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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강 상무를 구하라 01

[좌충우돌 강상무를 구하라] 갑자기 받은 스카우트 제의, 흥분·설렘·긴장… 자만 대신 배움을 택하겠습니다

김연희 | 177호 (2015년 5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인기를 모았던강 대리 팀장 만들기’(1∼26)강 부장 개조 프로젝트’(27∼36)의 후속작인좌충우돌 강 상무를 구하라연재를 시작합니다. 지난 2008년 현장 실무자였던 강 대리가 이제는 임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임원으로서 겪게 되는 다양한 현장 상황에 대한 가상의 에피소드를 토대로 실전형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현직 중간관리자 혹은 임원으로서 궁금한 점이나 다뤄보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jjy2011@donga.com으로 보내주세요.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Episode 1. 강 팀장, 임원이 되다

“팀장님 정말 가시는 거예요?”

 

“선장을 잃은 저희 팀은 어쩌시고요.”

 

“그래도 좋은 일로 그만두시는 거니까 어쩔 수 없죠. .”

 

“다들 고마워. 건강하고. 멀리서도 항상 응원할게.”

 

서로를 향한 진심어린 덕담과 함께 꽤 오랫동안 열정을 바쳤던 YH전자 미래상품기획팀과의 마지막 회식도 끝이 났다. 후배들이 나를 위해 열어 준 환송회. 그렇다. 나는 이제 더 이상 YH전자의 강 팀장이 아니다.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오늘 같은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나의 능력을 믿고 맡겨 준 회사의 지원과 그 아래에서 아낌없이 뜻을 펼쳤던 지난 시간 덕에 나 자신과 회사 모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는 여전히 나를 필요로 했고, 나 또한 회사의 신뢰가 든든했다. 아마 별다른 사고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의미 있는 정년도 맞을 수 있었으리라.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나를 못 본 척 할 수 없었다. 끊임없이 시장을 분석하고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 위해 발로 뛰기보다는이만 하면 됐다면서 안주하는 마음이 점점 더 커져만 가던 어느 날. 내 인생에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한 헤드헌터로부터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중견 의료기기 제작 업체인 K바이오에 새롭게 신설되는 사업본부의 수장을 맡아달라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YH전자에서 기획한 수많은 제품을 눈여겨봤다고, 뛰어난 기획력과 리더십을 높이 산다는 말도 함께 덧붙이면서.

 

‘팀이 아닌 사업본부를 맡으라고? 그 말은….’

 

그래, 임원!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임원 자리에 나를 모시고 싶다는 것이었다. 언젠가 이날이 올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은 해봤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나는 이제 겨우 마흔 중반을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둔다는 생각 또한 해보지 않았다. 게다가 의료기기에 문외한인데 말이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YH전자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히려 더 많을 것 같았다. 또한, 비슷한 듯 다른 분야에 있었다는 것은 신사업 기획에 있어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심지어 연봉도 높아지고 승용차도 지원된다니. 이 나이에 이만 하면 내 인생도 성공한 것 같은 기분이다. ‘임원 목숨은 파리 목숨이라고들 한다지만 내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장고 끝에 수락을 하고 내 인생 두 번째 도전에 나서보기로 결정했다.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일주일간의 휴가를 보낸 뒤 새로운 회사로의 첫 출근.

 

긴장했는지 새벽에 눈이 떠지는 바람에 일찌감치 도착한 사무실 문 앞에 걸려 있는미래생명사업본부라는 명패를 보니 설렘 반, 두려움 반의 묘한 기분이 든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다른 직원들은 아직 출근 전인 빈 사무실에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는 새 책상과 집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강 본부장 벌써 출근했나? 첫날부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사무실을 친히 방문해 준 대표와의 첫 독대.

 

“정말 환영하네. ‘미래생명사업본부는 앞으로 우리 회사는 물론 국내 의료산업을 이끌어 갈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아주 중요한 곳이 될 거야.”

 

“아, , 그렇군요.”

