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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에게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법 -2

감히, 능히, 훌륭히 직언했다

구본형 | 21호 (2008년 11월 Issue 2)
중국 최고의 태평성대를 꼽으라면 당 태종이 다스리던 ‘정관의 치(貞觀之治)’가 거론된다. 당 태종 이세민을 도운 양신은 많지만 이 가운데 가장 뛰어난 사람을 들라면 위징이 꼽힌다. 그를 한마디로 표현한 말은 바로 ‘감히, 능히, 훌륭히 직언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당 태종의 양신(良臣) 위징의 직언
구당서 위징전’에서는 위징에 대해 ‘용모는 보잘것없지만 담력과 지식이 남달라 거침없이 간언했다. 황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더라도 정작 자신은 낯빛 하나 바뀌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가 ‘감히’ 직언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대담한 기질과 자신의 직무에 충실한 태도 때문이었다. 그러나 책임이 주어진다고 ‘능히’ 그 일을 해내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그만한 역량이 있어야 한다. 그는 멀리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만한 능력이 있고 난 다음에야 ‘능히’ 직언할 수 있다. 능력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조언과 직언의 지혜와 요령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위징은 후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감히’ ‘능히’ 조언했는지는 몰라도 ‘훌륭히’ 조언한 사람은 못되는 것 같다. 그는 언제나 상사의 심기를 긁어놓기 일쑤였던 것처럼 보인다.
 
어느 날 위징이 당 태종에게 간언하자 화가 치민 태종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태종이 화가 난 채 중궁전으로 오자 장손 황후가 그를 맞이하며 이유를 물었다. 
또 그 시골뜨기 위징 때문이오. 늘 짐을 괴롭힐 궁리만 하는 자이니 내 조만간 이 자를 처리하고 말겠소.”
 
장손 황후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안으로 들어가 잠시 후 조복(朝服)을 차려 입고 황제에게 하례를 드렸다. 조복은 정식으로 황제를 알현할 때 입는 옷이다. 태종이 놀라자 장손 황후는 차분히 말했다.

역사책을 읽으니 군주가 어질고 현명해야 그 신하들이 충성스럽다 합니다. 위징이 거리낌 없이 직언한 것은 폐하가 어질고 현명하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훌륭한 지아비를 두었으니 경하 드리는 것입니다.”
 
장손 황후는 태종을 치켜세움으로써 위징을 보호했다. 그러나 태종 입장에서 보면 밖에서 난 화를 안에서 또 참아야 하니 군주로서 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장손 황후는 그것을 알고 있었고, 황제를 높이고 충신을 보호하여 마음을 편안케 했다. 장손 황후는 ‘아주 훌륭히’ 그 역할을 소화해 냈다. 이것이 그녀가 태종 못지않은 훌륭한 황후로 중국인들로부터 추앙을 받아 온 이유일 터이다. 그러므로 직언하려면 ‘감히, 능히, 훌륭히’ 할 줄 알아야 한다. 직언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상사를 향한 직언의 기술
상사에게 불편한 진실을 말해도 좋을 만한 신뢰, 자격, 진정성의 3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 직언해도 좋다. 그러나 그것을 전달하려면 재치와 요령이 필요하다. 직언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뜻이다. 위징의 직언은 잘 받아들여지기는 했지만 직설적이어서 태종의 마음에 늘 불쾌감과 분노를 남겼다. 위징이 후세의 기록에 그렇게 잘 쓰인 이유는 당 태종이 훌륭한 리더였기 때문이다. 당 태종은 화가 치밀지라도 ‘자격을 갖춘 믿을 만한 사람의 사심 없는 직언’을 받아들일 만큼 열려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상사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위징보다 장손 황후의 재치와 부드러움이 필요하다. 직언하되 ‘훌륭히’ 직언할 수 있어야 한다.
 
평범한 상사에게 훌륭히 직언을 해 내려면 몇 가지 요령과 기술을 익혀 두는 것이 좋다.

첫 번째, 지나간 과거의 직언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즉 과거의 사례를 반추해 상사에게 가장 잘 통하는 적절한 설득의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함께 지내면서 상사가 불쾌한 진실에 반응하는 여러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상사의 속까지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반응을 보면 직언이나 조언 또는 비판들에 대하여 그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어가 있을 수 있고, 조언하는 사람의 태도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상사가 어떤 방식을 수용할 수 있는지 관찰해 두는 것은 유용하다.
    
두 번째, 직언하기 이전에 일의 자세한 부분을 살펴 문제를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제언하기 전에 여러 아이디어를 놓고 고민의 깊이를 갖추어야 한다. 그런 다음 각각의 제안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해 좋고 나쁨을 밝혀 상책, 중책, 하책으로 나누어 우선순위를 따져두는 것이다. 주역에서는 이를 고상(考祥)이라 부른다. 이것이 잘되면 상사는 큰 신뢰를 가지고 불편한 진실을 수용할 자세로 전환하게 된다. ‘대안을 갖춘 직언’의 힘이다.
 
세 번째, 각자의 입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관리자와 부서원은 처해 있는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이는 애초부터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다름을 의미한다. 이것이 의사소통의 과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먼저 상대 입장을 이해하고 그 입장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편이 좋다. 최대한 다른 입장을 보호하면서 함께 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느 경우든 상사를 맞서 싸워야 하는 대상으로 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함께 가야 할 파트너라는 기본적인 공감 아래에서 건설적인 직언과 조언이 행해져야 한다.
 
네 번째, 쉽게 말하고 예화나 은유를 빌어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막대한 군수물자를 영국에 조달하기 위한 법안, 즉 전시 연합국 무기 대여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는 이 개념에 대해 국민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지지를 받고 싶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웃집에 불이 났습니다. 저는 호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옆집 사람이 제 호스를 소화전에 연결해 화재를 진압하면 저도 진화에 도움을 준 셈입니다. 그런데 그가 호스를 빌리려고 하는데 ‘이봐요, 호스 가격은 15달러예요. 15달러를 지불하고 가져가시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15달러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불을 끈 다음에 호스를 다시 가져오면 되니까요.”

결코 어렵게 말하지 마라. 우화나 예화 등 핵심을 전달할 수 있는 쉬운 유추와 이미지를 연구해 두면 아주 효과적이다.
 
다섯 번째,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주역에서는 이를 ‘유인(幽人)’이라 일컫는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은둔자’라는 뜻이다. 직언하면서 종종 자신의 정당성이나 전문성, 정직함을 부각하고 싶은 욕망이 생길 때가 있다. 직언하면서 그렇게 자신을 내세우는 모습이 보이면 그 말을 듣는 사람은 누구든 불쾌해지게 마련이다. 아랫사람이 오만불손하고 자신을 상대로 통쾌한 직언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속이 뒤집히는 게 바로 사람이다. 종종 직언이 비난과 질책으로 오해받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자신을 숨기는 과정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제1원칙은 설득이 아니라 상대방으로 하여금 스스로 그렇게 판단했다는 기분이 들도록 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듣고자 하는 대답이 나올만한 적절한 대목에서 쉽고 간단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얻고 싶은 대답이 나오면 성공한 것이다. 상사는 자신의 대답을 통해 설득 당했다기보다 스스로 결정했다는 느낌을 가질 때 흔쾌해진다. 그러므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상대 입장에서 감정을 살펴 부드럽고 균형 잡힌 겸손한 태도로 직언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말이기 이전에 이미 공유된 감정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논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 입장을 이해하여 솔직하고 분명한 메시지로 동의와 지원을 얻기 위한 것임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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