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vs. 소매, 갈등 해소하고 상생 비즈니스 모델 구축하려면...

126호 (2013년 4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3년 겨울 호에 실린 웨스턴대 리처드 아이비 경영대학원 마케팅 교수 니라즈 다와르(Niraj Dawar)와 스티븐 M. 로스 경영대학원 박사 과정에 있는 제이슨 스토넬리(Jason Stornelli)의 글 ‘Rebuilding the Relationship Between Manufacturers and Retailers’를 번역한 것입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제조업체와 소매업체 간의 주도권 다툼에서 승리하는 쪽은 언제나 소매업체인 것처럼 보인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제조업체들은 고객 관계 및 제품 배송을 직접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소매업은 그 어느 때보다 집중돼 있다. 수많은 산업과 시장에서 소수의 소매업체가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통적인 영업 방식하에서건 온라인상에서건 효과적인 판촉, 자체 브랜드를 달고 있는 혁신적인 제품, 고객의 특성을 정확하게 공략하는 가격 정책 및 포인트 프로그램 등을 앞세워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소매업체의 능력이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 다시 말해 소매업체가 시장 접근을 통제하고 소비자의 구매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소매업체가 이 같은 능력을 갖게 됐다는 데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그 어느 때보다 제조업체들이 소매업체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게 됐다. 둘째, 소매업체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인이 무엇인지 제조업체가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소매업체의 영향력이 점차 증대되자 하드웨어, 서적, 소비가전 등 다양한 산업에서 판매 부문으로 권력이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식료품 업계다. 식료품 업계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제조업체들은 소매업체가 구축한 고객 관계의 중요성이 점차 증대되는 반면 자사의 브랜드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여러 업계의 제조업체들은 소매업체가 이토록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규모와 집중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이들의 주장은 옳다. 예컨대, 월마트(Wal-Mart) 2007년 판매는 월마트의 최대 공급업체인 프록터앤갬블(Procter & Gamble, 이하 P&G)보다 약 4.5배가량 많았다.1 소매업체들은 최근 통합을 추진하고 세계적으로 규모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런 추세 탓에 제조업체가 발전시킬 수 있는구매 접점(buying points)’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2 2010년이 되자 미국 내에서 10대 식료품 소매업체가 전체 판매의 약 70%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비교를 위해 설명하자면 10년 전에는 이들의 점유율이 30%가 채 되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해 가장 선진적인 국가의 지역 시장 내에서는 집중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3 소매업체의 규모 확대는 또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 먼저 소매업체의 자체 브랜드 프로그램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고객으로부터 충성심을 이끌어내거나 고객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목적으로 각종 프로그램에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는 게 정당화된다.

 

소매업체의 영향력을 깨달은 제조업체들은 이제 미디어 광고와 소비자 홍보 활동을 통해 직접 고객 관계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B2B 마케팅, 매장 내 홍보, 공동 광고 등에 전체 마케팅 예산의 3분의 2 이상을 할당한다.4

 

지난 몇 년 동안 B2B 마케팅 예산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 하지만 제조업체와 소매업체, 둘 중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소매업체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려는 제조업체의 시도는 부분적인 성공에 그쳤다. 제조업체의 이 같은 노력은 매장에서 특정 브랜드를 강조하거나 특정 제품을 상호 보완적인 다른 제품과 묶어서 맞춤 방식으로 진열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술적인 이익을 얻는 데 도움이 될 뿐 영속적인 경쟁우위를 안겨주지는 못한다. 이런 식의 노력은 경쟁업체가 홍보 활동을 위해 좀 더 높은 값을 부를 때까지만 효과가 지속됐다. 결국 돈을 어떤 식으로 지출할지 결정하는 건 소매업체다. 제조업체가 좀 더 나은 전략을 필요로 하는 게 분명하다.

 

소매업체가 우위에 서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 시스템에 불만을 느끼는 것은 소매업체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소매업체들은 제조업체의 거래 지원이 부족할 뿐 아니라 충분히 전략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5 소매업체들은 홍보 활동을 이윤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매업체들은 공급업체와 좀 더 장기적인 파트너 관계를 맺고 매장에 대한 고객의 충성심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가격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제조업체로부터 받아 낸 거래 지원을 쓸데없이 낭비하는 경향이 있다.6

 

관계 재건

제조업체와 소매업체 간의 험난한 관계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는 대개 양측 간의 힘의 균형에 집중돼 있다. 다시 말해 권력이 어느 쪽에 있는지, 돈줄을 쥐고 있는 쪽이 바뀌는 이유가 무엇인지, 성과가 어떻게 나눠지는지 등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필자들은 제조업체들이 소매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매업체와의 관계를 재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 내용참조.)

