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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Action, No Change!

늘 분주한데도 성과가 없다면…

이민규 | 141호 (2013년 11월 Issue 2)

 

 

편집자주

베스트셀러 <실행이 답이다>의 저자 이민규 교수가 DBR 독자들의 실행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코칭을 시작합니다. 인간관계와 비즈니스에서 실행력을 높이길 원하는 독자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의 소감과 실천결과를 이 교수(lmk@ajou.ac.kr)에게 보내면 지면을 통해 코칭도 받을 수 있습니다.

 

부지런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개미 역시 부지런하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부지런한가?

- 제임스 서버

 

무엇일까? 나를 이토록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나는 생각해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사건의 시작은 친구로부터 선물받은 실내복 하나였다. 어느 날,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 디드로(Denis Diderot)에게 선물 하나가 도착했다. 아주 고급스러운 진홍색 실내복이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서재에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던 책상이 우아한 실내복과 대조가 되면서 왠지 낡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새것으로 바꾸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벽걸이가 촌스럽게 느껴져 새로 구입했다. 그러자 의자, 시계, 장롱, 책장 등 서재의 모든 것이 초라해 보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서재 전체를 바꾸게 됐고 바뀌지 않은 것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내복 하나 바꿨을 뿐인데디드로 효과

 

이처럼 한 가지 물건을 새로 구입하면 그걸 둘러싼 다른 물건들도 그것과 어울리는 것으로 계속 교체하게 되는 것을 디드로효과(Diderot Effect)라고 한다. 이는 소비 행동뿐 아니라 공부, 비즈니스, 인간관계 등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있다. 디드로는 글을 쓸 때 입으라고 보내준 친구의 실내복 하나 때문에 서재의 모든 것을 하나씩 하나씩 교체하느라고 정작 중요한 글을 쓰지 못해 우울증에 걸렸다. 우리도 디드로처럼 어떤 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와 관련된 이런저런 일들을 연쇄적으로 하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왜 해야 할 일을 곧바로 하지 않고 딴전을 피우는 걸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해야 할 일이 하기 싫기 때문이다. 하기 싫은 일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하기 쉬우면서도 그 일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되는 다른 일을 찾아내 그것을 하는 것이다.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책상정리를 해야 하니까라고 중얼거리지만 그건 피상적인 이유이고 숨어 있는 진짜 동기는 바로 이런 것이다. ‘책상을 치우는 동안은 공부 안 해도 되겠지?’

 

사람들은 진짜 중요하지만 하기 싫은 일(높은 수준의 생각을 요구하는 일)이 있을 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단순한 일(낮은 수준의 생각을 요구하는 일)을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회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낮은 수준의 생각전략(Low-level Thinking Strategy)’이라 한다. 주부들은 전화통화를 하면서 청소를 미루고, 학생들은 방 정리를 하면서 공부를 나중에 하겠다고 마음먹는다. 세일즈맨들은 주소록을 정리하면서 정작 중요한 고객 방문을 늦춘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늘 분주한데도 이뤄낸 성과가 없고 왠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면 하던 일을 멈추고 이렇게 자문해야 한다.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그럴듯한 이유(Good Reason)가 떠오른다면 재차 질문을 해야 한다. “이 일을 하고 있는 진짜 이유(True Reason)는 무엇일까?” 중요한 일을 피하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미적거리면서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는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대한 통제감이 낮다. 반면 일을 할 때 툭 치고 나가듯이 일을 곧바로 시작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스트레스에 대한 통제감이 높다. 일을 시작할 때 워밍업 시간이 짧은 사람들은 일의 우선순위가 명확하다.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에 대한 경계가 분명하다.

 

일을 곧바로 시작하는 사람들의 또 다른 특성은 정리 정돈을 잘한다는 것이다. ‘정리整理란 필요 없는 것을 치우거나 버리는 것을 말하고정돈整頓이란 필요한 것을 사용하기 쉽게 배열하는 것을 말한다. 공부를 잘하려면 공부와 관련되지 않은 것들은 정리해서 눈에 띄지 않게 치우고 공부에 필요한 책과 노트, 필기도구들은 적재적소에 놓아둬야 한다. 나는 가끔 주변을 둘러보면서 물건들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네가 있어야 할 가장 좋은 곳은 어디니?” 그러면 그것들은 알아서 제자리를 찾아간다.

 

경영 컨설턴트 데니스 웨이틀리(Denis Waitley)는 이렇게 말했다. “실패자는 항상 긴장을 풀기 위한 일을 하고, 승리자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일을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남보다 일찍 출근해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중요한 일부터 먼저 시작한다. 목표달성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고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공부하며 가치가 높은 일에 정신을 집중한다. 반면, 실패하는 사람들은 시간에 겨우 맞춰 출근하고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신문을 읽거나 웹서핑을 하면서 동료들과 수다를 떠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들은 단기적으로 보면 즐거운 일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치 없는 일부터 먼저 한다.

 

패자들은 항상 나중에 고통을 줄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즐거운 일로 분주하고 승자들은 훗날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지만 지금 당장은 고통스러운 일, 그래서 실패자들이 싫어하는 일을 먼저 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열심히 하는지가 중요하다. 누구보다 바쁘게 살고 있지만 성과가 오르지 않는다면방향이 틀렸다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는 간디의 이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간간히 하던 일을 멈추고 자문해야 한다. “중요한 일을 피하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례 1

 

놀 만큼 놀았으니 이제 공부 좀 해볼까 했습니다. ‘그런데 뭐부터 시작하지? 우선 책상정리부터 좀 할까하며 서랍정리를 하다 수첩을 발견하고 이것저것 읽어보고 책장에 눕혀져 있는 앨범 정리하려다 사진 보며 추억에 잠기고, 옛날 시험지 치우다 그 옆의 만화책 읽고, 물 마시려고 냉장고를 열었다가 이것저것 갖다 먹고, 쓰레기 버리려다 방 청소까지 하게 되고, 그러다 방 구조를 몽땅 바꿉니다. 결국 하려던 공부는 하나도 못하고 밤 12시가 넘어갑니다. 이렇게 본질은 뒷전이고 항상 변죽만 울리는 제 고질병, 원인이 도대체 뭘까요?

