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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종합

영감을 불어넣는 ‘변혁적 리더’ 되는 법

정동일 | 26호 (2009년 2월 Issue 1)
세계 경제를 뒤흔든 글로벌 신용위기는 2009년에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현대·LG 등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2009년 경영 전략을 수립하면서 세계 시장의 불안정을 감안하여 ‘확정형’ 경영계획을 지양하는 대신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해 이를 바탕으로 사후 대응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연동형’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시장이 너무 불안정하기 때문에 고정 전략을 바탕으로 사업을 계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불확실성이 커지면 리더십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진다. 대중은 위기 상황에서 국가와 기업을 구해줄 영웅을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리더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변화의 시대에 필요한 변혁적 리더는 과연 어떤 인물이며, 어떤 특성을 지녀야 하는지, 아울러 변혁적 리더십을 어떻게 진단해야 할지 살펴보자.
 
파산 직전의 IBM과 거스너의 변혁적 리더십
1950년대 초부터 시작된 IBM의 번영은 미국 컴퓨터 산업 전체의 번영을 가져왔다. 이 기간에 IBM이 곧 컴퓨터라는 등식이 성립했다. IBM 기술이 상징하는 미국 경제는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1980∼1989년에 IBM이 축적한 세후 이익은 무려 510억 달러(약 55조 원)에 달했다. 지구상 어떤 기업보다 이윤을 많이 남긴 가장 성공한 회사인 셈이다. 그 결과 1987년에 IBM의 시가총액은 1060억 달러까지 치솟았으며, IBM의 미래는 밝게만 보였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성공의 길만 걸어온 IBM의 리더들은 점차 거만하고 자기 중심적 인물로 변했다. 결국 IBM 경영진은 1980년대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개인용컴퓨터(PC)의 급부상이라는 트렌드를 무시하고 메인프레임 컴퓨터에만 집착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전략적 판단 착오에도 불구하고 IBM은 자사의 강력한 브랜드를 내세워 PC 시장에서도 1위를 줄곧 유지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시장과 기술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지 못한 IBM은 이미 변화가 굼뜬 공룡에 불과했다. 결국 1994년에는 세계 PC 시장 1위 자리를 컴팩컴퓨터에 내주고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급기야 1980년대에 전 세계에서 수익을 가장 많이 냈던 IBM의 금고는 1992년 말에 이르러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다. IBM은 1993년에 미국 역사상 단일 기업이 한 해 기록한 가장 큰 손실인 무려 80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11만7000명의 종업원이 직장에서 쫓겨났으며, 회사는 파산 직전에 몰렸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IBM을 살리기 위해 당시 구조조정 최고 전문가라 평가 받던 루이스 거스너가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됐다. 거스너 휘하에서 IBM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치며 위대한 기업으로 재탄생한다.
 
파산 일보직전이던 IBM을 회생시킨 거스너 회장의 리더십은 과연 어떤 리더십일까. 많은 리더십 학자들이 거스너의 리더십 스타일을 변혁적 리더십이라 부른다. IBM의 변신과 거스너 회장의 성공 이유를 변혁적 리더십을 통해 재조명하는 것은 글로벌 신용위기로 많은 어려움에 처한 현재의 한국 기업 리더들에게 상당한 시사점을 줄 것이다.
 
변혁적 리더십이란
변혁적 리더십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정치학자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가 처음 사용했다. 그는 미국을 변화시킨 여러 리더를 분석한 뒤 1978년에 출간한 저서 ‘Transforming Leadership’을 통해 이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변혁적 리더십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이를 연구하는 학자들조차 리더들의 여러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변혁적 리더십을 정의한다. 그러나 변혁적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리더가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를 고취하기 위해 미래의 비전과 공동체적 사명감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조직의 장기적 목표를 달성해 나간다는 점이다. 이는 단기적 성과를 강조하고 다양한 형태의 보상을 통해 부하들의 동기를 유발하려 하는 거래적 리더십과 큰 차이점을 지닌다.
 
번스는 미국 역사를 변화시킨 리더들에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추종자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또 추종자 각각이 지닌 ‘개인적 가치(personal values)’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변혁적 리더는 자신의 카리스마를 이용해 추종자들에게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희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리더 스스로도 자기 희생적인 리더십을 몸소 실천한다. 이를 통해 그들은 극적인 효과를 창출하고 조직 구성원들에게 희망적인 미래상을 제시한다.
 
