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에 대한 다양한 접근 가운데 실무에 큰 도움을 주는 관점이 있습니다. 바로 ‘관심 기반 관점(attention based view)’입니다. 윌리엄 오카시오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는 어떤 기업은 환경에 적응하고, 어떤 기업은 그렇지 못한 이유를 바로 관심 자원의 배분에서 찾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정보화 시대에 정보 부족 때문에 환경 적응에 실패하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보는 너무나 많습니다. 중요한 정보임에도 적절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하는 조직이 다수입니다. 9·11테러 공격을 막지 못한 CIA가 대표적입니다. CIA는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미국에서 비행훈련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러나 이라크나 북한 등 기존 이슈에만 관심을 집중하다가 알카에다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말았습니다.
관심 자원 배분은 매우 복잡한 일입니다. 우선 시간과 공간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이 달라집니다. 워크숍 때 열심히 혁신 어젠다를 논했더라도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완벽하게 루틴한 업무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현상을 모두가 경험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개인 차원에서도 시간과 공간에 따라 관심이 수시로 변합니다.
조직은 시간과 공간뿐 아니라 계층과 부서에 따라 관심이 달라집니다. 이번 호 Journal Watch 코너에 소개된 노키아 관련 논문을 찾아서 읽어봤는데요, 관심의 비동조화(decoupling)가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노키아 최고경영진은 애플이 아이폰을 개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심각한 위기감도 가졌다는군요. 그런데 왜 회사는 몰락했을까요. 최고경영진과 중간관리자들의 관심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노키아는 위계적 문화를 갖고 있었습니다. CEO는 좋지 않은 소식을 들으면 크게 화를 냈습니다. 또 회의실에서 불편한 보고를 들은 CEO가 탁자를 너무 세게 내리쳐 과일이 공중으로 날아다녔다는군요. 또 핀란드에는 노키아만 한 회사가 없었기 때문에 중간관리자들은 내부에서 생존하지 못하면 자신의 지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위기감을 느낀 최고경영진은 스마트폰 OS나 터치스크린 기술을 개발하라고 중간관리자들에게 압박을 가했습니다. 하지만 기한 안에 개발이 어렵다는 식의 불편한 보고를 하면 당장 목이 날아갈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낀 중간관리자들은 최고경영진의 압박에 “Yes”를 남발했습니다. 정보 왜곡 현상도 심해졌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게 분명했지만 해고 공포를 느낀 중간관리자들은 침묵했습니다. 결국 아이폰 대항마를 출시하긴 했지만 성능이나 품질이 형편없었고 시장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조직에서 서로 다른 분야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시간, 공간, 직위, 업무에 따라 관심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조직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려면 다른 관점을 인정해주면서 통합 노력도 반드시 기울여야 합니다. 노키아처럼 최고경영진은 외부에, 중간관리자는 내부 이슈에만 관심을 가지면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없습니다.
창간 8주년을 맞은 DBR은 극심한 환경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해 ‘유연성(Flexibility)’이란 화두를 제시합니다. 유연성을 중심으로 조직의 관심 자원을 통합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불확실성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공식적인 전략 부서가 없음에도 네이버가 잘 돌아가는 이유, 유연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HR 전략, 일관성과 유연성을 모두 추구할 수 있는 브랜딩 전략, 효율성과 유연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운영 전략 등을 통해 유연한 조직 만들기를 실천해보시기 바랍니다.
또 창간 8주년을 맞아 ‘DBR 덕후’임을 ‘덕밍아웃’ 해주시며 이벤트에 참여한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DBR은 앞으로도 실무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고급 경영지식을 보급한다는 본연의 사명을 잊지 않고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지식 생산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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