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 구석에도 리스크가 있었네

45호 (2009년 11월 Issue 2)

글로벌 금융위기는 매우 귀중한 교훈을 다시 일깨워줬다. 이는 경제의 한 부문에서 발생한 부실이 전혀 무관해 보이는 다른 영역까지 연쇄적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리스크 매니저들과 다른 기업 임원들은 비즈니스 사이클의 전 기간 동안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사건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이 영향은 매우 클 수 있으며,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막대한 파급효과를 낳기도 한다.
 
예를 들어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발생한 폭풍우는 경각심을 일으킬 정도로 위험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2000년 미국 뉴멕시코 주에서 반도체 공장에 벼락이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다. 멀리 떨어진 지역에 상륙한 폭풍우가 번개를 동반하면서 공장에 불을 낸 것이다. 이 화재로 수백만 개의 반도체 칩이 손상됐으며, 이 회사의 고객인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부품 조달에 애를 먹었다. 일부 휴대전화 회사들은 재빨리 대응책을 마련하고 미국이나 일본의 공급업체로부터 부품을 확보했으나, 나머지 회사들은 수억 달러의 매출 손실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말았다.
 
최근 사례를 보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이 발생했을 때, 많은 기업들은 이를 중대한 위협요인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동아시아 국가들의 2003년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은 사스의 영향으로 2%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2009년 초 유럽의 공공 물류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마비된 사례도 있었다.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북미 지역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회사의 신용위험에 노출되면서 연쇄적인 경영난에 직면했기 때문이었다.
 
기업들은 이러한 위기에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할까. 한 기업이나 경제 전반에 대한 리스크의 연쇄적 파급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간단한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경쟁업체, 공급업체, 유통 채널, 고객 모두를 포함)에 리스크가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체계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경영진은 2차 파급효과를 보다 성공적으로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가치사슬을 따라 확산되는 리스크
대부분 기업들은 전사적 리스크 관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서 리스크를 파악하고 등급을 매기는 프로세스들을 실행하고 있다. 물론 이는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발굴할 수 있는 위험의 대부분은 가장 직접적인 리스크에 국한된다. 이 결과, 이와 동등하거나 더 큰 여파를 가져올 수 있는 간접적 리스크를 간과한다.
 
예를 들어, 2007∼2008년 캐나다 달러 가치가 미국 달러화 대비 30% 정도 상승한 현상이 캐나다 제조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자. 캐나다의 제조업체들은 환율 변동이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했다. 하지만 이 환율 변동이 미국 국경 100마일 이내의 접경지역에 인구의 75%가 거주하는 캐나다 소비자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 캐나다 소비자들은 캐나다 달러의 강세를 이용해 미국에서 자동차, 오토바이, 스노모빌 등 고가 상품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캐나다 OEM 업체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속수무책으로 국내 판매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이 회사들이 미국과 캐나다 양국에서 직면한 이중의 수익성 압박은 예상보다 막대한 피해를 불렀다. 환율 변동에 따른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하락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고안된 헤징 프로그램도 자국 시장의 소비자들이 주도하는 가격 압박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제 직접적이고 명백한 리스크 중심의 위험 분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해관계자들과의 직접적 및 간접적 비즈니스 관계를 포함한 가치사슬 전반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까지도 예측하고 분석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직접적 위협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수적이긴 하나 이것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림1)
 
