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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전보시대에도 빅데이터는 있었다 정보를 정리?통제한 자가 이겼다

케이틀린 로즌솔 | 128호 (2013년 5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맥킨지쿼털리>에 실린 ‘Big Data in the Age of the Telegraph’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1854, 대니얼 맥칼럼(Daniel McCallum)은 뉴욕이어리철도(New York and Erie Railroad)의 운영을 맡게 됐다. 뉴욕이어리철도가 관리하는 철로의 길이는 약 500마일 정도였다.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 시스템 중 하나였지만 그다지 효율적이지는 않았다. 사실 맥칼럼은 방대한 철로의 길이로 인해 철도 운영의 효율성이 높아지기는커녕 복잡성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1

 

문제는 정보 부족이 아니었다. 전보 사용이 늘어난 덕에 뉴욕이어리철도는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거의 실시간으로 확보했다. 사고나 연착에 관한 소식도 거의 실시간으로 도착했다.2 하지만 다량의 데이터를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를 깨달은 맥칼럼은 그 시대 최고의 로테크(low-tech) 경영 혁신 중 하나를 이뤄냈다. 조직도(organization chart)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오랫동안 사라졌던 조직도를 재조명하고(‘사라진 조직도를 찾아서참조) 예나 지금이나 기업들이 데이터를 운영 및 전략과 일치시키는 문제와 관련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이는 현대의 경영진이 직면한 본질적인 문제다.

 

 

 

‘빅데이터’, 그때와 지금

요즘 기업들이 테라바이트, 페타바이트, 엑사바이트의 단위로 흘러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듯 19세기 중반에도 정부와 기업, 대학들이 다량의 데이터를 생성하고 처리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한 역사학자는 이런 현상을 일컬어쇄도하는 숫자(avalanche of number)’라고 표현했다.3 물론 맥칼럼이 관리했던 철로와 관련된 정보량이 메가바이트 수준도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당시에는 전례 없이 규모가 큰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었던 맥칼럼과 부하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틀림없이빅데이터(big data)’였다. 전보의 속도 덕에 좀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됐지만 정보를 정리하고 정보의 내용을 바탕으로 행동을 취하기가 점차 힘들어졌다. 예컨대, 기차 1대가 연착되면 그 외 수많은 기차들이 계획대로 움직이는 데 방해가 됐다. 사실 위험이 매우 컸다. 당시의 기차는 하나로 연결된 철로를 따라 기관차가 양방향으로 차량을 끌고 가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따라서 기차 운행 시간을 변경하면 19세기의 기차 시스템을 괴롭히는 고질적인 문제였던 치명적인 충돌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

 

맥칼럼의 이야기처럼 “50마일 정도의 철로를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전적으로 그 라인에 붙어서 세부적인 지시를 내리는 데 전념할 수 있다”. 하지만 철로의 길이가 수백 마일에 달하는 경우에는 필요한 모든 스케줄 조정 업무를 개별 관리자 혼자 담당할 수 없었다. (‘최초의 현대적 조직도참조)

 

뒤집힌 정보 체계

맥칼럼은 조직 계획을 작성할 당시 뉴욕이어리철도가 정보를 활용하는 방식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21세기의 시각으로 보면 맥칼럼이 작성한 조직도는 예스러워 보이면서도 그와 동시에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이다. 오늘날의 조직들은 조직도를 그릴 때 대개 고정된 피라미드의 형태로 표현한다. 하지만 맥칼럼의 조직도는 피라미드와는 전혀 거리가 먼 트리 구조를 갖고 있다. 맥칼럼은 이사회를 뿌리로, 자신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은 나무의 몸통으로, 뉴욕이어리철도의 각 철도지역구와 부서는 가지로 묘사했다.

 

중요한 사실은 역설적이게도 맥칼럼이 통제권을 포기하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현장 관리자들에게 권한을 위임한 덕에 통제권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맥칼럼은 요즘 우리가 조직의 최고위급 경영진이라 표현하는 부분을 맨 아래쪽에 배치했다. 이들의 역할을 실제 철도의 운영과 관련된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업무를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했던 것이다. 맥칼럼이 제안한 핵심 수칙 중 하나인적절한 책임 분배원칙에 따라 일일 스케줄 조정 권한은 각 지역 관리자에게 주어졌다.

