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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Marketing

‘도시재생’으로 바뀐 올림픽 개최 전략, 유·무형 자산 장기적 관리가 중요

이종성 | 243호 (2018년 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과거 올림픽 개최는 국가 홍보 목적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시 재생(Regeneration)’과 ‘도시 리브랜딩(Rebranding)’을 목적으로 올림픽을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시민들이 살기 좋은 쾌적한 도시로 변화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경제적으로 효용가치가 높은 도시로의 대전환을 꿈꾸는 욕망이 올림픽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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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올림픽을 개최한 런던이나 2020년과 2024년 올림픽이 열릴 예정인 도쿄와 파리는 모두 과거에 올림픽을 개최해 본 경험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올림픽 유치 신청을 한 핵심 이유가 도시 재생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점 역시 이들 도시의 공통점이다. 최근 올림픽 개최를 위해 경기장을 새로 짓고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도 그 경제적 효과를 명확하게 측정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올림픽 유치 신청을 포기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세 도시의 선택은 예외적이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바로, 올림픽 준비를 위해 쓰는 공공자금은 비용이 아니라 시민들과 개최 도시를 위한 투자로 인식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 세 도시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올림픽에 맞춰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올림픽 개최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 위해 도시 환경 개선이라는 의제가 필요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전략이 최근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오랫동안 올림픽 개최의 가장 큰 유인이었던 ‘국가 홍보 모델’이 더 이상 올림픽을 개최하는 이유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홍보 모델의 전형(典型)으로는 2차 세계대전 전범 국가라는 오명을 씻고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진입한 일본의 도쿄(1964년)나 서독의 뮌헨(1972년), 분단의 아픔 속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압축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의 서울(1988년) 등이 손꼽힌다. 이 대회들은 2차 대전 이후 열린 올림픽 가운데 대표적으로 국가 홍보와 이미지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형의 올림픽 유산에 상당 부분 초점이 맞춰졌던 대회였다.

이런 국가 홍보 모델이 도시 재생에 방점을 찍는 올림픽 개최로 전환된 이유는 기본적으로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민주주의가 작동되는 국가의 대중은 국가 홍보나 이미지 구축을 위해 올림픽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에 더 이상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 신기루 같은 경제적 효과도 결국 올림픽 유치의 당위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요식행위 정도로 받아들인다. 올림픽 개최의 패러다임이 우리의 삶과 좀 더 밀착된 도시 재생이라는 쪽으로 변한 이유다. 여기에는 1984년 LA 올림픽 이후 가속화된 IOC의 상업주의도 큰 역할을 했다.

올림픽 최대 위기를 자초한 IOC의 상업주의

IOC의 입장에서 올림픽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일까? 수입으로만 따지면 단연 TV 중계권과 스폰서십이라고 봐야 한다. 본질적으로 올림픽 비즈니스의 핵심은 올림픽 유치 신청을 한 도시 간 경쟁이다. 이 경쟁에 참여하려는 도시가 많고 치열해지면 올림픽의 열기는 뜨거워진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올림픽을 필요로 하는 도시가 많아져야 IOC가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도시를 선별해 개최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올림픽은 지금까지 두 번의 위기를 넘겼다. 최초의 위기는 1896년 아테네에서 개최된 제1회 올림픽에서 발생했다. 근대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고무된 그리스는 향후 올림픽을 4년마다 자국에서 독점적으로 개최하고자 했다. 하지만 쿠베르탱 남작과 당시 IOC 위원들은 그리스의 올림픽 사유화에 반기를 내걸고 순환 개최를 추진했다. 세계 평화와 친선이라는 측면에서 순환 개최가 더 의미가 컸기 때문이다.

두 번째 위기는 당시 최악의 적자 올림픽으로 기록된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의 여파에서 비롯됐다.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경기장 신축에 박차를 가한 몬트리올의 재정 적자로 올림픽 무용론까지 대두되면서 1984년 올림픽 유치 의사를 밝힌 도시는 LA가 유일했다. 그나마 유치 신청 주체도 시 당국이 아닌 ‘캘리포니아 그룹’이라는 민간단체였다. IOC는 민간의 유치 신청이 올림픽 헌장에 위배되는 사항이라며 문제 삼았지만 정작 당시 LA 시장인 톰 브래들리는 민간단체에 유치 신청 포기를 권유했다. 더욱이 LA시는 주민투표를 통해 LA올림픽에서 발생하는 재정 적자에 대해 시민의 세금이 쓰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IOC는 울며 겨자 먹기로 LA의 초강수에 백기를 들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LA는 올림픽 준비와 관련된 비용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었으며 기업가와 마케팅 전문가들로 구성된 LA올림픽 조직위원회는 TV 중계권료와 스폰서십을 극대화했다. 2억 달러가 넘는 흑자 올림픽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LA올림픽의 흑자로 이후 올림픽 유치 신청을 하는 도시들은 점차 늘어났고 IOC는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급증한 올림픽 유치 도시의 수요에 힘입어 당시 사마란치 IOC 위원장은 상업주의 전략을 빠르게 추진했다. 언론은 그에게 IOC의 위원장이 아닌 최고경영자(CEO)라는 별칭을 붙였을 정도로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이었다.

IOC는 LA올림픽 때 비약적으로 성장한 TV 중계권료와 스폰서십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른바 올림픽 후원 기업들을 톱(TOP) 스폰서라는 명칭으로 유치했고 TV 중계권료 가운데 IOC가 가져가는 몫을 대폭 늘렸다. 올림픽 개최 도시들이 가져가야 할 수입은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1984년 LA올림픽 때 IOC는 전체 TV 중계권료 수입의 약 11.6%만 가져갔다. 하지만 현재 IOC는 TV 중계권료로 무려 70%를 챙긴다.

