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1920년대 67년에서 15년으로 100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약 78% 줄었다. 그리고 이 같은 경향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반면 설립된 지 10년도 안 된 신생기업들은 기하급수적 실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유튜브의 초기 창업 자금은 1150달러(약 125만 원)였지만 창업 18개월 만에 구글이 유튜브에 제시한 인수가액은 무려 14억 달러(약 1조5300억 원)에 달했다. 소셜커머스 기업 그루폰은 사업 구상부터 시가총액 60억 달러(약 6조5680억 원)의 회사가 되기까지 채 2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버와 와츠앱, 스냅챗, 오큘러스 등의 기업들이 창업 2년 전후로 시가총액 10억 달러(약 1조946억 원)를 넘겼다. 이전까지 전형적인 ‘포천 500대 기업’이 시가총액 10억 달러가 되기까지 평균 20년쯤 걸린 것에 비하면 놀라운 속도다.
실리콘밸리 민간 창업대학 싱글래리티대 학장인 살림 이스마일은 이처럼 놀라운 속도에 최적화된 새로운 조직을 ‘기하급수 기업(Exponential Organization)’이라 칭한다. 기하급수 기업이란 기존에 있던 기술과 정보를 적극 활용해 동종의 타 기업보다 최소 10배 이상 뛰어난 실적을 내는 곳이다.
기하급수 기업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들은 기하급수 기업의 특징으로 크게 10가지를 제시한다. △거대한 변화를 불러오는 목적(MTP·Massive Transformative Purpose) △주문형 직원 △커뮤니티와 크라우드 활용 △직감이 아닌 자체 알고리즘으로 추출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업결정 △자산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는 방식
△게임화, 상금을 건 경진대회로 기업 내·외부 참여 유도 △모든 업무(채용부터 제품개발까지)를 자동화한 회사 고유의 인터페이스 △‘목표 및 핵심결과 지표(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와 실시간 대시보드로 직원의 성과 추적·관리 △린 스타트업 접근법 활용 △권한이 분산된 자율적 조직 △소셜 네트워크 기술 적극 활용 등이 그것이다. 저자들은 이 중 기하급수 스타트업의 가장 기초적이고 근간이 되는 요소로 MTP를 든다. 두 번째 단계는 자신과 같은 열정을 가지고 성전을 치르는 데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찬 커뮤니티를 찾는 것이다. 다음은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부단한 실행이다. 여기서 성공의 요체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부단한 실행이다. 핵심 아이디어나 돌파구가 정해지고 나면 다음단계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 10배의 개선을 이루기 위해선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책에는 대표적 기하급수 조직을 갖춘 스타트업의 예로 로컬모터스가 등장한다. 2007년 설립된 로컬모토스는 세계 최초로 크라우드소싱 방식(대중을 제품 생산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식)을 활용해 자동차를 만든 회사다. 회사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든 후 디자인 콘테스트를 열어 자동차 디자인을 모았다. 100여 개의 참가작이 쏟아졌고 그렇게 로컬모터스라는 플랫폼이 만들어졌다. 현재 로컬모터스 커뮤니티는 4만3100명으로 구성, 31개 프로젝트에 6000개 디자인과 2000개 아이디어를 가지고 함께 작업하고 있다. 이렇게 나온 디자인은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된다.
자동차 디자인을 결정하고 나니 어떤 식으로 부품을 조립해 자동차 완성품을 만들지가 고민이었다. 창업자인 존 로저스 회장은 이때 철저히 고정관념에 반하는 선택을 한다. 대형 자동차업체처럼 대규모 공장을 만들기 어려우니 아예 글로벌 자동차업체로부터 완성된 부품을 구입한 후 이를 조립해 자동차를 생산했다. 이 과정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 크라우드소싱의 힘을 빌렸다. 로컬모터스는 2009년 수제 자동차 ‘랠리파이터’를 세상에 선보인다. 랠리파이터의 최종 디자인은 100개국이 넘는 서로 다른 국가 출신의 2900명의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내놓은 3만5000개의 디자인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랠리파이터는 기존 프로세스보다 5배나 빠른 1년 반 만에 제조됐고 개발비용은 3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어떻게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달성할까. 저자는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에서 영감을 얻어 ‘진입장벽’을 구축하는 것이 경쟁 우위에 서는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진입장벽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은 지엽적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것을 쉽게 설명한다. 월마트는 미국 아칸소 지방에서 잘 짜인 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획기적인 우위를 점했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지역으로 조금씩 확장해 나가면서 지엽적인 규모의 경제를 통해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신규 진입자일 뿐이었던 월마트는 위치를 고려하지 않고 미국에서와 동일한 방법으로 사업을 하다 결국 실패했다.
요즘 최고의 기업들은 낡고 오래된 원칙들을 깨고 그 자리에 새로운 원칙을 세워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들은 e메일을 금지하거나 제한된 시간에만 사용하도록 했다. e메일이 업무의 필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오히려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책은 기본 가정들에 이의를 제기하고, 기존의 방식에 의문을 품으며, 소위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조차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이 소개하는 아이디어들의 핵심은 무언가를 더해 조직을 정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언가를 없애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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