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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발상·연상법

기존 것을 새롭게 조합하라 다시 보고, 의심하고 뒤흔들어라

유영만 | 182호 (2015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아이디어 발상의 요건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기존의 것새롭게 조합해서 선보이는 것이다. 즉 아이디어 발상을 위해서는 재료가 풍부해야 할 뿐 아니라 축적한 재료들을 낯설지만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조합할 수 있어야 한다. 재료 확보를 위해 기억해야 할 단어는체인지. 몸으로 체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독서를 통해 지식을 쌓아야 한다. 새로운 조합을 위해서는 행동을 달리하거나 단어 또는 이미지를 기존과 다르게 연결해보는 연습이 도움이 된다. 또한 창의적인 자극이 입력될 때 아이디어로 연결할 수 있도록 뇌 안의 해석틀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미국의 저명 광고인이자 <손에 잡히는 IDEA>의 저자인 제임스 웹 영은아이디어는 기존 것의 새로운 조합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지드는써야 할 모든 이야기는 이미 다 쓰였다. 하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기에 모든 것이 다시 쓰여야 한다고 했다. 영국의 시인이자 평론가인 T.S. 앨리엇은훌륭한 시인은 훔쳐온 것들을 결합해서 완전히 독창적인 느낌을 창조해내고 애초에 그가 어떤 것을 훔쳐왔는지도 모르게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탄생시킨다고 말했다. 스페인 출생으로 세계적인 명작을 많이 남긴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뛰어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일갈했다. 독일의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 역시창의성의 원천은 내가 아이디어를 훔쳐온 원천을 숨기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 밖에도 위대한 작품으로, 우수한 창의성으로 칭송 받은 많은 이들이 창의성의 원천으로 모방을 꼽았다. 즉 창의 혹은 창조는 전대미문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을 남다른 방식으로 조합해낸 결과라고 보는 게 적합하다.

 

이런 맥락에서 아이디어는 결국 두 가지 문제로 압축된다. ‘기존의 것새로운 조합이다. ‘기존의 것은 지금까지 내가 직접 또는 간접 경험한 것의 총합이고새로운 조합은 익숙한 기존의 것을 남다르게 엮어내는 능력이다. 결국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사람은 두 가지 전제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아이디어 재료가 풍부해야 할 뿐 아니라 이 재료들을 조합하고 편집해서 색다르게 제시하는 능력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아무리 아이디어 발상법을 배워봐야 아이디어의 원료인 직간접적 체험이 부족하면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는다. 또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무리 좋은 재료들을 많이 확보했다고 해도 새롭게 조합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역시 참신한 아이디어는 불가능하다.

 

아이디어 재료 얻기: 체인지(體仁知)를 기억하라

 

우선 재료를 확보하는 방법부터 알아보자. 아이디어 연상능력은 내가 이제까지 겪어온 직간접적 경험의 총합이나 두께에 비례한다. 체험이 없는 사람은 아이디어 뱅크에 두 가지 이상을 서로 엮어 새로운 것을 연상할 만한 재료가 없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연상의 재료가 없는 상태에서 연상하는 방법을 배워봐야 도로무공이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발상하기 위해서는 우선 재료를 축적하는 일정한 체험적 여정이 필요하다. 즉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위해서는 아이디어의 재료를 일정기간 축적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양적 축적이 질적 반전을 이루듯 체험이 축적되다보면 어느 순간 창작의 불꽃이 튀면서 폭발하기 시작한다. 그 지점이 바로 아이디어가 반짝거리는 순간이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는 생각지도 못한 체인지(體仁知)에서 유래된다. 체인지(體仁知)는 온 몸으로 체험()하고 가슴으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외부에서 흡수하는 지식()을 의미한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 세상을 체인지(change)할 수 있다. 아이디어가 발상이 아니고 연상이며 기존의 것을 남다른 방식으로 조합하는 것이라면 남다른 아이디어를 연상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창고에 두 가지 이상을 조합해서 연상시킬 재료를 축적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기존 아이디어와 근본적으로 다른 아이디어를 연상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가지 분야의 자극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바로 체(), (), ().