 

“그래. 그럼 앞으로 이 사업본부를 어떻게 이끌 건지, 어떤 걸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

 

!!! 벌써요? 그게저기오늘이 첫 출근이고아직은 적응하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이직 후 첫 출근의 설렘과 긴장이 압박감으로 바뀌는데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휴∼ 과연,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기업 및 등장인물 소개

 

K바이오 개요

전자의료기기 전문 생산회사. 1997년 설립, 2004년 코스닥 상장. 대기업 전자회사의 연구원들이 독립해서 K바이오를 설립했으나 하필이면 설립하던 해에 아시아 외환위기의 역풍을 맞아서 고전했으나 당시로서는 국내에서 유일했던 생체 바이오 기술을 무기로 조금씩 성장해 나갔다. 본사는 경기도 판교에 있으며 충남 아산에 있는 제조공장에서 국내외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을 자체 생산해 왔는데 최근 공장 확장을 위한 중국 진출을 고려 중이다. 미국, 독일, 일본에 해외 지사를 두고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설립 초기부터 뛰어난 기술력, 발 빠른 시장조사와 기획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의료기기를 개발, 출시하고 있다. 주요 제품으로는 전자체성분분석기, 자동 혈압계, 자동 신장 체중계, 체력진단기기, 건강관리 솔루션 등이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고령화 추세 속에서 웰빙,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만치료를 비롯한 의료서비스가 증가해 회사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며 어느덧 이 분야 국내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의료기기 제품의 특성상 개인용보다는 대형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하에 해외 수출에 주력하면서 새로운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매출은 약 400억 원, 평균 영업이익은 약 50억 원 규모인데 이 가운데 해외 수출 비중이 무려 70%에 이른다.

 

그러나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 현재 이 회사의 고민. 의료기기 구매에 있어서 신뢰도가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데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회사에 대한 신뢰도로 이어지지 않아 다른 분야로의 사업 확장이 어렵다는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들기 시작했다. 이에 IT 융합시스템을 통한 신개념 바이오 진단 시스템을 자체 브랜드로 개발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다.  

 

 

 

대표이사

50대 중반. 공대 출신으로 대기업 전자회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중 동료 2명과 함께 독립해 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회사를 세우자마자 아시아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동료들마저 떠나간 상황에서도 기술개발을 위해 전 재산을 쏟아붓고 집까지 팔아 온 가족이 회사 한 켠에서 생활했던 것은 아직까지도 그에게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렇게 홀로 고전하던 중 그동안의 연구개발 결과로 탄생한 전자체성분분석시스템이 의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시장을 한발 먼저 내다보는 안목과 기술개발에 대한 집념으로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온 그는 사업 분야와 연관이 있는 생체공학과 의학 분야에서 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이 분야에 대한 애착과 전문성이 뛰어나다.

 

기술 분야 출신 경영자로 그 누구보다 회사의 모든 것을 꿰뚫는 시야와 저돌적인 추진력을 지녔으나 또 한편으로는 실패에 대한 부담도 크다. 그러다보니 도전과 모험보다는 방어적인 경영을 해왔으나 이대로는 회사의 성장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 속에 기획과 기술, 시스템, 디자인을 아우르는 신규 사업본부로미래생명사업본부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신설하고 차세대 퍼스널 헬스케어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한다.

 

<미래생명사업본부>

강 본부장(44)

YH전자의미래상품기획팀팀장으로 있던 중 이 회사의 신규사업본부장으로 전격 스카우트되면서 최연소 임원이라는 타이틀도 함께 달았다.

 

사실 그가 YH전자에 입사해미래상품기획팀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본인조차 자신의 능력과 열정이 얼마나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며칠 밤을 새서 완성한 기획안은 번번이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아무도 그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다 미래상품기획팀에서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그것이 실제로 제품으로 출시돼 회사의 매출이 급증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소비자와 시장, 트랜드를 읽는 눈이 생겼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팀장을 맡게 된 지 3, 현재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YH전자의 제품들은 거의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런 면에서 YH전자는 자신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꿈을 펼치게 해준 회사로 이제는 동반자적인 관계가 됐다고 확신하지만 열정을 다한 만큼 자신의 에너지가 많이 고갈됐음을 느끼고 있다.

