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제안, 어떻게 해야 잘 먹히지?

21호 (2008년 11월 Issue 2)

지금까지의 협상이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가정해 보자. 수많은 토론과 엄밀한 분석을 통해 당신은 의제가 무엇인지, 상대방이 우선시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잠시 시간을 두고 상대방에게 어떤 제안을 할지 생각하는 순간 당신은 당황한다. 상대방에게 한 가지 제안을 던져야 할까, 가능한 두 가지 선택지를 제안해야 할까. 아니면 12가지, 20가지를 제안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협상에서 멋지게 합의를 도출해 낼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심리학·법학·마케팅 등 협상 관련 분야의 연구자들은 우리의 판단과 결정이 우리가 접하는 정보의 양과 그 정보가 구성되는 방식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여러 연구 결과를 제시해 왔다. 이런 결과들은 협상가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략이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제1 전략: 상대를 압도하지 말 것
여러 소비자 행태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들은 삶 속에서 너무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2000년에 실시한 연구에서 필자와 스탠퍼드대 마크 레퍼 교수는 한 식품점에 고급 잼 시식대를 설치했다. 그리고 일주일간은 고객들에게 6가지 잼을 맛볼 수 있도록 하고 그 다음 일주일간은 24가지 잼을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잼의 종류를 늘리자 더 많은 고객이 시식대에 몰려들었지만 고객들이 실제로 시식한 잼의 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일주일을 비교한 결과 동일했다.
 
여기서 나타난 놀라운 결과는 6가지 잼을 접한 고객 중 30%가 잼을 구입한 반면에 24가지 잼을 접한 고객 중에서는 단 3%만이 잼을 구입했다는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선택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이 주어지면 여기에 압도당해 차라리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게 된다고 연구자들은 분석했다. 이런 결론은 협상에도 적용된다. 아마 당신의 협상 상대는 결정을 내릴 때 최대한 많은 선택권을 원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당신이 10가지 또는 20가지 제안을 한다면 상대방은 부담감을 느끼고 짜증을 낼 것이다. 너무 많은 선택권은 오히려 합의에 이르는 데 중대한 장애물로 작용한다.
 
제2 전략: 몇 가지 제안을 던질 것
그렇다면 상대에게 제시해야 하는 적정한 제안의 수는 얼마나 될까. 노스웨스턴대 빅토리아 허스티드 메드벡 교수와 아담 D. 갈린스키 교수는 3가지의 대등한 제안을 동시에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한 번에 3가지의 대등한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선보임으로써 고객들과의 협상을 개시한 한 소프트웨어 회사를 예로 든다. 이 회사는 30일 할부 조건의 100만 원짜리 패키지, 동일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120일 할부 조건의 150만 원짜리 패키지, 좀 더 개선된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30일 할부 조건의 135만 원짜리 패키지를 동시에 출시했다. 고객들은 이 전략에 호응을 보였고, 회사 수익은 증가했다.
 
동시에 다수의 대등한 제안, 즉 ‘MESO (Multiple Equivalent Simultaneous Offers)’를 제시함으로써 당신은 자신이 가장 가치를 두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협상 상대에게 알려줄 수 있다. 또 이런 제안들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을 통해 당신은 상대가 우선시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협상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들을 고려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더불어 MESO를 통해 협상 참여자들은 의사결정 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제3 전략: 거부당하기를 꺼리지 말 것
협상에서 거부는 때때로 찬성을 이끌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이타마르 시몬손 교수와 에이모스 트베르스키 교수는 1992년 ‘저널 오브 마케팅 리서치’에 실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논문에서 고급 소매업체인 윌리엄스 소노마에 대해 언급했다. 275달러의 가격에 제빵기를 판매하던 이 회사는 기존 제품과 유사하지만 크기가 더 큰 제빵기를 429달러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격이 더 비싼 제빵기는 몇 대 팔리지 않았지만 이 제품이 시장에 나온 뒤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저렴한 제빵기의 매출이 거의 두 배나 뛰어올랐다. 이 사례를 협상에 적용하면 대조 효과는 전략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상대에게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든 바를 제안하고, 그에 대한 거부를 받아들인 다음, 다시 당신의 제안을 던져 보라. 상대방은 터무니없는 제안을 거부한 뒤에 나온 합리적인 제안에 좀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제4 전략: 현재 상태를 유리하게 만들 것
우리는 변화를 추구하기보다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근로자들은 은퇴 준비를 위한 투자 프로그램인 401(K) 가입을 결정할 때 ‘가입 방식’이 어떻게 정해져 있느냐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펜실베이니아대 브리짓 매드리언 교수와 유나이티드 헬스그룹의 데니스 F. 시는 어떤 회사에서 401(K) 가입 방식이 ‘근로자의 결정 후 등록’에서 ‘자동 등록’으로 바뀌자 가입률이 49%에서 86%로 껑충 뛰어올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선택 방식이 소비자 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협상가들은 제안 또는 조건의 구성이나 어휘 표현을 통해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즉 어떤 제안을 한 다음 “반대 의사가 있다면 알려 주세요”라고 말함으로써 당신은 본인의 제안을 기본적인 합의 사항으로 인식시킬 수 있다.
 
제5 전략: 사회적으로 입증된 증거를 이용할 것
무엇이 적합한 행동인지 결정하고자 할 때 사회적으로 입증된 증거를 살펴보면 우리는 좀 더 빠르고 효율적인 결정을 내리기 쉽다. 많은 사람이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좀 더 큰 설득력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의 디팩 말호트라 교수와 맥스 H. 배이저먼 교수는 공동 저서 ‘협상의 천재(Negotiation Genius, 반탐, 2007)’를 통해 어떤 분야에서건 협상가들은 사회적인 증거가 지닌 힘을 이용함으로써 더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집을 팔고자 할 경우 주택 공개를 단 1시간으로 제한한다면 (바라건대) 잠재 구매자들이 집을 구경하러 모여들어 수요자들 사이에 소문을 낼 것이다. 고객과의 첫 번째 대면 때 만족한 다른 고객의 증언을 반드시 제시하도록 하라.
 
지금까지 논의한 5가지 전략을 구사한다면 당신의 협상 상대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 전략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협상가들은 ‘일방적인 거래’를 ‘쌍방에게 이로운 합의점을 찾는 거래’로 포장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상대방이 당신과의 협의 결과에 만족하지 않을 것 같은 경우에 이런 전략을 이용한다면 결국 당신의 평판은 더럽혀질 것이고 상대방과의 관계 역시 훼손될 것이다.
 
협상에 참여한 모든 이에게 이로운 결정을 내리기를 원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당신의 주장과 제안을 좀 더 설득력 있게 보이는 방식으로 재구성하기 바란다.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어떤 시점에 이르게 되면 당신은 분명 사람들을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현명한 결정을 내리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윤리적인 책임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프로그램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내용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NYT 신디케이션 제공)
 
필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및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스탠퍼드대에서 사회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조직, 기업가정신, 창의력, 경영 의사결정 분야에 대해 강의했다. 1998년부터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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