번스가 개발한 변혁적 리더십은 1985년 버너드 배스라는 리더십 학자에 의해 확대 발전된다. 배스 교수는 변혁적 리더십을 4가지 형태의 행동으로 규정했다. 정치적 리더십을 중점 연구한 번스와 달리 배스 교수는 비즈니스 리더들을 집중 연구했다. 그는 변혁적 리더십을 발휘해 조직을 변화시키고 위기에서 구해낸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 이론을 발전시킨다.
 
배스 교수에 따르면 변혁적 리더들은 4가지 형태의 행동으로 리더십을 실천한다. 그가 주창한 변혁적 리더십의 4가지 구성 요소는 △영향의 이상화 △영감의 동기 유발 △지적 자극 △개별적 배려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거스너 회장이 IBM을 기사회생시키기 위해 발휘한 변혁적 리더십이 어떠했는지 알아보자.
 
1. 영향의 이상화(Idealized Influence)
영향의 이상화는 부하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자신 있는 어조로 미래의 비전을 이야기함으로써 조직원의 신뢰를 얻는 리더의 행동이다. 영향의 이상화를 실천하는 변혁적 리더는 조직의 비전을 적극적으로 부하들과 공유하며, 동시에 자신의 핵심 가치와 신념을 지속적으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부하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핵심 가치를 조직의 비전에 맞는 새로운 가치로 적극 변화시킨다.
 
조직 구성원들의 핵심가치를 바꾸려는 노력이야말로 변혁적 리더십의 중요한 특징이다. 변혁적 리더는 영향의 이상화를 통해 강한 목적 의식을 부여하고, 공동체적 사명감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의사결정을 할 때는 도덕적·윤리적 사항에 대한 고려를 강조하면서 스스로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을 방지하려고 노력한다. 조직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개인적 이해를 희생함으로써 부하들의 존경심을 자아내며, 부하들로 하여금 이러한 희생정신을 따라 하게 만든다.
 
영향의 이상화를 실천할 때 꼭 필요한 자기 희생을 드라마처럼 실천해 조직 구성원 모두에게 감동을 준 인물이 크라이슬러 회장이었던 리 아이아코카다. 그는 파산 지경에 이른 크라이슬러를 회생시키기 위해 국회에서 구제금융을 요청할 때 자신의 연봉을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기업의 고통을 공유하겠다는 자기 희생의 상징인 셈이다. CEO의 자기 희생이야말로 위기 상황에서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힘과 열정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직원들은 리더의 자기 희생을 보면서 스스로 결전의 의지를 다지고 주인 의식을 유지할 수 있다.
 
IBM의 혹독한 구조조정을 맡은 거스너는 회사의 미래가 단지 컴퓨터를 경쟁 기업보다 더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비전을 가졌다. 이 비전을 근간으로 거스너가 가장 먼저 실시한 변화는 고객 중심의 기업 문화를 만들고 종업원들의 태도를 서비스 지향적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고객 중심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거스너 회장은 취임 직후 IBM의 가장 중요한 200개 고객 기업에 근무하는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초청했다. 이들에게 IBM이 이제까지 고객에게 잘하지 못한 일들을 가차없이 지적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때까지 고객에게 직접적인 피드백을 들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IBM의 중역들은 고객의 불만을 직접 전해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IBM 내부에서는 고객 중심의 기업 문화가 급속도로 자리잡았다.
 
2. 영감의 동기 유발(Inspirational Motivation)
영감의 동기 유발은 리더가 자신의 비전을 부하들과 어떻게 의사소통하는지를 가리키는 단어다. 변혁적 리더는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고 이상적으로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부하들로 하여금 스스로 이 미래를 성취하고 싶다는 동기를 갖도록 만든다. 변혁적 리더는 부하들에게 그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단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며,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설득한다.
 