 

그러던 중 K바이오로부터 임원 제의를 받았다.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꿈꾸는임원말이다! ‘기획팀이 아닌 사업본부 전체를 맡으라고?’‘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기획력과 전문성은 자신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벌써 본부장을 맡을 능력이 되는지는글쎄…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새로운 도전임에는 분명하다는 판단하에

K바이오로 이직을 결심했다.

 

 

 

박 수석연구원(46) - 부장

 

회사 내의 생체공학연구소에 있다가 새로운 연구소 신설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새로운 사업본부가 신설되고, 그곳으로 자리를 옮기라는 인사이동에 내심 자신이 본부장을 맡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으나 출근하고 보니 다른 회사 출신의, 이 분야에 대한 경험도 없는, 무엇보다 자기보다 나이 어린 사람이 본부장으로 앉아 있는 것이 그저 기가 막힐 노릇이다. 비록 자신이 그동안 개발했던 제품들이 대부분 시장에서 빛을 보지도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갔어도 말이다. 은밀하게, 교묘하게강 본부장의 업무에 트집을 잡고 사업본부 내 편 가르기에 나선다.

 

최 책임연구원(40) - 차장

강 본부장의 가장 믿을 만한 부하직원이자 연구소 내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기술개발자. 회사와 대표이사의 미래 비전을 정확하게 공유하고 있으며 시장을 읽는 눈 또한 탁월하다. 다만 한 가지 부족한 점이 있다면 국내 기술력이 그의 기획력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점. 그래서 항상 고민하고 좌절하지만 그러한 열정이 있기에 회사의 기술력이 크게 높아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전 과장(38)

전략기획팀 출신으로 신규사업본부 신설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입사 5년 만에 초고속 승진으로 과장 자리에 오를 정도로 회사의 대표적인 인재라 할 수 있다. 보통 이상의 뛰어난 머리에 근면, 성실이 더해지니 그의 업무 능력은 그 누구도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데 신규사업본부에서 이 대리와 함께 일을 하면서부터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으니이 대리의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업무 태도를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더욱 고민스러운 것은 가볍고 불성실해 보이기만 하는 그에게서 나오는 뛰어난 아이디어에 자신도 깜짝깜짝 놀란다는 것이다.

 

이 대리(33)

강 본부장과 함께 영입된 기획자. 의외로 전직은 게임개발자였다. 도무지 아무런 연관관계를 찾을 수 없는 분야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그는 사고방식도, 행동거지도 기존의 연구원들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부담 없이 잘생긴 외모에 쫙 빼입은 의상, 언변도 좋고 사교성이 뛰어나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푹 빠지게 되지만 출퇴근마저 무시하는 성과 중심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그가 조직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컨트롤이 좀 필요해 보인다.

 

유 과장(35) -

연구소에서 디자인 개발을 맡고 있다.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키우면서 투병생활을 하는 친정어머니까지 돌보고 있는 울트라슈퍼맘. 가족과 사회생활, 자아실현, 그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아 조금의 실수나 착오도 용납하지 않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고 있지만 창의성이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곧게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 하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그렇다고 성과가 좋지 않았던 적은 없었으니까.

 

임 주임(27) -

입사 3년 차로 똘똘하고 자신감 넘치는 제품 디자이너. 유 과장이 신규사업본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특별히 요청해서 함께 왔을 정도로 유 과장에게만큼은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있어서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당찬 성격이 왠지 유 과장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똑 부러지는 성격의 여사원이 한 명도 아닌 두 명이나 있는 것이 조직 운영에 큰 도움을 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손 사원(27)

입사 2년 차 막내 직원으로 카이스트 출신. 친구들은 모두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중견기업인 이 회사에 들어와서 선배들의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의욕이 넘치지만 경험 부족은 어쩔 수 없다.