이 같은 올림픽 수입 배분의 불평등 구조가 확립되면서 올림픽 유치 신청을 하는 도시의 숫자는 다시 급감했다. 개최 도시의 입장에서 경기장 건설과 교통 인프라 개선 등에 필요한 엄청난 비용을 올림픽 관련 수익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급기야 IOC는 2014년 올림픽 공동 개최를 포함한 향후 개최 도시의 재정적 부담을 경감해 줄 수 있는 유인책이 담겨 있는 ‘어젠다 2020’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고 했다. 하지만 “올림픽 유치는 승자의 저주를 잉태한다”고 역설한 스포츠 경제학자 앤드루 짐발리스트를 비롯한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올림픽 수익배분 불평등 구조가 완화되지 않는 한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치열한 도시 간 경쟁은 더 이상 찾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하계 올림픽 유치를 고려했던 부다페스트(헝가리), 보스턴(미국), 로마(이탈리아), 함부르크(독일)는 모두 경제적 문제 때문에 유치를 포기했다. 2022년 동계 올림픽 유치 신청 후보가 알마티(카자흐스탄)와 베이징(중국)뿐이었다는 사실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런던올림픽 최대 유산은 이스트앤드 개발

올림픽 유치 효과의 허구성에 대한 목소리가 힘을 얻을 무렵 도시재생 올림픽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은 2012년 런던올림픽이었다. 런던은 올림픽을 통해 도시의 골칫거리이자 주로 이민자들이 거쳐가는 대표적 빈민가 ‘이스트앤드’를 재개발하고자 했다. 처음부터 그들에게 올림픽은 이스트앤드를 소개하는 하나의 무대로 계획됐다.

런던은 산업 폐기물과 버려진 가구 등이 곳곳에 널려 있어 마치 재활용 물류 창고를 연상시켰던 이스트앤드에 올림픽 주 경기장, 미디어센터, 수영장, 사이클 벨로드롬, 올림픽 선수촌 등의 건설을 단행했다. 그동안 런던시에 포함돼 있었지만 잊혔던 이스트앤드의 대규모 재개발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스트앤드 재개발은 198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런던올림픽이 아니었으면 미완성에 그쳤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견해다. 올림픽을 계기로 대규모 공공자금과 민간 자본 투자가 이뤄지면서 현대식 쇼핑몰, 공원과 대단위 주택지구 건설 등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중산층들은 새롭게 조성된 이 지역 주택단지에 입주하거나 올림픽 미디어센터 자리에 생겨난 IT 관련 회사 등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이 사이 주택 임대료 등의 상승으로 가난한 원주민들이 이스트앤드를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했다. 올림픽이 이스트앤드의 외관뿐만 아니라 그곳의 사람까지 바꿔 놓은 셈이다. 실제로 이스트앤드 지역은 2010년까지 영국 내에서도 빈곤층 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악명 높았지만 2015년 조사에서는 중산층의 유입으로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의 실업률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록 아직까지 이 지역 경제 성장률까지 상승한 것은 아니지만 올림픽이 만든 유형의 유산인 이스트앤드 재개발에 대해 영국인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2013년 여론 조사에서 69%의 영국인들은 ‘런던올림픽은 공공자금을 잘 사용한 사례’라고 응답한 바 있다. 이는 2005년 파리를 제치고 2012년 올림픽을 유치했을 때 ‘차라리 파리에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올림픽을 넘기고 우리는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에 가서 올림픽을 즐기는 게 현명하다’는 자조 섞인 탄식을 했던 때와 달라진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최근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와 달리 런던올림픽이 부채를 남기지 않은,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올림픽이었다는 점이 중요했다. 이런 바탕 위에서 영국인들은 이스트앤드에 올림픽 경기장들과 함께 새롭게 들어선 주택, 상업 지구 자체가 런던올림픽 최대 유산이라고 평가한다. 2012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런던의 천덕꾸러기 이스트앤드가 비로소 런던의 주요한 일원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저비용 도시 재생 올림픽의 모범 사례를 꿈꾸는 파리

그렇다면 2024년 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파리의 목표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어떻게 하면 경기장 건설에 귀중한 공공자금을 덜 쓰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파리는 이미 95%의 올림픽경기장이 준비돼 있다. 런던올림픽과 달리 막대한 건설비가 소모되는 주 경기장을 신축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다. 2024년까지 최종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은 있지만 파리올림픽의 예산이 66억 유로(약 8조5000억 원)로 런던올림픽 예산(약 13조5000억 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파리가 경제성과 도시 재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올림픽 주 경기장으로 선택한 경기장은 1998년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주 경기장으로 사용됐던 스타드 드 프랑스(Stade de France)다. 스타드 드 프랑스는 월드컵 이외에도 세계육상선수권대회(2003년), 럭비 월드컵(2007년), 유로 2016 대회가 열렸던 프랑스의 대표적인 국립 다목적 경기장이다.

이미 1998년 월드컵을 위해 건설된 스타드 드 프랑스가 올림픽 주 경기장으로 낙점을 받은 이유는 경기장 사후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부분은 이 경기장이 파리 외곽의 낙후지역인 생드니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다. 생드니는 1998년 월드컵 때 일부 재개발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빈곤층이 많고 대중교통도 열악한 ‘게토(ghetto)’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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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성

    이종성cameroncrazie@hotmail.com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이종성 교수는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서 스포츠 담당 기자로 근무했으며 이후 영국 드몽포트대(DMU)에서 스포츠문화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스포츠문화와 경영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관련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야구의 나라』(2024) 『스포츠 문화사』(2014)와 『A History of Football in North and South Korea』(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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