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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메이킹 外

배미정 | 231호 (2017년 8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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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빅데이터 분석 기술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뜨겁다. 여기에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이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하지만 <센스메이킹>의 저자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는 빅데이터에 대한 맹신을 “실리콘밸리의 위험한 낙관”이라며 우려한다. 그는 기술 중심적 사고가 인간적 추론과 판단의 가치를 폄하하면서 오히려 기업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기업은 피상적(thin) 데이터를 분절해 처리하는 알고리즘 분석 기술이 아니라 심층적(thick) 데이터로부터 의미를 추출하는 ‘센스메이킹’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센스메이킹’은 인문학에 기초해 실용적 지혜를 얻는 방식이다. 저자는 센스메이킹의 토대를 20세기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이론에서 따왔다. 하이데거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로 인식 대상을 맥락에서 완전히 분리한 데카르트식 인식론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사물을 사회문화적인 맥락 속에서 복합적인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 또한 기업이 기술과 데이터를 맹신하면서 사물을 문화적 구조 속에서 통찰하는 데 실패한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성공적인 센스메이킹의 사례로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를 꼽는다. 1992년 마스트리흐트조약 체결로 유럽 통화의 단일화가 결정됐을 때 소로스는 영국 파운드화 공매도에 베팅해 1조 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그에게 ‘영란은행을 파산시킨 남자’라는 명성을 안긴 이 유명한 투자는 환율이나 금리 같은 데이터 모형이 아니라 그의 특유의 시장 감각, 센스메이킹에서 비롯했다. 당시 독일연방은행 총재와 영국 재무부 장관 사이의 격렬한 언쟁을 지켜본 그는 직감적으로 영국이 독일에 밀려 끝내 파운드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장 시스템과 한 몸이 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결정이었다.

저자는 예컨대 신발회사를 운영하면서 풋 라커 같은 신발 매장에 한 번도 안 가봤거나 자동차를 만들면서 직접 차를 사본 적이 없는 CEO는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는 ‘디자인 사고’도 ‘주마간산식 인류학’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매출을 올리고 싶은 슈퍼마켓 CEO라면 퇴근한 후 장 보는 고객이 얼마나 다급한지, 그런 고객에게 필요한 최상의 요리 재료가 무엇인지에 깊이 공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컨설팅사 레드어소시에이츠의 공동 창립자인 저자는 실제로 인류학, 사회학, 철학자들과 함께 방대한 데이터를 현실과 연결해 분석하는 센스메이킹 전략으로 기업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있다. 레드어소시에이츠는 2004년 사상 최대 적자에 시달리던 레고에 ‘아이들에게 놀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본질인 ‘블록’에 집중하는 전략을 도출해준 케이스로 유명해졌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결론적으로 어떻게 데이터의 이면을 꿰뚫고 현상의 행간을 읽어낼 수 있을지의 방법을 저자에게 되묻게 된다. 센스메이킹은 개별 사안에 따라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한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보다 인간 지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저자의 일관된 주장은 초등학교에 코딩 열풍이 불 정도로 기술 경도 현상이 심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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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80년대생, 일명 ‘바링허우(80后)’들은 시대적 낙인을 갖고 있다. 이들은 1980년 중국 공산당 정부가 ‘1가구 1자녀’ 정책을 펼친 후 태어난 소위 ‘소황제’들이자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 이후 들이닥친 자본주의의 물결을 온몸으로 체험한 세대다. 태생적으로 물질적 풍요를 보장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안정한 수입과 빈부격차로 고통받고 있다. 80년생 바링허우인 저자도 박사 과정을 마친 후 비싼 임대료 때문에 1년 반 동안 세 번이나 쫓겨나다시피 이사해야 했다고 고백한다. ‘슈퍼차이나’와 ‘대국굴기’의 그늘에 가려진 오늘날 중국의 30대 청년들의 어두운 현실을 고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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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왜 존재하는가? EBS 다큐프라임 ‘절망을 이기는 철학-제자백가’를 제작한 이주희 PD는 “우울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우울증이나 절망감을 이겨내기 위해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는 전쟁으로 점철된 난세였지만 다른 한편 공자, 맹자, 묵자 같은 사상가들이 활약한 때였다. 제자백가들은 절망적인 난세를 외면하지 않고 그 안에서 새로운 시대를 모색하는 용기를 보여줬다. 난세를 극복해낸 백가쟁명의 중요한 장면들이 한 권의 책에 담겨 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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