 

 

 

전문가 인터뷰

임원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

 

임원이 돼서 가장 크게 바뀌는 건 정규직이 계약직이 되는 거다. 정해진 상황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언제든지 회사라는 조직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의미다. 임금도 크게 뛰고 여러 가지 처우나 조건이 좋아지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커진다. 맡은 부분에서 실적을 내야 하며 팀 직원의 잘못이 자기 책임이 되기도 한다. 또 본인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이끄는 팀이 목표한 성과를 내도록 잘 이끌어야 한다.

 

일본에서는 임원의 개념을선임자로부터 했던 사업을 잘 이어받아서, 자체적으로 더 발전시켜서, 후임자에게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예전처럼 장기적인 라이프사이클을 갖고 있는 기업 구조에 맞는 이야기다. 요즘은 이런 개념 정의로는 부족하다. 지금처럼 환경이 빨리 변하는 시대에서는 단순히 기존 것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을 넘어 꾸준히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창조해야 한다. 지금 임원들에게는 새로운 사업을 계속 만들어갈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이러려면 변화를 관리하고 이끄는 능력, 또 직원들과 잘 소통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업무상 무엇이 달라지나.

임원이 되면 실제로 자기가 발로 뛰기보단 다른 사람을 통해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인즉슨, 팀원들을 잘 독려해서 그들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 전까지는기업의 별이라는 임원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면 지금부터는 자기만 돋보이려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실무자일 때는 위에서 정해준 목표에 따라 움직였다면 지금은 스스로 큰 그림을 그리고, 회사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는 일에 더해 앞으로의 계획도 세워야 한다.

 

입사한 회사에서 임원이 되는 것과 새로운 회사에서 임원이 되는 것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한 곳에서 계속 성장하면 상대적으로 그 회사의 내부 사정이나 업무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도가 높다. 조직원과의 공감대도 형성돼 있어 적응하기가 유리하다. 조직에서 안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커지는 것이다. 새로운 곳에 가게 되면 아무래도 현장을 이해하고 분위기를 익히는 데만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삼성 임원 출신이 중견기업에 가서 실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부에서는 못 느낄 수도 있지만 삼성 같은 대기업은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중견기업에서 삼성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일한다면 성공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회사에서는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발견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본인이 있는 회사에 대해 잘 아는 것이다. 그러려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잘 알아야 한다. 본인이 대표이사나 고위직과 친하다고 해서 일이 잘 이뤄지는 것은 아니므로 관련 부서와 적절한 네트워킹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주인공처럼 새로운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면 자신의 임무와 새로운 기업을 충분히 공부해야만 한다.

 

어떤 사람이 임원이 되나.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미래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인사 담당자와 얘기하다 보면적재적소에 임명했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각 자리마다 맞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밑에서 봤을 때저런 성격의 소유자가 임원이 된다는 건 말도 안 돼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맡은 업무나 자리를 생각해보면 다를 수 있다. 모든 임원이 따뜻하고, 훌륭하고, 온화한 인품을 가질 수는 없다. 때로는 거래처를 쪼고, 회사를 대표해 나쁜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다. 모든 사람들이 훌륭한 인격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 회사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에서는 동그라미도 필요하지만 세모, 네모도 필요하다. 이런 것이 제대로 화합한다면 동그라미만 있는 것보다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이것이 적재적소의 의미다. 다양한 업무에서 자신만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임원이 된다.