 

소매업체는 돈을 벌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고객의 충성심을 유도하기도 하고, 수익성이 높은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기도 하며, 공급업체의 재원을 활용하기도 하고, 간접비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도 한다. 영국의 테스코(Tesco), 캐나다의 로브로(Loblaw), 미국 소매업체 코스트코(Costco)와 월마트(Wal-Mart) 등의 기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 다양한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소매업체들은 자사가 강조하는 하나의 전략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경우에 따라 2개의 전략을 활용하기도 한다.) 소매업체가 선택하는 특정한 접근방법, 혹은 복합적 접근방법은 비즈니스 모델을 정의하고 소매업체를 경쟁업체와 차별화시킨다. 반면 제조업체는 소매업체만큼 융통성 있게 굴 수 없다. 제조업체들은 대규모 고정투자, 자본 회수 기간이 긴 제품 및 브랜드에 발이 묶여 있다. 또한 제조업체는 좋건 싫건 소매업체를 통해서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 인터넷을 활용하면 소매업체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은 이런 기대를 실현시키지 못했다. 여러 판매자가 내놓는 제품을 직접 비교하는 것을 좋아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소매 비즈니스 모델.소매업체와의 관계에서 힘의 균형을 자사에 유리한 쪽으로 이동시키고, 소매업체의 강점 및 목표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노력을 기울이며, 목표 고객에게 좀 더 효율적으로 접근하려면 제조업체가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들은 서로 다른 4개의 소매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고자 한다. 테스코는 고객의 충성심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와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 로브로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집중 공략하는 대표적인 소매업체다. 코스트코는 공급업체들이 재고 확보를 위한 자금을 대도록 만든다. 월마트는 이윤을 중시한다. 먼저 각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본 후 제조업체들이 어떤 맞춤형 전략을 활용할 수 있을지 살펴볼 계획이다. ( 1)

 

 

 

 

 

 

 

 

정보 중심 비즈니스 모델

지난 30년간 식료품 소매업계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소비자 데이터의 폭발적인 증가일 듯하다. 소비자의 잦은 방문 빈도, 재화의 빠른 이동 등으로 인해 포장 소비재 부문에서 정확하며 실행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실시간 정보의 중요성이 특히 높아졌다. 지난 몇 년 동안 크로거(Kroger), 테스코 등 일부 소매업체들은 거래에 관한 정보를 개별 소비자에 관한 정보와 연계시켜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아갈 기회를 붙들었다. 서로 다른 두 부류의 정보를 연계하면 누가 언제 무엇을 얼마에 구입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통찰력을 확보한 소매업체는 구매와 재고를 간소화하고 공략할 고객의 특성을 고려해 전달 방법을 수정하고 효율적으로 홍보활동을 벌일 수 있다.

 

식료품 소매업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자체 브랜드를 적극 활용한다. 이런 시장에서 테스코의 클럽카드(Clubcard) 프로그램은 단순히 고객을 매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클럽카드 프로그램의 목표는 장기적인충성심 계약(loyalty contract)’을 체결하는 것이다. 고객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상을 받을 뿐 아니라 테스코 측에 각 고객의 특성이 대거 반영된 홍보 활동 및 소통을 가능케 하는 정보를 제공한다.7 소비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에 다른 소매업체가 아닌 테스코가 매장을 열기를 원하는 첫 번째 이유로 클럽카드 프로그램을 언급한다. 또한 고정적인 쇼핑 장소를 테스코로 바꾸는 가장 큰 이유 역시 클럽카드 프로그램이라고 이야기한다.8

 

그렇다면 테스코의 클럽카드 프로그램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1990년대 초, 영국 시장에서 1위 슈퍼마켓의 자리는 세인스버리(Sainsbury’s)가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테스코는 세인스버리의 뒤를 이어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테스코는 클럽카드를 도입한 지 1년반 만에 영국 슈퍼마켓 시장에서 1위 업체로 등극했으며 이후 1위 자리를 줄곧 지켜내고 있다. 세인스버리가 16%의 매출 감소를 겪은 후 자체적으로 고객 충성심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 한참 노력 중일 때 테스코의 판매는 28% 증가했다.9 오직 클럽카드만이 테스코가 1위 업체로 거듭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클럽카드는 소매업체들에 데이터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려준다. 1990년대 말, 테스코는 영국의 또 다른 슈퍼마켓 아스다(Asda)를 인수해 영국 시장에 진출한 월마트의 공략을 물리쳤다. 테스코는 전반에 걸쳐 아스다와 가격 경쟁을 벌이려고 노력하기보다 클럽카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가격 인식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소수의 제품(마가린 포함)을 선정해 해당 품목의 가격을 내렸다. 테스코는 이런 전략을 통해 초특가를 적용하지 않는 제품의 이윤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를 지켜낼 수 있었다.10