 

 

 

 

맥칼럼의 조직도는 지역 관리자의 영역, 즉 뉴욕이어리철도의 5개 지선까지 뻗어 있다. 각 관리자는 나무와 연결돼 있는 2개의 가지를 책임졌다. 쭉 뻗어 있는 첫 번째 가지는 철로나 기차역 등 물리적인 자산을 나타내며 구불구불한 모양을 하고 있는 두 번째 가지는 열차에 탑승하는 승무원과 제동 수, 철로 보수 작업을 하는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철로를 따라 이동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지역 관리자들은 2개의 가지(기차역, 역 사이를 오가는 차량과 직원)를 적절히 조정할 책임을 맡았다.

 

 

맥칼럼은 의사결정 권한 자체를 일선 관리자들에게 넘겼지만 그와 동시에 몇 가지 지표를 이사회로 보고해줄 것을 요구했다. 나무의 가지에서 출발한 데이터가 뿌리에 도착하면 맥칼럼과 이사들은 감독 및 장기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해당 정보를 활용했다. 여기서 맥칼럼이 중요시한 것은 우선 순위였다. 이사회가 모든 일을 다룰 수는 없으므로 중요한 의미가 있고 실제로 행동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맥칼럼은정보 자체도 흥미롭지만 정보의 진정한 가치는 실질적인 활용에 있다고 말했다.따라서 맥칼럼은 매 시간, 매일, 매달 톤 마일당 비용, 차량에 적재되는 화물의 평균 중량 등 실용적인 지표를 계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보고 시스템을 고안했다. 뉴욕이어리철도는 여러 노선의 수익성과 효율성을 비교해 개선의 기회를 찾아낼 수 있었다.

 

 

오늘날의 리더에게 주는 메시지

물론 현대의 관리자들은 맥칼럼보다 훨씬 정교한 도구를 갖고 있다. 오늘날의 최고위급 경영자들은 세부적인 데이터에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다. 게다가 실시간으로 접근이 가능한 경우도 많다. 예컨대, 효과적인 전장 관리 시스템(battlefield-management system)을 활용하는 군대는 장군들이 세부적인 차원의 전투 임무를 지시할 수 있을 정도다. 반면 뉴욕이어리철도 이사회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세부적인 사항을 파악할 수 없었다.

 

정보 저장 공간을 활용하고 다량의 정보를 전송하는 비용이 한층 저렴해진 탓에 이처럼 세부적인 사항까지 하나하나 관리하는 방식이 점차 매력적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정말 최선일까? 경영진은 이미 다양한 부문에 관심을 기울이느라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한 많은 리더들이 방대한 데이터 흐름에 압도당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4 맥칼럼이 그랬듯이 조직 구조와 우선순위를 로테크 방식으로 돌아보면 좀 더 유익한 접근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오늘날의 조직을 살펴보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소셜네트워크(빅데이터의 원천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에서 맥칼럼의 논리와 닮은 점을 찾을 수 있다. 이런 네트워크 역시 조직 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차원에서 좀 더 효과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조직 내의 소셜네트워크는 운영과 고객 서비스, 혁신을 개선하는 역할도 한다. 흥미롭게도 소셜네트워크상에서 발생하는 상호 작용을 형상화한 디지털 지도는 맥칼럼이 그린 조직도상의 교점 및 가지와 유사하다.

 

한때 운영과 관련된 세부사항에 압도당했던 대니얼 맥칼럼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 뉴욕이어리철도 조직을 재설계했다. 각 지역으로 분산된 권한과 정보를 융합할 방법을 찾아낸 덕에 맥칼럼은 관리자들에게 좀 더 나은 운영 도구를 제공할 수 있었다. 맥칼럼이 찾아낸 도구는 전보 시대뿐 아니라 인터넷 시대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감사의 말씀

이 글의 저자는 이 글에 많은 도움을 주신 마이클 추이(Michael Chui)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케이틀린 로즌솔

케이틀린 로즌솔(Caitlin Rosenthal)은 과거 맥킨지 휴스턴 사무소에서 활동했으며 현재 하버드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에서 하버드-뉴코먼(Harvard-Newcomen) 박사 후 과정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 케이틀린 로즌솔 | - (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하버드
    - 뉴코먼(Harvard-Newcomen) 박사 후 과정 연구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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