①경쟁업체
리스크가 경쟁업체나 대체품 대비 원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가장 중요한 분석 영역이다. 특히 경쟁업체와 매우 다른 형태의 환차손 리스크, 공급 기반, 원가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유형의 리스크에 더욱 취약한 양상을 보인다. 어떠한 요인이든 일단 비즈니스 모델상에 차이가 존재한다면 모든 차별화 요인들은 긍정적이든 혹은 부정적이든 ‘경쟁 리스크(competitive risk)’를 수반하게 된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물론 경쟁업체와의 차별화를 시도하지 말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경쟁업체들과 확연히 다른 전략을 채택할 때는 이에 따른 모든 리스크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극심한 경쟁이 벌어지는 항공 산업에서 유가 변동에 대한 헤징이 항공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특정 항로를 취항하는 항공사들이 헤징을 하지 않는다면 유가 변동의 영향은 항공료 인상이라는 직접적 형태 혹은 유류 할증료 인상이라는 간접적 형태로 고객에게 즉시 전가된다. 하지만 해당 항로를 취항하는 주요 항공사들이 모두 유가 변동에 따른 헤징을 하고 있다면 고객의 항공료 부담은 커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일부 회사만 헤징을 했다면 헤징을 하지 않은 항공사는 심각한 수익성 압박과 시장점유율 하락에 직면하게 된다. 반면, 헤징을 한 회사들은 막대한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경쟁 환경을 분석할 때 대체재와 대체 서비스로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시장 환경의 작은 변동이 자사 제품 및 서비스의 매력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항공 산업 분석 사례에서 고유가는 간접적으로 화상 회의 기술의 매력도를 높인다. 유가가 급등하고 항공료가 인상되자 비즈니스 출장을 지양하고 화상 회의로 선회하는 회사들이 늘기 때문이다.
 
②공급망
공급망과 관련된 고전적인 파급효과들(casca-ding effects)로는 부품이나 원자재 확보 문제, 공급업체의 원가 구조 변화, 물류비 변동 등을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을 때, 미국 시장에서 많은 해외의 공급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철강 시장의 사례를 보자. 미국 시장에서 중국 수입품이 마진 가격을 결정했다. 중국으로부터의 운송비가 t당 100달러 가까이 오르자, 철강 가격이 20% 상승했다. 물류비의 유가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도 대규모 철강 구매회사 가운데 공급망 전반에 대한 고유가 리스크에 대비한 곳은 거의 없었다. 다른 사례들처럼 리스크를 분석할 때 직접적 위협(이 경우에는 철강 가격 그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유가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심지어 원가 변동을 가장 큰 리스크로 보고 있는 기업들조차도 예외가 아니었다.
   
③유통 채널
간접 리스크는 유통 채널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 간접 리스크의 전형적인 파급효과로는 최종 소비자에 대한 접근 불가, 물류비 변동, 사업 모델의 재구성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초고속인터넷이 급속히 확산되자 음반 산업이 위기에 직면한 사례는 유통 채널의 간접리스크로 파생된 사업 모델의 재구성 위험으로 볼 수 있다.
 
2008년 미국의 대형 소비자가전 유통매장인 서킷시티(Circuit City)의 파산은 해당 산업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불러왔다. 서킷시티 파산의 직격탄은 6억 달러의 매출채권을 보유한 전자제품 기업에 떨어졌다. 청산업체들은 서킷시티의 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크리스마스 쇼핑 성수기가 다가오자 파격 할인가로 재고를 판매했고, 이는 가격 하락 압박과 소비자들의 할인 상품 선호 현상을 부추기는 간접적인 파급효과로 이어졌다.
 
④고객의 반응
가장 복잡한 연쇄 효과는 고객들의 반응에서 나타난다. 고객마다 반응 양상이 매우 다양하며, 수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예로는 구매 행태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캐나다의 사례에서 캐나다 달러의 강세를 활용해 미국으로 원정 쇼핑을 가는 캐나다 소비자의 행동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또 다른 예로는 자동차 시장에서 유가 인상이 수요 변동에 미치는 영향을 꼽을 수 있다.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기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선호 추세가 꺾이고 소형차 선호도가 높아졌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역시 중요한 경쟁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금융위기로 많은 제품군에서 나타나는 고객기반 위축 현상을 들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보유한 미국 소비자들의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내구재 수요가 급감했다. 재무적인 여유가 있는 소비자들마저 과소비를 자제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럭셔리 제품의 수요도 하락하고 있다.
 