 

테스코는 클럽카드를 활용해 소비자들이 카트에 담는 제품의 범위도 넓혔다. 예컨대, 테스코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대형 약국체인 부츠(Boots)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국의 젊은 부모들은 유용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굳이 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가면서까지 부츠에서 물건을 구입하려 했다. 테스코는 이런 부류의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베이비클럽(Baby Club)을 도입한 후 차후에 베이비 앤 토들러 클럽(Baby & Toddler Club)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테스코는 클럽카드 인프라를 활용해 부모들에게 유용하고 시기 적절한 조언을 제공하고 유아용 제품을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베이비 앤 토들러 클럽을 운영한다. 베이비 앤 토들러 클럽 출시 2년 만에 테스코는 영국 내 유아 시장 점유율을 24% 늘렸으며 출산 준비 중인 영국의 예비 부모 37%를 회원으로 가입시켰다.11

 

소비자 관련 정보를 능숙하게 다루는 테스코의 능력은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새로운 부문을 공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사실 테스코는 많은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자랑한다. 가령 자체 브랜드 부착 상품의 판매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개별 고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공략하는 테스코의 능력은 널리 인정받고 있다. 테스코의 자사인 고객마케팅 전문기업 던험비(dunnhumby)를 통해서 다른 소매업체들에 고객 충성심 관련 노하우를 판매할 정도다.12

 

관계 구축.테스코가 고객 정보를 통해 이토록 많은 이익을 얻는다면 다른 소매업체들이 테스코와 같은 방법을 택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객 데이터를 통찰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자원을 투자할 의향이나 능력이 없는 소매업체가 많기 때문이다. 고객 충성심 프로그램을 관계 구축을 위한 도구가 아닌 할인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기업도 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의 효과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매산업을 비롯해 오래 전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입장에 놓여 있었던 산업들 역시 충성심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지 않았다. 마케팅 업계에서 활동하는 CMO 위원회(Chief Marketing Officer Council) 2010년에 조사를 통해 51%의 소비자가 가입 중인 고객 충성심 프로그램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평균적인 소비자는 14.1개의 고객 충성심 프로그램에 가입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활동 중인 프로그램의 숫자는 6.2개에 불과하다. 마케팅 담당자들의 불만은 한층 더 크다. 고객 충성심 프로그램 관리자 중 고객 데이터를 통해 생산적으로 통찰력을 활용 중이라고 답한 사람은 14%에 불과했다.13 아이다호 보이스에 기반을 두고 있는 대형 슈퍼마켓 알버슨(Albertsons) 2007년에 미국 내 여러 시장에서 운영 중이던 프리퍼드 카드(Preferred Card)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그 외에도 여러 소매업체들이 알버슨과 같은 방법을 택했다.14

 

좀 더 큰 그림.필자들은 제조업체들에 커다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매업체들의 효과적인 정보 활용에 도움이 될 만한 경험을 갖고 있는 제조업체가 많다. 먼저, 소매업체들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고객이 어떤 제품을 구매했는지 알려주는 스캐너 데이터에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매업체들의 실제 관점은 자사 매장 내에서 일어나는 활동에 국한돼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공급업체는 다양한 소매업체에 물건을 판매하는 만큼 좀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다. 이처럼 포괄적인 관점 덕에 공급업체는 소매업체가 고려하기 힘들 법한 새로운 관행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증명해 보일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이런 관행은 소매업체와 제조업체, 양측 모두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소매업체들은 자사 매장 내에서조차 고객이 계산을 하고 나가기 전까지 고객 행동에 대해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벤더들은 식료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체에 진열대 공간 배치 및 재고 추적 등에 관한 조언을 하는 등 카테고리 캡틴(category captain)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크래프트 푸즈(Kraft Foods)는 소매업체와 손을 잡고 유제품 진열장 내의 제품 배치를 주제로 장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에 소매업체의 판매가 두 자리 숫자만큼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크래프트 푸즈는 다른 곳에서 성공적인 것으로 밝혀진 공동 판촉 계획을 개발하기 위해 소매업체와 함께 공동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15