변혁적 리더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누구보다 강하다. 때문에 조직 구성원들에게 현재에 대한 불만족을 강한 목소리로 표현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 상황에 대한 불만족의 표출만으로는 변혁적 리더가 될 수 없다. 현재에 대한 불만과 함께 구성원들의 동기를 자극할 만한 매력적인 미래의 모습을 보여 줘야 훌륭한 변혁적 리더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그들은 구성원들과 다양한 비유를 포함한 열정 넘치는 대화를 꾸준히 이어간다.
상상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구성원들을 자극시키는 CEO가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이다. 자신의 리더십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브랜슨의 일생은 도전과 틀에 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행동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당초 CD를 우편 판매하는 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항공·우주·금융·통신 등 다양한 분야로 자신의 사업을 끊임없이 확대했다. 어떤 사업을 하건 기존의 방법을 답습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미래를 위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브랜슨은 버진모바일 USA를 설립해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의 무선통신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은 10대 고객층을 겨냥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대표적인 예가 브래드 피트의 목소리로 여고생들에게 매일 아침 모닝콜을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이를 통해 그는 미국 시장 진출 3년 만에 3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새로운 콜라를 시장에 출시할 때는 뉴욕에서 탱크를 타고 코카콜라 상징물을 대포로 부수는 광고를 실었다. 우주 관광 회사를 차려놓고 어느 누구도 믿지 않은 우주 관광이라는 거대한 미래의 사업 기회를 꿈꾸는 CEO가 바로 브랜슨이다.
 
혁신적인 방식으로 미래의 비전을 표현하는 브랜슨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CEO 가운데 한 명이다. 2008년 2월 세계 10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브랜슨은 예수를 제치고 가장 존경하는 롤 모델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가족, 3위가 예수였다.
 
회사 역사상 가장 큰 위기를 맞은 IBM을 회생시키기 위해 거스너 역시 영감의 동기 유발에 매달렸다. 그는 IBM 직원들이 수십 년 동안 고수한 짙은 색깔의 정장과 하얀색 와이셔츠의 전통을 과감하게 없앴다. 동시에 솔루션 제공 컨설팅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해 직원들과 지속적인 의사 소통을 시작했다.
 
거스너는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CEO가 비전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면 어떤 회사도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직원들 또한 당신을 믿지 않을 것이다. 어떤 회사를 만들겠다는 나의 목표를 주제로 직원들과 토론하는 일은 다른 어떤 일보다 중요했다.”
 
3. 지적 자극(Intellectual Stimulation)
지적 자극 또한 변혁적 리더십을 다른 유형의 리더십과 차별화하는 요소다. 변혁적 리더는 지적 자극을 통해 부하 스스로가 문제에 대한 창의적인 솔루션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부하 직원이 업무를 추진하며 직면하는 여러 가정(assumptions)이 과연 적절한가를 재검토하도록 유도한다. 문제를 해결할 때는 기존의 방법과 다른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도록 격려해 준다.
 
제록스의 현 CEO인 앤 멀케이는 끊임없는 지적 자극을 통해 망해가던 회사를 기사회생시킨 리더로 유명하다. 제록스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컴퓨터와 정보통신(IT) 분야에서 가장 훌륭한 연구소를 운영해 온 기업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의 엄청난 잠재력을 모르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지 못한 CEO들 때문에 2000년대 들어 채무가 170억 달러로 급증했다. 한때 64달러에 이르던 주가도 4달러까지 추락하는 등 회사 생존이 힘든 지경에 몰렸다.
 
2002년에 제록스의 CEO로 취임한 멀케이는 휴렛팩커드(HP)가 독점하고 있던 프린터 시장에 진출해 제록스를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IT 업체 가운데 하나로 발전시켰다. 이를 위해 멀케이는 우선 기존의 복사기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하게 청산했다. 직원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제록스가 고객 회사에서 필요한 포괄적인 IT 솔루션을 완벽하게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비전과 지적 자극에 바탕을 둔 멀케이의 변혁적 리더십 덕분에 제록스는 2002년 말 완전 정상화에 성공했다. 2008년 말 테크리퍼블릭이라는 컨설팅 회사는 멀케이를 빌 게이츠와 더불어 2008년 세계 IT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5명의 리더로 선정했다.
 
멀케이와 마찬가지로 거스너에게도 지적 자극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사항이었다. 거스너는 컴퓨터 제조업체인 IBM을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컨설팅 서비스 업체로 바꾸려면 컴퓨터 기술에 대한 직원들의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
 