 

- 시험 전날까지 정리만 하다 공부는 하지 못한 대학교 2학년 남학생

 

사례 2

 

그동안 저는 같은 나이대의 그 누구보다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정말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수능 이후로 완전히 재정적으로 독립을 이룬 제 자신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일을 피하기 위해 덜 중요한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들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하기 힘든 공부를 피하기 위한 변명일 수도 있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빠져들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 와 닿은 부분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중요한 일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불필요한 일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가?’ 이번 일을 계기로 남보다 열심히 살아왔던 것이 중요한 일을 피하기 위한 나태함의 또 다른 변형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일과 인간관계에서 필요 없는 것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그 대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제게 중요한 일을 찾고 제 진로를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겠습니다.

 

- 자칫열심히 만살 뻔했던 제자 올림

 

사례 3

 

저는 공부를 하려고 컴퓨터를 켰다가도 흥미로운 인터넷 기사를 보다 일을 못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하나를 읽다 보면 봐야 할 기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납니다. 이것도 디드로 효과인가요? 교수님의 메일을 받고 문제의 근원을 찾아보니 인터넷 기본 페이지가 포털사이트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해 바탕화면에 깔려 있는 쓸데없는 것을 모두 지우고, 인터넷 기본 페이지를 제가 취업하고 싶은 회사 홈페이지로 바꿔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워밍업 시간이 대폭 줄었습니다.

 

사례 4

 

이 글을 읽어 보니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일을 피하면서 죽어라고 열심히들 살고 있다. 무섭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한편으로 위안도 되면서 부끄럽다. 나도 글을 쓰기 위해, 혹은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가 영락없이 웹서핑으로 시간 낭비를 해왔다. 사실인지 모르겠으나 빌 게이츠가 그의 자녀들에게 허용하는 웹서핑 시간은 고작 하루에 15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순간 묘한 배신감과 모순을 느끼며 정신이 퍼뜩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도 변함없이 웹서핑에 한눈을 판다. 어쨌든 TV가 바보상자라 하듯 인터넷 역시 필요악인 경우가 많다. 웹서핑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인터넷 좋아하면 잔챙이야!”라고 노트북 화면 주위에 붙여놓고 기본 페이지를 내가 취업하고 싶은 회사의 홈페이지로 설정했다. 이로써 내게 필요도 없는 세상의 잡다한 이야기에 솔깃하여 쓸데없이 머리를 뜨겁게 하지 않고 바로 중요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사례 5

 

“중요한 일을 피하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 꿈에도 해본 적이 없다.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은 실패자의 길이었다. 아침에 일찍 출근하지만, 업무보다는 웹서핑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스포츠 결과가 궁금했고, 사회적인 이슈가 궁금했다. 무엇보다도 소식에 빠른 사람이었다. 컴퓨터를 키면 자동적으로 인터넷 웹서핑을 시작한다. 웹을 시작하면 나는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고 그날의 주요 시사 등 화제가 되는 소식을 접한다. 나도 모르게 중요하지 않은 웹서핑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곤 한다. 정작 자신이 해야 하는 중요한 일에 할당되는 시간 및 의욕이 당연히 줄어들기 마련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모두 중요한 일을 피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 중요하지 않는 일들이었다. 전혀 모르고 있던 일을 글을 통해 알았고, 글을 읽는 순간 위기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사례 6

 

나름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모두 중요한 일을 피하기 위해 해왔던 중요하지 않는 일이네요. 참 부끄럽습니다. 쓸데없는 일을 중요한 일인 것처럼 붙잡아 두고 있었던 제가 한심해 보입니다. 성과도 없을 일에 시간 투자를 하고 열심히 산다고 착각을 하고 있었으니 제 인생이 바뀔 리가 있었겠나 싶습니다. 가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매출입니다. 기업의 목적은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답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청소를 하느라고 눈에 보이는 먼지를 닦다가, 컬러 병에 쌓인 먼지를 닦다가 서랍장까지 청소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갑자기 숍의 구조를 바꿔보는 건 어떨지라는 생각이 들어 아침부터 유난을 떨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필요해서 구조를 바꾸는 게 아니라 디드로 효과 덕에 낑낑대며 무거운 물건을 혼자 이리 놨다 저리 놨다 다시 제자리에 놨다그렇게 청소를 하다가 손님이 오시면 손님이 왜 그리 미운지왜 하필 청소 중에 오셨냐고 속으로 혼자 투덜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태도가 왜 잘못됐는지 원인도 알아버렸네요.

 

이민규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lmk@ajou.ac.kr

필자는 단국대 특수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심리학과에서 임상심리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공군에서 징병 선발과 심리검사 담당 장교로 복무한 후 서울대 학생생활연구소에서 카운슬러로 일했다. 아주대 부설 아주심리상담센터 소장을 지냈다. <행복도 선택이다> <실행이 답이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1%만 바꿔도 인생이 달라진다> <네 꿈과 행복은 10대에 결정된다> <생각을 바꾸면 공부가 즐겁다> 등의 베스트셀러 저자로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1%만 바꾸면 된다는 삶의 철학을 널리 퍼트려 ‘1% 행동 심리학자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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