 

마지막으로 탄탄한 브랜드를 갖고 있는 제조업체는 자체적으로 고객 충성심 프로그램을 개발해 소매업체와 함께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코카콜라는 2009년에마이 코크 리워즈프로그램을 통해 고객 관계를 구축하고 세이프웨이닷컴(Safeway.com) 배송 고객에게 보너스 포인트를 지급했다.16

 

자체 브랜드 비즈니스 모델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체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10년에 실시된 어느 조사에서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자체 브랜드 상품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품질이 뛰어나다고 답했으며 약 70%고가 상품을 구매할 때 자체 브랜드를 고려한다고 답했다.17 소매업체들은 당연하게도 자체 브랜드를 선호한다. 그만큼 이윤이 높고 고객 흡인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최대의 식품 소매업체이자 북미 지역의 대형 잡화 판매업체인 로브로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로브로의 자체 브랜드 프레지던츠 초이스(President’s Choice)와 노 네임(No Name)은 캐나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포장 소비재 브랜드 순위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18 자체 브랜드가 혁신과 성장을 촉진한다는 근거는 많다. 제조업체들은 로브로와 같은 소매업체들에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제품 및 카테고리 차원에서 혁신을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카테고리 내에서 브랜드의 위치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로브로와 같이 자체 브랜드에 주력하는 소매업체들은 카테고리 내의 다양한 가격/품질 범위를 아우르는 다층적인 프로그램을 관리한다. 가령, 로브로의 노 네임 브랜드는 가격에 비해 뛰어난 품질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프레지던츠 초이스는 최고의 제조업체 브랜드에 필적하거나 이런 브랜드를 능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혁신과 품질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캠벨 수프(Campbell Soup)는 정신 없이 바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을 수 있는 휴대용 수프 포장을 도입했다. 선두 브랜드가 이뤄낸 이 같은 혁신은 해당 제품 카테고리에서 활동하는 모든 참가자에게 도움이 된다.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자체 브랜드를 보유한 식료품 업체라도 자체 브랜드를 과도하게 활용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소매업체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는 건 기본적으로 제조업체 상표다. 따라서 자체 브랜드 침투율이 너무 높아지면 소비자가 서서히 떠날 수도 있다.19

 

혁신적인 파트너 관계.제조업체들은 소매업체와 협력해 자체 브랜드 상품을 생산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자체 브랜드를 생산하면 생산량이 늘어나고 설비 가동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처럼 명확한 이익 외에도 제품 카테고리에 대한 좀 더 높은 이해, 자체 브랜드에 대한 영향력 확보 등 좀 더 미묘한 이익도 있다. 자체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공급업체는 다른 제조업체 브랜드와 경쟁 가능한 방식으로 자체 브랜드를 포지셔닝하고 독특한 포장, 제품 크기, 제품의 양 등을 통해 자사 제품을 차별화하도록 소매업체들을 독려할 수 있다.

 

많은 제조업체들이 소매업체가 판매하는 자체 브랜드를 생산하기 시작하면 자체 브랜드가 브랜드 상품 비즈니스를 장악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핵심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H.J. 하인즈(H.J. Heinz)는 자사 브랜드가 침투해 있는 수많은 카테고리 내에서 소매업체의 자체 브랜드 제품도 생산한다. 하지만 케첩만은 예외다.20 각 브랜드는 식료품 진열대상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한다. 하인즈 제품과 소매업체의 자체 브랜드 상품이 항상 정면으로 경쟁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제조업체 브랜드와 소매업체의 자가 브랜드는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각기 다른 시기에 홍보될 수 있다.

 

 

 

공동 브랜딩 기회.소매업체들은 공동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소매업체의 브랜드를 달고 있는 제품에서 제조업체 브랜드가 하나의 요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21 예를 들면, 슈퍼마켓 체인 세이프웨이(Safeway)는 네슬레(Nestlé)의 버터핑거(Butterfinger) 사탕이 들어 있는 세이프웨이 셀렉트(Safeway Select)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 아이스크림 포장재에는 누구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버터핑거의 이름이 적혀 있다. 공동 브랜딩 방법을 활용하면 소매업체는 자사의 독특성이나 품질에 대한 주장을 강화할 수 있으며 제조업체는 자사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

 