 

낯선 마주침으로 색다른 깨우침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이전과 다른 경험으로 생각의 발로를 다르게 자극할 필요가 있다. 체험적 인연(體緣)이다. 몸으로 부딪쳐 얻은 경험과 지식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료가 된다. 체연이 바뀌지 않으면 체험적 상상력의 변화가 따르지 않아서 생각의 발로가 달라지지 않는다. 다음은 인간적 자극, 인연(因緣)이다. 사람으로부터 받는 정서적 자극은 그 자체로 좋은 재료가 된다. 마지막은 다독을 통한 다양한 지식 확보다. 지적 자극으로 생기는 지연(知緣)이 바뀌지 않으면 내가 창조할 수 있는 지식의 수준도 바뀌지 않는다.

 

네가 자주 가는 곳,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그리고 네가 자주 읽는 책이 너를 말해준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한 말이다. 다시 말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면 자주 가는 곳이 어딘지, 자주 만나는 사람이 누구인지, 자주 읽는 책이 무엇인지를 돌아보면 된다. 체험을 e(experience), 인간적 만남으로 맺어지는 관계를 r(relationship), 책을 읽으며 받는 지적 자극을 r(reading)이라고 두고 이를 공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y=er2

y: 창의적 아이디어 발상량

e: 체험(experience)

r: 독서(reading)

r: 인간관계(relationship)

 

이 공식에 따르면 체험이 0에 가까우면 독서와 인간관계의 합(R2)이 아무리 커져도 창의적 아이디어를 연상할 수 있는 가능성은 0에 가까워진다. 즉 체험의 깊이와 넓이가 전제되지 않으면 창의적 아이디어를 연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체험적 깨달음의 깊이와 넓이가 중요하다. 이와 동일하게 다른 이와의 관계나 독서를 통한 지적 깨우침이 없다면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은 체인지(體仁知)가 풍부한 사람이며 체인지가 풍부해야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변화(change)를 추진할 수 있다.

 

 

아이디어 연상하기:

행동, , 이미지를 새롭게 조합하라

 

다음은 확보한 재료들을 새롭게 조합하고 편집해 색다르게 제시하는 단계다.

 

우선 행동이다. 새로운 생각은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해보거나 생각지도 못한 일을 의도적으로 저지르는 가운데 잉태된다. 우리는 이제까지 학교교육을 통해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뀐다는 사실을 배워왔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서 행동을 바꾸는 다양한 방법을 다각적인 방법을 통해 부단히 교육 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행동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생각을 바꿔서 행동을 바꾸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생각을 바꿔서 행동을 바꾸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면 반대로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즉 행동을 바꿔서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한마디로 딴짓을 자꾸 해보면 딴 생각이 든다. 딴짓을 하면 이제까지 뇌가 받아보지 못했던 색다른 체험적 자극이 입력된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체험적 자극이 뇌세포를 자극하면 뇌는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색다른 체험은 색다른 실력을 낳는 원동력이 된다. 색다른 실패는 이전과 다른 도전 체험에서 나온다. 결국 도전 체험이 실패를 낳고 그 실패가 색다른 아이디어로 무장된 실력으로 축적된다.

 

