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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chain & Business

코로나로 주목받는 ‘기업형 블록체인’

김지윤 | 304호 (2020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19는 한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멀어졌던 블록체인 기술을 다시금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이뤄지던 거래 관행, 오프라인에 국한된 데이터 흐름이 장애물이 되면서 공급망 디지털화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 공급망이 디지털화되면 보안과 위•변조 문제가 중요해지기 때문에 분산 원장 기술로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여러 이해관계자가 공유하고 관리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만능키는 아니다. 블록체인을 비즈니스에 도입할 때는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과의 시너지를 고민해야 하며, 여러 경쟁력 있는 파트너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은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붙였다.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인 업무, 회의, 업무 미팅 등이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블록체인이 다시금 주목받게 됐다. 블록체인이 위•변조가 어려운 분산 원장 구조로 디지털 데이터에 가치와 신뢰를 부여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코로나 같은 위기에 대비하는 데 블록체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공급망 및 유통, 가짜 뉴스 추적, 금융 대출 등에서 데이터 연결성이 핵심인데, 비대면으로 이를 처리하기 위해선 투명성, 상호 연결, 데이터 불변성을 보장하는 디지털 플랫폼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물론 블록체인은 디지털 플랫폼의 기반일 뿐 전부가 아니다. 블록체인에 데이터가 적절하게 입력되도록 하는 사물인터넷(IoT), 데이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이 접목될 때 비로소 플랫폼이 완성된다. 실제로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기업의 행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해관계자 사이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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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에 활약하는 기업형 블록체인

포스트 코로나에 왜 블록체인이 필요할까

코로나19는 블록체인을 포함한 분산 원장 기술을 어떻게 기업에 적용할지 전면적으로 다시 논의하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장기화하거나 또 다른 팬데믹(세계적 전염병)을 대비하는 차원이다. 비대면으로 데이터를 추적하고, 거래를 성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장기적으로 위기관리가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WEF는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체계가 흔들렸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이뤄지던 거래 관행, 오프라인에 국한된 데이터 흐름이 장애물이 됐다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선 이를 디지털화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WEF의 설명이다.

포브스는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 휴지 등 특정 제품 수요가 치솟았지만 기존 방식대로는 수요에 맞춰 공급할 수 없었다. 물리적 한계와 재무적 절차 때문이다. 제품 구매자 입장에선 주문한 물건이 제때, 제 장소에 배달될지 확신할 수 없고, 제품 공급자는 안심하고 거래할 구매자를 빠르게 파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때 디지털 서명, 거래에 필요한 규제 및 인프라를 지원해온 기관은 상대적으로 코로나 여파를 덜 받았다는 게 WEF의 설명이다. 공급망을 디지털화해서 데이터 가시성을 높인 덕분이라는 것. 데이터 투명성, 연결성, 온라인 플랫폼화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위기 대응 및 관리의 필수가 됐다. 블록체인이 이를 위한 솔루션 중 하나로 지목되는 배경이다. 데이터를 공유하는 공급망 차원에서 블록체인이 유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분산 원장 기술로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여러 이해관계자가 공유하고 관리하는 하나의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WEF의 주장이다.

WEF가 블록체인을 강조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블록체인은 그 자체로 디지털 네이티브한 기술이라는 점. 즉,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면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커피콩을 공급하는 네트워크에 블록체인을 접목할 경우 커피콩을 생산하는 단계에서부터 커피콩 수확 날짜, 재배 방식, 상태 등을 디지털로 기록해야 한다.

또한 블록체인은 데이터 공유를 기본으로 삼는 기술이다. 본래 유관 업체들끼리 데이터를 공유하기 쉽지 않은데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면 데이터 노출 및 공유 범위를 설정하고 상호 합의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참여자들 역시 정보를 공유하는 미션을 부여받는다. 데이터 가시성에 연결성까지 더해주는 셈이다.