기업의 리스크 프로파일에 미치는 영향
리스크의 파급효과(Risk cascades)는 기업 경제에 미치는 주요한 리스크의 총체적인 영향을 분석하는 데 특히 도움이 된다. 가치사슬 전반에 해당 리스크가 확산돼가는 과정에 대한 면밀한 고찰을 통해 비즈니스 환경 내 특정 요인의 변동이 어떤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를 부분적으로나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탄소 규제로 인한 리스크가 알루미늄 산업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자. 알루미늄 생산회사들은 철광석으로부터 알루미늄을 추출하는 전기 분해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 분해에 쓰이는 전력을 공급하는 업체들 역시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탄소 배출 리스크를 안게 된다. 탄소 배출량은 손쉽게 산출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규제 시나리오와 시나리오별로 적용된 탄소가격에 대한 가정을 통해 규제에 따른 제재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이는 물론 생산 프로세스의 탄소 효율성, 전력 생산에 사용되는 연료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수력발전은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보다 탄소 효율성이 더 높다.
 
일반적으로 대형 제조업체들은 탄소 가격이 상승하면 수익성에 대한 압박이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과연 사실일까. 이들의 공급망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더욱 엄격한 탄소 규제가 시행되면 매우 다양한 변화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하소 석유 코크스(Calcined petroleum cokes) 및 가성소다(caustic soda)와 같은 주요 원자재 가격은 물류비용과 함께 오를 것이 분명하다. 이 결과 지리적 프리미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수요가 현지 공급을 크게 웃도는 미국 중서부 시장은 t당 알루미늄 운송비가 가격 프리미엄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단, 이러한 영향이 업계의 모든 경쟁업체들에게 동일하게 작용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 중서부 근교의 제련업체들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유리한 지리적 입지 때문에 더 큰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일부 공급업체들은 지리적 위치를 통해 더 큰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탄소 관련 규제가 심화되면서 알루미늄은 가볍고 효율이 뛰어난 자동차 생산을 위한 최적의 재료로 부상하고 있다. 알루미늄의 가장 큰 최종 시장은 결국 자동차 산업이기 때문에 탄소 규제는 알루미늄 수요를 크게 증가시키는 동시에 마진을 높이고 신규 개발 프로젝트를 활성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탄소 가격이 오르면 알루미늄의 가치도 더 높아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해당 업계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탄소 규제는 특정 회사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경쟁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며 사업의 경제성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원자재 산업에서는 한계 생산자의 현금비용이 최저가격이 된다. 탄소 배출량에 대한 가격이 책정되면 다른 제련업자의 비용 구조는 탄소 집중도(carbon intensity·알루미늄 1t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처럼 특정 행동에 따라 발생하는 평균 탄소 배출량을 말함)와 역내 탄소 규제에 따라 달라진다. 규제별 시나리오에 따라 알루미늄 비용곡선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예측할 수 있다.(그림2) 거의 모든 개연성이 있는 시나리오에서 비용 곡선의 기울기가 가팔라지며 알루미늄의 최저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대부분의 산업 참여자들, 특히 수력발전을 통해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회사처럼 탄소 효율성이 높은 회사의 이익이 쏠쏠하게 늘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고객사 한곳은 단순한 리스크 분석 결과 새로운 탄소 규제로 이익이 줄어들어 불리(carbon short)할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탄소 리스크의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실제로는 탄소 우호적인(carbon long) 회사로 나타났다. 탄소 가격이 오르면 미국 중서부 주변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에 따른 높은 탄소 효율성과 알루미늄의 잠재적 수요 증가 덕분에 경제적인 이익을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측불허의 리스크들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최고의 리스크 분석법을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리스크들을 다 파악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리스크의 전개 양상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갖고 있다면 경쟁 구도의 변화 추이에 대한 포괄적 예측과 전사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리스크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 및 분석은 이러한 통찰력들을 도출할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인 접근법 중 하나다.
 
편집자주 이 글은 <맥킨지쿼털리> 인터넷판 10월호에 실린 ‘Risk: Seeing Around the Corner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