이제까지 해온 행동을 그대로 하면서 생각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는다면 뇌도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과 비슷한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뇌가 판단하기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거나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뇌는 이전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주 간단한 사례를 보자. 지하철을 탔다. 올라 탄 칸의 처음부터 끝까지 둘러봤는데 빈자리가 없다. 금방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사람 앞에 가서 섰다. 예상한 대로 앞에 앉은 사람이 다음 역에서 내렸다. 이제 앉아서 가자고 생각한 순간, 생각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금방 내린 사람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잽싸게 빈자리로 옮겨 앉고 자기 앞에 서 있던 친구를 자신의 자리에 앉히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생각지 못한 일을 당해보면 이전과 다른 행동이 옵션에 포함되기 시작한다. 이제는 금방 내릴 것 같은 느낌이 오는 사람 바로 앞에 서지 않고 그 사람과 옆에 앉은 사람의 중간에 서거나 정면에서 약간 사선으로 서 있다가 앉아 있는 사람이 어느 방향으로 내리는지에 따라 신속하게 동작을 취해야겠다는 식의 플랜B를 함께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즉 색다른 경험과 색다른 행동은 이전과 다른 아이디어를 얻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다음은 이미 있는 개념을 색다른 방식으로 조합하는 것, 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수많은 명사들이 지적한 것처럼 아이디어는 기존 것들의 새로운 조합이다. 이를 개념의 조합에 대입해보면 모두 알고 있는 국어사전 안의 개념이라도 새롭게 조합하면 색다른 아이디어가 잉태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익숙한 개념들이 낯설게 조합되면 색다른 연상으로 연결된다. 예컨대지식이라는 개념과산부인과 의사라는 개념을 조합하면 지식산부인과 의사라는 개념이 만들어진다. 이를 확대하면 지식 임신의 최적 조건을 연구하고 지식의 자연분만을 유도하며 지식 낙태수술 방지법이나 지식 출산장려방안을 추진하는 등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개념을 생각해 낼 수 있다. 이 같은 색다른 연상의 원동력은 익숙한 개념의 낯선 조합에서 비롯된 것이다. 잘 알고 있는 단어나 뜻이 다 알려진 단어라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활용될 수 있는데 이런 연습을 평소에 많이 해두면 아이디어 발상에 도움이 된다.

 

세 번째는 익숙한 이미지의 낯선 조합으로, ‘이미지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대표작이미지의 배반(the betrayal of images)’을 통해 상상력을 기반으로 일상의 사물이나 믿어 왔던 상식, 고정관념 등을 뒤흔들어 놓는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데페이즈망이라는 기법인데,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을 색다른 방법으로 결합해 뜻밖의 충격과 낯설음을 전달하는 방법이다. <그림 1>을 보자. 분명히 파이프인데, 파이프 그림 아래에는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라고 적혀 있다. 관객들은 혼란에 빠진다. 이것은 분명 파이프인데 파이프가 아니라니? 내가 보고 있는 이 파이프 이미지는 뭐지? ‘실제 파이프가 아니라그려진 파이프라는 의미인가?

 

 

오늘날에도 이런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 , 사과라는 세 개의 이미지가 있다고 하자. 우선 개가 사과와 공을 눈앞에 두고 무엇을 먹을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이미지를 해석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개의 시선을 보니까 사과와 공을 쳐다보면서 고민하는 모습이 보이고 얼마든지 가능한 해석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공, , 사과라는 이미지를 연결해공개사과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 수업시간 5분이 지나자 5명의 학생이 졸기 시작했다. 10분이 지나자 10명의 학생이 잔다. 50분의 강의가 끝날 무렵 50여 명의 학생들이 거의 졸거나 자고 있다. 교수가 화가 나서 한 학생을 일으켜 세우고 옆 학생을 깨우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학생은 오히려 교수님이 재미없게 강의해서 졸고 있는 것이니 교수님이 오셔서 직접 깨우라고 항변한다. 화가 난 교수는 그 학생에게 자신의 홈페이지에공개사과하라고 했다. 그 학생은 교수의 홈페이지에 공과 개, 사과 이미지를 올렸다. 조합하면 곧바로공개사과가 된다. 교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시비 걸기는 정상과 상식에 반기를 들고

 

비정상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몰상식한 발상을 통해 당연하다고 믿는

 

신념 체계를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첫걸음이다.