자체 브랜드에 주력하는 소매업체들은 다른 나라 음식, 영양 보조제, 유기농 식품, 친환경 제품 등 대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는 영역으로 제품을 확대해 나가려고 시도 중이다. 제품 카테고리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제조업체는 진정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제조업체가 세계 각지에서 쌓은 경험을 적극 전수하면 소매업체가 현지 활동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알디(Aldi), 달러 제너럴(Dollar General), 패밀리 달러(Family Dollar)와 같은 노-프릴(no-frill) 소매업체를 통해서도 유망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소매업체들은 자체 브랜드에 주력하지만 브랜드 상품을 이용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가령 독일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미국 내에 10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알디는 소비자를 만족시키려면 콜게이트(Colgate) 치약, 페레로(Ferrero) 초콜릿 등 브랜드 상품을 반드시 판매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22 유럽의 할인매장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사가 보유한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와 할인 소매업체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식으로 협력하면 상호 이익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23 첫째, 제조업체 브랜드와 자체 브랜드 간의 가격 격차에 소비자가 인지하는 품질 격차가 반영돼 있어야 한다. 둘째, 할인점은 제조업체 브랜드를 판매할 때 주류 소매업체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셋째, 할인 매장은 제품을 대량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제조업체는 포장재 및 용기 디자인에도 투자를 해야 한다.

 

운전자본 비즈니스 모델

소매업체에 현금 흐름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소매업체는 효율적인 운전자본 활용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코스트코(Costco)와 같은 성공적인 소매업체에서는 효율적인 운전자본 활용이 전략을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한다. 제조업체는 소매업체의 운전자본 요구를 충족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다음 운전자본 효율성을 가장 염려하는 소매업체에 이런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제조업체는 2개의 간단한 단서를 찾아야 한다. 첫째, 소매업체에 운전자본 격차가 있는가? 다시 말해서 상품 판매 속도가 대금 지불 속도보다 빠른가? 둘째, 효율적인 운영으로 인해 운전자본 격차가 발생하는가, 혹은 공급업체에 지불해야 할 대금을 늦게 지불한 탓에 이런 격차가 발생하는가?

 

운전자본 격차가 마이너스일 경우 상당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필자들은 분석을 통해 운전자본 격차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매업체마다 격차의 크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미국 최대의 창고형 소매업체 코스트코와 로브로를 비교해 보자. ( 2)

 

 

 

좀 더 빠른 판매 주기.얼핏 보기에는 운전자본 효율성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뿐만 아니라 로브로가 코스트코보다 좀 더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로브로의 운전자본 격차는 -11.65(이 기간 동안은 소매업체가 공급업체의 돈으로 재고를 확보하는 셈이다)인 반면 코스트코의 운전자본 격차는 -2.17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각기 다른 구성요소를 개별적으로 고려하면 중요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코스트코가 매출채권을 회수하는 속도는 로브로보다 2배 빠르다. 코스트코가 매출채권을 회수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4.23일인 반면 로브로가 매출채권을 회수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8.7일이다. 둘째, 재고 회전 속도 역시 코스트코가 로브로보다 빠르다. 일반적으로 매트리스를 팔려면 우유를 판매할 때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좀 더 빠른 속도로 물품을 팔아 치운다. 그 결과, 코스트코는 로브로에 비해 거의 일주일치에 가까운 운전자본을 덜 필요로 한다. 뿐만 아니라 공급업체에 대금을 지불하는 속도 역시 코스트코가 빠르다. 코스트코는 운영을 위해 상대적으로 적은 현금을 필요로 하며 회원들이 내놓는 회원비를 통해서 운전자본을 확보한다. 따라서 로브로보다 20일 이상 일찍 공급업체에 대금을 지불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코스트코는 공급업체의 돈을 활용해 자사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한편 조기 상환 할인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일찍 대금을 지불한다. 코스트코의 전략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운영 철학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24

 

제조업체는 소매업체의 운전자본 요구를 충족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다음 운전자본 효율성을 가장 염려하는 소매업체에 이런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지불 탄력성.운전자본을 잘 관리하는 소매업체들은 판매 속도가 빠른 제품을 취급한다. 예컨대, 코스트코 매장은 4000개 이하의 SKU(재고 관리 코드)를 취급한다. 대부분의 슈퍼마켓이나 하이퍼마켓이 취급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숫자다.25 모든 소매업체는 적절한 시기에 판매되지 않은 재고를 떠안게 될까 봐 걱정한다. 제조업체는 소매업체에 시장 관련 정보, 판매 지침, 환매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기에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제조업체는 특정 소매업체에 독점적으로 공급할 품목을 개발하거나 소매업체에 처음으로 신제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운전자본 관리에만 치중하는 소매업체에 물건을 팔기는 쉽지 않다. 재무 효율성 및 재고 효율성, 둘 다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속한 재고 이동, 탄력적인 지불 등을 향한 소매업체의 요구에 걸맞은 똑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윤 중심 비즈니스 모델