무엇보다 블록체인은 단지 데이터를 공유하는 디지털 장부가 아니라 각자 거래 장부를 관리하면서 하나의 내역을 합의하는 구조다. ‘믿을 만한 데이터’를 담보해준다는 의미다.

앤트파이낸셜 협력 은행이 블록체인에 기록된 온라인 차용증을 신뢰하는 것도 장부를 관리하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해당 기록 원본을 각자 기록하기 때문이다. 설령 참여자 중 한쪽이 조작된 차용증으로 대출받으려 해도 변조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구조다.

DBR mini box I
블록체인 구조에 관한 요점정리

블록체인은 분산 원장 기술 중 하나다. 여러 관리자가 하나의 거래 기록 장부를 쓴다. 수시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내역에 대해 주기적으로 합의한다. 예컨대, A가 특정 데이터를 장부에 추가해서 B, C에게 배포하면 B, C는 A가 추가한 데이터에 적힌 잔액이 맞는지 등 진위 여부를 판단한 후 본인의 장부에 추가한다. B, C의 합의를 거쳐 각자의 거래 장부가 하나의 내역으로 통일되는 것이다. 여러 주체가 하나의 기록을 공유하고 합의해서 다음 기록으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분산 원장 기술은 기록을 위•변조하기 어렵다고 평가받는다. 만약 A가 본인 장부를 바꿀 경우 B, C의 장부와 대조했을 때 금방 탄로 나기 때문이다.

이때 주기적으로 거래 내역에 합의하는 주체의 범위에 따라 블록체인의 유형이 달라진다.

누구든지 합의 주체로 참여해서 거래 데이터를 주고받는 형태를 퍼미션리스(permissionless), 정해진 주체들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형태를 퍼미션드(permissioned) 블록체인으로 분류된다. A, B, C만 데이터를 주고받으면 퍼미션드, E, F, G도 자율적으로 데이터 공유에 참여할 수 있다면 퍼미션리스다.

기업형 블록체인의 경우 대개 퍼미션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IBM과 리눅스재단의 하이퍼렛져 패브릭(Hyperledger Fabric), 세계 최대 금융 컨소시엄 R3의 코다(Corda) 등이 대표적이다. 비즈니스에 연계된 주체들에 한해 데이터를 공유하는 분산 원장을 구성하는 식이다. 그래서 기존 퍼미션리스 블록체인보다 확장성이 좋다. 정해진 참여자끼리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고 합의할 수 있다. 확장성이란 데이터 처리 속도, 규모 등을 더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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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비즈니스 문제 해결에 쓰이는 블록체인

블록체인이 코로나 대응에 쓰였던 형태는 여타 다른 문제 해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자동차 제품 공급망, 가짜 약품을 가려내는 데이터 네트워크 등이 그 예다.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한데 모아서 여러 이해관계자가 공유하고 관리하는 식으로 각 분야에서 이미 블록체인을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다.

글로벌 식품 브랜드 네슬레는 기업형 블록체인을 구축해온 모범 사례로 알려졌다. 하이퍼레저 패브릭을 활용해서 식품 이력을 추적하는 솔루션 ‘푸드 트러스트(Food Trust)’와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하는 시도를 2017년부터 시작해왔다. 네슬레는 프랑스 식료품 업체 카르푸와 함께 으깬 감자 제품의 생애를 블록체인에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네슬레는 감자 농장에 센서를 제공해서 종이 서류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소비자는 감자 제품 원료부터 가공, 유통 과정을 기록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기능을 도입한 후 해당 제품 판매량이 증가했다.

가능성을 발견한 네슬레는 블록체인을 자사 커피 브랜드 ‘조가스커피’에도 도입했다. 올 4월 지속가능한 상품을 인증하는 비영리 단체 ‘열대우림 동맹’과 손잡고 네슬레 제품 정보를 IBM 푸드 트러스트에 기록해서 공급망 데이터를 공유하는 시도를 한 것이다. 기존 관행을 깨고 공급망 데이터를 제삼자에게도 공유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은 케이스다.