 

신입 임원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나 오류가 있다면.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강박관념을 갖는 것이다. 기존 사업을 망칠까봐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실수하지 않으려 자신을 옭아매다 오히려 자신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러면서 혁신을 주저하게 된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임원의 절반 정도는 2∼3년 동안의 첫 임기 후 바로 회사에서 잘린다. 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임원으로 승진시켰는데 달라진 게 없다면 그 임원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 개선, 혹은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우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물음표를 찍으면 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최선인가” “더 나은 방법은 없나라고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기업에서 최신 제품이 나왔다고 하자. 그때 모든 사람들이제품 정말 좋다고 칭찬을 한다. 여러 쪽에서 호평을 받았다. 좋은 경영자, 혹은 좋은 임원이라면 여기에 물음표를 던져야 한다. “이게 정말 좋은 건가” “여기서 더 개선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이렇게 매번 물음표를 찍으면 새로운 개선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임원이 되면 주의해야 할 또 다른 점은 전임자에 대한 지나친 비판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신입 임원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전임자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옛 것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자신만의 새로운 영역을 쌓으려 한다. 이건 잘못된 일이다. 전임자들이 일을 했던 그들만의 충분한 이유가 있을 텐데 과욕으로 그것들을 전부 망치려 하면 자신이 그 실수의 덫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지나친 비판 전에그 일이 왜 그렇게 설계됐고, 이럴 때는 어떤 방향으로 수정해야 할지등을 명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자신의 것을 보여주기 위해 너무 성급하게 기존 것을 갈아엎어서는 안 된다. 또 임원이 되고나서다 이뤘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임원도 더 나아갈 방향이 많다는 점을 유의하라.

 

일본의 하타케이마 요시오가 쓴 <회사가 끝까지 붙잡는 임원>이라는 책 내용도 소개하고 싶다. 실패하는 임원의 특성 5가지에 대해 쓴 부분이 있다. 첫 번째는 잘 닦인 길에 편승하려 한다는 점이다. 유지활동보다 중요한 것은 개혁활동이다. 또 무과실 무실점이 우등생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지나치게 선임자를 따라하는 것도 옳지 않다. 본인만의 철학과 주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오류는 소심하고 안이해진다는 것이다. 기회주의적 줄서기 대신 어떤 행동을 취할지 생각하고, 지나친 낙관주의 대신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담력 없고 소심한 대신 때로는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세 번째는 균형감각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현재와 미래, 또 회사와 담당 부서 간의 여러 관계를 고려해 뚜렷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네 번째는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좋은 임원은 사업부 재건 능력, 신규사업 창업 능력을 갖춰야 하며 융통성 있게 사업을 운영한다. 다섯 번째 오류는 자기평가가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해야 하며, 혹여 본인이 빨리 승진했다고 해서 자만심에 빠져서는 안 된다.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기령 대표는 뉴욕주립대에서 교육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머서, 헤이그룹, 에이온컨설팅, 씨엘오그룹 대표이사를 지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인사 관리, 인재개발, 리더십과 조직개발 영역이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글로벌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조직과 인사 전문가다.

 

 

강상무의 미팅노트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DBR 창간호부터 인기 코너였던강 대리 팀장 만들기시리즈를 함께 기획하며 그 시리즈의팀장미팅노트를 기고했던 저 강 대리가 이젠 강 상무(골프존카운티 경영관리본부장 겸 ENG사업본부장)가 돼 돌아왔습니다.

 

2008년 당시강 대리 팀장 만들기가 동시대 직장인으로서 가지고 있던 고민에서 출발한 기획이었다면 이번좌충우돌 강 상무 구하기 프로젝트또한 제 현실적인 고민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저와 유사한 길을 걷고 있는 기업 중간관리자, 임원 등 조직에서 리더이신 분들의 고민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삼성전자 직원이 임원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소위을 달 확률은 0.42% 수준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4년 승진·승급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1000명 중 임원으로 승진하는 사람은 고작 7명으로 그 비율이 0.74%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임원이 되더라도 앞날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임시직원의 신분이 되는 셈이어서 1년짜리 고용 계약서에 서명해야 합니다. 또 최근에는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파리 목숨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도 임원이 된 지 일 년 만에 집에 가야 하는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임원이 되고 나면 최고경영진 가까이에서 일하면서 본인의 강점과 약점이 쉽게 드러납니다. 최고경영진으로부터의 성과 평가에도 직접적으로 노출됩니다.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경기 중 최종 결승레이스에 들어선 셈이지요. 이제 남은 것은 우승(승진), 준우승(유지)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도 아니면 탈락(퇴사)이 되는 것입니다. 사원 또는 간부 시절에는 실패해도 살짝 비켜설 수 있었고 조직에 묻어갈 수도 있었다면 이젠 조직을 대표하고 있으니 숨을 곳 하나 없는 그야말로 전선에 나선 것과 같습니다. 이 점을 모르고 계속 숨어 있다가 적의 전술에 넘어가 크게 당할 수도, 아니면 자신의 무모한 전략에 스스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따라서 임원이 되고 나면 살아남는 법도 배워야만 합니다. 이번 기획에서는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성장해 모든 직장인들의 로망인 CEO까지 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상세하게 다룰 계획입니다.