 

이미지(image)는 이매지네이션(imagination)을 자극한다. 문맹과 컴맹을 지나 이미지를 이해하거나 해독할 수 없는 상맹(像盲)이 늘고 있는 시대다. 상상력은 생각한 바를 이미지로 구사하거나 누군가 편집한 이미지를 해석할 수 있는 힘이다. 남다른 상상력은 결국 익숙한 이미지를 낯설게 조합해보거나 편집된 이미지를 남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힘에서 나온다.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틀, 움벨트

 

아파트라는 단어를 듣고 가수 윤수일의 아파트라는 노래를 연상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다고 볼 수 있다. 아파트를 듣고 몇 평이냐는 질문을 하거나 강남과 강북 중 어느 곳에 있냐, 한강변 전망은 좋으냐고 묻는다면 실수요자인 30∼40대일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라는 개념과 관련된 연상은 우리가 살면서 경험한 아파트 관련 체험과 인식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 아파트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뇌 속에서 아파트와 관련된 프레임(frame)이 작동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프레임으로 사람들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연구한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에 따르면우리가 어떤 단어를 들었을 때 우리 두뇌에는 그 단어와 결부된 프레임이 작동한다”. 결국 어떤 사실이 의미를 지니려면 이미 두뇌 안의 프레임과 결부돼 해석돼야 하는데 만약 내가 지금 체험한 것이 두뇌 안에 프레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체험은 영원히 해석되지 않은 채 무의미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두뇌는 인간이 체험하는 모든 것을 기억하지 않고 프레임에 맞는 사실만 받아들인다. 뇌에 전해지는 체험적 자극이 바뀌지 않으면 뇌는 기존 프레임대로 신속하게 움직여버리는 성향을 유지하려고 한다.

 

프레임 이론에 비춰 보면 색다른 아이디어를 연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우리 두뇌 안에 색다른 아이디어를 연상할 수 있는 프레임이 가동하고 있느냐 아니냐에 달렸다. 막걸리라는 개념을 떠올리면 두뇌 안에서 막걸리와 관련된 기존 프레임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막걸리와 관련된 뇌의 프레임이 바뀌지 않는 이상 막걸리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연상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막걸리를 마셔본 체험, 막걸리를 마실 때 맺었던 인간관계, 막걸리에 대한 인식과 관심의 깊이 및 넓이가 모두 막걸리에 대한 프레임을 만들어낸다. 막걸리를 떠올리면 스테이크가 생각난다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우연히 막걸리 안주로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그 맛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쓰는 수많은 개념과 관련된 연상은 그 개념과 관련된 체험이나 인식의 범위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연상세계가 바뀌려면 생물학적 용어로움벨트(Umbelt)’가 바뀌어야 한다. 움벨트는 야곱 폰 웩스쿨이라는 독일의 동물행동학자가 만들어낸 용어다. 1957 <동물과 인간 세계로의 산책>이라는 책을 쓴 그는 곤충을 비롯한 동물이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세계를 상상하면서 움벨트라는 용어를 고안했다.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세계를 지칭하는벨트(Welt)’에 비해움벨트는 곤충을 비롯한 동물들이 현재 살아가는 세계를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인식하는 세계다. 고인 물에서 살아가는 곤충은 다른 세계에서 살아본 적이 없으므로 고인 물이 세계의 전부라고 믿고 산다. 모든 사물이나 현상은 인간 또는 동물의 지각과는 상관없이 스스로 존재하지만 존재하는 모습이나 양태는 지각하는 주체의 해석틀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저마다 다른 감각과 지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생긴 주관적 해석틀이 바로 움벨트다. 아파트를 떠올리면 윤수일이 연상되고 막걸리 하면 비 오는 날이나 파전이 떠오르는 것은 윤수일의 아파트 노래를 불러본 경험, 비 오는 날 막걸리와 파전을 먹은 기억이 그 사람의 움벨트를 강하게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임과 연상세계, 그리고 움벨트가 아이디어 연상에 주는 시사점을 생각해보면 이전과 다른 아이디어를 발상하거나 연상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물론 중요하다. 동시에 프레임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창의적인 자극이 외부에서 입력된다고 해도 뇌에 존재하는 해석틀 때문에 아이디어로 인식할 수 없다. 그런데 특정 개념과 관련된 연상의 범위나 수준은 그 사람이 해당 개념과 관련된 체험이나 인식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생물학적 용어인 움벨트를 이전과 다르게 형성해나가지 않으면 인간은 이전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색다른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움벨트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역시 직간접적 체험이 다양하고 많아야 한다. 결국 물고 물리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

 

 

프레임을 바꿔라: 되짚고 시비 걸고 뒤흔들기

 

다만 그저 여러 가지 체험을 무턱대고 해본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색다른 해석틀 형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일들을 다양하게 경험하되 의도적으로 되짚고 시비 걸며 뒤흔들어야 한다.

