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 각 국가별로 존재하는 특유의 문화 성향을 분석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해 유명해진 저자가 본인의 이론을 반박하는 책을 내놨다. 저자는 책에서 각국의 문화를 뛰어넘어 전 인류가 공통적으로 갖는 특정의 무의식을 ‘글로벌 코드’라 명명한다.
글로벌 코드는 한마디로 인류 공통적인 무의식이다. 저자는 글로벌 코드를 제대로 알고 활용하는 능력이 앞으로의 글로벌 경쟁에서 비즈니스 성공의 열쇠라고 확언한다.
저자가 자신의 베스트셀러인 <컬처 코드>에서 주장한 바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책을 쓴 이유는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회사 보잉과 함께 진행한 연구 결과 때문이다. 보잉은 차세대 비행기 개발을 위해 “세계인들이 비행기를 탈 때 무엇을 가장 중시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고민하던 중 저자에게 프랑스, 일본, 미국, 중국, 터키 등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느끼는 비행과 관련된 공통의 코드를 찾는 심층 연구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한다. 보잉은 이 연구를 토대로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차세대 비행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했다. 이에 저자는 항공기를 자주 이용하는 전 세계 고객들을 대상으로 비행의 공통 코드를 찾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국가와 문화권에 속해 있는 사람들 사이를 관통하는 무의식적 코드를 발견한다. 문화마다 비행의 가치에 대한 정의는 달랐지만 국적이나 문화와 상관없이 이들이 공통적으로 원한 것은 쾌적하고 넓은 항공 서비스가 아닌 ‘공항에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길고 힘든 보안 검문을 받아야 되는 과정 자체가 승객에게는 고역이었던 것이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비행에 대한 글로벌 코드를 읽은 보잉은 차세대 비행기 개발과 관련해 대형 공항밖에 이용하지 못하는 대형 여객기 대신 모든 상업 공항에 착륙할 수 있는 차세대 비행기를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고객들의 환승과 공항에 머무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이처럼 비행에 대한 글로벌 코드의 발견은 차세대 항공 산업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왔다.
저자는 글로벌 코드를 발견하기 위해 신인류 ‘글로마드(글로벌 부족)’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차세대 리더이자 글로벌 비즈니스 트렌드를 창조할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글로마드의 구성원들은 여러 국가에서 체류한 경험이 있고 여러 개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안다. 이들은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도 자유롭게 ‘구사’한다. 즉, 특정 문화나 민족주의, 이념에 얽매어 있지 않기 때문에 유연한 태도로 서로 다른 사고방식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그들은 누구보다도 세계 문화를 선도할 수 있고 문화 담론의 중심에 서있다.
실제로 이 책에 나오는 글로벌 코드의 대부분은 글로마드에 의해 창조되고 이끌어진다. 이들은 싱가포르, 두바이와 같은 도시국가에 모이며 안전과 교육에 민감하다. 또한 이를 위한 최적의 장소를 찾아 끊임없이 이동한다. 이들의 자녀인 ‘제3의 컬처 키드(밀레니얼 세대)’는 SNS에서 ‘고급 문화’ ‘아름다움’ 등에 대한 트렌드를 이끈다. 이제 글로마드가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읽는 것이 글로벌 비즈니스의 미래 전략을 세우는 단초가 됐다.
저자는 글로벌 코드의 성향을 가진 나라들에도 주목하면서 변화와 적응에 대한 코드를 가진 한국에 대해서 언급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인은 글로마드가 될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다. 지역적 여건으로 인해 한국은 중국, 일본, 인도 등 다양한 국가로부터 다문화적 영향을 받았다. 그는 한국이 글로마드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GPS형 사고방식’에서 찾는다. 이는 끊임없이 정확한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고, 정확한 목표를 설정할 줄 알고,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고, 과거가 아닌 미래에 집중하는 태도는 저자가 글로벌 시대의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라고 힘주어 강조하는 개념이다. 더불어 책은 우리 모두가 글로마드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회색 코뿔소(Gray Rhino)는 상징어다. 개연성이 높고 거대한 충격을 불러일으키지만 사람들이 간과하고 흘려 넘기는 위기를 뜻한다.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다수 사건 및 사고가 어느 날 갑자기 무작위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일련의 경고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는데 이를 ‘회색 코뿔소’라 명명했다. 책에 따르면 사람들이 뻔히 보이는 위기 신호를 외면하는 것은 심리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또 인간 본성이나 조직 및 사회 제도는 본능적으로 현상을 유지하고 장밋빛 미래를 선호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지난 6월 이른바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근로시간 외에 문자나 SNS 등으로 업무지시를 내려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모바일 기기의 발달 이후 퇴근 후에도 업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대인의 고민을 보여준다. 이 책은 고강도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실리콘밸리에 주말과 퇴근시간 개념을 가져다준 ‘마음 회복 강의’의 핵심을 담았다. 저자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머릿속으로 오늘 할 일을 늘어놓으며 자신을 몰아붙이는 행위를 멈추라고 말한다. 또 간단한 호흡법과 흐트러진 자세 교정법을 소개하고 ‘나에게만 집중한 완전한 쉼’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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