수십 년 동안 IBM은 특허 등으로 자사의 기술을 보호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이용해 다양한 컴퓨터 제품을 만들어 오고 있었다. 즉 IBM 제품은 기술적으로 탁월했지만 산업 전체에 일정한 기준이 있었기에 타사 제품과의 호환성이 전무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등장한 컴퓨터 업계의 호환성 증대 움직임과 오픈 소스라는 기술적 트렌드는 IBM이 가지고 있던 보호막을 일시에 없앴다.
“IBM 고유 기준을 포기하는 것은 업계 전체가 따르는 기준을 채택해야 한다는 기술적 결정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우리 회사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누린 기술적 우위를 하루 아침에 포기해야 하며, 회사의 이익률 또한 순식간에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제 IBM도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비용 구조를 획기적으로 낮추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거스너는 이후 “직원들에게 ‘이제 우리는 시장 원리가 철저하게 적용되는 시장에서 살고 있으며, 과거의 안일한 정신 자세를 근본적으로 바꿔야만 한다’고 강조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솔직히 나도 여러 차례 포기하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거스너는 2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직원들에게 끊임없는 지적 자극을 주어 조직 문화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4. 개별적 배려(Individualized Consideration)
변혁적 리더십을 구성하는 마지막 요소는 개별적 배려다. 개별적 배려는 리더가 하급자들의 고유한 욕구와 기대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을 말한다. 하급자들을 단순한 집단이 아니라 다양한 재능·지식·목표를 지닌 개인의 집합체로 여긴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변혁적 리더는 이들의 커리어 개발에 필요한 코칭과 멘토링을 적극 제공한다. 부하들의 성공에 반드시 필요한 역량 개발을 위해 시간적·물질적 후원도 아끼지 않는다. 이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자상한 모습도 보여 준다.
 
거스너는 개별적 배려를 통해 IBM을 이끌어 갈 미래의 리더를 육성하려고 노력했다. 거스너의 노력은 “누가 내게 IBM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업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내가 은퇴했을 때 나의 후계자는 물론 회사의 중요 부서장들이 모두 IBM에서 평생 일한 사람이라는 점’이라고 답할 것이다”라는 말에 잘 나타나 있다.
 
거스너에게 IBM의 내부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로 하여금 회사의 미래를 책임지게 하는 일만큼 중요한 장기적 임무는 없었다. 그는 엄격한 과정을 통해 IBM의 차세대 리더들을 선발했다. 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이들의 업무 내용이나 근무 부서도 전략적으로 결정했다. 차세대 리더의 경력 개발에 필요한 코칭을 실시하고, 미래 IBM의 리더로서 회사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도록 그 자신이 충실한 멘토 역할도 수행했다.
 
개별적 배려에 기반한 거스너의 변혁적 리더십 덕분에 IBM은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그 가운데 한 명이 거스너 회장 밑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냈으며, 결국 거스너의 후계자로 뽑힌 현 CEO 샘 팔미사노다.
 
한국 기업들이 자신의 변혁적 리더십 수준을 파악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현재 변혁적 리더십 측정 방법으로 가장 자주 쓰이는 것은 MLQ(Multifactor Leadership Questionnaire)라는 설문지다. 배스 교수가 개발했고, 총 45문항으로 구성된 이 설문지(www.donga biz.com 참조)는 그의 동료인 아볼리오 교수에 의해 기업 중역들의 변혁적 리더십 측정과 개발에 광범위하게 쓰이기 시작했다.
 
나는 얼마나 변혁적 리더인가

 

이 설문은 리더 본인에 의한 평가와 하급자들에 의한 평가를 동시에 실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항목마다 1점(전혀 그렇지 않다)부터 5점(항상 그렇다)까지 점수를 매겨 측정한다. 4점 이상을 얻으면 변혁적 리더십을 어느 정도 실천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위기와 불확실성이 많은 해다. 많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긴축 경영과 혹독한 구조조정도 불사할 것이다. 이 와중에 일부 리더들은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할 수 있다. 이를 지켜보는 직원들은 불안감을 느끼는 동시에 조직을 위기에서 구출해 줄 탁월한 리더가 나타나기를 염원할 것이다.
 
변화하지 않는 리더는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지식경제 시대에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꾸준한 지적 자극을 주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성공한 리더가 될 수 없다. 근본적인 변화를 수반하지 않는 구조조정은 절반의 성공에 그칠 확률이 높다. 과감한 변화를 통해 조직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변혁적 리더십을 갖춘 리더야말로 우리에게 지금 꼭 필요한 존재다.
 
필자는 변혁적 리더를 한국 기업에서 많이 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이 글을 썼다. 이 글을 통해 한국 리더들이 변혁적 리더십의 개념과 4가지 유형의 행동을 명확하게 인식하기를 바란다. 파산 직전의 IBM을 월드클래스 컴퍼니로 도약시킨 거스너처럼 한국 기업에도 변혁적 리더가 많이 나타났으면 한다.
 
필자는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빙엄턴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4년 미국경영학회 서부지부로부터 ‘올해의 유망한 학자상’을 받았다. 주 연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행동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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