당시 네슬레 대변인은 “그간 전문 지식, 노하우를 철저히 학습한 뒤 커피 제품의 모든 이력에 관해 네슬레가 보유한 데이터를 제3의 업체나 기관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며 “블록체인에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찾아 오랜 기간 테스트한 덕분에 얻은 인사이트다.

다국적 항공기 제조회사 하니웰이 2018년 출시한 블록체인 플랫폼 ‘고 다이렉트 트레이드’도 블록체인 비즈니스로 참고해봄 직한 사례다. 중고 항공 부품의 이력을 추적하고 거래하는 서비스로 2400여 개 기업이 이용하고 있다. 지난 4월 보잉이 해당 플랫폼에 10억 달러에 달하는 항공기 부품 여분을 판매하겠다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하니웰은 앞으로 이 온라인 거래 시장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왜냐하면 해당 시장 자체가 아직 디지털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체 팀을 꾸려서 중고 항공 부품 공급망의 각 단계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차곡차곡 전환했다. 판매자의 부품 보유 여부, 인증서 위•변조 여부 등을 입증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어서 전자상거래에까지 도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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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블록체인을 도입할 때 챙겨야 할 2가지

정리하자면 블록체인을 비즈니스에 도입하기 위해선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지, 어떤 기술과 함께 접목해서 솔루션을 구성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 블록체인만으로 드라마틱한 혁신이 나올 것이라는, 혹은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저절로 여러 참여자가 모여 데이터가 흐를 것이라는 기대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

네슬레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블록체인은 IoT, AI와 같이 여타 기술과 시너지를 낼 때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오프라인 데이터를 디지털화해서 온라인 그물망을 구축하려는 기업일수록 블록체인과 오프라인의 다리 역할을 하는 기술을 함께 살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블록체인 기반의 커피콩 이력 시스템’ 예시도 마찬가지. 센서와 이미지 인식, AI를 활용해서 농장에서 수확한 커피콩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이 데이터들을 온라인 분산 원장에 무사히 가져와서 안전하게 기록해줘야 분산 원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여러 참여자가 관리하는 거래 장부라는 점에서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 사업적으로 유효해지기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기능 하나를 만드는 게 아니라 플랫폼을 구축하는 과업으로 이해하면 어떨까. 한 기업에 의해 휘둘릴 수 없는, 그럴 경우 의미가 퇴색되는 분산 원장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IBM과 오라클이 블록체인 분야에서 상호호환성을 높이겠다고 나섰다. 지난 3월 코인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하이퍼레저 기반의 크로스 네트워크를 테스트하고 있다. 이 테스트를 위한 이니셔티브는 2018년부터 진행돼왔다. IT 업계에선 오랜 경쟁 관계로 알려진 양사의 협업 소식이라서 더 주목받은 컨소시엄이었다.

오라클의 블록체인 제품 관리 부문 마크 라크밀레비치 수석 이사는 이 소식을 이렇게 표현했다. “컨소시엄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들었지만 생태계가 중요한 블록체인 분야에서 다양한 참여자를 모아 여러 클라우드, 기업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분산 원장의 특성을 이해하기에 나올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러니 비즈니스에 블록체인을 더하기 위해 여럿이 뭉쳐서 팀플레이를 해야 하는 이유부터 찾아보면 어떨까. 여러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서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하는 블록체인. 결국 어떤 문제를 풀려는지 먼저 답해야 뭉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여러 기술을 어떤 식으로 엮어서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블록체인 도입을 고민한다면 꼭 설계도를 그려 다른 기업을 설득해야 한다는 걸 숙지하자.


김지윤 뉴즈 기자 kimjy827@gmail.com
필자는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학사를 마치고 YTN 디지털국 콘텐츠 제작자(CP), IT 매체 아웃스탠딩 기자,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블록인프레스 기자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테크 전문 미디어 ‘뉴즈’에서 데이터, 분산경제, 블록체인 등을 취재,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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