 

되짚어보기: 똑바로 볼 때는 잘 안 보였거나 보이지 않았던 사실 또는 현상도 한번 더 되짚어보면 다르게 보인다. 한 번 본 것, 늘 가까이에서 자주 본 것도 다시 보면 새롭게 보인다. 그동안 봤다고 생각했던 것이 산산이 깨질 때도 있다. 로댕의생각하는 사람을 직접 혹은 책에서, 화면에서 수없이 봤다고 생각하지만 로댕의 조각과 똑같은 자세를 취해보라고 하면 다들 허둥대기 일쑤다. 대충 봤기 때문이다. 로댕의 조각상이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자세하게 되짚지 않으면 남는 게 없다. 대충 보면 대충 생각한다. 다르게 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사물이나 현상을 습관적으로, 관성적으로 봤던 방식에서 벗어나 되짚어 보면서 간과했거나 무시했던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시비 걸기: 정상적인 일에 물음표를 던져 시비를 거는 비정상적 의문의 제기를 시도해야 한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원래 그렇고, 물론 그렇고, 당연히 그렇다고 여기는 현상에 질문을 던지고 집요하게 파고들면 원래 그렇지 않고, 물론 그런 것도 아니며,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타성과 관성에 젖어 살고, 습관과 관습의 틀에 갇혀 살며, 전례(典例)와 관례(慣例)를 철칙처럼 믿고 사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라날 틈이 없다. 시비 걸기는 정상과 상식에 반기를 들고 비정상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몰상식한 발상을 통해 당연하다고 믿는 신념 체계를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첫걸음이다. 이전과 다른 시각과 질문으로 지금까지 믿고 살아 온 상식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뒤흔들기: 스스로 먼저 뒤흔들지 않으면 남의 생각과 논리에 의해 내가 흔들리기 쉽다. 옳다고 생각해 온 신념과 관념,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사유와 사상을 밑바닥부터 뒤흔들어야 내 생각의 근원과 기반이 얼마나 부실한지, 그리고 남의 생각에 의존한 빈약한 사유체계인지를 몸소 깨달을 수 있다. 자주 반복해서 내 생각을 뒤흔들어 거꾸로 보고 다르게 생각하기를 연습하라. 그래야 이전 사유체계를 전복하는 새로운 생각의 싹이 자랄 수 있다. 생각의 물구나무서기를 통해 볼 때 비정상과 몰상식이 새로운 정상과 상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살펴본 것처럼 아이디어는 색다른 체험들이 축적돼 낯설게 조합되는 데서 비롯된다. 체험과 독서와 인간관계를 통해 새로운 체험을 쌓고, 행동, , 이미지를 새롭게 조합하기 위해 노력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데 주저함이 없는 프레임을 구축하기 위해 평소에 되짚고 시비 걸고 뒤흔드는 연습을 하자.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필자는 한양대 교육공학과 학부와 석사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교육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인력개발원을 거쳐 현재 한양대에 재직 중이다. <유영만의 청춘경영> <커뮤니데아> <브리꼴레르> <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 <체인지> <니체는 나체다> <생각사전> <내려가는 연습> 등 다수 저서를 펴냈다. 역서로는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 열망하고 움켜잡고 유영하라> <에너지 버스> 등이 있다.

 

  • 유영만 | - (현) 한양대 사범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
    - (현) 한양대 교수학습개발연구센터장
    - 삼성경제 연구소, 삼성인력개발원 경영혁신,지식경영 교육담당
    -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 학습체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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