필자들이 살펴본 4개의 비즈니스 모델 중 제조업체들에 가장 어려운 문제를 떠안기는 것은 이윤 중심 비즈니스 모델이다. 매출원가는 소매업체가 부담하는 모든 비용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윤을 가장 중요시하는 소매업체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심지어 비용을 낮추기 위해 공급업체와 무지막지한 협상을 벌이기도 한다.

 

이윤을 중시하는 것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기업은 다름 아닌 월마트다. 월마트는 글로벌 소싱 방안을 통해 중간 단계를 줄였으며 쉽게 부패되는 제품을 비롯한 일부 카테고리의 비용을 대폭 낮췄다. 월마트는 이런 방법을 통해 소매 가격을 상당히 낮추는 데 성공했다.26 이런 노력 덕에매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모토를 앞세워 저가를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월마트는 지난 5년 동안 바람직한 수준의 매출원가 대비 판매율(판매의 약 75%)을 유지할 수 있었다. 월마트가 성장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낮추기 위한 월마트의 부단한 노력이 빛을 발했다. 지난 5년 동안 운영비는 18∼19% 수준에 머물렀으며 순마진 역시 3%를 초과했다.

 

단순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넘어서.공급업체가 월마트처럼 이윤을 중시하는 소매업체를 위한 비용 방정식에서 우측에 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송장 할인, 조기 지불 장려, 선매입 등과 같은 동기 부여 프로그램을 활용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하지만 전략적인 측면에서 따져 보면 공급업체가 소매업체에 이런 프로그램을 제안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지배적인 시장점유율 입지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27 제조업체들은 포장재 디자인, 취급 비용 및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는 물류를 비롯해 소매업체와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다른 도구도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월마트는 매장 내에서 개별 제품의 단위를 별도로 측정할 필요가 없도록 가금류 공급업체에 닭고기를 동일한 무게로 포장해 줄 것을 요청한다.28 마찬가지로, 공급업체는 소매매장들이 좀 더 수월하게 제품을 진열할 수 있도록 포장재를 다시 디자인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좀 더 강력하게 사로잡을 수 있다.29

 

특정 소매업체에만 공급할 전용 제품과 포장을 개발하면 제조업체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윤을 중시하는 소매업체가 제품을 차별화하고 가격 결정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컨대, 네슬레는 독일에 기반을 두고 있는 할인업체 리들(Lidl)에만 자사가 판매하는 미네랄워터 비텔(Vittel)이 담긴 2리터짜리 제품을 공급한다. 그 덕에 리들은 자사와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 소매업체보다 훨씬 싼 값에 비텔을 판매한다. 제품량이 늘어나면 유통 및 제조의 효율성이 개선돼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에 네슬레의 이윤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30

 

제조업체의 입장이건 소매업체의 입장이건 식료품 비즈니스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윤은 매우 적고, 공급업체 간 경쟁 및 소매매장 간 경쟁이 매우 치열하며,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소매업체와 제조업체들이 협력할 방법을 찾아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체가 진열대 배치 최적화를 위해 소매업체와 협력하거나 소매업체가 특정한 부류의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제조업체에 접근하면 양측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좀 더 많은 양의 제품을 취급하고 좀 더 많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가 곤란한 관계나 극심한 협상에서 한걸음 물러서 소매업체 관련 전략을 재고하면 경쟁 입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필자들은 제조업체들에 소매업체의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맞춰 전략을 수정할 것을 제안한다. 본 논문에서 언급한 4개의 비즈니스 모델은 제조업체가 활용할 수 있는 큰 틀을 제시한다. 또한 포장 소비재 산업이 주는 교훈을 응용해 다른 부문의 제조업체-소매업체 관계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니라즈 다와르·제이슨 스토넬리

니라즈 다와르(Niraj Dawar)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 위치한 웨스턴대(Western University) 리처드 아이비 경영대학원(Richard Ivey School of Business) 마케팅 교수다. 제이슨 스토넬리(Jason Stornelli)는 미시간주 앤아버에 위치한 스티븐 M. 로스 경영대학원(Stephen M. Ross School of Business)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이 논문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4218에 접속해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26호 The Rise of Resale 2021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