 

이 시리즈는 바로 필자의 고민을 해결하는 곳이자 여러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바로 여러분, 4050세대 리더로서의 고민을 대변하는 기획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김기령 타워스왓슨코리아 대표와의 인터뷰 중 크게 2가지의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게임을 하는 공간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실적을 내려고 하고, 자기의 역량을 보이려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는 자기가 열심히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남을 통해서 부하의 직원을 통해서 자기의 실적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리더십(Leadership)의 정의와도 일맥상통합니다. 필자가 경영대학원에서 배운 리더십의 정의 중 가장 심플하면서도 명확했던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Leadership is an influence process that is directed at having others (e.g. subordinates, the organization, etc.) achieve specific goals.”

 

결국 임원이라고 하는 것은 본인의 리더십을 본격적으로 심판 받게 되는 자리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회사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외부 네트워크의 힘을 빌리고 인맥을 포함한 본인이 사용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 인상적인 내용은 실패하는 임원에 관한 사례였습니다. “실패하는 임원은 자기평가가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공과 사를 혼동한다거나, 자만심에 빠진다거나, 자신의 자리에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은 위험하다.”

 

임원의 자리에 오르고 나면 주변 사람들이 본인을 대하는 말과 태도가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아무래도 인사, 재무를 포함한 여러 의사결정권한을 가진 임원들에게 직원들이 예전처럼 함부로 대하기 어렵겠지요. 이때 그 변화된 환경을 단순히누리는임원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임원이 되고 나서 사람이 변했다는 소식을 종종 접하게 됩니다. 본인의 성공스토리에 빠져 조직 내부의 소리를 경청하기보다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고, 본인의 사소한 일이 공적인 업무가 되기도 하고, 심지어 자신의 판단이 회사의 오너나 대표이사를 제외하고는이 되는 사례도 보게 됩니다.

 

실패한 임원으로 남기보다 성공하는 임원이 되고 싶다면 정치이론가인 벤저민 바버(Benjamin Barber)의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세상을 배우는 사람들과 배우지 않는 사람들로 나눈다. 배우는 사람들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 교훈을 듣는다. 어리석은 짓을 해도, 두 번 다시 거듭하지 않는다. 그리고 조금 효과가 있는 뭔가를 해내면 다음번에 그 일을 할 때는 더 열심히 더 잘한다.”1

 

결국 제가 오늘 마지막으로 던지고 싶은 질문은당신은 성공한 임원인가, 실패한 임원인가가 아니라 배우는 임원입니까, 아니면 배우지 않는 임원입니까입니다.

 

강효석 상무는 서울대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SKK GSB에서 MBA를 취득했다. 삼성에버랜드 본사 경영관리담당 차장으로 있다 골프존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골프존카운티 경영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다. <직장인의 성공에너지 배움> <직장인 서바이벌 업무력> 등을 펴냈다. 네이버 블로그에기획팀 강 대리 과장 만들기도 운영하고 있다. 

 

 

스토리 = 김연희 작가 samesamesame@empal.com

인터뷰 정리 =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미팅노트 = 강효석 상무 truef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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