반에서 일어나며 목표한 범위 내에서 의도한 우위를 전달하는 활동(activity)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것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능성 밑에 내재돼 있는 논리를 분석하고 그 가능성을 뒤이어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커버걸을 활용하는 가능성을 택할 경우를 생각해 보자. 커버걸이라는 강력한 브랜드와 기존의 고객층, P&G R&D 역량, 세계적인 유통망 등에서 우위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범위는 커버걸의 핵심 고객층인 젊은층으로 제한되고 커버걸이라는 브랜드가 막강한 위력을 갖고 있는 북미 지역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커버걸을 광고하는 기존 모델과 커버걸을 사용하는 유명 인사들을 활용하는 방안 역시 주요 활동에 포함된다.

 

관리자들은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생각해 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만족할 만한 이야기가 극소수에 불과한 업계도 있다. 다시 말해서 괜찮은 대안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반면 일부 업계, 특히 변화를 겪고 있거나 다양한 고객층이 존재하는 업계에서는 다양한 방향성을 찾아낼 수 있다. 필자들은 대부분의 전략기획팀이 3∼5개의 가능성을 심도 깊게 고려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필자들은 이 질문과 관련된 한 가지 측면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전략기획팀이한 가지 이상의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전략 수립 과정을 시작했다고 볼 수 없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가능성을 분석하는 것은 최선의 행동 방안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 어떤 행동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편이 옳다.

 

필자들은 현 상황이나 기존 궤도 역시 고려해야 할 가능성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전략기획팀이 차후에 현 상황이 유지되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다. 또한 가능성을 논의할 때최악의 경우 이미 하고 있는 활동을 지속하겠다라는 가정이 암묵적인 토대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현 상황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을 해야 이런 가정을 배제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방안이 몰락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방법을 가능성에 포함시키면 현재 상황을 충분히 검토하고 의구심을 갖고 현재 상황을 돌아볼 수 있다.

 

P&G 전략기획팀은 현 상황을 유지하는 방법 외에 5개의 전략적 가능성을 생각해냈다. 첫 번째, 올레이를 버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부관리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저가의 매스마켓(mass market, 대량판매 시장) 브랜드인 올레이의 기존 포지셔닝을 유지하는 동시에 R&D 역량을 토대로 주름 개선 성능을 강화해 연령층이 높은 기존 소비자의 마음을 강력하게 사로잡는 것이었다. 세 번째, 올레이를 고급 브랜드로 정착시켜 백화점, 전문 미용실 등 고급 유통 경로에 진입시키는 것이었다. 네 번째, 올레이를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브랜드로 완전히 쇄신해 좀 더 젊은 연령의 여성(35∼50)을 공략하되매스티지(masstige)’를 취급하고 특별 전시 공간을 내줄 의향이 있는 소매 파트너들을 통해 전통적인 매스마켓 유통 경로에서 판매하는 것이었다. 다섯 번째, 커버걸 브랜드를 피부관리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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